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진, ‘젊은 피’ 속 뇌 노화 되돌리는 두 가지 성분 발견(사진=123rf)
미국의 과학자들이 새로운 연구를 통해 젊은 쥐의 혈액 속에서 뇌의 노화 과정을 되돌리는 두 가지 성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뉴사이언티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스탠퍼드대 분자·세포생리학 연구진이 연구에서 생후 12~15개월 된 나이 든 쥐에게 생후 2주 된 젊은 쥐의 혈액을 주입하면 뇌의 기억력과 학습능력 등이 감퇴하는 노화 증상을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젊은 쥐의 혈액 속에 있는 두 단백질이 나이 든 쥐의 뇌 신경세포인 ‘뉴런’의 성장을 촉진하고 이들 뉴런 사이의 신경 연결인 ‘시냅스’ 수를 늘린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또 연구진은 두 단백질을 실험실에서 배양한 사람의 뉴런에도 작용하는지 검사했으며 배양된 뉴런의 성장을 촉진하고 시냅스 수를 늘리는 데 도움을 주는 등 비슷한 효과를 확인했다.
이런 결과는 앞으로 회춘 묘약뿐만 아니라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치매의 영향을 되돌리는 치료 방법을 개발하는 데도 도움이 되리라는 희망을 불러일으킨다.
연구진에 따르면, 회춘 효과가 있는 두 가지 핵심 단백질은 ‘트롬보스폰딘-4’(THBS4)와 ‘SPARC 유사 단백질 1’(SPARCL1)으로 확인됐다.
연구논문에 실린 이미지 자료.(사진=PNAS)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3일자에 실린 이번 연구논문에서 연구진은 두 화합물이 시냅스 수를 늘린다고 썼다.
건강한 뇌에서는 새로운 시냅스의 생성과 오래된 시냅스의 손실이 균형을 이루지만, 이런 과정은 나이가 들수록 느려져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치매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냅스의 손실이 무언가를 기억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연구논문 주저자인 캐스린 간 박사후연구원과 공동저자인 토마스 쥐트호프 박사는 “우리는 젊은 쥐의 피가 시냅스 형성을 촉진하기 위해 뉴런에 직접 작용하는 요인을 강화하는지에 의문을 가졌다. 우리는 젊지만 늙지 않은 쥐의 혈청이 배양된 뉴런 사이에 시냅스 형성을 실제로 직접 촉진하는 것을 보여줬으며 어린 쥐의 혈액에서 ‘트롬보스폰딘-4’와 ‘SPARC 유사 단백질 1’이라는 두 요인의 강화와 그 효과를 확인했다”고 작성했다.
이어 “따라서 우리의 실험은 젊은 피가 뉴런 사이의 시냅스 연결을 직접적으로 촉진하는 여러 요인에서 풍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연구진은 연구를 통해 두 가지 핵심 물질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들 물질이 어떻게 회춘 효과를 일으키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 두 물질이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전에 많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그중 하나는 두 단백질이 사람의 혈액뇌관문(BBB)을 통과해 뇌에 직접 도달할 수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혈액과 뇌 조직 사이에 존재하는 혈액뇌관문은 혈액 속 큰 분자를 걸러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화를 막거나 되돌리는 화합물에 관한 연구는 이뿐만이 아니다. 잠재적으로 가능성 있는 또 다른 물질로는 사람의 제대혈 세포가 있다. 이 세포에서 발견된 ‘TIMP1’으로 불리는 한 화합물은 연구에서 회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에게 높은 기대를 갖게 하는 또 다른 화합물들 중에는 근육의 성장을 촉진하는 ‘GDF11’과 기억을 형성하는 뇌의 일부분인 해마에서 세포 성장에 영향을 주는 성선자극호르몬분비호르몬(생식샘자극호르몬분비호르몬·GnRH)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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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22년 8월 11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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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피 주입했더니 정말로 늙어버렸다…젊은 피는?
