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시절을 떠올리면 키가 작아 주눅 든 적이 많아 씁쓸하다. 당시 중고교는 키 순서로 번호를 매겼는데, 필자는 6년을 다 합쳐도 ‘11’에 불과했다. 평균 2번이 채 안 됐다는 말이다. 당시 한 반에 60명인 걸 생각하면 정말 작았다.
키는 뼈 성장판의 활동에 좌우되고 성장판이 닫히면 더 이상 키가 크지 않는다. 청소년 시절 필자는 친구들에 비해 성장판이 덜 활발했다는 말이다. 다행히 성장판이 좀 늦게 닫혀 대학 때 몇㎝ 더 큰 덕분에 키는 ‘작은 편’에 속한다.
성장판은 뼈몸통과 뼈끝 사이에 있는 얇은 판 형태의 연골이다. 성장호르몬을 비롯한 여러 생체신호를 직간접으로 받아 연골세포가 분열해 두꺼워지고 뼈몸통 쪽 연골이 뼈조직으로 치환되면서 뼈몸통이 길어져 키가 큰다. 그러나 이 과정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어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아는 게 많지 않다.
줄기세포 개수 늘어야
학술지 ‘네이처’ 3월 14일자에는 성장판 활동의 주인공인 줄기세포의 기원과 분화 메커니즘을 규명한 논문이 실렸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를 비롯한 유럽의 공동연구팀은 생쥐를 대상으로 세포 하나하나를 구분할 수 있는 형광염색법을 써서 이 미스터리를 풀었다.
성장판 연골세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성장판 연골세포는 3개 층으로 나뉜다.
먼저 ‘둥근 연골세포’로 뼈끝에 면해있다. 보통 뼈의 성장을 묘사할 때 뼈끝을 위에 뼈몸통을 아래에 배치되게 그리므로 세 층 가운데 가장 위다.
그 아래 ‘증식 연골세포’가 있는데 납작한 모양새다. 이름 그대로 세포가 분열해 길이 방향으로 증식한다. 벽돌을 쌓아 만든 기둥처럼 보인다.
맨 밑은 ‘비대 연골세포’가 자리하는데 말 그대로 세포가 크다. 세포분열을 하지 않고 나중엔 오히려 죽고 그 빈자리를 골세포가 채워 뼈몸통이 길어지는 것이다.
세 가지 연골세포는 태생부터 다른 게 아니라 둥근 연골세포가 증식 연골세포가 되고 아래쪽 증식 연골세포가 비대 연골세포로 바뀌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세포의 성격을 알 수 있는 표지법을 써서 둥근 연골세포에서 줄기세포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줄기세포는 미분화된 세포로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분열한다. 먼저 ‘비대칭 세포분열’로 줄기세포 하나와 분화될 세포로 나뉜다. 따라서 줄기세포 수는 그대로다(S → S + D). 다음으로 ‘대칭 세포분열’로 줄기세포 두 개로 나뉜다. 따라서 줄기세포 수가 늘어난다(S → S + S).
갓 태어난 생쥐의 성장판 둥근 연골세포에는 줄기세포가 몇 개 되지 않는다. 태아일 때는 주로 비대칭 세포분열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장기에 들어서자 대칭 세포분열이 일어나 줄기세포 수가 늘어났다. 그리고 여기서 분화된 증식 연골세포가 길이 방향으로 분열하면서 아랫부분은 비대 연골세포가 되고 결국은 뼈몸통으로 바뀌는 과정이 활발해졌다.
연구자들은 성장기에 뼈끝에서 오는 신호가 줄기세포의 mTORC1 경로를 활성화해 줄기세포가 대칭 세포분열을 하게 성격을 바꾼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 비대 연골세포와 둥근 연골세포가 신호를 주고받아 연골세포의 길이 방향 증식을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신호를 방해하면 연골세포 기둥이 짧아진다.
결국 성장판에 있는 줄기세포가 대칭 세포분열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와 세 가지 유형의 연골세포 사이의 신호 교환이 얼마나 원활히 이뤄지냐에 따라 뼈몸통의 길이 성장이 결정된다는 말이다. 이 과정에 관여하는 다양한 신호 분자와 좀 더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밝혀진다면 성장판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나올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도 성장호르몬이 있기는 하지만 효과가 그리 크지 않고 장기간 사용했을 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후속 연구가 이어지면 머지않아 효과는 더 크고 부작용은 줄인 ‘키 크는 칵테일(성장호르몬 플러스 알파)’이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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