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인류는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왔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이러스 수는 대략 5000여 개 정도다. 역사 속 대표적 바이러스 질환을 꼽으라면 ‘천연두’일 것이다. 고대 이집트 미라에도 자국이 남아 있을 만큼 오래된 질병이다. 치사율이 30%에 가깝다. 천연두만큼 인류 역사에 큰 자국을 남긴 바이러스가 없다는 게 학계 중론이다. 1978년 WHO(세계보건기구)는 “더 이상 지구에 천연두 바이러스가 없다”고 공언했다. 인류가 바이러스와 싸워 최초로 승리를 거뒀던 기록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14세기 들어 유럽과 아시아를 덮친 페스트는 약 2억 명을 죽음으로 몰았다. 이어 1918년 창궐한 독감 바이러스(인플루엔자)는 세계 1차대전 때 맹위를 떨쳤다. 총칼로 사망한 군인보다 스페인 독감에 걸려 죽은 군인이 더 많다는 보고가 있다. 그 수가 최대 5000만 명으로 추정된다. 바이러스의 위협은 1982년 처음 보고된 에이즈(HIV)때 절정을 이른다. 지금은 좋은 약이 많이 개발돼 걸린다고 해서 사망에 이르지는 않지만 한동안 공포의 대상이었다.
현대 들어 신·변종 바이러스 계속 창궐하는 이유는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H1N1),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지카 바이러스, 신종 코로나(우한 폐렴) 등 21세기는 신·변종 감염병이 더 극성을 이룬다.
현대에 들어와 이런 신·변종 바이러스가 더 많이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온난화와 자연 개발로 야생동물과 사람이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는 점을 주요 이유로 든다. 그러다 보니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바이러스가 사람으로 넘어오는 일이 빈번해졌다. 실제로 신종 감염병 대부분 박쥐 등 동물들로부터 유래된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게다가 옛날에는 야생물의 바이러스가 우연히 사람에게 들어와도 그 사람이 전 세계를 여행하지 않기 때문에 퍼질 일이 없었다. 과거에는 일부 지역에서만 발생하던 토착 질병이었다. 하지만 교통 수단 발달과 국제 교역이 증가하면서 쉽게 퍼질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이동 과정에서 병원균이 변형돼 독성이 더 강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게다가 최근 미세먼지가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와 경각심을 일으킨다. 보고서는 미세먼지가 병원균을 군집화시키는 핵심적 역할을 해 일반 병원균 보다 더 내성이 강한 균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바이러스의 심각성 어떻게 따지나
바이러스 질환의 심각성은 얼마나 전염을 잘 일으키나, 얼마나 사망률이 높나 정도로 따져볼 수 있다
사스와 메르스는 호흡기로 전파돼 폐렴을 일으킨다. 에볼라는 손상된 피부를 통해 바이러스가 침투해 혈관을 타고 퍼져 출혈을 일으키면서 사망하게 된다. 지카 바이러스는 모기가 매개체다. 지카 바이러스는 감염자 80% 정도가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 않아 심각성을 더한다. 지카는 발진을 일으키고 태아에겐 소두증을 일으킨다. 사망률만 보면 사스는 약 10%, 메르스는 대략 30%로 보고됐다. 에볼라는 감염자의 절반이 사망에 이른다.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도착한 중국 지난발 비행기에서 물안경을 쓴 중국인 어린이가 들어오고 있다.
에이즈 발병 40여년 흘렀어도 백신 없는 이유
백신은 인류가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무기다. 에드워드 제너가 소의 젖을 짜는 소녀들은 천연두에 잘 안 걸린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이 최초의 백신이다. 천연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친척 바이러스인 우두 바이러스를 이용해 접종하면 천연두에 안 걸리거나 약하게 걸렸다. 현대적 백신은 루이 파스퇴르가 시작했다. 광견병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만든 게 19세기였다. 한때 우리나라에선 B형 감염이 가장 큰 문제였다. 1982년도에 10~15% 사람들이 B형 간염에 걸릴 정도였다. 치료제도 없었기 때문에 간암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같은 경우에는 아직 백신을 개발하지 못했다. 항원이 너무 자주 바뀌면 백신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HIV는 하루가 다르게 변이를 일으킨다. 그렇기에 백신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 옛 코로나 바이러스도 아직 백신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 같은 이유에서다.
