지난 글(과학, 알고싶다(301) — 수명연장에 관하여(1/2))에 이어서 수명연장과 관련해서 조금더 살펴본다.
열역학 제2법칙은 비가역적으로 진행되는 모든 자연 현상은 결국 무질서의 증가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고립된 시스템은 최대 엔트로피를 달성하는 주변 환경과 평형을 이루는 경향이 있는데, 생명체는 고립된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시스템과 외부 환경 사이에 에너지와 물질의 교환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아기의 탄생(즉, 수정란에서 태아로) 등이 고도로 조직화된(더욱 질서 있는) 상태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머지 외부 환경에 대한 고려를 잊지 않아야 한다. 즉, 시스템을 포함한 우주 전체의 엔트로피는 결과적으로 더 증가하게 된다.
고체를 녹이는 경우의 엔트로피는 고체를 녹이는 데 가해진 열을 고체가 녹을 때의 온도로 나눈 값만큼 증가한다. 물질은 질서 있고 견고한 구조의 고체 상태에서 유체 상태로 변형되면서 엔트로피가 증가되는 것이다. 모든 닫힌 물리적 시스템은 엔트로피가 증가함에 따라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낮은 상태에서 가능성이 높은 상태로 변경된다. 한편, 정보이론(information theory, 참고로 온도를 에너지의 일종으로 보면 엔트로피는 단위가 없게 되고, 따라서 볼츠만(Boltzmann)의 엔트로피와 섀넌(Shannon)의 엔트로피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살펴볼 예정이다.)에 따르면, 정보는 특정한 사건(이벤트, event)에 대한 예측 가능성 부족 또는 지식 부족의 척도로 간주될 수 있으며, 이는 이벤트를 설명하거나 확립하는 데 필요한 질문 또는 결정의 수와 동일하다. 이러한 정보는 숫자(기호 또는 가능성)의 범위와 무질서 또는 엔트로피에 따라 증가한다. 그리고 생명체는 외부의 에너지원에서 생명체라는 시스템으로 에너지의 흐름을 필요로 하고, 즉 에너지의 투입이 필요하고, 우리는 항상 죽음을 향해 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시간의 화살 개념을 떠올려보라!) 외부로부터의 에너지 투입과 같은 일이 계속해서 수행되어야 한다. 즉, 생명체의 질서는 외부로부터의 에너지 투입에 따른 에너지 저장과 붕괴 사이의 긴장에 해당할 수 있다(“끓는 액체 이론” – 참고로, 생명체에 따라서 끓는점 또는 끓는 상태가 다를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살펴본다.).
생명체의 엔트로피 증가에 대한 거역(또는 저항, 슈뢰딩거가 이야기한 ‘네겐트로피(negentropy)’ 개념에 해당하기도 하고 아래에서 살펴볼 프리고진의 ‘자기 조직화(self-organization)’ 개념에 해당하기도 한다. 이에 따르면, 생명체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의 공급을 계속 필요로 하면서도 열역학 제2법칙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정신적 또는 이성적 사고 등 논리정연한 질서 있는 생각을 하기 위해서도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므로, 우리는 질서를 존중하면서도 질서를 거스르는, 즉 자유를 추구하는 이중적인 방향성을 가진 존재라고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생명체의 존재 자체가 본질적으로 지향적 모순이며 내재적 갈등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살펴본다.)에 대해서 좀더 살펴보기 위해서 비가역 반응의 경우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열역학 제2법칙의 대표적 예들을 생각해 보자. 차가운 물체를 뜨거운 물체에 접촉시키면 열이 차가운 물체로 이동하게 되어서 결국 두 물체가 같은 온도를 얻게 되고, 시스템은 열적으로 균질해진다. 그러나 그 반대의 과정은 자연에서 결코 관찰되지 않으며, 따라서 자연 변화 과정은 특별한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물에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마찬가지로, 잉크액이 균일하게 분포될 때까지 퍼지며, 잉크액이 퍼져있는 용액에서 잉크 한 방울로의 자발적인 변화는 결코 관찰되지 않는다. 조직적이고 질서 있는 에너지가 무질서한 형태로 변형된 것이며, 무질서의 정도를 측정하는 엔트로피는 그 값이 증가함에 따라(즉, 시간의 증가에 따라)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도표화할 수 있다. 그리고 시스템의 온도를 낮춤으로써 질서의 정도를 개선하여 엔트로피를 낮출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온에서 기체 형태의 수증기는 무작위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분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온도를 낮추게 되면 결국 분자 사이의 거리가 매우 짧아지게 되는 액체 방울이 형성될 것이다. 이 경우 물 분자들의 움직임은 훨씬 더 제한적이다. 