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도 전염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알츠하이머병은 활동성 병원체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뇌혈관에 침착돼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전염 가능성 얘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연구 결과 치료에 사용됐다 중단된 호르몬 병에서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단백질 씨앗이 발견됐고, 쥐 실험에서 이 아밀로이드 병리 단백질이 씨앗처럼 퍼질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13일자에 실린 이번 연구는 영국 유니버시티 컬리지 런던(UCL) 연구팀이 2015년에 수행한 연구의 후속 연구로 수행됐다.
연구팀은 새 연구에서 인간 광우병으로 일컬어지는 크로이츠펠트-야곱병(CJD)이 발병했던 환자에게서 이 아밀로이드 병리 증거를 발견했다. 이 CJD 환자들은 사망한 사람들의 뇌하수체로부터 추출한 인간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았었다.
수십년 된 호르몬 병 속 아밀로이드 단백질, 질병 유발
아밀로이드 병변은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뇌 단백질이 축적되는 현상이다.
이번 새 연구에서는 수십 년 전 사용됐다 중단된 호르몬들의 일부가 실제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씨앗(seed)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울러 이 호르몬들을 쥐에게 실험 주입한 결과 아밀로이드 병리를 전염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번 발견은 CJD 환자들이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서 오랫동안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우연히 전파되었다는 연구팀의 가설을 뒷받침한다.
논문 제1저자인 존 콜린지(John Collinge) 교수(MRC 프리온 연구단 및 UCL 프리온병 연구소)는 “우리의 초기 연구에서는 어린 아이 때 사체에서 유래한 뇌하수체 성장호르몬(c-hGH) 치료를 받고 수년 뒤 CJD가 발병한 몇몇 사람들도 뇌에 알츠하이머병의 특성을 지닌 비정상적인 단백질 침착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1985년 이전에 인체 조직에서 추출한 인간성장호르몬이 CJD를 일으키는 프리온뿐만 아니라 아밀로이드 베타의 씨앗으로 오염됐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었다”며, “이번 연구에서 보관된 일부 호르몬들이 실제로 알츠하이머병에서 발견되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씨앗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환자와의 접촉시 전염 증거 없어”
그러면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접촉하면 알츠하이머병이 옮길 수 있을까?
콜린지 교수에 따르면 이번 연구에서 중요하게 강조할 점은 환자와의 접촉으로 알츠하이머병(혹은 CJD)에 걸린다는 어떤 시사점도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연구는 이 분야에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팀이 수행한 2015년의 연구 결과는 CJD로 사망한 여덟명의 뇌 해부 조사를 통해 어린시절의 성장호르몬 주사가 성인이 돼 아밀로이드 병리가 나타난 것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2015년 논문에 발표된 여덟 명의 사례는 사체의 뇌하수체 유래 인간성장호르몬으로 치료를 받은 케이스였다. 이 호르몬 요법은 1985년 CJD를 일으키는 비정상 프리온 단백질이 전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기 시작하기 전까지 다양한 원인의 저신장 치료를 위해 사용됐다.
이후 c-hGH의 사용은 중지됐고 CJD를 전염시킬 위험이 없는 합성호르몬으로 대체됐다.
8명의 사망자 중 6명은 뇌 조직에서 아밀로이드 병변을 보였고, 이 중 4명은 뇌에서 출혈을일으킬 수도 있는, 뇌혈관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축적되는 뇌 아밀로이드 혈관병증(CAA)을 가지고 있었다.
CAA는 대부분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서 어느 정도 증세가 나타난다. 그러나 CJD 환자들은 사망할 당시 어느 누구도 전반적인 알츠하이머병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쥐 실험 결과 1년 뒤 알츠하이머 혈관병증 발생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환자들이 치료받았던 c-hGH를 추적해 이 호르몬들을 분석했다. 그런 다음 몇몇 샘플들이 실제로 CAA와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킬 수 있는 상당한 양의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알츠하이머병의 한 원인으로 알려진 타우(tau) 단백질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비정상적인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을 검출해 내야 한다.
연구팀은 실험을 위해 호르몬 병에 있는 샘플을 실험실 쥐에 주입했다. 쥐가 유전적으로 변이를 일으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생성돼 병의 씨앗이 뿌려질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기 위해서였다(이 실험에서 쥐들은 타우 단백질을 만들지는 않았다).
오염된 성장호르몬 샘플을 접종한 쥐들은 뇌에서 아밀로이드 병리가 나타날 가능성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1년이 채 안돼 뇌 아밀로이드 혈관병증(CAA)이 나타났다.
이는 이 연구의 다른 실험에서 전형적인 알츠하이머환자의 조직을 주입한 쥐에게서 나타난 증상과 똑같았다.
실험 대조군으로 합성성장호르몬 혹은 정상 뇌 조직을 주사한 쥐들에게서는 이런 패턴이 나타나지 않았다.
“오염물질 통해 사람에게 전파될 수도”
이번 연구 결과는 문제의 c-hGH가 수십 년 간 보관된 뒤에도 쥐에게 아밀로이드 병변을 일으킬 수 있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콜린지 교수는 “실험 결과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오염된 물질로부터 사람에게 옮겨질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의학적 또는 수술 과정을 통해 알츠하이머병 자체가 옮겨가 발병할 수 있는지, 혹은 이런 방법으로 얼마나 흔하게 아밀로이드 병인이 생길 수 있는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뇌수술에 사용된 도구들과, 다른 연구 결과들 및 우발적인 CJD 전파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포함해 오늘날까지 행해지고 있는 다른 의학적 절차로 인한 아밀로이드 전파 위험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를 지원한 영국 의학연구위원회(MRC) 과학 최고책임자(CSO)인 롭 버클(Rob Buckle) 박사는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에서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기저를 이루는 분자 메커니즘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평가하고, “이번 실험들에서는 쥐에게서 알츠하이머병이 쉽게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현재로서는 알츠하이머병이 사람들 사이에 전파될 수 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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