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법칙”에 관해서 논하기 전에, 실험실이나 물질 세계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변화)과정과 그러한 과정에 대한 설명을 엄격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언급해야 한다. 이는 화학 현상과 화학 현상에 대한 설명 사이의 구분이 항상 엄격하게 지켜지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며, 화학 현상에 대한 특정한 설명에 ‘법’이라는 영예가 일반적으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자연 현상 자체가 법칙인 것처럼 표현하기도 하지만, 이 글에서는 화학 현상에 대한 설명만이 법칙이 될 수 있다고 전제한다. 이는 화학 관점에서의 자연 현상은 은유적 내지 개괄적 의미 외에는 화학 책에서 발견되는 법칙 내지는 그에 관한 진술에 대해서 ‘복종’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화학에서 명시적으로 ‘법칙’이라고 부르는 일반적인 진술은 거의 없다. 물리학에서 차용하지 않은 “법칙”들은 대부분 19세기 초에 살아남은 것들이다. 그런데 화학적 담론은 일반적인 성격의 설명 내지는 진술이 풍부하다. 그 대표적인 예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학 반응식, 화학적으로 인식되는 물질의 (추정) 구조에 대한 상징적 설명, 물질이 한 종류에서 다른 종류로 변형되는 과정에 관한 진술일 것이다.

 

화학 법칙을 이해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화학 수업의 교재로 사용되는 책들에 법칙이라고 하는 명제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음은 지난 250년 간 출판물에서 발췌한 것인데, 이러한 예들을 살펴봄으로써 ‘화학 법칙’이라고 불려온 명제에 공통적인 특징이 있음을 알 수 있고, 이러한 분석은 화학 반응식과 화학 법칙을 구별하기 위한 몇 가지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은 지난 250년 간 출판물에서 명시적으로 화학 법칙으로 제시된 명제의 몇 가지 예들이다.

 