백신은 개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아울러 무엇보다 ‘집단 면역’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 이는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장벽이 돼 전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가장 확실한 대처법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최근 인수공통감염병이 늘고 있는 만큼 ‘원 헬스’(One Health)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원 헬스는 사람, 동물, 생태계 사이의 연계를 통해 모두에게 최적의 건강을 제공하기 위한 다학제 접근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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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20년 1월 21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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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진화의 끝은 어디인가
질병관리본부는 중국 우한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 국적 여성이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우한발 비행기 입국자들의 발열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제공
“말이 씨가 된다” “입방정 좀 떨지 마라”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예상을 할 때 어른들한테 듣는 말이다. 그런데 중국의 두 과학자가 지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리뷰 미생물학’ 3월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말이 씨가 되는 언급’을 했다. 바로 위의 인용구다. 이 발언이 있고 9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소위 ‘우한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했다.
그렇다고 논문의 언급을 ‘입방정’이라고 하는 건 억지라고 생각할 독자들도 있겠지만 두 과학자의 소속이 바로 중국과학원 산하 ‘우한 바이러스학연구소’라면 어떨까. 우한 바이러스학연구소는 2002~2003년 사스 사태 이후 코로나바이러스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곳이다. 그 넓은 중국 땅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자신을 박멸시킬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우한을 정면 공격했다는 건 물론 우연이겠지만 거의 로또 1등 당첨 수준 아닐까.
이런 말장난으로 글을 시작했지만 사실 우한폐렴 사태는 꽤 심각해 보인다. 중국 당국의 고질적인 ‘정보 폐쇄’ 정책으로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지난 주말부터 폭발적으로 환자가 늘고 있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외국에서도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사실상 ‘제2의 사스’ 사태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한폐렴을 일으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게 별로 없다. 환자 다섯 명의 분비물에서 얻은 바이러스의 게놈을 해독한 결과 기존에 알려진 6종 가운데 사스코로나바이러스와 가장 가깝다는 것 정도다. 사스와 메르스에 이어 세 번째로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등장한 것을 계기로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과 진화를 들여다보자.
코로나바이러스의 계보로 알파, 베타, 감마, 베타 4가지 속으로 나뉘고 알파는 1a와 1b, 베타는 2a, 2b, 2c, 2d형으로 세분된다. 우한폐렴을 일으키는 신종이 발견되면서 사람에 감염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7종이 됐다. 저병원성은 노란색 밑줄로 고병원성은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네이처 리뷰 미생물학’ 제공
1967년 영국 솔즈베리 소재 감기연구소는 환자들의 비강 분비물을 얻어 원인 바이러스를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흔히 감기바이러스라고 불리는 리노바이러스가 아닌 새로운 바이러스의 존재가 드러났다. 바이러스 입자 표면에 튀어나온 단백질들의 모습이 마치 왕관처럼 보인다고 해서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때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는 두 종으로, 각각 OC43과 229E로 불린다. 그 뒤 가축에 감염해 꽤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도 여럿 발견됐지만 35년 동안 인간 코로나바이러스는 위의 두 종이 전부였다. 전체 감기의 10~15%가 이들 코로나바이러스가 병원체일 정도로 전염성이 높지만 저병원성이므로 이들에 관심을 보이는 바이러스학자는 거의 없었다. 필자도 3주 전 감기에 걸려 보름 정도 약간의 불편함을 겪었는데(주로 코를 푸느라) 어쩌면 코로나바이러스가 병원체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2002~2003년 중국에서 심각한 호흡기질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해 여러 나라로 퍼지며 80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해 800여 명이 사망하는 사태가 일어나면서 병원체인 코로나바이러스가 무대의 전면에 등장했다.
이를 계기로 바이러스학자들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주목하면서 2004년과 2005년 연달아 두 종이 새로 발견됐다. 네덜란드에서 기관지염을 앓고 있는 생후 7개월된 아기의 분비물에서 분리한 NL63과 홍콩의 노인 폐렴환자의 분비물에서 확인한 HKU1이다. 이 두 종은 그다지 위협적인 병원체는 아니다.
그런데 2012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발생하면서 고병원성 코로나바이러스가 다시 주목을 받았다. 2015년 우리나라에도 상륙해 186명의 환자가 발생해 38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지난해 말 역시 고병원성으로 보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여태까지 잠잠하게 있던 코로나바이러스가 왜 2000년대 들어 갑자기 사람들을 향해 비수를 들이대는 걸까.
