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잡지표지를 장식한 이 사진은 수정 후 약 18주가 된 태아를 찍은 작품으로, 마치 인간 체내에서 직접 촬영한 것처럼 생생하고 아름답다. 이 경이로운 사진이 어떻게 촬영되고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프리랜서 작가인 샬롯 얀센(Charlotte Jansen)이 영국 가디언지에 설명했다.
1965년 4월, 미국 유명 시사 사진잡지 ‘라이프(LIFE)’는 역대 최고의 매출을 기록한다. 스웨덴 의학사진작가 레나트 닐슨(Lennart Nilsson)이 촬영한 태아사진이 표지를 장식했기 때문이다.
엄청난 퀄리티에 당시 전세계에 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사진 속 태아는 양막낭에 싸여있으며 탯줄이 태반에 연결되어 있다. 검은 배경에 별 같은 것이 박혀 마치 태아가 우주에 떠있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 사진은 현재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특수한 방법으로 촬영됐다. 1960년대 병원에서는 태아 촬영이 일반적이지 않았고 1956년 임상시험에서 처음 도입된 초음파 검사 사진도 화질이 나빠 닐슨이 원하는 사진은 찍을 수 없었다. 이에 닐슨은 독일 내시경 전문가의 협력을 얻어 여성 체내에 삽입하기 위한 매크로 렌즈와 광각·광학을 탑재한 내시경 카메라를 준비했다.
닐슨은 내시경 카메라를 사용해 자궁 안의 태아 촬영을 시작했지만 태아의 크기 때문에 전체 모습을 촬영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 결국 유산된 태아를 촬영하기로 결정했다.
닐슨은 스톡홀름 사바츠베리(Sabbatsberg) 병원의 여성 클리닉 소장인 악셀 잉엘만샌드버그(Axel Ingelman-Sundberg)와 긴밀한 연락을 취하며 1958년부터 약 7년간 핫셀블라드(Hasselblad) 카메라로 태아 사진 수백 장을 촬영했다. 촬영이 가능한 태아 혹은 배아가 준비되면 병원 측이 즉시 닐슨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태아가 적출된 후 몇 시간 이내에 촬영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닐슨은 병원에 스튜디오를 설치해 유산된 태아를 특수한 액체로 채운 수조에 넣어 촬영했다. 수조에 담기면 마치 공중에 뜬 것처럼 보인다. 닐슨은 정자 착상 후 최대 6개월까지 여러 단계의 태아를 촬영해 생명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자세히 담았다.
아래 사진이 천재 사진작가로 불리는 레나트 닐슨의 실제 모습이다.
닐슨이 촬영한 사진은 임산부 안내서인 ‘아기탄생(A Child Is Born)’이라는 책에 실려 출판됐다. 일반적으로는 볼 수 없는 태아의 신체 변화를 담은 그의 작품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20여 개국에 번역·출판됐다.
LIFE 표지와 아기탄생의 성공으로 닐슨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196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 여성 해방 운동이 크게 확대되면서 닐슨이 촬영한 태아 사진은 특히 1970 년대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이용되며 격렬한 비판을 받게 된다. 하지만 스웨덴에서 생활하던 닐슨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가 세간의 비판을 알게 된 것은 한참 뒤인 1980년대의 일이었다. 런던을 여행하던 중 낙태 반대 시위 포스터에 자신의 사진이 도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닐슨은 깊은 충격을 받고 재출판도 거절한 것으로 알려진다.
닐슨은 2017년 9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흑백으로 가공한 태아 사진을 박물관과 공공시설 등에 기증했다. 아래 닐슨 공식 사이트를 통해서도 그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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