더 낮은 온도인 어는점에서 액체 상태의 물은 분자들이 일정한 패턴으로 배열된 얼음 결정이 되는데, 이 경우 얼음 결정의 엔트로피가 수증기의 엔트로피보다 적다고 말한다. 시스템의 온도가 낮아짐에 따라 질서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시스템의 엔트로피 감소를 수행하는 비용은 열 교환 및 열 이동에 필요한 일에서 파생된다. 하지만, 외부 환경까지 고려한 전체 우주 입장에서는, 외부 환경에 시스템의 열이 투입됨으로써 외부 환경의 엔트로피가 증가했으며, 이때 증가한 엔트로피의 절대값은 수증기에서 물로, 그리고 물에서 얼음으로 변환됨으로써 감소한 엔트로피의 절대값보다 크다. 따라서 우주 전체의 엔트로피는 증가했으며 약간 더 많은 무질서 상태가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하게도, 생물학적 과정은 온도를 낮춤으로써 질서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와 물질의 흐름을 유지함으로써 질서를 이룬다. 에너지는 화학 에너지(음식)의 형태로 시스템에 공급되며, 결국 질서 있는 상태(성장, 단백질 합성, 이동 등)을 초래한다. 혼돈 상태에서 우리는 “자기 조직화(self-organization)”를 위해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자기 조직화의 속성은 살아있는 시스템의 근본적인 특징이다. 그것은 팔과 다리 및 기타 기능적 부속 기관의 발달뿐만 아니라 진화에도 나타난다. 이와 같은 생물학적 질서란 화학 반응과 질량 및 열 전달의 결과로 우리를 꾸준하고 변하지 않는, 즉 가역적인 평형 상태에서 멀어지게 하며, 소위 궁극적인 평형(ultimate equilibrium)으로부터 멀리 떨어진(far-from-equlibrium)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일시적인 평형(transient equilibrium)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생물학적 시스템은 비가역적으로 조직화되어 있는데(그들은 성장하고 진화하는 것처럼 보임), 이는 자연 현상의 가장 놀랍고 흥미로운 측면 중 하나이다. 강력하게 상호 작용하는 많은 요소를 포함하는 복잡한 시스템(complex system)은 질서의 패턴을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다. 화학 반응의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 우리와 같은 다세포 생명체의 거시적 발달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사회 시스템에 대해서도 규제, 정보 및 통신과 같은 개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것은 실제로 일리야 프리고진(Ilya Prigogine)이 개척한 비가역 과정의 열역학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질서 있는 생물학적 또는 화학적 상태에서 또다른 질서 있는 상태로의 전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인 평형 상태로부터의 임계 거리(critical distance)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생명체 또는 사회는 궁극적인 평형 상태에서 점점 더 멀어짐에 따라 일시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었던 상태가 다시 불안정해지고 이에 따라 새로운 질서, 새로운 체제로 전환될 수 있다(또는 진화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전환은 초과 엔트로피(Excess Entropy, EE) 및 초과 엔트로피 생산(Excess Entropy Production, EEP)에 기반한 기준에 의해 상대적인 전환 가능성 등을 정량화할 수 있다. 전환은 일시적인 평형 상태에서 벗어나는 살아있는 시스템의 진화에 필수적인 측면이다. 결국 전환으로 인한 결정적인 변동이 발생하고 자연선택 등을 포함하는 진화 단계가 종료된 후 새로운 일시적인 평형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이러한 궁극적인 평형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일시적인 평형 상황에서 생명체의 엔트로피 생산은 비가역적인 내부 과정(이는 항상 증가하는 경향이 있음)과 주변 환경과의 엔트로피 교환(양수 또는 음수일 수 있음)에서 발생한다. 내부의 엔트로피를 압도할 정도의 주변 환경으로부터의 엔트로피 흐름으로 인한 우주 전체 엔트로피의 증가는 자기 조직화를 위한 근본적인 열역학적 전제 조건이다. 지속적으로 에너지와 물질을 교환하는 살아있는 시스템은 자기 조직화로 이어지는 불안정성을 가진다. 즉, 세포는 열린 시스템(open system)으로 에너지의 공급을 받을 때만 살 수 있으며, 세포는 대사 작용 등을 통해 항상성을 유지한다. 또한, 정보가 고유하게 정의된 확률의 척도이며 주어진 대안의 수 내에서 확실한 결과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예-아니오 결정이 필요한지에 대해 고려할 때, 정보는 복잡성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정보는 특정 초기 및 경계 조건에 따라 달라지며 정보 수신자의 두뇌가 정보를 일관된 인식 패턴으로 형성하게 한다는 점에서 자기 조직적이다. 이와 같이 정보의 자기 조직화 역시 우연적이고 역사적으로 고유한 것이다.