사람에 감염하는 코로나바이러스 6종과 각각의 자연숙주와 중간숙주를 나타낸 그림이다. 4종은 박쥐가 자연숙주이고 2종은 설치류가 자연숙주이다. 맨 아래는 2016~17년 중국 광동성에서 발생해 치사율 90%를 보인 돼지급성설사증후군을 일으킨 알파코로나바이러스로 아직 사람은 감염시킬 수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장담할 수 없다. ‘네이처 리뷰 미생물학’ 제공
사스 사태 이후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많은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먼저 코로나바이러스의 계보를 살펴보자. 코로나바이러스의 게놈은 DNA이중가닥이 아니라 약 3만 염기 길이의 RNA단일가닥으로 이뤄져 있다.
많은 동물의 시료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찾았고 이들의 게놈서열을 비교한 결과 네 속(屬)으로 분류했다. 알파코로나바이러스, 베타코로나바이러스, 감마코로나바이러스, 델타코로나바이러스다. 알파는 다시 1a형과 1b형으로 나뉘고 베타는 2a, 2b, 2c, 2d형으로 나뉜다.
사람에 감염하는 7종 가운데 2종(229E와 NL63)은 알파 1b형이고 나머지 5종은 베타로 이 가운데 2a가 2종(OC43과 HKU1)이고 2b가 2종(사스코로나바이러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c가 1종(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이다.
다양한 야생 동물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여부을 조사한 결과 알파와 베타는 박쥐가 자연 숙주이고 감마와 델타는 주로 조류가 숙주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람이 감염되는 알파와 베타는 결국 박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말이다.
흥미롭게도 2000년대 들어 발생한 고병원성 코로나바이러스뿐 아니라 감기를 일으키는 저병원성 바이러스조차도 사람에 감염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예를 들어 OC43의 경우 소에 감염하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게놈서열이 꽤 비슷한 것으로 밝혀졌고 이를 토대로 추측한 결과 1890년 무렵에 둘이 공통조상에서 갈라진 것으로 나왔다. 사람이 OC43에 감염돼 감기에 걸리기 시작한 게 100여 년 전이라는 말이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도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와 공통조상에서 갈라진 게 1986년 무렵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 사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사향고양이를 거쳐 2002년 사람으로 건너온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5개 시료에서 얻은 게놈을 분석한 결과 이와 비슷한 서열을 지닌 박쥐 코로나바이러스가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간 매개체가 어떤 동물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박쥐가 출발점이라는 말이다. 어쩌면 박쥐에서 직접 감염됐을 수도 있다.
우한폐렴 환자 5명의 분비물에서 얻은 바이러스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오른쪽 아래 빨간점 5개) 사스코로나바이러스와 친척인 신종으로 밝혀졌다. 한편 박쥐에서 얻은 코로나바이러스의 게놈 데이터베이스를 확인한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매우 가까운 2종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직 중간숙주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박쥐에서 직접 옮겨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Nextstrain 제공
리뷰 논문은 사스와 메르스를 일으킨 고병원성 코로나바이러스를 주로 다루고 있다. 이들이 어떻게 사람에 감염하는 능력을 획득했고 고병원성을 유발하게 진화했는가를 단백질의 구조 및 기능 변화 차원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좀 섬뜩하다.
예를 들어 베타 2b형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는 인체 세포 표면의 ACE2 단백질을 인식해 달라붙어 세포 안으로 침투하는 반면 베타 2c형인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는 인체 세포 표면의 DDP4 단백질을 인식해 달라붙어 세포 안으로 침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다양한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베타 2b형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ACE2 단백질을 인식할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인체 감염성이 크게 늘어난 것은 바이러스 S단백질에서 이를 인식하는 부분의 돌연변이가 일어나 결합력이 높아진 결과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된다. 만일 고병원성 코로나바이러스가 감기를 일으키는 저병원성 코로나바이러스 수준의 감염성을 갖게 진화한다면 독감 판데믹을 넘어서는 지구촌 차원의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우한폐렴이 사스나 메르스 수준으로 사태가 봉합된다고 해도 인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세계 곳곳, 특히 중국 남부에 서식하는 박쥐의 몸 안에 몇 군데만 변이를 일으키면 언제든지 사람에 감염할 수 있는 ‘준비된’ 고병원성 코로나바이러스가 득실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박쥐를 멸종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병원체 개념을 몰랐던 시절 사람들은 감기와는 증상이 꽤 다른 호흡기질환에 인플루엔자 또는 독감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1930년대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병원체는 자연스럽게 인플루엔자(독감)바이러스라는 이름을 얻었다.
