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학·과학 관련 뉴스를 보면 ‘오가노이드’와 관련한 소식을 자주 접할 수 있다. 개발에서부터 실험 소식 그리고 희귀질환의 해결책으로도 꼽힌다. 지난 3월 11일에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의학’에 “뇌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라는 연구결과가 실리기도 했다. 도대체 이 오가노이드가 뭐길래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걸까?
‘미니 장기’, ‘유사 장기’라고도 불리는 오가노이드(Organoid)는 배아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 유도만능줄기세포 등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서 만든 ‘장기 유사체’를 말한다.
예전엔 배양접시에 세포를 배양하는 2차원 식이었다면, 최근엔 3차원 세포 구조체를 하이드로겔 안에서 배양한다. 생체 조직을 재연하는 것을 넘어서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게끔 하는 것이다.
오가노이드는 지난 2009년 개발된 이후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에서 관련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질병 치료를 위한 신약과 인공장기 개발에 활용된다. 그간 윤리적 논란에 휩싸였던 ‘동물실험’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이 오가노이드의 가장 큰 장점이다.
지금까지는 심장, 위, 간 등을 포함한 11개 주요 신체 장기가 만들어졌다. 가장 복잡한 장기이자 시스템인 ‘뇌’는 신경세포가 조화롭게 생성되지 못해 늘 실패해왔다. 심장의 경우 박동을 하거나 물질 순환에 관여하는 등 기능이 확인됐으나 뇌 오가노이드에서는 이 ‘기능’이 확인되지 않은 것.
다른 장기보다 만들기 어렵다고 알려진 뇌 오가노이드지만, 많은 연구팀이 이를 배양하기 위해 뛰어들고 있다. 자폐증, 조현병과 같은 신경 질환을 모방할 수 있는 뇌를 만들어내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을 알아내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다. 특히 치매의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거라고 학계는 크게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25일, ‘네이처 메소드’ 학술지에 따르면,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의대와 뉴욕줄기세포연구소 등 공동 연구팀이 신경세포의 기본 요소를 갖춘 뇌 오가노이드를 최초로 만들어냈다.
이들이 만든 뇌는 신경계를 구성하는 단위 중 하나인 ‘신경 아교 세포’를 구현했다. 해당 세포는 뇌와 척수 내부의 신경세포에 필요한 물질을 공급, 세포의 활동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는 세포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펠리제우스 메르츠바하병(Pelizaeus-Merzbacher Disease·영아기나 소아기 초기, 정신운동발달장애·구음장애·정신지체를 앓는 병. 대부분의 환자들이 움직이지 못함)과 같은 난치성 희귀 질환 연구를 진행한다. 또한 이 오가노이드는 환자의 세포로 만들어져 약의 부작용, 효능을 판별할 때에도 유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11일에는 사람의 피부세포를 기증받아 뇌 오가노이드 만들기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네이처’에는 실비아 카펠로 독일 막스블랑크 정신의학연구소 그룹 리더팀이 신경세포이동장애를 연구할 수 있는 뇌 오가노이드를 만들었다는 보고서가 실렸다.
연구팀은 지카바이러스, 자폐증,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피부 세포를 기증받아 뇌 모델을 만들었으며, 해당 세포로 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카펠로 그룹 리더는 “새로운 치료법을 발견할 수 있는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간 ‘불치병’이라 여겨졌던 뇌 질환이 치료될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오가노이드를 계기로 치매, 자폐증 관련 치료제가 하루빨리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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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22년 10월 14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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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접시에 키운 뉴런, ‘퐁’ 게임 플레이하다
직접 연구하기 어려운 퇴행성 뇌신경질환 연구를 위한 새로운 수단이 되리란 기대다. 하지만 윤리 문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호주 바이오기업 코티컬랩스와 모나시대학 등 공동 연구진은 배양접시에서 뇌 신경 세포와 미세전극을 연결, 외부와 피드백을 주고받게 한 ‘디시브레인(DishBrain)’을 개발하고 ‘퐁’ 게임을 학습해 플레이하게 했다. 퐁은 화면 양끝의 긴 막대 모양 채를 위아래로 움직여 서로 공을 주고받는 초창기 비디오게임이다.