세포 분비물이 전신 퍼지며 노화 촉진한 듯
늙은 피 노화 작용, 젊은 피 회춘 효과보다 커
젊은 피의 회춘 효과라고 알려진 것이 사실은 젊은 피 때문이 아니라 젊은 피가 추가되면서 늙은 피의 노화 기능이 희석된 데 따른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이번 연구의 출발점이었다. 픽사베이
노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2010년대 이후 크게 주목받은 것 가운데 하나가 젊은 피의 회춘 효과다. 당시 동물실험을 통해 이를 확인하는 연구들이 여럿 발표됐다.
예컨대 미국 피츠버그대와 스페인 발렌시아대 연구진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젊은 쥐의 혈액에 있는 세포 밖 소포체의 회춘 효과를 확인하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젊은 피의 혈장이나 줄기세포에서 그 원인을 찾는 연구도 있었다. 2005년 115살로 사망한 네덜란드의 한 여성 혈액에선 줄기세포가 단 2개만 남아 있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이에 따라 젊은 피의 어떤 성분이 이런 효과를 내는지를 규명하는 후속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젊은 피 요법은 면역반응 같은 부작용 문제와 함께 회춘을 위한 수혈이 과연 온당하느냐는 윤리적 논란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거꾸로 늙은 피를 주입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고려대 의대와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공동연구진이 젊은 쥐에게 늙은 쥐의 피를 수혈하는 실험을 한 결과 젊은 쥐의 노화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7월2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대사’ 온라인에 발표했다.
젊은 피를 주입했을 때와 정반대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는 세포 노화가 단순히 오랫동안 쓰면서 닳아 해지는 마모 현상이 아님을 시사한다.
그동안 젊은 쥐와 늙은 쥐 사이의 상호 수혈 실험에서 늙은 피를 수혈받은 젊은 쥐의 건강이 악화한다는 건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그러나 연구의 초점은 주로 늙은 쥐의 회춘 효과에 맞춰져 있었고, 젊은 쥐에게서 일어나는 효과에 대해서는 상세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논문 제1저자인 전옥희 고려대 의대 교수(의생명과학)에 따르면 이번 연구의 출발점은 “그동안 젊은 피의 회춘 효과라고 알려진 것이 사실은 젊은 피 때문이 아니라 젊은 피가 추가되면서 늙은 피의 노화 기능이 희석된 데 따른 것 아니냐는 의문”이었다.
젊은 쥐에 주입한 늙은 피의 노화 효과는 간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픽사베이
연구진은 생후 석달 된 젊은 쥐에게 생후 2년이 거의 다 된 늙은 쥐의 피를 수혈했다.
2주가 지나자 젊은 쥐의 몸에서 노화 세포 수가 크게 늘어났다. 간과 신장 등 여러 기관의 세포가 손상을 입고 세포 분열을 멈췄다. 그렇다고 죽은 것도 아닌 일종의 좀비세포가 됐다. 이는 노화가 시작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간과 뇌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젊은 쥐의 근력도 늙은 쥐의 피를 수혈한 뒤 약해졌다. 나이를 많이 먹지 않았는데도 세포 노화가 진행된 것이다. 연구진은 “전체적으로 늙은 피 주입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의 정도가 젊은 피 주입에서 보였던 긍정적 효과와 같거나 그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원인이 뭘까? 연구진은 혈액 내 노화 세포에서 분비되는 인자들이 혈액 속을 순환하면서 젊은 쥐의 세포와 조직을 노화시키는 ‘노화 전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암 유발 물질이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면서 암을 전이시키는 것과 같은 이치다.
노화 세포는 증식을 멈추는 대신 염증성 물질과 단백질 분해 효소 등을 분비한다. 이를 노화연관 분비표현형(SASP)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구체적으로 노화 세포에서 분비되는 어떤 물질이 노화 전이를 일으키는지는 규명하지 못했다.