반면 생김새로 이름을 얻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심각한 호흡기질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사태가 날 때마다 사스니 메르스니 우한폐렴이니 병명이 하나씩 더해지고 있다. 앞으로도 수년 주기로 이런 일이 반복될 텐데 매번 새로운 병명을 짓는 것도 번거롭고 사람들도 헷갈리지 않을까. 코로나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중증 호흡기질환에 ‘코로나’란 이름을 붙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을 인식해 달라붙어야 세포 안으로 침투할 수 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 세포 표면의 ACE2 단백질(위 녹색)과 결합할 수 있게 진화했고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 세포 표면의 DPP4 단백질(아래 녹색)을 인식할 수 있게 진화했다. 수백만 년 전부터 박쥐 몸 안에 살며 끊임없는 돌연변이와 수많은 재조합 실험을 거듭한 끝에 코로나바이러스는 100여 년 전부터 사람에 침투할 수 있는 비법을 터득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공격은 이제 시작이라는 말이다. ‘네이처 리뷰 미생물학’ 제공
아래는 2022년 9월 22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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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팬데믹 주인공도 ‘변신의 귀재’ RNA 바이러스다
(14) 원숭이두창과 코로나19의 유전자
단일가닥 RNA 바이러스 유전적 다양성
DNA 바이러스보다 최고 100만배 많아
그만큼 환경 변화에 적응 능력 뛰어나
원숭이두창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사진. 펜실베이니아대 제공
코로나19는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었고 세계화의 바퀴를 거꾸로 돌릴 만큼 엄청난 파괴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년 반 동안 쏟아져 나온 엄청난 데이터와 숫자 뒤에는 이런 희생이 놓여있다. 이 희생과 대가를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하고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팬데믹이 마지막일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분석은 철저하게 객관적이고 과학적이어야 향후 신종 바이러스 대응 전략의 기초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바이러스를 전공하는 입장에서 보면, 코로나19는 세계적인 규모로 변이 진행 과정이 제대로 추적된 최초의 팬데믹이다. 물론 이전에도 대유행은 있었지만, 바이러스 유전자의 빠른 분석이 가능한 PCR과 서열분석 기술이 제대로 준비된 것은 21세기 이후였기 때문이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오미크론 그리고 수많은 하부 변이. 이미 우리가 경험한 대로 코로나19 변이는 신출귀몰했다.
그 이유는 첫째 RNA 유전자, 둘째 복제시 재조합 발생기전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니 간단히 코로나 유전자는 변이에 더욱 최적화 되어 있는 상태라는 정도로 기억해두고, RNA 유전자라는 점에 집중하자. 이전 칼럼에서 DNA 유전자를 가진 원숭이두창은 변이 발생이 드물다고 하였다. 이번 시간에는 코로나19의 RNA 유전자와 비교하면서 그 이유를 알아볼 것이다. 이를 이해하면 앞으로 팬데믹의 주인공 역시 RNA 바이러스 중에서 하나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생물인 바이러스 입자가 숙주세포 내로 들어가면 자신과 동일한 자식 바이러스 입자를 대량으로 복제해 낸다. 이것은 바이러스 입자 속에 자신을 복제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정보가 들어있다는 의미이고, 당연히 이 정보들은 유전자에 기록되어 있다. 유전자 이외의 구성 성분들은 숙주 세포로 이 유전자를 배달하기 위한 포장지에 불과하다. 실제 실험실에서 바이러스 유전자만 인공적으로 합성해서 숙주세포에 강제로 주입하면 완전한 바이러스 입자가 튀어나온다. 이런 이유로 바이러스는 곧 유전자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유전자라고 하면 DNA만 떠올리기 쉽지만 이는 최소 생명 단위인 세포에서만 통하는 진실이다. 무생물과 생물의 경계에 놓여있는 바이러스들은 다양한 형태의 DNA와 RNA를 유전자로 가지고 있다 (그림1). 구체적으로 보면 DNA 바이러스가 두 가지 (1, 2번), RNA 바이러스가 세 가지 (3, 4, 5번), 역전사 바이러스가 두 가지 (6, 7번)가 있다. 이렇게 각종 바이러스는 7개의 유전자 종류로 크게 분류가 된다.
