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탠퍼드대 의대 심혈관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심근세포로 분화시켜 국제우주정거장(ISS·사진)으로 가져가 심근세포의 변화를 관찰했다. ISS는 지상에서 354㎞ 떨어져 있어 중력의 영향이 거의 없다. photo 위키피디아 |
21세기 첨단과학은 자연계의 베일을 하나씩 벗기며 그 비밀을 풀어내고 있다. 멀게는 상상의 세계에 존재하던 은하계의 비밀이 우주탐사선에 의해 밝혀지는가 하면, 가까이는 사람 몸속 세포의 비밀이 풀리고 있다. 무중력 환경에서의 유전자 발현이 그것이다. 무중력의 우주 공간에서는 인간의 심근세포도 변한다.
지상과 우주에 놓였을 때
국제학술지 ‘스템셀리포트’ 11월 7일자에는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hiPSC)에서 분화시킨 심근세포에 대한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심혈관연구소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지상과 우주에서 심근세포 기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한 연구다. 결론부터 말하면 심근세포는 미세중력의 우주 환경에서 상태가 변하지만, 지구로 귀환하면 10일 이내에 원상태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다 자란 성인의 피부세포에 유전자를 넣어 다양한 세포와 기관으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로 되돌린 세포다. 이미 성숙하여 분화가 끝난 체세포를 미성숙한 세포로 역분화시켜 배아줄기세포처럼 다시 모든 조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역분화 줄기세포’다.
그렇다면 연구팀은 어떤 방법으로 우주와 지상의 심근세포를 비교했을까. 연구팀은 먼저 실험에 참가한 3명의 지원자에게서 혈액세포를 역분화시킨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 이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심근세포(hiPSC-CM)로 분화시킨 후 완전 밀폐된 세포배양접시에 넣어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가져갔다. 심장에서 직접 채취한 줄기세포의 경우 분리된 상황에서는 오래 지속되지 못하기 때문에 역분화 줄기세포를 만든 것이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우주비행사가 접시에 들어 있는 심근세포의 변화를 관찰했다. 4주 반 동안 머물면서 미세중력 환경에서 심근세포가 어떤 반응을 보이고 달라지는지 분석했다.
국제우주정거장은 지상에서 약 354㎞ 떨어져 있다. 이 정도 높이에선 지구 중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국제우주정거장은 지상에 비해 1000분의 1에서 1만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미세중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지구상에서 하지 못하는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 실제 사람 세포를 이용해 심근세포가 우주 공간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연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이전에도 우주비행사가 장기간 무중력 환경에 노출되면 혈액이나 체액의 순환에 변화가 오고 이에 따라 심박수가 감소하고 혈압이 떨어지고 심박출량이 증가하는 등 심장이나 간 등의 장기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알아냈다. 특히 뼈의 칼슘분이 빠져나가 인위적인 골다공증을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전까지의 연구는 주로 쥐를 이용한 동물의 세포를 관찰하는 게 다반사였다. 특별히 우주 공간에서 인체의 변화를 알고자 할 때는 우주비행사가 우주로 나가기 전에 혈액을 뽑아놓고, 지구로 귀환했을 때 다시 혈액을 뽑아 면역세포 등을 비교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동물 세포와 인간 세포는 활성이나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동물의 생리학적 변화를 인간에 적용하기는 힘든 점이 있다. 또 혈액검사로 혈당이나 면역력의 변화는 알 수 있지만 인체 변화를 모두 연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 스탠퍼드대 의대 연구팀이 특별히 신경 쓴 것은 우주 공간에서의 심근세포의 변화다. 그런데 그 변화는 연구팀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컸다. 심근세포의 유전자 중 심장박동 패턴 같은 심장 기능과 관련된 2635개 유전자의 발현 정도가 달라진 것이다.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은 잠재된 유전자형을 표현형으로 나타나게 한다. 예를 들어 탈모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어도 모두 다 대머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타고난 탈모 유전자가 활동을 하려면 유전자 발현이 있어야 한다. 만약 탈모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으면 모발 탈락은 일어나지 않는다.