나이 많은 쥐의 혈액 속에서 순환하는 각종 인자들이 어린 쥐의 혈관에 들어가면 어린 쥐의 근력 감소 등 노화가 가속화했다. 반대로 나이 많은 쥐에 노화세포를 없애는 ‘세놀리틱 물질’ 주입하면 노화로 인한 증상을 막는 데 도움이 됐다. 전옥희 교수 제공
전 교수는 “이번 연구는 노화 과정이 단순히 생물학적 시간의 흐름에 의한 것만이 아니라 노화 전이를 통해 가속될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노화 치료 연구는 노화 ‘세포’ 자체를 처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으나, 이번 연구는 노화 ‘전이’라는 메카니즘을 다룬다는 점에서 새로운 개념의 접근법이라는 것이다.
공동연구자인 콘보이 교수는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세포 노화는 노화 과정의 일부일 뿐”이라며 “이번 연구는 그동안의 임상시험에서 노화세포를 제거해주는 약물(세놀리틱)이 기대했던 것보다 덜 성공적이었던 이유를 설명해줌으로써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지금까지 노화 세포를 표적으로 삼아 개발한 세놀리틱 약물이 많은 임상실험에서 실패했다”며 “이번 연구에서 세포가 아닌 세포 유래 물질을 매개로 노화 전이가 다양한 조직에서 일어난 과정이 밝혀진 만큼 세놀리틱 물질의 개발 초점이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노화 질환 치료에서 혈액 내의 노화 유발 인자를 제거하는 약물 개발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해준다. 전옥희 교수는 “다음 연구 과제는 구체적으로 노화 전이를 일으키는 물질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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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의 역전… 생쥐 회춘시킨 재프로그래밍
미국의 스타트업 ‘리주버네이트 바이오’가 생쥐에게 재프로그래밍 유전자를 투여한 실험에서 수명 연장 가능성이 확인됐다. photo 게티이미지
나이가 들수록 노화돼가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유전자 발현이 조절되지 않아 신체의 여러 기관 시스템과 네트워크가 고장나기 때문이다. 이는 수명을 단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세포 재프로그래밍이라는 방식을 통해 늙은 생쥐의 수명을 연장한 실험이 성공해 수명 연장을 원하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 기술은 노화가 불가피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 77살에 해당하는 생쥐 수명 두 배로
우리 몸의 기본 단위는 세포다. 사람은 주기적으로 세포분열을 통해 생명을 유지한다. 하지만 노화는 세포가 분열할 수 있는 능력을 감퇴시킨다. 노화는 DNA에 있는 유전자에 여러 유형의 돌연변이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면서 축적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자에 담긴 정보가 이렇게 다른 것으로 바뀌면, 세포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지 못해 제 기능을 잃게 된다. 마치 오래 사용한 DVD 표면이 긁혀 자국들이 많이 생긴 결과 담긴 디지털 정보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것과 같다. 노화는 질병이 아니지만 세포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 질병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노화의 원인을 밝히려는 연구를 계속해왔다. 또 반대로 노화를 멈추거나 역전되는 청춘요법을 알아내기 위해 지금까지도 노력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노화 세포를 재(再)프로그래밍하면 젊은 상태로 되돌려진다는 사실을 밝힌 연구팀이 등장했다. 미국의 스타트업 ‘리주버네이트 바이오(Rejubenate Bio)’가 그 주인공이다. 연구팀은 생쥐를 대상으로 재프로그래밍 유전자를 투여한 실험에서 수명 연장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 내용은 사전 공유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공개됐다.
재프로그래밍이란 노화된 세포에 재프그래밍 인자들을 집어넣어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기술이다. 한마디로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되돌리는 과정이다. 완전한 원시상태의 배아줄기세포 단계가 아닌 중간 단계로 되돌려 세포의 특수 기능은 유지하면서 노화 시계를 되돌리는 것이다. 아주 오래된 세포도 젊게 작용하는 줄기세포로 변한다.
연구팀은 잔존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124주 차 된 생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에만 3개의 재프로그래밍 유전자를 주사했다. 사람으로 치면 77살에 해당하는 생쥐들이다. 그 결과 재프로그래밍 유전자 치료를 받은 생쥐들은 수명이 2배로 늘어났다. 이들 생쥐는 평균 18주를 더 산 반면 재프로그래밍 유전자 약물주사를 맞지 않은 대조군 쥐는 9주 만에 죽었다. 생쥐는 이미 124주였으므로 수명이 7%만 증가한 셈이다.