그림1. 유전자에 따른 바이러스 분류. 출처: 바이러스의 시간
이 분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4번 양성 단일가닥 RNA 바이러스에 속하고 원숭이 두창 바이러스는 1번 이중가닥 DNA바이러스에 속한다. 그림에서 이 둘은 점선으로 둘려 있는데, 이 점선은 세포를 지배하는 생명의 중심 원리를 표시한 것이다. 생명의 중심 원리는 DNA와 RNA에 담긴 생명정보가 단백질로 만들어진다는 대원칙이다. 이것은 생명정보의 일방통행을 뜻하며, 반대 방향인 단백질에서 유전자로는 생명정보가 흘러가지 않는다는 의미다.
무생물 입자 상태에서 바이러스의 유전자 종류가 아무리 다양해도 숙주세포 안에서만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바이러스라도 생명의 중심 원리에 구속된다. 즉 모든 바이러스는 복제를 위해 자기 단백질을 만들려면, 양성 단일가닥 RNA 형태(세포에서는 mRNA(메신저RNA))의 유전자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래야 자기 단백질을 만들어 최종 바이러스가 만들어진다. 여기가 모든 바이러스 증식의 병목 지점이다.
그림에는 다양한 유전자들이 mRNA 형태로 변환되는 과정이 표시되어 있는데, 이 병목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들은 다양한 증식 전략을 가지게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양성가닥 RNA 유전자를 가져 세포의 mRNA와 동일한 형태를 지닌다. 즉 세포 내로 들어가자마자 바로 자기 단백질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병목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셈이다. 반면 DNA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원숭이 두창 바이러스는 전사라는 과정을 거쳐 mRNA 형태를 만든 다음 단백질을 만든다. 한 단계가 더 필요한 것이다. 그림 5번 음성가닥 RNA 역시 양성가닥으로 전환되는 추가적인 과정을 거쳐야 mRNA 형태가 된다. 6번 역전사 바이러스의 경우는 RNA 유전자가 DNA로 변환된 후 mRNA 형태로 만들어지는 두 단계를 거치게 된다.
단백질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유전자 변환 과정은 각 바이러스의 사람 사이의 전파 특성과도 연결된다. 대부분 RNA 바이러스는 빠른 증식과 전파를 이용해 자기 유전자를 퍼트린다. 코로나19 같은 급성 감염 바이러스에 흔한 전파 특성이다. 반면 DNA 유전자를 가진 경우나 중간에 DNA를 생성해야 하는 경우처럼 mRNA형태를 만들기 위해 추가적인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경우는 아급성 내지 만성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바이러스들은 증식 속도가 느린 대신 면역을 회피하기 위해 세포의 신호 전달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빠르게 증식하는 경우는 면역의 개입 전에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지만, 느리게 증식하는 경우는 면역의 공격을 받게 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변이란 곧 유전자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 코로나19와 원숭이두창의 유전자 복제시 변이 가능성을 비교해보자. ‘그림 2’는 두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숙주 세포 내에서 복제가 될 때 돌연변이 한 개가 발생하는 유전자 길이를 비교한 것이다. 코로나 유전자가 3만개 정도의 염기로 구성되었으니, 유전자 하나가 복제될 때 대략 3개 정도의 돌연변이가 발생한다. 한 숙주세포에서 복제되는 바이러스 입자가 약 천개 정도라면 3개의 돌연변이를 가진 천개의 돌연변이 유전자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원숭이두창의 경우 유전자가 20만 염기 정도이니 대략 5~6개의 복제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하나 포함되는 정도이다. 거기에 증식속도도 느리고 한 세포에서 복제되는 바이러스 수도 적다.
그림2. 유전자 복제 시 돌연 변이 하나가 발생하는 염기의 길이.
이중가닥 DNA 자체가 안정적인 생명 정보의 보관이 주된 목적인 것을 생각하면 원숭이 두창의 돌연변이 발생률이 낮은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사람과 같은 고등동물에서 돌연변이는 대부분 치명적인 결과로 연결되지만, 원시적인 자기복제 물질인 바이러스의 세계에서는 돌연변이가 곧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다양성 확보의 원동력이다.