또 특이한 것은 세포호흡을 하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우주 공간에서 더 많이 발현됐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발현된 유전자들은 우주비행사가 심근세포 배양접시를 가지고 지구로 귀환한 지 10일 이내에 다시 정상적인 리듬을 되찾았다.
조셉 우 스탠퍼드대 의대 심혈관연구소장은 우주 공간에서 일어난 유전자 발현은 심장이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에 맞게 세포 수준에서 변화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즉 환경이 바뀌면 인체가 세포 수준에서 환경에 맞춰 빠르게 적응한다는 것. 인간의 세포를 이용해 미세중력 환경에서 심장의 기능이 세포 수준으로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635개 유전자 발현 달라져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처음 만든 사람은 일본 교토대학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다. 그는 2006년 생쥐의 피부 섬유아세포에 몇 가지 유전자를 도입하여 배아줄기세포처럼 만능성을 가진 줄기세포를 만들었고, 이듬해인 2007년에는 성인의 피부세포에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넣어 신체 여러 부분으로 다시 분화가 가능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발견한 공로로 야마나카 교수는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배아를 쓰지 않아도 돼 윤리 논란에서 자유롭다. 또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 때 필요한 핵이식 같은 까다로운 기술을 쓰지 않아도 돼 큰 각광을 받고 있다. 유도만능줄기세포의 발전으로 뇌졸중이나 근위축측삭경화증(루게릭병), 파킨슨병, 알츠하이머치매 등 아직 완전한 치료 방법이 없는 난치병을 해결할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줄기세포는 우리 몸에 있는 세포 중 하나로, 피부세포나 신경세포 등 실제로 우리 몸을 구성하는 조직세포로 ‘변신’할 수 있는 세포다. 자신을 복제해 똑같은 세포를 만드는 능력도 뛰어나다. 배아줄기세포는 말 그대로 배아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 생긴 수정란이 세포분열을 통해 간, 피부, 뼈 등으로 자랄 수 있어서 배아를 일종의 예비 생명체로 보기 때문에 윤리적 제약이 많다. 배아 연구가 엄격히 제한되는 이유다. 연구를 하더라도 각 기관 자체의 생명윤리위원회(IRB)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등의 심의를 겹겹이 받아야 한다.
앞으로 인류는 달은 물론 화성까지 진출할 예정이다. 인류가 먼 우주로까지 나가는 유인 탐사 시대에 앞서 사람 세포가 미세중력의 환경에서 어떤 영향을 받을지 연구하고 대비하는 것은 필수다. 현재 세계 과학자들은 사람의 신경세포를 우주로 보내 건강한 사람과 파킨슨병 환자의 신경세포를 비교하는 등 우주 공간에서의 다양한 유도만능줄기세포 연구를 진행 중이다. 스탠퍼드대 의대 연구팀도 유도만능줄기세포와 3D프린팅을 이용해 혈관조직을 갖춘 심장조직을 만들어 우주에서의 변화를 살펴볼 예정이라고 하니, 그 관찰 또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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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19년 6월 29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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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아기’ 탄생 가능할까
정자와 난자의 수정 과정을 나타낸 상상도. 게티이미지뱅크
“우주에서 아기를 얻는다는 게 그렇게 허무맹랑한 얘기는 아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데세우스 여성병원의 몬트세라트 보아다 박사는 2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생식의학회(ESHRE) 연례회의에서 “냉동한 정자를 미세중력에 노출시켜 정자의 운동성 등을 관찰해봤더니 지상에서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세중력은 무중력에 가까울 정도로 중력이 낮은 상태다. 우주에서의 임신과 출산은 또 다른 문제라고 하겠지만, 일단은 남성의 정자를 우주 공간에까지 안전하게 옮기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냉동된 상태의 정자를 모아 둔 우주 정자은행 설립에 한 발 더 나아간 것인데, 정자은행을 활용한 인공번식은 우주 식민지 개척에 필요한 주요 수단으로 여겨질 정도로 관련 학계에서 주목하는 이슈 중 하나다. 보아다 박사는 “미세중력이나 무중력 상태에서 일반 정자의 운동성이 현저히 감소한다고 보고된 적 있지만 냉동된 정자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는 알려진 바 없다”며 “이번 연구는 정자를 냉동상태로 우주로 옮겨도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인 카탈루냐 공대 미세중력 연구진이 함께한 이번 연구는 저중력 상태를 짧은 시간 동안 유지할 수 있는 소형 곡예비행 훈련기 ‘CAP10’를 이용했다. 이들은 우선 건강한 남성 10명에게서 얻은 정자를 얼린 뒤 훈련기에 실었다. 그런 다음 훈련기가 포물선 비행을 하면서 각 포물선 비행 때마다 8초간 미세중력 상태를 만들었다. 포물선 모양으로 날고 있는 비행기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올 때 일시적으로 미세중력이 생긴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연구진은 냉동했던 정자를 해동한 뒤 농도(정액 1㎖ 속에 들어 있는 정자의 수)와 생존해 있는 정자의 비율, 운동성, 형태 등을 지상에 있었던 정자와 비교했다. 이들 항목은 남성불임을 판단하기 위한 정액검사에서 살펴보는 대표 항목이기도 하다.