리주버네이트 바이오의 최고과학책임자(CSO) 노라 데이비슨은 이러한 연구 결과에 대해 동물의 나이 역전을 입증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그들의 연구는 고령층에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보여주려는 목적에서 시작했는데, 세포 재프그래밍이라는 강력한 기술이 유전자 발현 네트워크를 최적의 기능으로 되돌리면서 노화가 수명과 건강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노화를 예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부분적 재프로그래밍이 노화 관련 질병의 역전뿐 아니라 수명 연장의 치료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연구가 검증되려면 추가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연구팀의 검증 과정에서 긍정적인 메시지가 나온다면 사람에게 이 기술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만일 사람의 유전자를 재프로그래밍해 세포를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데 성공한다면, 그래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위한 임상시험에 들어간다면 그 가치는 엄청 높아질 수밖에 없다. 생명 연장에 돈을 아낄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반면 세포 재프로그래밍 기술을 실제로 노화 방지에 활용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강한 독성으로 실험동물이 죽거나 암세포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장기간 치료하면 암을 유발하지 않고 동물의 조직에 상당한 회춘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발견했다며 치료 시간이 길수록 더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연구팀의 추가 연구로 노화를 되돌리는 치료가 곧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스타트업 ‘리주버네이트 바이오’. photo 트위터
2012년 노벨상 탄 야마나카 연구가 기반
세포 재프로그래밍은 일본 교토대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의 연구를 기반으로 한다. 그는 2006년 생쥐의 피부세포에 4개의 특정 유전자(Oct4, Sox2, c-Myc, Klf4)를 주입해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처음으로 만들었다. 성숙한 세포가 분화 가능한 미성숙 세포로 바뀌도록 재프로그래밍할 수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이 공로로 그는 2012년 노벨상을 받았다.
리주버네이트 바이오 연구팀의 연구는 바로 야마나카 교수가 세포 역분화에 쓴 유전자 요인을 적용했다. 이전의 연구들이 일반적으로 줄기세포로 되돌리지 않고 유전자 변형을 되돌리는 데 의존했다면, 이들의 연구는 임상 승인을 받은 유전자 치료 방식인 용도 변경된 바이러스를 사용하여 동물의 세포에 인자를 전달했다.
한편 지난 1월 12일 국제학술지 ‘셀’에는 이번 연구팀과 비슷한 접근 방식으로 늙은 생쥐의 잃은 시력을 되찾은 미국 하버드대 의대 데이비드 싱크레어 교수팀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팀은 후성유전학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했다. 후성유전학은 염기서열 이외에 DNA에 일어나는 부분적인 변화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염기서열에는 변화를 주지 않고도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즉 유전체 발현을 켜고 끌 수 있다는 개념이다.
연구팀은 효소 유전자를 주입해 5개월 된 어린 생쥐의 DNA를 절단했다. DNA의 이중나선이 끊긴 변이 생쥐는 이후 몇 주 만에 16개월의 중년 생쥐처럼 나이가 들어버렸다. 뇌, 눈, 근육, 피부, 신장 조직 등도 모두 노화되었다. 이때 야마나카 교수가 사용했던 재프로그래밍 유전자 중 3개(Oct4, Sox2, Klf4)를 늙어버린 생쥐에 주입했다. 유전자 정보를 읽어들였던 젊은 세포의 능력을 복원하기 위해 스위치를 재부팅한 것이다. 실험 결과 생쥐는 시력과 뇌, 근육, 신장 세포 모두 회복되었다. 생쥐의 나이도 5개월이던 상태로 다시 젊어졌다.