따라서 DNA 바이러스가 가진 유전 정보의 안전성은 바이러스의 적응 진화에는 큰 걸림돌이다. 이는 과거에 악명 높던 천연두 바이러스가 멸종한 가장 큰 이유다. 이와 반대로 코로나19 같은 단일가닥 RNA 바이러스들의 유전적 다양성은 DNA 바이러스보다 10~100만배 더 많이 확보되기 때문에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런 이유로 종간 장벽을 휙휙 건너다니면서 인류를 위협하는 신종 바이러스들은 대부분 RNA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어디선가 RNA 신종 바이러스가 등장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거기에 호흡기 전파도 의심된다고 하면 이에 대해서는 아무리 걱정하고 준비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아래는 2022년 12월 10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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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죽을 뻔” “별거 아니더라”… 증상 극과 극, 왜?
먼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코나 입 등 호흡기를 통해 들어와 바이러스 몸체에 돌기처럼 솟아난 스파이크(S) 단백질을 콧속 세포 표면에 있는 ACE2라는 단백질 수용체와 결합해 우리 몸속으로 침투한다. 염증이 생기면서 각종 증상이 유발한다. 그러나 사람마다 콧속 세포에 발현되는 ACE2 단백질 유전자량은 다르다. 이 단백질 유전자 발현이 적을수록 코로나가 쉽게 세포로 못 들어와 코로나에 덜 걸리거나 덜 아플 가능성이 크다. ACE2 단백질은 세포막에 있는 세포형과 온몸을 돌아다니는 순환형이 있는데, 순환형 비율이 더 높고 코 세포에 있는 세포형 비율이 낮을수록 코로나 증상이 경증일 수 있는 것이다. 보통 나이가 어릴수록 세포형보다 순환형 ACE2 단백질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ACE2 단백질은 혈압과 체액 균형을 조절하고 염증으로부터 장기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면역세포인 티세포를 얼마나 잘 생성하냐도 증상에 영향을 미친다. 보통 나이가 들수록 티세포를 생산하는 가슴샘이 작아져 면역력이 떨어진다. 40세에 도달하면 가슴샘의 70%에 지방이 쌓여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여성보다 남성에서 작아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
X염색체가 면역력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감염 비율은 비슷하지만, X염색체가 두 개인 여성이 하나인 남성보다 중증에 빠질 가능성이 더 작다. X염색체에는 바이러스를 감지하는 단백질 유전자가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 생산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Y염색체(60~70개)보다 X염색체(1150개)에 훨씬 많다. 게다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도 면역 반응을 촉진하고 염증을 줄이는 역할을 해, 동등 조건의 여성과 남성이 코로나에 걸렸다면 여성보다 남성이 더 아플 가능성이 크다.
혈액형에 따라 경중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A형이면 더 아프고, O형이면 덜 아프다는 중국, 미국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있다.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A형 혈액형 보유자 세포에 코로나19가 가장 잘 결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 개인의 건강, 영양 상태, 면역 체계가 끼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면역체계가 강할수록,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된 경험이 많았던 인구 집단일수록 증상이 약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최근 백신을 맞는 등으로 중화 항체량이 많다면 경증으로 넘어갈 수 있다. 기저 질환 여부도 증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뇌혈관질환, 당뇨병이 있을수록 코로나19에 취약하다는 스위스 바젤대 병원 연구 결과가 있다.
2023년 5월 5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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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코로나19 비상사태 해제 “세계적 보건 위협 종식된 건 아냐”(종합)
기사내용 요약
WHO사무총장 “코로나 국제 보건 비상사태 해제돼 큰 희망”
WHO, 최근 동남아·중동 전염 급증 지적…”팬데믹 종식 아냐”
[제네바=AP/뉴시스]세계보건기구(WHO) 자료사진.[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세계보건기구(WHO)는 5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더 이상 전 세계적인 비상사태가 아니라고 밝혔다.
