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문] 1400~1600g 정도인 뇌에는 약 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활동한다. 이들이 서로 소통하며 학습과 기억 같은 놀라운 고등 인지기능을 발휘한다. 과학이 뇌의 작동 메커니즘에 조금씩 접근할수록 그 정교함과 기민함에 놀랄 수밖에 없다. (2018. 12.)

 

 

 

 

신경세포를 유형별로 염색한 생쥐 대뇌피질의 단면을 현미경으로 본 모습. 가장 위층에 있는 Ndnf 신경세포(빨간색)가 아래층의 흥분성 신경세포(초록색) 쪽으로 가지를 뻗고 있다. 와이즈만 과학연구소 제공

학습 능력의 핵심은 뇌의 가소성(plasticity)이다. 가소성은 새로운 걸 한번 배우고 나면 이후 비슷한 걸 접할 때 전보다 더 잘 반응하는 성질을 말한다. 학습 과정에서 뇌의 가소성이 어떻게 조절되는지는 과학자들의 오랜 관심거리였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연구소는 이보 스피겔 신경생물학과 교수 연구진이 여러 종류의 신경세포들이 역할을 세분화하는 방식으로 각각 가소성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뉴런’ 최신호에 소개됐다.

대뇌의 가장 표면 쪽에 있는 대뇌피질은 기억이나 사고, 학습 같은 중요한 인지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여러 층으로 구성된 신경세포들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은 뇌에서 끊임없이 오가는 전기화학신호를 활발하게 만드는지 줄어들게 만드는지 등에 따라 이곳의 신경세포들을 크게 흥분성과 억제성의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흥분성 신경세포가 대부분이지만, 와이즈만 과학연구소 연구진은 억제성 신경세포의 역할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독일 막스플랑크 뇌연구소와 함께 대뇌피질 가장 바깥 층(layer 1)에 존재하는 억제성 신경세포에서만 발현되는 유전자(Ndnf)를 찾아냈다. 그리고 이를 조작해 Ndnf 유전자의 활동이 추적될 수 있는 생쥐를 만들었다. 연구진은 이 생쥐의 발에 약한 자극과 소리를 반복적으로 들려주며 생쥐가 자극과 소리를 연관 지을 수 있도록 학습시켰다.

모든 신경세포는 길게 가지를 뻗어 스스로를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한다. 연구진은 신경세포들의 연결 부위를 분석해 Ndnf가 발현되는 신경세포가 대뇌피질 아래로 깊숙이 확장한 가지(수상돌기)를 통해 흥분성 신경세포와 연결되고, 이것이 또 다른 억제성 신경세포인 마르티노티(Martinotti) 세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냈다. 흥미롭게도 Ndnf 신경세포와 마르티노티 세포는 한 쪽이 활동하면 다른 한 쪽은 활동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생쥐가 자극과 소리를 학습하는 동안 뇌에서 Ndnf 신경세포와 마르티노티 세포의 변화를 관찰했다. 희한하게도 생쥐가 학습을 지속할수록 마르티노티 세포의 반응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Ndnf 신경세포는 반응이 더 강해졌다. Ndnf 신경세포가 학습되는 경험의 강도에 큰 영향을 미칠 거라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Ndnf 신경세포와 마르티노티 세포가 서로 다른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고 예상했다. 마르티노티 세포가 주로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고, Ndnf 신경세포가 이를 중재해 내부 반응으로 만들어 또 다른 억제성 신경세포로 전달한다는 것이다. 흥분성 신경세포보다 수가 더 적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억제성 신경세포가 뇌의 가소성에 더 많이 기여할 지 모른다고도 연구진은 추측했다.

이어 연구진은 대뇌피질 신경세포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만든 생쥐를 이용해 새로운 실험들을 추가로 설계하기 시작했다. 가령 나이가 들면서 뇌의 가소성은 줄어든다. 자연스레 학습이나 기억 능력도 떨어진다. 스피겔 교수는 “고령자들에게서 흔히 감소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은 뇌의 내부 상태에 대한 신호를 운반한다”며 “이 신호와 뇌 가소성, 알츠하이머병 사이의 관계를 탐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문: 여기를 클릭하세요~)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