연구팀은 또 같은 방법으로 80세에 해당하는 생쥐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도 성공했다. 후성유전체를 조절해 노화를 앞당기거나 젊어지게 할 수도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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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피 수혈받으면 회춘할 수 있을까
피에 대한 속설은 역사가 오래됐다. 원시 인류는 피를 많이 흘리면 죽어가는 동료와 주변 동물을 보면서 피 속에 생명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피에 대한 인류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오래된 기록은 성경에서 피를 마시지 못하게 하는 계율을 기록하거나 최후의 만찬 동안 예수가 제자들에게 포도주를 건내며 ‘이것은 나의 피’라고 하는 장면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옛 민간요법 중 하나로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방법으로 손가락을 끊어 피를 먹이는 것이 있었다.
이러한 생각들을 확장하면 건강한 동물과 사람의 혈액에는 젊음과 생기를 유지하는 무엇인가 담겨져 있다고 상상하기 쉽다. 그래서 어리고 건강한 동물과 사람의 혈액을 마시거나 수혈 받으면 늙거나 병든 사람이 다시 젊음과 생기를 되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 오랫동안 있었던 것 같다. 풍문에 의하면 1492년 로마 교황 인노첸시오 8세가 말년에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소년의 피를 마시라는 의사의 처방을 받았다고 하는데, 피를 생명력의 원천이라 생각한 오랜 역사를 생각해보면 기록되지 않은 사례들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사실 혈액이 생명력을 담고 있다는 생각은 과학적으로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왜냐하면 현대인들도 원시인들처럼 혈액이 부족하면 죽음을 맞고 수혈을 통해 보충하면 생명을 되찾는 원리를 쉽게 이해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러한 시도가 인간의 생명을 되살리는데 효과적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1665년 영국 의사인 리차드 로워(Richard Lower)가 동물들을 대상으로 하나의 개체가 다른 개체로부터 피를 전달받을 수 있음을 증명하려 했고, 1818년 영국의 산부인과 의사인 제임스 블런델(James Blundell)은 혈액이 부족해 죽어가는 산모가 건강한 가족의 혈액을 수혈받을 수 있도록 해 산모가 생명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프랑스 생리학자 폴 베르트(Paul Bert)는 1860년대에 장기 이식에 대한 연구를 목적으로 흰 쥐 두 마리의 피부를 서로 접합해 두 개체가 하나로 합쳐진 모습의 ‘파라바이오시스(parabiosis)’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접합된 피부를 통해 혈관이 이어짐으로써 두 쥐는 하나의 순환계를 이룰 수 있었으므로 이는 서로 다른 두 개체가 상대방에게 지속적으로 자신의 피를 수혈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 뒤 이 기법은 혈관을 직접 연결하는 식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1972년 캘리포니아주립대 프레데릭 루드윅(Frederic C. Ludwig)과 로버트 엘쇼프(Robert M. Elshoff)는 이 기법을 활용해 젊은 쥐의 피가 늙은 쥐에게 지속적으로 전달되게 하였더니 늙은 쥐의 수명이 연장되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었다(10.1111/j.2164-0947.1972.tb02712.x).
그 후 많은 연구자들이 ‘젊음의 피’가 노년의 동물에게 신체적 젊음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연구에 뛰어들었다.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의 토마스 랜도(Thomas A Rando) 교수 연구팀은 파라바이오시스를 통해 젊은 피를 수혈받은 늙은 쥐는 여러 조직 내 세포들의 재생 및 분열이 다시 증가하는 등 젊은 생쥐의 조직과 비슷한 생물학적 변화가 일어남을 보고했다(doi.org/10.1038/nature03260). 이는 젊은 개체의 혈액 내 무엇인가가 노화의 역전을 이룰 수 있는 생물학적 정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노화의 피’는 정 반대로 젊음을 역전시키는 무엇인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이든 동물의 피를 어린 동물에게 수혈하면 오히려 노화를 가속화 시킬 수 있을까라는 점이 궁금해진다. 