이는 한때 상상할 수 없었던 봉쇄를 촉발하고 글로벌 경제를 뒤엎고 전 세계적으로 최소 7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파괴적인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의 상징적인 종식을 의미한다고 A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WHO는 비상사태가 끝났지만 최근 동남아시아와 중동에서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팬데믹이 종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엔 보건당국은 여전히 매주 수천 명이 바이러스로 죽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코로나19의 국제 보건 비상사태가 끝났음을 선언하게 되어 큰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것은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보건 위협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유엔 보건기구가 코로나바이러스를 국제적 위기로 2020년 1월30일 처음 선언했을 때는 아직 코로나19로 명명되지 않았고 중국 이외의 주요 지역에서도 발병 사례도 없었다.
3년 이상이 지난 후, 이 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약 7억6400만건의 전염 사례를 일으켰고 약 50억명의 사람들이 최소 1회 이상의 백신을 맞았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언이 5월11일 만료될 예정이며, 이 때 백신 의무화를 포함해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광범위한 조치가 종료된다. 독일, 프랑스, 영국을 포함한 다른 많은 국가들은 지난해에 코로나19 대유향에 대한 많은 지원을 중단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이 2020년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선포했을 때 자신의 가장 큰 두려움은 “준비가 잘 안 된” 보건 시스템이 약한 국가에 바이러스가 퍼질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 등 코로나19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일부 국가는 팬데믹에 가장 잘 대비한 것으로 평가됐다. WHO 데이터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보고된 사망자 수는 전 세계 사망자의 3%에 불과하다.
WHO는 4일 전문가 그룹을 소집한 후 하루만인 5일 최고 경보 수준을 낮추기로 결정했다. WHO는 팬데믹을 ‘선언’하지 않지만, 많은 다른 과학자들이 이미 유행병이 진행 중이라고 말한 지 한참 후, 바이러스가 남극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으로 퍼졌던 2020년 3월에 발발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으로 이 용어를 사용했다.
WHO는 급성 건강 위협에 대한 세계의 대응을 조정하도록 의무화된 유일한 기관이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조직이 반복적으로 흔들렸다. 2020년 1월 WHO는 AP통신이 입수한 비공개 회의의 기록이 중국의 협력 부족에 좌절한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신속하고 투명한 대응에 대해 공개적으로 박수를 보냈다.
WHO는 또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마스크를 몇 달 동안 착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는데, 이는 많은 보건당국자들이 생명을 희생시킨 실수라고 말한다.
많은 과학자들은 WHO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그리고 증상이 없는 사람들에 의해 자주 퍼진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를 꺼리는 것을 비난하며 그러한 노출을 방지하기 위한 유엔 보건기구의 강력한 지침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코로나19 백신의 제한된 공급량을 비축한 부유한 국가에 대해 격렬한 비판을 가했으며, 세계는 가난한 국가와 백신을 공유하지 않음으로써 “재앙적인 도덕적 실패” 직전에 있다고 경고했다.
가장 최근에는 WHO가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을 조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이는 정치적으로도 우려되고 있는 도전적인 과학적 노력이라고 AP가 전했다.
일주일 간의 중국 방문 후, WHO는 2021년에 코로나19가 실험실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을 “매우 낮다”고 일축하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인간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결론을 내린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WHO는 ‘핵심 자료’가 여전히 누락돼 있고, 코로나19가 실험실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시기상조라며 역추적했다
WHO로부터 비상사태 해제여부를 검토하도록 위임받은 위원단은 중국과 다른 국가들이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더 빨리 움직이지 않는다고 비판했으며, WHO 조직이 제한된 재정과 국가들의 행동을 강요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제약을 받았다고 말했다.
2023년 5월 7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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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억명 감염, 691만명 사망…美서만 112만명 목숨 잃어
스페인독감 이어 사망자 수 2위
“다음 팬데믹 시작돼야 완전 종식”중국 정부가 후베이성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폐렴’이 발생했다고 보고한 것은 2019년 12월 31일(현지시간)이다. 한 달 뒤인 2020년 1월 30일 확진자가 급증하자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을 선포했다. 지난 6일 비상사태를 해제하기까지 꼬박 3년4개월이 걸렸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기간 전 세계에서 7억6522만2932명(지난 3일 기준)이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약 692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코로나19는 20세기 이후 발생한 감염병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사망자를 낸 감염병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가장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킨 것은 스페인 독감이다. 세계백신면역연합에 따르면 1918년부터 1920년까지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한 인구는 5000만~1억 명으로 추정된다.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한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에서만 1억326만6404명의 확진자와 112만4063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국내 확진자는 3125만1203명(지난 5일 기준)으로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많이 발생했다. 사망자는 3만4518명에 달했다. 일본에서는 3372만739명이 확진됐으며, 사망자는 7만4542명이다. 중국에서는 9924만8443명의 확진자와 12만961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하지만 WHO는 지난 1월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사망자 정의가 너무 좁다”며 공식 통계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인 치명률이 가장 높은 국가는 예멘으로 18.1% 수준이다. 수단(7.8%), 소말리아(4.9%) 등 내전 중인 국가의 치명률이 높았다. 한국의 치명률은 0.11% 수준으로 일본(0.22%)의 절반이다.
