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 주기율표는 화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으며 가장 근본적인 분류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원소 주기율표는 아마도 전체 과학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분류 체계일 것이다. 생물학적 분류가 여전히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반면, 화학 원소의 분류는 주기율표의 결과로 훨씬 더 명확해졌으며, 오늘날 주기율표는 물질의 영역을 원자의 영역과 연결하는 역할을 하며 인류 역사에 가장 중요한 유물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주기율표는 보다 근본적인 두 가지 추상적인 개념, 즉 주기율과 주기율 체계를 물리적으로 표현한 것이지만, 여기서는 주기율표와 주기율 체계라는 용어를 다소 상호 교환적으로 사용한다.
다른 과학과 달리 화학만이 하나의 차트인 주기율표를 보유하고 있다. 주기율표는 새로운 유추와 관계가 계속해서 나타난다는 점에서 명시적 및 암시적으로 화학이라는 학문 전체를 구현한다. 주기율표의 근간이 되는 주기율은 화학 결합(chemical bonding)의 개념과 함께 화학의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이며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일반적으로 제시되는 주기율표의 형태 뿐만 아니라 화학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주기율표의 역사적 진화를 간략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화학적 주기성의 개념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즉, 원자량이 증가하는 순서대로 원소를 배열하면, 몇 가지 예외가 있긴 하지만,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규칙적인 간격을 두고 대략적인 화학적 유사성이 발생한다. 이 단순한 아이디어로부터 전자가 핵 주위의 껍질에 배열되는 방식과 같은 원자의 구조에 관한 많은 광범위한 발견이 뒤따르게 된다. 주기율표를 현대 물리 이론으로 추정하는 것에 대해 논의할 때 현대 물리학의 많은 발전을 직접적으로 이끈 주기율표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주기율표는 이론도, 모델도, 전통적인 의미의 자연법칙도 아니다. 그렇지만 주기율 체계는 막대한 양의 정보를 제공하고 성공적인 예측을 할 수 있다.
화학이 질적 과학(qualitative science)에 불과했던 시기부터 화학자들은 주화를 만들기 위한 금속인 구리, 은, 금 등의 유사한 원소들을 그룹화하기 시작했다. 정량 화학(quantitative science)의 시작은, 쉽게 특정할 수 없지만, 라부아지에(Lavoisier)와 리히터(Richter)의 화학양론적 연구(stoichiometric studies)를 포함하여 화학 결합 법칙과 가스 부피 결합의 게이-뤼삭 법칙 등을 통해서 조금씩 확립되어 간다. 그리고 돌턴(Dalton)의 원자량 도입은 다양한 원소를 정량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직접적인 수단을 제공했다. 예를 들어, 되베라이너(Döbereiner)는 리튬, 나트륨, 칼륨과 같은 세 가지 원소의 그룹의 다양한 형태를 발견했으며, 이 중 한 원소(즉, 나트륨)는 화학 반응성과 원자량 측면에서 중간임을 보고하게 된다. 즉, 이러한 발견들은 서로 다른 요소를 연결하는 근본적인 관계가 존재함을 암시하게 된다.
한편, 1860년 카를스루에(Karlsruhe)에서 열린 국제 회의는 당시의 화학 이론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 이 회의에서 카니짜로(Cannizzaro) 등에 의해 ‘원자’와 ‘분자’의 의미와 원자량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 졌는데, 이 논의로 도출된 정보를 통해 6명의 개인이 주기율표를 독립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으며, 주기율표와 관련된 마이어(Meyer)와 멘델레예프(Mendeleev)의 작업이 독일과 러시아에서 각각 이루어지게 된다.
그리고 멘델레예프는 당시로서는 가장 포괄적인 주기율표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당시까지 발견되지 않은 원소의 특성을 예측한 공로를 인정받게 된다. 즉, 멘델레예프가 예측한 원소들 중 세 가지는 이후 15년이라는 기간동안에 하나씩 검증되었다.
