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바이킹은 다발성 경화증을 많이 앓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썩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장수를 얻었으니 말이다. 수명이 가장 긴 나라는 일본과 한국 등이지만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여러 나라도 만만치 않다. 전통적인 장수 국가다. 게다가 키도 크고 날씬하다. 스웨덴이나 네덜란드, 아이슬란드 등의 남성 평균 신장은 180cm가 훌쩍 넘는다. 한국인보다 거의 5-10cm 이상 크다. 여성도 170cm가 넘는다.

북유럽인이 왜 건강한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설이 있다. 생선이나 통곡물, 채소, 과일을 많이 먹는다는 주장부터 높은 사회적 평등을 이루어 스트레스가 적다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북유럽인처럼 산다고 해서,북유럽에 이민을 간다고 해도 수명이 길어지거나 키가 커질 가능성은 가능성은 크지삶의 많은 부분은 이미 우리 조상들이 거의 결정해놓았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북유럽인의 형질은 자본 체화 가설로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칸디나비아반도는 식량은 구하기 어렵지만, 감염원은 적은 환경이다. 이런 환경이라면 얼른 많은 자식을 낳는 전략보다는 천천히 소수의 자식을 낳는 전략이 유리하다. 수명은 자연스럽게 길어졌고 수초화는 늦은 나이까지 지속되었다. 이는 세대 간 정보 전달에 유리했지만, 불가피하게 일부 개체는 다발성 경화증을 앓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직은 설익은 가설 수준이지만.

빈란드 사가(vinland sagas)는 그린란드 사가와 붉은 에릭의 사가로 이루어진 바이킹의 오랜 전설이다. 레이프 에릭슨이라는 인물이 발견한 빈란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서기 1000년경부터 구전되던 이야기는 13세기경에 플래티북이라는 책에 문자로 기록되었다. 전설에 의하면 이들은 아메리카까지 건너가 정착지를 경영했다. 하지만 모두들 단지 전설일 것으로 생각했다.

노르웨이 탐험가 헬게 잉스태드와 고고학자 안네 스타인 잉스태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들은 부부였는데, 빈란드 사가에 나오는 장소가 아메리카라고 확신했다. 바이킹의 후손답게 이들은 뉴펀들랜드 지역을 용감하게 탐험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오래된 집터를 보았다는 어부의 이야기를 들었다. 랑스 오 메도스에서 수년간의 발굴 끝에 천 년 전 조상의 집터와 농장, 대장간 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설은 역사가 되었다. 바이킹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하기 훨씬 전부터 아메리카에 발을 디디고 있었다.

에릭손은 그린란드를 경영한 붉은에릭의 아들이었다. 모험심도 닮는 것인지 몰라도 에릭손은 그린란드보다 더 서쪽으로 가보고 싶었다. 그리고 결국 빈란드를 발견하여 수십 명의 동료와 정착지를 건설하였다. 포도의 땅 혹은 푸른 풀밭의 땅이다. 하지만 미국 개척은 쉽지 않았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공격을 받아 싸우다가 결국 포기하고 돌아간 것이었다. 노르웨이나 스웨덴 사람으로서는 상당히 아쉬운 역사다.

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에릭손이 미 대륙을 처음 발견한 것은 아니다. 이미 일만 년 전에 아메리카 인디언이 차지한 땅이다. 게다가 극지에 살던 이누이트족은 기원전 5세기경에 도르셋 문화를 구축하고 캐나다 북부까지 거주지를 넓히기도 했었다. 게다가 바이킹까지 잠시 머물렀으니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잘해야 네번째 발견자다. 그런데 자칫하면 다섯 번째로 밀려날지도 모르겠다. 미대륙에 발을 디딘 것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민족은 바스크족이다. 스페인과 프랑스 경계에 사는 유럽 내 소수민족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바스크족은 혈액형이 거의 O형이다. 바스크족의 피에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바스크족의 피

바스크는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에 걸친 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약 300만 명의 바스크인이 살고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들은 게르만인이나 노르만인, 혹은 로마 계열의 유럽인과 완전히 다르다. 일단 언어부터 다른데, 바스크어는 인도유럽어족에 속하지도 않는다. 유럽 고유의 오래된 언어로 알려져 있다. 바로 옆에 있는 프랑스나 스페인어와 완전히 달라서 배우는 것이 몹시 어렵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면 이들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유럽에서 오랜 기간 정착하여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원거리 항해에 능했는데, 일설에 따르면 포경선을 타고 대서양을 횡단하여 미 대륙에 다녀온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아마도 바이킹의 전설이 사실로 드러났듯이 바스크인이 미대륙을 발견한 증거가 곧 발견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바로 그들의 피다. 바스크인의 피는 절반 이상이 O형이고, 25% 이상이 Rh-다. 일부 예외를 빼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프랑스나 스페인 사람의 피와는 다르다. 바스크어를 많이 사용하는 일부 지역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 심해진다. 심지어 순수한 바스크인은 전부 O형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도 있다.

