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제공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새하얀 설원 속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는 눈덧신토끼의 모습을 표지에 실었다. 캐나다와 알래스카에 사는 눈덧신토끼는 여름에는 노란색이나 회색 혹은 갈색으로, 겨울에는 순백색으로 몸빛깔을 바꾼다. 계절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한 것인데 최근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겼다. 눈으로 뒤덮이는 기간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줄어들면서 털빛깔을 바꾸는 기간과 큰 차이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눈덧신토끼는 급변하는 기후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까. 이 연구가 힌트가 될 듯하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포르투갈 생물다양성 및 유전자원연구소(CIBIO)가 참여한 국제연구팀은 치명적인 병원균 감염에서 살아남기 위해 빠른 속도로 진화한 토끼에 관한 연구 결과를 14일 소개했다.
토끼는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번식한다. 19세기 말 유럽에서 온 이주민들은 호주에 토끼 종의 하나인 유럽 토끼도 함께 데려왔다. 1950년에는 이 토끼의 수가 10억 마리로 늘었다. 늘어난 토끼가 환경 문제로까지 커지자 호주 과학자들은 토끼 수를 조절하기 위해 토끼를 빠른시일 내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점액종 바이러스를 풀었다. 프랑스와 영국도 같은 방식을 시도해 토끼의 수를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토끼의 개체 수 감소세는 시간이 지나며 줄어들기 시작했다. 세 곳의 토끼가 살아남기 위해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도록 진화한 것이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놀랍게도 세 곳의 토끼는 사는 곳은 떨어져 있어도 비슷한 형태의 진화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세 곳의 토끼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호주와 프랑스, 영국의 유럽 토끼 152마리의 게놈 서열을 분석했다. 사는 곳과 환경이 달랐음에도 세 곳의 토끼는 DNA속 비슷한 위치의 면역 관련 유전자가 변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에게서 생산되는 항바이러스 단백질인 인터페론의 활성화 정도가 높아진 것이다.
연구팀은 “세 국가에서 바이러스 저항을 위한 진화가 비슷하면서도 빠르게 발생한 이유는 유럽 토끼의 선조들이 이미 갖고 있었던 지식인 ‘자연 선택설’의 힘”이라고 밝혔다. 세 곳의 서로 다른 지역에서 토끼가 병원균에 저항하기 위해 같은 전략을 선택했다는 것은 환경에 적응해 생존한 개체가 살아남는 자연선택설의 원리를 모두 채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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