여기에 더해, 잘 알려진 바와 같이, 20세기 초 물리학의 여러 발견은 주기율표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않았지만 주기율표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발견에는 X-선, 방사능, 핵분열과 핵융합 등을 통한 원소 변환, 동위 원소, 원자 번호, 양자 역학 및 상대성이론 등이 포함된다. 특히, 반 덴 브룩(van den Broek)과 모즐리(Moseley)의 원자 번호 발견은 선구자들이 사용했던 원자량보다 더 자연스러운 정렬 원리를 제공했다. 즉, 원자 번호의 발견으로 원자량 순서로 배열했을 때 생기는 ‘짝 바뀜’ 문제(예를 들어 텔루륨과 요오드는 원자량이 증가하는 순서를 따르는 경우 화학 용어로 잘못된 순서로 발생한다.)가 해결되었다.
원자 구조와 관련된 20세기 초반의 과학적인 발전은 전자 구조 측면에서 주기율표에 대해 보다 나은 설명을 제공하게 되는데, 이러한 발전 중에서 양자 이론을 원자 구조에 최초로 적용한 보어(Bohr)의 원자 모델은 주기율표와 관련해서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참고로, 최초의 주기율표는 원소의 주기성을 반영하기 위해 8개의 열로 구성되었으며, 이 짧은 형식의 테이블은 20세기 초까지 존속했다. 원자량이 증가하는 순서대로 원소를 배열하면 원소 속성은 원소 철(Fe, 원자량 55)에 도달할 때까지 8개의 원소 후에 대략적으로 반복된다. 하지만, 이 이후의 원소들에서 이러한 주기성이 끊어지게 되는데, 이러한 주기성의 명백한 단절에 대처하기 위해 멘델레예프는 철, 코발트 및 니켈과 같은 세 가지 원소 세트를 각 후속 기간에서 제거하고 변칙 그룹(anomalous group)에 배치해야 했으며, 이를 변칙 그룹이라고 부르며 그룹 VIII로 표시했다. 이후, 주기율표 형태의 다음 주요 변화는 단지 3개가 아닌 10개의 원소 집합이 여덟 열 테이블의 주기율표 본체에서 제거되었을 때 발생했다. 전이 원소(transition elements)라는 용어의 의미는 원자가 외부 전자 껍질이 아닌 내부 전자 껍질을 채우는 과정에 있는 원소를 나타내도록 변경되었다. 그리고, 예측되지는 않았지만, 19세기 말에 오늘날 p-블록 원소에 속하는 새로운 그룹이 발견되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러한 원소는 헬륨, 네온, 아르곤, 크립톤, 크세논 및 라돈과 같은 비활성 기체였다. 또한, 1940년대에 새로운 인공 원소가 처음으로 만들어진 이후 주기율표의 전체 형태에 더 많은 변화가 있게 된다.
그런데, 주기율표의 ‘원소’라는 개념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과 물질의 본질에 대한 그들의 개념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지속적인 토론의 주제이다. 원소는 근본적으로 추상적인 실체 또는 물리적으로 구현된 실체로 간주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둘 다로 간주되어야 하는가? 주기율표의 발견자인 멘델레예프는 이 질문과 관련해서, 주기율표는 주로 원소의 추상적인 의미의 분류라고 주장했다. 또한 화합물에 존재할 때 원소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어떻게 원소가 그 화합물 속에서 지속되는지에 대한 오랜 논쟁이 있었다. 이에 대한 현대적 논의는 주로 1923년 IUPAC에서 채택한 화학 원소의 현대적 정의를 제안한 화학자 파네트(Paneth)의 논문을 기반으로 한다. 그런데, 파네트가 사용한 Grundstoff는 ‘기본 실체로서의 원소’이고 Einfacherstoff는 ‘단순 실체로서의 원소’였다. 이와 같은 용어의 사용과 그에 대한 해석은 현대 화학자들 사이에서 불일치의 원인이 되어 왔다.