생물학와 열역학 사이에는 항상 강한 연관성이 있어 왔는데, 특히 생물학에서 에너지 균형의 타당성을 입증한 연구와 미생물 대사 연구에서 그러했다. 오늘날 우리는 생명체가 비가역적 열역학에 따라 진화한다는 것을, 그리고 엔트로피(무질서) 발생기라는 것을 알고 있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생명에는 소산(dissipation, 열 생산)이 수반되기 때문에, 생명의 화학은 돌이킬 수 없으며(우리는 결코 이전과 같을 수 없다!) 생명체의 엔트로피는 증가하게 된다. 즉, 소산된 열을 결정함으로써 이 엔트로피 증가를 측정할 수 있다. 우리가 소비하는 음식에 포함된 에너지의 분해로 인해 발생한다. 신진 대사 반응, 확산 작용, 삼투압, 전기적 및 기계적 노력은 소산 열 생산을 동반한다. 계산에 의하면, 인체 무게 1g은 태양 1g보다(즉, 등가 중량 기준으로) 10,000배 더 많은 열을 방출하며 달리는 사람은 큰 원양 어선과 같은 무게당 같은 양의 열을 방출한다고 하는데, 이는 생명 과정의 세기를 어느 정도 보여준다. 작은 초파리는 비행 중에 등가 중량 기준으로 계산할 때 최고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와 같은 열을 생성하고, 박테리아는 제트 비행기와 같은 등급이라고 한다.
살아있는 시스템은 열린 시스템으로서, 일시적인 평형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탱크에 물이 반쯤 채워져 있고 나가는 속도와 같은 속도로 물이 들어오도록 허용하면 탱크는 정지 상태에 도달한 것이며, 물이 들어오고 나가도 수위에는 변화가 없다. 반면에 탱크에 뜨거운 물을 가득 채우고 입구와 출구를 밀봉하고 에어컨이 설치된 고정된 온도의 방에 오랫동안 방치하면 결국 탱크가 과도한 열을 잃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평형 상태에 도달한 이후에는 탱크 온도의 더 이상의 변화를 관찰할 수 없으며 탱크가 주변 환경과 궁극적인 평형 상태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평형 상태에서 엔트로피 생산은 일정하고 최소화된다. 즉,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낮을 수 있다.
살아 있는 유기체는 질량과 에너지를 외부 환경과 교환하며 매일 조금씩 죽어가며 삶에서 죽음으로 전환된다. 즉, 노화로 인하여 엔트로피 생산율이 감소한다고 볼 수 있는데, 프리고진은 비가역적인 열역학의 원리를 생명체의 발달, 성장 및 노화 현상에 적용했다. 그는 생명체의 삶이 엔트로피 생산(또는 활력 또는 생활률)의 꾸준한 감소와 함께 최종적으로 궁극적인 평형 상태를 향해 지속적으로 접근하는 과정이라고 가정했다.