돌턴(Dalton)은 기체의 물리학과 화학 사이의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하고 있는 분압 법칙(Law of Partial Pressure)을 제안했다. 그는 분압 법칙에 관해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두 개 이상의 기체가 평형을 이룰 때, 용기나 액체의 표면에 대한 각 기체의 탄성 에너지는 전체 공간을 차지하는 유일한 기체이고 나머지는 모두 빠져나간 것과 정확히 같다.” 돌턴은 분압 법칙이 물질의 원자성 뿐만 아니라 각 화학 물질의 개별 원자의 균일성을 반영한다고 생각했다. ‘혼합물을 구성하는 각 요소가 그 물질로만 구성되어 있을 경우 가하게 되는 압력과 동일한 압력을 가한다’는 것은 분명히 물리 법칙이다. ‘압력’과 같은 비화학적 개념을 이용해서 분압 법칙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스의 화학, 즉 기체 상태에서 발생하는 물질의 변형에 대한 이해에 대한 적용의 측면 역시 매우 분명하다. 즉, 분압 법칙에서, ‘분자’와 ‘원자’는 물리적 법칙과 물질의 변형에 관한 법칙인 화학의 법칙 모두에서 의미를 가지는 의미론적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797년에 프루스트(Proust)는 확정 비율의 법칙(Law of Definite Proportions)을 발표했다. “특정한 화합물은 어떠한 조건에서 형성되든지 동일한 비율로 동일한 요소를 포함한다”는 내용으로, 화학 법칙이다. 왜냐하면 화합물에서 원소의 비례는 화학 반응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돌턴이 1805년에 질량 보존 법칙(Law of Conservation of Mass)을 제안했는데, 보존된 질량은 화학적으로 구별할 수 있는 물질의 질량이므로 이것 역시 화학 법칙이다. 그런데, 여기서 잘 알려진 원칙인 ‘산 + 염기는 소금 + 물과 같다’에 대해서 잠깐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50년 간 어떤 출판물에서도 이를 법칙으로 제안하지 않았는데, 이는 어떤 직관을 반영한 것일까? ‘산 + 염기는 소금 + 물과 같다’는 진술에 있어서 개념은 화학적이며, 그 범위는 일반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진술은 법칙으로 제안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화학적 담론에서 ‘법칙’의 사용을 지배할 수 있는 원리 내지는 공통점을 찾기 위해 몇 가지 예를 더 살펴본다. 아보가드로(Avogadro)는 때로 법칙이라고도 하고 때로 가설이라고도 하는 명제를 제안했는데, “모든 기체의 통합 분자 수는 부피가 같을 때 항상 동일하다”와 같이 표현된다. 그런데, 거의 비슷한 시기에 베르톨레(Berthollet)가 “화학 반응의 속도가 반응물질의 농도나 활동도에 비례한다” 그리고 “A와 화합물 BC와 반응할 때, 새롭게 생성되는 AC는 결코 [완전히] 일어날 수 없지만, C는 각각의 친화력과 양에 비례하여, 또는 그들의 질량비에 따라서 A와 B 사이에 나뉘어지게 된다”는 내용의 질량 작용의 법칙(Law of Mass Action)을 제안했다. 이 법칙에 관련된 개념은 물질의 변형과 밀접하게 관련된 개체 및 그 과정을 참조한다는 점에서 확실히 화학적이다. 그러나 그 시대에 출판된 저작물에서 실제 화학 반응을 설명하는 대부분의 명제는 화학 법칙이라고 불리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무기 화학의 내용을 포함한 화학 교과서에서 원소에 따라 배열된 알려진 화학 반응을 나타내는 화학 반응식에 대한 어느 것도 화학 법칙으로 인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화학 교과서와 논문에서 법칙으로 인정되는 내용 또는 진술과 관련해서, 현대 화학 문헌을 보면 일반적으로 화학적 변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직접 적용되는 물리적 변화 과정이나 현상에 대한 설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단색광의 투과율과 관련된 비어의 법칙(Beer’s Law)는 분광학에서 유용하다. 한편, “두 개의 전자가 동일한 양자수를 가질 수 없다”는 파울리 배제 원칙(Pauli Exclusion Principle)은, 양자역학을 응용하여 화학 결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화학 교과서와 논문에서 ‘파울리의 법칙’으로 언급된 적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화학에 가장 가깝지만 여전히 물리학의 개념에 의존하는 예로 헤스의 법칙(Hess’s Law)가 있다. 이 법칙은 반응 과정에서 생성 엔탈피와 관련하여 엔탈피 변화 사이의 관계를 표현하는데, 여기서 엔탈피는 열 에너지의 양이다. 화학적 변화 과정과 관련이 있지만 열 흡수 또는 방출은 일반적으로 화학적 변화 과정으로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화학 법칙과 함께 생각해 봐야할 것은 ‘화학 규칙(Chemical Rule)’이다. “다전자 원자 또는 이온의 전자 배치에 있어서 기저 상태의 경우 가장 큰 스핀 다중도(spin multiplicity)를 갖는다. 그리고 이 스핀 다중도를 가진 여러 개가 있는 경우 이러한 기저 상태의 기저 전자 배치는 가장 높은 궤도 각운동량(orbital angular momentum)을 갖는다”라는 Hund의 규칙(Hund’s Rule)이 대표적인 예인데, 이 규칙 역시, 엄격한 의미에서, 화학적 변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물리학인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예들을 통해서, 화학 법칙과 화학 반응식을 법칙으로 또는 법칙과는 다른 것으로 구별하는 적어도 두 가지의 기준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 하나로, 위에 인용된 화학 법칙들은 화학적으로 관련된 모든 물질에 대해 유효하다고 생각되는 관계를 설명한다고 할 수 있다. 베르톨레의 질량 작용의 법칙을 화학 물질에 대한 화학 반응식에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직관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화학자들은 ‘법칙’과 비교했을 때 ‘규칙’의 경우에는 그 규칙이 기술하고 있는 규칙성이 ‘대부분’에만 좋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법칙과 마찬가지로, ‘원칙(Principles)’은, 아마도 어떤 화학 반응에 대한 준비를 수행하는 방법이라기보다는 어떤 종류의 화학 반응 현상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다소 높은 지위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베르톨레의 질량 작용의 법칙과 같은 법칙들의 역할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으며, 화학 반응 과정에 있는 모든 화학 물질을 일반화할 수 있고 또 거의 모든 화학적 의미 또는 맥락이라는 측면에서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화학의 규칙적인 현상에 대해 화학 법칙과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화학 반응식은 어떨까? 앞에서 살펴봤던 많은 화학 법칙의 예들처럼 동일한 서술 원리를 가지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보일의 법칙(Boyle’s Law), 뉴턴의 운동법칙(Newton’s Law of Motion), 옴의 법칙(Ohm’s Law) 등과 같이 소위 ‘자연 법칙(Natural Law)’이라고 불리는 법칙의 서술 원리를 간단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연 법칙 서술 원리의 논리에는 두 가지 주요 특징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특정 현상 영역의 모든 경우를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자연 법칙의 보편적인 범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외가 발생하면 자연 법칙과 관련된 영역을 재구성하여 자연 법칙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 사용되어 왔는데, 자연 법칙의 서술은 암묵적으로 ‘ceteris paribus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조건과 결합된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 자연 법칙의 서술 원리는 필요성을 표현해야 한다. 이 특징을 ‘자연 법칙의 양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 법칙의 보편성 측면에서, 자연 법칙의 서술 원리는 특정 물질, 예를 들어 물의 모든 경우의 성질을 포괄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그리고 자연 법칙의 서술 원리는 특정 종류의 모든 물질, 예를 들어 모든 액체의 거동을 포괄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또한 그것은 원소든 화합물이든 모든 액체, 고체 및 기체와 같은 일반적인 의미의 모든 물질의 거동을 포괄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보편성 내지는 일반성의 수준 중 마지막 수준을 사용하는 데는 시간 제한이 존재한다. 즉, 원자와 분자가 존재하지 않는, 따라서 화학 반응의 과정이 있을 수 없는 빅뱅(Big Bang)에 너무 가까운 시간의 경우에는 이러한 자연 법칙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화학 법칙의 적용을 우주의 최종 상태에 너무 가깝지 않은 시간으로 제한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경우에는 원자와 분자가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시공간 확장이 특정 임계값을 넘게 되어 상호 작용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요성으로서의 자연 법칙의 양상과 관련해서는, 자연 법칙의 서술 원리가 명확하게 부정될 수 없다는 직관이라는 측면에서 유용하게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직관은 자연 법칙의 서술 원리의 기능이 무엇인지에 대한 두 가지 매우 다른 종류의 믿음이나 가정을 반영할 수 있다. 법칙을 고수하는 사람들은 경험적 사실의 문제로서 자연 법칙이 다루는 규칙성을 설명하는 안정적인 자연적 메커니즘이 있다고 믿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일부 보편적인 진술은 그 기능이 사물이 있어야 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법칙의 서술 원리에서 표현되는 의미를 수정하는 또는 정의하는 원리로 제안되기도 한다. 그 예로, 물체에 작용하는 힘은 질량과 가속도의 곱이라는 뉴턴의 제2법칙은 때때로 가속도를 생성하는 것으로서의 ‘힘’의 정의로 취급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화학식, 그리고 화학 반응식의 의미에 관한 몇 가지 추가 내용:

 

  • 화학식에서 화합물이 구성 요소의 관찰 가능한 특성을 나타내지 않으며, 화합물은 일반적으로 창발적 특성을 가진다. C12H22O11은 달콤하지만 탄소, 수소, 산소는 달콤하지 않다. 이와 관련해서, 이어리(Earley)는 “바다에는 소금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 화학 반응식 표기법의 의미와 관련하여 화학 반응식과 물리 법칙 사이에는 추가 구분이 있다. 물리학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와 ‘=’와 화학에서 사용되는 똑같은 기호 형태가 전혀 다른 것을 의미한다. 화학 반응식에서 ‘+’는 ‘반응’과 같은 것을 의미하고 ‘=’는 ~을 일으키다’ 또는 ‘~와 결합하다’라는 뜻이다. 화학 반응식에서 ‘빛’과 ‘열’은 ‘수소’, ‘황’과 같은 화학 원소로 취급되지 않는다.
  • 일반적으로 화학 반응식에는 너무 많은 ceteris paribus 조건이 첨부되어 있고 더 많이 첨부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많다. 그리고 대부분의 화학 반응식은 물질의 변환이 100% 진행되는 이상적인 형태의 반응을 설명한다. 무기 화학에서 이것은 대부분의 경우 공정한 근사치이지만 유기 화학에서 60%의 수율은 종종 만족스러운 것으로 간주된다. 실제 생산을 위해서는 원하는 수율을 얻기 위해 추가적인 실험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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