이 연구 결과는 12일(현지시간) 학술지 ‘뉴런’에 실렸다.
연구진은 디시브레인 회로의 왼쪽과 오른쪽 전극에서 나오는 신호는 공이 어느 쪽에 있는지를, 신호의 주기는 공과 채의 거리를 나타내도록 설정했다. 채는 자극에 반응해 신경 세포에서 나오는 신호에 따라 움직였다.
뉴런이 공을 제대로 받아치는 신호를 보낸 경우 일정한 위치에서 안정적 피드백을 보냈고, 공을 제대로 치지 못했을 때엔 위치와 간격이 불안정한 신호를 보냈다. 이는 생체 세포는 가능한 안정적 환경을 유발하는 행동을 반복한다는 가설에 기반한 것이었다. 이같은 방식으로 연구진은 생체 외부에 있는 신경 세포가 주변 환경에 적응, 게임 하는 법을 배우게 했다.
전극 어레이 위에 수개월 간 배양된 신경 세포 이미지 (자료=코티컬랩스)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진은 인간 줄기세포로 만든 피질 오가노이드를 갓 태어난 쥐의 대뇌피질 중 체감각을 감지하는 부위에 삽입, 연구 결과를 12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이는 마치 “회로에 트랜지스터를 끼우듯” 성공적으로 작동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오가노이드란 줄기세포를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유사 장기로, ‘미니 장기’라고도 한다. 신약 개발이나 질병 연구에 활용 가능성이 크지만, 혈관이 형성되지 않아 수명이 짧기 떄문에 연구에 제약이 있다.
연구진은 불이 켜질 때 수도꼭지를 핥으면 물이 나오게 해 쥐를 훈련시켰다. 이후 쥐의 뇌에 박은 광섬유로 인간-쥐 하이브리드 뇌에 빛을 비추자 쥐는 수도꼭지를 핥았다. 이는 인간 뇌 오가노이드가 쥐의 뇌와 잘 통합됐음을 보여준다.
또 연구진이 쥐의 수염을 만지자 사람 세포 부분이 신호를 내보냄도 확인했다. 사람 세포 부분이 감각을 수용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한다는 의미다.
갓 태어난 쥐의 뇌에 이식된 사람 뇌 오가노이드가 밝은 녹색을 띄고 있다. (자료=스탠포드대)
이 기술을 응용하면 뇌의 작용이나 신약이 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실제 인간 뇌와 보다 비슷한 환경에서 살펴볼 수 있어 관련 연구에 돌파구가 되리란 기대다. 세르지우 파스카 스탠포드대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기존 체외 모델을 통한 연구의 한계를 넘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라며 “정신질질환이 뇌의 기본 회로 수준의 미묘한 차이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비추어, 이는 중요한 진전”이이라고 말했다.
이들 연구는 뇌질환 치료 연구에 가능성을 제시하는 한편, 인간의 의식과 지성에 대해서도 새로운 질문과 우려를 동시에 던진다는 평가다. 마이크로전극이나 쥐의 뇌 등 인간 생체가 아닌 곳에서 인간 뇌 활동을 일부나마 재현하기 때문이다.
코티컬랩스는 주변 환경에 적응해 행동을 바꾸는 브레인디시에 대해 ‘지각이 있다(sentient)’라고 표현한다. 브렛 케이건 코티걸랩스 최고과학자는 “이 연구는 지능에 대한 이해의 새 지평을 연다”라며 “살아있고 지능이 있다는 것, 변화하는 환경에서 정보를 처리하고 지각을 갖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근원적 문제를 제기한다”라고 말했다.
스탠포드대 연구진의 쥐 실험은 쥐에서 예기치 못한 해를 끼치거나, 나아가 쥐의 뇌에서 인간 의식이 나타나게 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낳는다. 연구진은 사람의 뇌 오가노이드를 이식받은 쥐가 기억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특별히 달라진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버드대학에서 분자생물학을 연구하는 파올라 알로타는 네이처에 “관련 연구가 발전함에 따라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은 상존한다”라며 “오가노이드 연구의 위험과 질병 치료의 유익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