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사람이 길을 찾을 때 활성화되는 뇌세포들이 새로운 개념을 배우고 생각할 때도 활용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사람이 새로 접한 개념이나 사물을 뇌 속의 인지적 지도에 형성된 개념들과 비교하며 추론한다는 생각의 형성 과정에 대한 가설을 제시했다.(2018.11)
사람은 어떻게 생각을 할까. 뇌신경과학에서 가장 근원적인 질문 가운데 하나다. 지금까지 인류는 이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독일 막스플랑크 인간인지및뇌과학연구소 연구팀과 2014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에드바르 모세르 교수팀이 단서를 제시했다.
길을 찾을 때 사람의 뇌에서 활성화되는 중요한 두 종류의 뇌세포는 장소세포와 격자세포다. 장소세포는 해마에 있고, 격자세포는 해마 인근의 내후각피질에 있는 세포다. 이 두 세포가 방향감각과 탐색을 담당한다. 연구팀은 인간의 내면에도 이런 시스템이 있으며, 이 시스템이 사람의 고유한 특징인 생각을 형성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사이언스’ 11월 9일자에 발표했다.
연구를 이끈 크리스치안 될러 교수는 “우리는 뇌가 사람의 주위를 둘러싼 지리적인 정보뿐 아니라 사물과 경험 사이의 관계적인 정보까지도 저장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정보를 소위 인지 공간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인지 공간은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정리하는 내면의 지도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마주하는 것들은 그것이 사람이든 물체든 물리적인 실체가 있다. 따라서 이런 정보들은 서로 다른 차원으로 분류해서 정리할 수 있다. 될러 교수는 “만약 내가 자동차를 생각하면, 엔진의 출력과 무게를 기준으로 나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엔진 출력이 강하지만 가벼운 경주용 자동차와 무거우면서 엔진 출력은 약한 캐러밴 같은 차를 떠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이나 친구도 비슷한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 예컨대 키와 유머, 소득 등을 기준으로 크거나 작거나, 유머가 있거나 없거나, 부자이거나 덜 부자이거나 등이다. 이처럼 관심의 차원에 따라 개개인을 마음에서 가깝게 혹은 멀게 기억될 수 있다.
생각에 대한 새로운 이론
연구팀은 여러 증거들을 모아서 인간의 생각을 설명하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연구팀이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모세르 교수가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연구 업적에서부터다. 쥐의 뇌에서 발된되는 장소세포와 격자세포는 사람의 뇌에도 존재한다. 이들 세포는 공간에서 동물의 위치에 따른 활성화 패턴을 보여준다. 장소세포와 격자세포의 활성화 패턴이 주위 환경에 대한 인지적인 지도를 형성하도록 도와줘서 머릿속에 기억되고 같은 장소를 또 방문했을 때 다시 활성화된다.
이처럼 장소세포와 격자세포의 규칙적인 활성화 패턴은 사람에게서도 나타나는데, 어딘가로 움직일 때만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격자세포는 새로운 개념을 배울 때 활성화되기도 한다. 2016년 다른 연구팀이 수행한 연구에서 사람에게 목이 길고 다리가 짧은 새와 목이 짧고 다리가 긴 새를 각각 나무와 종이라는 상징에 연결 짓는 학습을 시킨 뒤 다양한 새를 보여주고 이들 상징과 연결시키도록 했을 때 격자세포가 있는 내후각피질이 길을 찾는 상황과 유사하게 활성화 된 것이다. 방향감각이 인간의 사고와 관련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연구였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 제이콥 벨문트 연구원은 “이처럼 과거에 이뤄진 다양한 발견들을 연결해서 우리는 뇌가 인지적인 지도를 저장한다는 가정을 만들었다”며 “이는 우리가 실제로 어떤 공간을 생각하든지 혹은 우리의 생각의 공간을 떠올리든지와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은 서로 다른 정신적인 공간을 따라 이어진 하나의 경로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경험의 지도를 만든다
벨문트 연구원은 “이런 과정은 특별히 우리가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사물이나 물체에 대한 추론을 하는 데 유용하다”고 말했다. 이미 존재하는 인지 공간에 대한 지도를 이용해서 사람은 새로 접한 무언가를 그들이 이전에 알고 있는 것에 대입해 보는 방식으로 얼마나 비슷한지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전에 호랑이와 사자, 그리고 판다를 경험한 반면 표범은 본 적이 없다면 우리는 표범을 우리의 인지적인 공간에서 큰 고양이가 차지하고 있는 곳에 놓아 본다는 것이다. 우리의 인지적인 지도 내에 큰 고양이에 대해 이미 형성된 지식을 이용해서 우리는 표범을 실제로 마주했을 때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다. 벨문트 연구원은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끊임없이 직면하는 새로운 상황을 일반화하고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추측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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