2022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이리나 콘보이 교수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에 발표(doi.org/10.1038/s42255-022-00609-6)에 늙은 쥐의 피를 수혈 받으면 젊은 쥐의 세포 노화가 촉진되어 신체 노화가 전체적으로 빠르게 진행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러한 효과는 단순히 젊은 쥐의 피가 늙은 쥐의 피에 의해 희석되어 ‘젊음’의 힘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늙은 쥐의 피 속에 노화를 촉진하는 무엇인가가 존재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콘보이 교수 연구팀이 항노화제의 일종으로서 노화 세포들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는 세놀리틱(senolytic) 약물을 미리 처리한 늙은 쥐의 피를 젊은 쥐에게 전달했더니 수혈에 의한 젊은 쥐의 노화 촉진 현상이 사라졌다. 이러한 여러 연구결과들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몸 속 어디에서인가는 젊음과 노화를 유도할 수 있는 물질들을 분비되고 있으며, 이는 혈액을 통해 온 몸을 순환하며 노화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과학자들의 관심은 젊음과 노화를 조절하는 혈액 속 물질의 정체이다. 특히 젊은 개체의 혈액 내 무엇인가가 실제로 세포 및 유전자 변화를 통해 노화의 역전을 이룰 수 있다는 증거가 쌓이면서 젊은 사람의 피에 존재하면서 노화를 늦추거나 방지할 수 있는 혈액 내 물질의 정체를 찾고자 많은 과학자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혈액은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의 혈구들과 다양한 단백질과 무기질, 대사체 등이 포함되어 있는 혈장(plasma)으로 구성된 액체다. 이들 중 가장 큰 주목을 받는 혈액 내 성분은 ‘혈장’이다. 혈장을 구성하는 물질들은 다양한 단백질, 대사체 등이며 이들의 조성도는 신체 상태나 나이 등에 의해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에이미 와그너스(Amy J. Wagners) 미국 하버드대 교수 연구팀이 젊은 쥐의 혈장에 존재하는 성장인자 중 하나인 GDF11이 노화를 늦출 수 있는 ‘그것’이라고 주장했다(DOI: 10.1126/science.125115). 다른 한편, 토니 와이스-코레이(Tony Wyss-Coray)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진은 젊음의 피를 주입받은 늙은 쥐의 회춘 효과가 소수의 단백질 및 특정 조직 수준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분자 기전 및 세포들의 종합적인 결과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파라바이오시스를 통해 젊은 쥐의 피를 수혈받은 늙은 쥐의 20여개 조직들 내 세포들의 유전자 발현 패턴을 종합 분석한 결과(10.1038/s41586-022-04461-2) 지방유래줄기세포(adipose mesenchymal stromal cell), 조혈모세포(hematopoietic stem cell), 간세포 (hepatocyte) 등에서 유전자 변화가 가장 두드러졌다. 가장 큰 변화를 보인 유전자들은 주로 미토콘드리아 전자전달계(mitochondria electron transfer)와 관련되어 있었으며, 이는 주로 ATP 생성 등 세포호흡에 필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뇌의 노화도 젊은 피의 도움을 통해 늦춰지거나 역전될 수 있을까.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신체적인 능력 저하뿐만 아니라 인지기능의 저하를 체감하는 분들이 많을텐데, 뇌의 노화도 젊은 피의 도움을 받으면 당연히 회복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뇌는 다른 신체 장기들과 다르게 혈액의 영향을 직접 받지 않는다.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이라 불리는 특수한 구조 때문에 뇌세포는 혈액에 직접 영향을 받을 수 없으며 혈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혈장 내 특정 단백질 및 물질들만이 뇌에 직접 전달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많은 연구들이 젊은 피에서 얻어낸 혈장이 뇌의 노화성 퇴행 및 인지기능 저하를 늦춘다고 보고하고 있다. 특히 혈장 내 포함된 단백질들 중 혈뇌장벽을 투과할 수 있는 단백질들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근육에서 분비되는 ‘cathepsin B’, ‘irisin’ 등은 혈액을 통해 혈뇌장벽을 통과해 뇌로 직접 전달되고 신경영양인자 발현 및 신경세포 생성 증가를 유도할 수 있다고 보고된 바가 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단백질들 중 일부는 식습관이나 신체활동(운동) 뿐만 아니라 노화에 따라 혈장 내 농도가 변하는 단백질들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오스테오칼신(osteocalcin)’이라 불리는 골아세포(osteoblast)에서 유래하는 단백질은 나이가 듦에 따라 점차 혈중 농도가 감소하는 반면, 운동 등과 같은 신체활동에 의해 농도가 다시 증가하는 특징이 있다. 근육에서 분비되는 인터루킨6(IL-6)이 골아세포에서 오스테오칼신의 분비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부의 오스테오칼신은 뇌까지 도달할 수 있다. 2019년 프랑스 프랑크 오리 (Franck Oury) 박사 연구진은 혈액 내 호르몬이 뇌로 전달되면 신경영양인자의 발현을 증가시킴으로써 기억 향상 및 노화성 기억 감퇴를 회복할 수 있음을 생쥐모델을 활용해 증명하기도 했다(10.1016/j.cub.2018.12.021).