 

혈액형이란

ABO식 혈액형을 발견해 안전한 수혈을 가능케한 란트슈타이너.

 

 

자신의 혈액형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불과 100년 전만 해도 혈액형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20세기 초반 빈 대학의 칼 란트슈타이너 박사는 수혈 중에 일어나는 비극적인 합병증에 의문을 품었다. 왜 어떤 수혈은 괜찮은데, 어떤 수혈은 급격한 이상 반응을 일으키는 것일까? 그리고 인간에게는 세 가지 종류의 혈액형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각각 A형, B형, C형으로 이름을 붙였는데, 훗날 C형은 O형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O형이란 독일어 ‘Ohne’에서 따온 말인데,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란트슈타이너는 이 공로로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적혈구 표면에는 일종의 당단백질이 있는데, 끝부분에 N-아세틸 갈락토사민이 있으면 A형 항원이라고 하고 갈락토스(galactose)가 있으면 B형 항원이라고 한다. 혈쳥의 항체가 이러한 항원과 반응하여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B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은 A형 혈액을 수혈받을 경우, 수혈받은 적혈구 표면에 있는 A형 항원에 항 A 항체가 반응하여 용혈반응이 일어난다. 그런데 O형 혈액의 경우에는 항원이 없으므로 누구에게 수혈해도 용혈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반면에 AB형은 항체가 없으므로 누구의 피를 수혈받아도 괜찮다.

Rh 혈액형도 란트슈타이너 박사가 발견했는데, 붉은털원숭이의 적혈구를 토끼에 주사하여 항체를 만들고, 이 혈청을 다시 적혈구에 반응시켜 응집을 시키는 방법으로 찾아냈다. Rh란 Rhesus, 즉 붉은털원숭이(Rhesus macaque)의 속명이다. 만약 혈액에 D 항원이 있으면 Rh+, 없으면 Rh-라고 한다. 예를 들어 Rh-인 사람은 Rh+ 항원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으므로 Rh+의 혈액을 수혈받으면 안 된다.

그런데 혈액형은 인구 집단에 따라서 그 빈도가 상당히 다르다. 예를 들어 아시아인의 경우 Rh-의 빈도는 1%도 안 된다. 거의 천 명에 서너 명 수준이다. 하지만 유럽인의 경우에는 Rh-의 빈도가 상당히 높아서 열 명 중 두 명 수준이다. ABO 혈액형도 그렇다. 한국인에게 가장 많은 혈액형은 A형이지만, 사실 각 혈액형의 빈도가 크게 차이 나는 것은 아니다. B형도 많다. 그런데 아메리카 원주민의 경우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O형이다. 반면에 유럽인은 A형이 많다.

 

혈액형의 진화

O형 빈도를 나타내는 지도. 인종과 지역에 따라서 편차가 꽤 큼을 알 수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왜 이렇게 인구 집단에 따라서 혈액형이 다른 것일까? 과거 인류 진화를 다지역 기원설로 설명하던 때에는 혈액형도 그렇게 나뉘었을 것으로 생각했다. 처음부터 유럽인은 A형, 아시아인은 B형, 아메리카 원주민은 O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섞였을 것이라는 주장인데,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바스크인 같은 예외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침팬지의 혈액형은 대부분 A형이다. 거의 90%에 달한다. 반면에 O형은 10% 남짓이다. 하지만 고릴라는 B형이 90%다. A형이 약간 있고, O형은 없다. 오랑우탄과 긴팔원숭이는 A, B, AB가 골고루 있는데, O형은 없다. 따라서 ABO 혈액형은 아마 호미닌이 진화하기 이전부터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옛날 가설에 의하면 원래 혈액형은 모두 O형이었다. 그러다가 A형과 B형이 차례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가설에 따르면 아메리카 인디언은 가장 태곳적 혈액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믿음직한 가설은 아니다. 아마도 아메리카 원주민의 높은 O형 비율은 창시자 효과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빙하기 때 시베리아에서 베링기아 대륙을 건너 알래스카로 넘어간 원주민의 최초 인구는 아주 적었다. 작은 집단이 요행히 따뜻한 지역으로 이동하여 이후 크게 불어났는데, 초기의 선조 즉 창시자가 모두 O형이었기 때문에 후손도 모두 O형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금도 시베리아에 사는 수렵채집인은 O형의 빈도가 제법 높다.