물고기는 전체 수명 동안 계속 성장하므로 성장과 노화를 구분하기 어렵지만, 포유류와 새는 수명의 처음 3분의 1 또는 절반 동안만 성장이 진행되기 때문에 이 점에서 더 흥미롭다. 인간의 성장은 대략 20~25세에 멈춘다. 이 나이 이후 기초 대사율(basal metabolic rate, BMR)이 10년마다 3~7%씩 감소하지만, 성장이 최고조일 때에는 최대 수준의 열 또는 엔트로피를 생산한다고 한다. 또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살아있는 시스템은 가능성이 낮은 상태에서 가능성이 높은 상태로 이동하며 가장 가능성이 높은 상태는 죽음이다라고 할 수 있다. 즉, 생명체는, 확률적으로 표현할 때, 태어나는 시점의 확률적 가능성이 낮은 상태에서 시작하여 확률적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낮아지다가 최소에 도달한 다음, 확률적 가능성이 증가하고 결국에는 최대에 도달하게 되어 죽음에 이르게 되는 이 과정은 정상적인 노화 연구뿐만 아니라 장기 및 조직의 재생, 상처 치유 및 악성 성장을 탐구할 때 가장 큰 관심사이다(참고로, 이 추론에 의하면, 우주 역시 마찬가지이다!).
생물학적 시스템에 대한 엔트로피 계산의 적절성 여부는 1938년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 회의에 제출되었을 때 많은 신랄한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합의에 도달할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살아있는 시스템이 생존하기 위해 환경과 물질 및 에너지를 교환해야 하는 열린 시스템이기 때문에 당시의 열역학 개념 등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프리고진 등은 고립된 시스템(isolated system)뿐만 아니라 열린(그리고 아마도 살아 있는) 시스템에도 적용되는 열역학 제2법칙의 확장된 형태를 발표했다. 그 후 프리고진은 열린 시스템의 엔트로피 생성을 두 부분으로 나누었는데, 바로 주변 환경과의 교환으로 인한 엔트로피 흐름(살아 있는 사람을 위한 음식 및 흡기 및 호기)과 비가역적(화학적, 대사적) 프로세스의 내부 엔트로피 생성이다. 내부 엔트로피 생성은 0이거나(우리가 아주 느린 속도로 살 수 있다면) 0보다 클 수 있지만(우리가 정상적으로 살며 돌이킬 수 없이 나이를 먹음), 외부 엔트로피 교환은 무엇이 들어오고 나가는지에 따라 어떤 부호도 가질 수 있다. 우리는 음식과 공기(에너지 및 물질)를 환경과 교환하고 지속적인 화학 합성을 통해 열린 상태에서 시스템을 유지하는데, 이 과정에 내부 엔트로피 생산과 그에 수반되는 효과인 열 발생에 기여하는 많은 비가역적인 과정(화학 반응)도 포함된다. 생명체의 최대 엔트로피(가장 높은 수준의 무질서) 상태는 아마도 노인성 사망(사고나 비정상적인 개입으로 인한 것이 아님)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생명체의 엔트로피 생산으로 평생동안 축적되는 엔트로피 양이 그 생명체에 대해 미리 결정되고 고정된 할당량에 가까워지면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기본 상태에 있는 인간의 경우 본질적으로 신체의 음식물 등에 대한 신진대사 작용에서 생산되는 모든 에너지는 열로 나타나고 신진대사와 관련된 엔트로피의 내부 생산 속도는 다른 엔트로피 흐름과 연결된 속도를 훨씬 능가한다. 이러한 점에서 내부 엔트로피 생산이 열로부터 계산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우리 몸의 화학 반응(체온으로 나눈 값)과 이와 같은 화학 반응을 통해서 생산되는 열은 BMR에서 추정할 수 있으며, 외부 엔트로피 교환은 우리가 들이쉬고 내쉬는 공기의 양과 구성에 대한 실험자료에서 얻을 수 있다. 따라서 그 합계가 우리의 엔트로피 생산 속도인 것이다. 참고로, 이러한 아이디어에 근거해서 우리는 일반적으로 남성의 예상 수명이 약 84세이며 여성의 경우 96세라고 추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