노화 역전을 위해 피를 활용하고자 하는 연구는 아직도 활발히 진행 중이며, 일부는 인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 임상실험이 진행되거나 준비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나이에 따른 혈장 단백질의 조성 차이를 분석하고 이들 중 노화와 관련된 단백질들을 구성해 노화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회사들(Ambrosia, Alkahest, Elevian 등)이 창업하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실험동물을 통해 발견한 연구결과들을 기반으로 건강하고 젊은 사람의 혈장 자체를 이용하거나 그 혈장들에서 노화 방지 효과가 있었던 특정 단백질들을 활용해 우선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관절염 치료를 모색중이다.
물론 많은 동료과학자들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의 견제와 비난이 만만치 않다. 젊은 피에서 확보한 혈장 성분들의 항노화 효과 및 노화성 질환 치료 효과가 모든 연구에서 재현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기도 하고 다른 한 편에서는 혈장 또는 혈장 내 단백질들의 효과가 과장되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FDA 등과 같이 의약품 허가를 심사하는 기관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인체 물질을 임상에 적용한다는 시도를 매우 조심스러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모든 난관들은 아직 우리가 노화 및 역노화의 분자 기전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한바탕 소동과 같다고 본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인류가 생명력의 정체를 혈액에서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면, 이제부터는 겨우 찾아낸 생명력의 정체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다시 노력할 때가 아닌가 싶다.
아래는 2023년 1월 13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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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화 연구팀, 실험실서 늙은 생쥐 ‘회춘’ 성공
“늙고 눈먼 쥐 시력 회복하고 젊어져…노화는 가역적”
하버드대 의대 블라바트니크연구소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팀은 이날 과학저널 ‘셀'(Cell)에서 늙고 눈이 먼 쥐의 시력을 되찾게 하고 뇌를 더 젊게 만드는 한편, 근육과 신장 조직을 더욱 건강하게 하는 등 회춘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이와 반대로 젊은 쥐의 노화 속도를 두 배로 높여 신체의 거의 모든 조직에서 파괴적인 노화현상이 나타나게 하는 데도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생쥐 세포의 노화를 되돌리기 위해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성체 세포를 배아줄기세포 단계로 만든 역분화에 사용했던 4가지 ‘야마나카 전사인자'(Oct3/4, Sox2, Klf4, c-Myc) 중 3가지를 혼합한 칵테일을 사용했다.
눈먼 생쥐의 손상된 망막 신경절과 노화된 뇌, 근육, 신장 세포에 야마나카 전사인자 칵테일을 투여하고 항생제로 이들 인자를 작동시키자 쥐가 시력을 거의 되찾았고 뇌·근육·신장 세포도 젊은 상태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반대로 후생유전자를 변화시키는 방법을 개발, 쥐의 DNA에 돌연변이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DNA가 접히는 방식만 변화시켜 노화가 두 배 빠르게 진행되도록 했다.