유력한 가설에 의하면 초기 혈액형은 AB형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A형과 B형으로 나뉘고 다시 O형이 생겼다. 혈액형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9번째 염색체(9q34.1)에 위치하는데, 연구에 따르면 아마 최소 두 번 이상 독립적으로 O형 혈액형이 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ABO 유전자는 글리코실트랜스페라아제(glycosyltranferase)라는 효소를 코딩하는데, 소위 H 항원 당을 적혈구나 혈관내피세포에 배치시키는 기능을 한다. 앞서 말했듯이 A형은 GalNAc를 H 항원에 배치하고, B형은 아미노산 네 개가 다른 갈락토스를 배치한다. 그런데 O형의 경우에는 261번째 아미노산에서 프레임시프트가 일어나면서 어떤 당도 H 항원에 붙지 못한다.

A형 및 B형 혈액형은 최소 2천만 년 전에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균형 선택으로 인해서 오랜 기간동안 다형성이 유지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반해서 O형 혈액형은 아마도 250만 년 전, 그리고 150만 년 전에 두 번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기 이전 그리고 침팬지와 인간이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후다.

 

O형 혈액형의 비극

혈액형으로 성격을 나누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별로 없지만, 그러한 분류의 역사는 제법 길다. ABO 혈액형이 발견된 이후 백인에게 A형이 많고, 아시아인에 B형이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자연스럽게 A형이 우월한 혈액이고, B형은 열등한 혈액이라는 주장이, 물론 유럽인의 주장이지만, 대두되었다. 실제로 독일인이나 프랑스인의 경우 A형이 B형보다 네 배 이상 많다. 반면에 중국인이나 일본인의 경우 이러한 차이가 상당히 줄어들고 인도인의 경우는 B형이 더 많다. 혈액형 우생학이다.

혈액형으로 민족의 우열을 나누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이제 없지만, 성격과의 관련성에 대한 주장은 아직도 강력하게 살아있다. 1940년대 도쿄여자대학교의 후루카와 다케지 교수는 혈액형과 기질, 민족성의 관련성에 관한 연구를 했다. 그 무렵에는 이런 식의 연구가 많았다. 그런데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노미 마사히코는 1971년 혈액형 심리학에 대한 대중서를 펴냈다. 사실 노미 마사히코는 의사도 아니고, 심리학자도 아니다. 독학으로 공부하면서 혈액형 우생학에서 나름 발전된 이론을 펼쳤는데, 혈액형이 성격과 관련된다는 참신한(?) 주장이었다. O형은 인화형, A형은 리더형, B형은 감독형, AB형은 카리스마형이라는 것이다. 이후 온갖 변종 이론이 쏟아져 나왔는데, 대부분은 터무니없는 유사 과학이다.

그런데 2018년 와타루 타카야마 등은 외상 환자를 대상으로 혈액형에 따른 사망률을 비교했다. 총 901명의 중상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했는데, O형 혈액형을 가진 환자의 28%가 사망했다. 그러나 다른 혈액형의 경우에는 11%만이 사망했을 뿐이었다. O형은 성격이 털털하니 응급 상황을 잘 견뎌내서 그런 것일까? 물론 아니다.

O형 혈액을 가진 사람이 인화단결을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그들의 피는 잘 멎지 않는다. 위궤양이 흔하다. 위장관 출혈의 위험성도 높고 산후 출혈도 더 심하다. 아마 이러한 경향은 원시 사회에서는 큰 문제를 일으켰을 것이다. 사냥을 하거나 싸움을 하면 피를 흘릴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피가 잘 멎지 않으니 적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기를 낳다 죽을 가능성도 높았을 것이다. O형 혈액을 가진 사람은 가급적 칼싸움을 피하는 것이 현명했을 것이다. 물론 원시인이 자신의 혈액형을 알 수는 없었을 테지만 말이다.

도대체 인구 집단에서 O형이 높은 빈도로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스크인의 선택

온라인상에서 떠도는 혈액형별 성격, 궁합 등의 콘텐츠. 구글 캡쳐

 

 

아마 O형 혈액형은 열대열 말라리아 감염에 내성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원충에 감염된 적혈구는 PfEMP-1이라는 단백질을 발현시키는데, 감염되지 않은 다른 적혈구 등과 결합하여 신속한 감염을 돕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O형 혈액형은 이러한 결합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
혈액형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감염 내성과도 관련된다. 위장관 세포에서 발현되는 ABO 항원이 병원체의 감염과 관련된다. 특히 A형과 B형 혈액은 비브리오 콜레라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에 대한 내성이 강하다. 아시아 지역에 흔한 병원균이다. AB형은 더욱 콜레라에 강하다.