한국의 2차 접종 완료 기준 백신 접종률은 약 83.8%다. 베트남과 싱가포르의 백신 접종률은 각각 88.3%, 87.5%로 한국보다 높았다. 확진자와 사망자 최대 기록을 세운 미국 접종률은 68.8%에 그쳤다. 이탈리아(82.9%), 프랑스(78.9%) 등 유럽 국가들보다 낮았다.
WHO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선언에도 코로나19는 금방 끝나지 않을 것이란 경고도 이어졌다. 마이크 라이언 WHO 비상대응팀장은 “1918년 스페인 독감의 상처가 사라지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며 “다음 팬데믹이 시작돼야 코로나19 팬데믹도 완전히 끝날 것”이라고 했다.
아래는 2023년 6월 4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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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퇴르가 틀렸을지 모른다… 200년 전의 ‘면역 논쟁’
한쪽에 루이 파스퇴르(1822-1895)가 있다. 우리 몸이 병드는 건 몸 바깥에서 침입하는 미생물 탓이니, 항생제나 백신으로 그 미생물을 없애자는 파스퇴르의 논리는 이번 팬데믹 대응의 기조이기도 하다. 반대쪽에 앙투안 베샹(1816-1908)이 있다. 우리 몸은 애초에 갖가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함께 사는 곳이니 중요한 건 미생물 격퇴보다 몸 자체의 면역력이라고 베샹은 주장했다. ‘세균 이론(Germ theory)과 ’토양 이론(Terrain theory)‘의 세기적 대결이다. 토양은 물론 우리 몸의 비유다.
◇200년 전 ’세균 vs 토양‘ 면역 논쟁
파스퇴르와 베샹은 둘 다 당대의 뛰어난 과학자였고, 베샹의 연구가 더 높이 평가받기도 했지만, 적어도 질병의 원인을 둘러싼 ’세균 vs 토양‘ 논쟁에선 파스퇴르가 이겼다. 베샹은 잊혔고, 이후로 인류는 바이러스, 박테리아와 오랜 전면전을 벌이는 중이다. 그 전쟁은 현대 의료체계의 한 축이다.
그러나 과연 파스퇴르가 전적으로 옳았을까. 베샹의 토양 이론에 따르면, 우리 몸이 건강하고 적절한 면역을 갖추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병나지 않는다. 만약 파스퇴르·베샹의 대결에서 베샹이 승리했다면, 현대 의료는 질병이 아니라 질병 이전의 몸에 더 신경을 쓰는 예방의학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을지 모른다.
베샹은 어쩌면 이미 부활하는 중인지도 모른다. 의학계가 마이크로바이옴이란 용어를 앞세워 미생물과 우리 몸의 공존에 주목한 지 오래다. 미생물은 박멸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대상이란 착상은 오래전 베샹의 구상이기도 하다. 게다가 한 전기 작가의 이름을 빌린 파스퇴르의 고백이 부쩍 많이 인용된다. 죽음을 앞둔 파스퇴르는 “질병을 일으키는 건 세균이 아니라 세균이 사는 토양(It is not the germ that causes disease but the terrain in which the germ is found)”이라 말하며 패배를 인정했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베샹의 이론을 더 신뢰하기 시작한 것인지 모른다.
“한 사람이 어떤 병에 걸리는지 아는 것보다, 어떤 종류의 사람이 병에 걸리는지 아는 게 더 중요하다(It is more important to know what sort of person has a disease than to know what sort of disease a person has).”
이건 2500년 전 히포크라테스의 말이다. 200년 전의 패배자 앙투안 베샹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 그러고 보니, 파스퇴르보다 베샹이 더 오래 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