싱클레어 교수는 “이 실험은 노화가 마음대로, 그리고 앞뒤로 일어나게 할 수 있는 가역적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리 몸에는 노화를 되돌릴 수 있는 ‘젊음의 백업 사본’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실험은 노화가 DNA를 훼손하고 세포조직을 손상해 질병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유전적 돌연변이의 결과라는 과학적 믿음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노화는 유전적 돌연변이로 생긴 쓰레기(junk)나 손상에 의한 게 아니라 오래된 컴퓨터에서 소프트웨어 오류가 발생하는 것처럼 세포가 DNA를 읽어내는 능력을 잃어 기능을 상실하는 게 원인”이라며 이를 ‘노화의 정보 이론’이라고 칭했다.
연구팀은 노화를 이런 후생유전자가 유전자 작동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유전자에 붙어있는 단백질이나 화학물질인 후생유전자가 스위치처럼 유전자 작동 여부를 지시하는데,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DNA 손상 등 노화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싱클레어 교수는 “이 연구의 놀라운 발견은 인체에 본체를 리셋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백업 카피가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이라며 “이를 통해 소프트웨어가 손상되는 이유와 리셋 스위치를 눌러 본체를 재부팅 함으로써 세포가 게놈을 다시 제대로 읽을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이어 “노화를 되돌리는 데에는 50살짜리 몸이든 75살짜리 몸이든, 건강하든 병들었든 상관이 없다”며 “일단 회춘 과정이 시작되면 몸은 재생하는 방법을 기억하고 늙었든 병들었든 상관없이 다시 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춘 스위치를 찾는 연구는 매사추세츠공대(MIT) 대학원 시절 호모에서 노화 조절 유전자를 발견하면서 시작됐다”며 “이 유전자는 모든 생명체에 모두 존재하기에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2023년 2월 9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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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피 수혈하니 쥐 수명 최고기록 깨졌다
젊은 쥐에서 얻은 혈장을 투여한 쥐가 지금껏 쥐의 수명 최고기록을 깨고 생존하는 데 성공했다. 장기와 조직의 노화를 막고 수명을 연장하는 연구에 이번 결과를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혈장치료제 스타트업 ‘유반리서치’의 해롤드 캐처 최고과학책임자(CSO)는 2019년 2월 28일에 태어난 쥐 ‘시마’에게 어린 쥐에서 채취한 혈장을 주입한 결과 47개월 살아 기존 과학 논문에 발표된 최장수 쥐의 기록(45.5개월)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혈장은 혈액 속의 유형성분인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을 제외한 액체성분을 말한다.
연구팀은 젊은 쥐의 혈장이 노화된 장기와 조직에 활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젊은 쥐의 혈장을 쥐에 주입한 결과 쥐의 수명이 38~47개월로 늘어났다. 식염수를 주입한 대조군의 경우 수명이 34~38개월이었다. 연구팀이 활용한 쥐(Sprague Dawley)의 평균 수명은 30~42개월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캐처 CSO는 “단순히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젊음’을 연장한다는 게 핵심이다”라며 “고통스러운 노후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혈장 주입이 노화를 늦추거나 생체 시계를 되돌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지속적으로 나왔다. 2017년 4월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신생아의 탯줄에서 얻은 혈장을 늙은 쥐에게 주입하자 노화가 멈추고 기억력이 향상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사용한 쥐의 평균 수명은 2년이었는데 혈장을 주입한 18개월 된 쥐는 4개월 된 쥐와 비슷한 기억력을 보였다.
2020년 로스엔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구팀도 젊은 쥐의 혈장을 주입하면 늙은 쥐의 간, 혈액, 심장 및 뇌 영역 중 시상하부의 생체 시계가 젊어진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당시 데이비드 신클레어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연구를 지속하면 신체가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비교적 적은 숫자의 쥐 실험을 통해 증명됐다. 연구팀은 실험군 8마리, 대조군 8마리 등 총 16마리의 쥐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스티브 호배스 UCLA 교수는 “표본의 크기가 작아도 몇 가지 보완 연구 결과가 있어 충분히 믿음직스럽다”며 “향후 20년 안에 혈장 연구를 통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치료법이 인간에게 적용되려면 더 많은 동물에서 대규모 실험을 수행해 효과를 입증할 필요가 있다. 캐처 CSO는 “도축장의 돼지에서 혈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돼지를 도축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혈액을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