반면에 B형은 흑사병에 취약하다. 혹시 유럽에 B형이 적은 이유일까? 일부 학자는 북동부 유럽인에게 B형이 많은 것은 상대적으로 흑사병이 유행하지 않았던 지역이었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한편 A형은 천연두에 취약하고 위나 식도, 췌장암에도 취약하다. 혈액형의 이러한 상대적인 이득이 서로 균형을 이루면서 다양한 혈액형이 유지되는 것이다.

바스크인은 O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이 아주 많다. 아마도 바스크인의 조상의 삶에서 더 큰 위험은 신체적 손상보다 감염이었는지도 모른다. 출혈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감염에 강한 혈액형이 선택된 것이다. 바스크인은 그 기원이 아리송한 민족이다. 그러나 이러한 근거로 과감하게 추정한다면, 그들의 선조가 살았던 환경은 아마 추운 고위도 지방이 아니라 감염원이 많은 저위도 지방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바스크인은 Rh 음성 혈액형의 빈도도 높다. 사실 Rh 혈액형의 다형성이 유지되는 이유는 확실하지 않다. Rh 음성 산모가 Rh 양성 아기를 임신하면 종종 아기에게 용혈성 빈혈이 발생한다. 하지만 Rh 음성 혈액의 장점은 명확하지 않다. ABO 혈액형과 달리 균형 선택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다. 아예 이득이 없는지도 모른다. 일부 가설에 의하면 대부분의 유럽인은 추운 고위도 지방에 살던 일부 인구 집단이 온난한 간빙기에 크게 인구를 늘리면서 남하하여 정착한 후손들이다. 따라서 Rh 음성 혈액형이 아시아나 아프리카에 비해 많은 것은 단지 창시자 효과에 의한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Rh 음성 유전형은 이베리아 반도와 발칸 반도,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특히 높게 나타난다.

 

참고: 고양이와 톡소포자충

픽사베이 제공

 

 

약 10년 전에 발표된 한 가설에 의하면 Rh +/- 이형접합체는 톡소포자충 감염에 내성을 가진다. 이는 아주 흥미로운 진화적 현상이다. 이형접합체가 동형접합체보다 유리하기 때문에 두 가지 다형성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Rh +/- 유전형을 가진 사람의 혈액형은 Rh 양성이다. 그런데 이들은 Rh-/- 유전형을 가지고 있는 Rh 음성 혈액 혹은 Rh+/+ 유전형을 가진 Rh 양성 혈액을 가진 사람에 비해서 톡소포자충 감염이 되어도 증상이 별로 두드러지지 않는다(정확히 말하면 반응 속도 저하가 적다)는 것이다.

톡소포자충은 유럽인에게 흔한 기생충이다. 일반적으로 30% 정도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프랑스인의 경우 70~80%이상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거의 모든 사람이 감염된 것이다. 면역기능이 정상인 사람은 감염이 되어도 별 증상이 없지만, 이는 어디까지니 임상의학의 관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약간의 운동 혹은 감각 능력 저하가 있을 수 있고, 우울감 등 행동이나 정서의 변화도 있을 수 있다. 아주 약간의 차이도 긴 세월이 지나면 큰 진화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유럽인, 특히 바스크인의 높은 Rh 음성 혈액형 비율은 톡소포자충 때문일까? 바스크인의 선조는 고양이를 좋아했던 것일까?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바스크인의 몸에 흐르는 피는 그들의 선조가 살았던 자연환경에 관한 오랜 비밀을 감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 밝혀야 할 것이 많다.

톡소포자충은 고양이 대변에 섞여 나온다. 이걸 쥐나 토끼, 돼지 등 동물이 먹으면 그 동물의 몸에서 부화한다. 그리고 그 동물을 다시 고양이가 먹으면 고양이 몸에서 성충으로 자란다. 그리고 다시 대변으로 나온다. 따라서 토끼나 돼지를 날로 먹으면 인간에게 감염되기도 한다. 인간이 고양이 대변을 먹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통하지 않으면 생애사가 완성되지 않기 때문에 고양이를 잘 키우지 않는 문화에서는 감염률이 낮다. 원래 한국인의 감염률은 5% 수준인데, 최근 급상승하고 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25%까지 증가했다. 네 명 중 한 명이 감염된 것이다. 고양이를 점점 많이 키우기 때문이다.

 

 

 

(원문: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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