한편, 현대 화학 철학에서 화학의 환원 문제(즉, 화학의 물리학으로의 환원, reductionism)에 대한 관심을 감안할 때, 주기율표는 그러한 연구에서 적어도 두 가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주기율표는 ‘화학 전체’보다 원소에 대한 물리학으로의 환원이라는 질문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제한된 영역을 제공한다. 둘째, 일부 과학자들은 주기율표가 물리학(특히, 양자역학)으로 완전히 환원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으며(예를 들어, 현대 주기율표의 구조는 두 원소의 첫 번째 짧은 주기를 제외하고 연속적인 주기의 길이가 반복되는 구조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전자가 채워지는 마델룽 에너지 순위 결정 규칙(Madelung rule) 또는 n + ℓ 규칙으로 요약되는 이 구조가 아직 양자역학에서 추론되지 않았다는 주장했다), 또다른 이들은 이러한 반환원론적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고 물리학이 주기율표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후자의 입장에서는, 주기율표가 화학을 원자물리학으로 환원하려는 가장 상세한 시도 중 하나가 수행된 무대 역할을 해왔다고 볼 수 있는데, 참고로 1985년에 네덜란드의 과학철학자들은 주기율표의 ‘형식화’라는 개념을 개발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화학을 원자 물리학으로 환원하는 것을 논의한 바 있다.
그리고, 리얼리즘(realism)과 반리얼리즘(도구주의, instrumentalism) 사이의 끊임없는 논쟁은 주기율 체계의 맥락에서도 논의되었다. 예를 들어 일부 현실주의자는 원소를 자연 종류(natural kind)로 간주하고 테이블의 특정 그룹에 있는 요소가 자연 종류를 구성할 수 있다고 간주한다. 주기율표에 대한 현실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일부 화학자들이 종종 주장하는 것처럼 그러한 분류가 관습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의 객관적인 문제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되어 왔는데, 이러한 논의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주기율표의 최적 형태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과 강력하게 관련되어 있다. 역사적 사실로서 천 개 이상의 주기율표가 인쇄 매체로만 발행되었으며 전자 매체를 통해 더 많이 발행되었는데, 아마도 이러한 변화에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최적의 형태가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는 직관때문인 것으로 생각되는데, 일부 화학자들은 주기율표가 원소에 대한 어떤 형태의 ‘진실’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인 가치라는 측면에서 그 중요성을 가진다는 도구주의적 측면에서 이러한 노력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비판적이다. 화학자와 화학 교육자 사이의 이러한 논쟁은 최근 주기성의 표현에 대한 보다 철학적인 고려에 의해 풍부해지고 있다.
주기율표의 대안적 형태에 대한 보다 진지한 제안 중에는 원래의 짧은 형식의 표에 구현된 소위 2차 주기성을 강조하는 피라미드형 테이블이 있다. 또한 자넷(Janet)의 1929년 제안은 기존 형태보다 주기율표에 대한 양자역학적 이해를 더 많이 반영한다고 하여 많은 논의의 대상이 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지난 60여 년 동안 새로운 원소의 합성, 특히 원자 번호가 103을 넘는 원소의 합성은 원소 주기율에 관한 몇 가지 새로운 철학적 질문을 제기했다. 이러한 중원소(heavy elements) 중에는 주기적인 법칙이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극소량의 러더포듐(rutherfordium, 원자번호 104)과 더브늄(dubnium, 원자번호 105)에 대한 화학적 실험은 주기율표의 주기성에 기초하여 예상되는 특성과 상당한 특성 차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시보쥼(seaborgium, 원자번호 106)과 보륨(bohrium, 원자번호 107)을 사용한 유사한 화학적 실험은 이들 원소가 주기율표의 주기성에 기초하여 예상되는 화학적 거동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주기율이 다시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