결과는 놀라웠다. 냉동했던 정자의 생존비율이 지상에 있던 정자와 100% 같았던 것이다. 정액 속 정자 100개 중 70개가 살아 움직이는 남성의 정액을 얼렸다가 미세중력에 노출시킨 다음 해동해봤더니 여전히 70개의 정자가 생존해 있다는 뜻이다. 해동한 정자의 농도와 운동성은 지상에 있던 정자의 90% 수준으로 조사됐다. 미세중력이 정자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얘기다. 보아다 박사는 냉동 정자를 더 오랜 시간 미세중력에 노출시키고, 얼리지 않은 정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에 한계는 있었다. 무차별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우주방사선 등 ‘우주 생식’의 현실적 조건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주방사선과 중력 환경 변화는 성인은 물론, 수정한 뒤 끊임없이 분화하며 성장하는 배아에게도 큰 위협일 수밖에 없다. 우주방사선은 흑점 폭발로 태양에서 나오는 태양 우주방사선(SEP)과 초신성 폭발 등 태양계 밖에서 만들어진 은하 우주방사선(GCR)으로 나뉘는데, 우주방사선 속 중이온은 알루미늄으로 만든 우주선도 뚫고 들어올 정도다. 현재 기술로는 우주방사선 피해를 줄일 마땅한 방법이 없다. 냉동한 정자를 우주까지 안전하게 옮겨도 아직까진 보관 과정에서부터 어찌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가 주목되는 이유는 우주방사선으로 손상된 정자여도 생식능력엔 이상이 없다는 기존 연구결과가 더해지면서 ‘우주 생식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주장의 설득력에 좀 더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앞서 2017년 5월 일본 야마나시대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우주에 보관한 실험용 쥐 정자를 이용해 지구에서 2세를 생산하는데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우주에서 포유류가 번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첫 번째 사례다.
이들은 실험용 쥐 12마리에서 채취한 정자를 동결한 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보내 9개월간 보관한 다음 지구로 가져와 난자와 수정시켰다. 이런 방법으로 73마리의 새끼가 태어났다. 우주에 머물렀던 정자의 출산율은 약 10%였다. 지구에 있던 정자의 인공 출산율(11%)보다 고작 1%포인트 낮았다. 9개월간 우주 공간에 머문 정자의 방사선 피폭량은 178밀리시버트(mSv)로 같은 기간 지상에서 보관된 정자의 약 100배에 달했다. 이들은 “수정 과정에서 난자에 의해 정자의 손상된 DNA가 복원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2월 민간 우주탐사 기업 블루 오리진의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미래 인류는 행성 표면에 정착하기보다는 거대한 우주식민지(giant space colonies)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CEO 일론 머스크는 향후 50~150년 안에 최소 100만 명 규모의 자급자족 화성 식민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주 생식도 더 이상 공상과학(SF) 속 이야기가 아니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