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의 스타? 사회성을 갖춘 ‘벌거숭이’? 벌거숭이두더지쥐

한번이라도 벌거숭이두더지쥐를 본 적이 있다면 그 모습을 절대 잊지 못할 거예요. 벌거벗은 몸에 주름진 피부, 얼굴에 드문드문 나있는 털, 서로 다른 곳을 보는 눈, 날카로운 이빨은 작고 덜 자란 쥐를 연상케 하지요. 하지만 이 특징들은 완전히 다 자란 개체의 생김새를 묘사한 거랍니다. 그리고 이 쥐들은 다른 어떤 쥐보다 오래 살지요. 쥐의 평균 수명이 3년인데 반해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실험실 환경에서 30년까지 살 수 있어요. 사실 30년 이상도 살 수 있지만, 과학자들이 30년 동안만 연구했기 때문에 아직 수명에 대한 자료가 부족할 뿐이랍니다. 

야생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아프리카 동부에 서식해요. 땅 속에 살면서 거의 땅 위로 올라오지 않기 때문에, 청력은 아주 예민하지만 시력은 좋지 않지요. 땅 속 깊은 곳은 천적이 없기 때문에 꽤 안전한 서식지랍니다. 금세 천적에게 잡아 먹히곤 하는 일반적인 야생 쥐들은 몸에 자원을 저장해 자신의 몸을 ‘작동 상태’로 유지할 필요가 없어요. 대신 빠른 번식력이 종족 번영에 더 유리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번식에 쓰지요. 반면 벌거숭이두더지쥐는 포식자가 없어서 오래 살 수 있지만, 실제로 자연 조건에서는 거의 장수하지 못해요. 대부분이 동족의 이빨과 발톱 때문에 죽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실험실에서 키운 벌거숭이두더지쥐는 30년 이상 무탈하게 살며 노화 연구에 계속해서 희망을 주고 있어요. 과학자들이 확인한 이 쥐의 놀라운 능력은 다음과 같답니다.

● 다른 설치류보다 10배 오래 산다. 갇힌 상태로 최대 32년까지 기록돼 있다. 
● 암과 심혈관질환, 퇴행성신경질환에 굉장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다. 
● 저산소증에 적응을 잘 하기 때문에 산소가 아예 없어도 20분까지 살 수 있다. 
● 피부가 고통이나 화학물질, 화상에 민감하지 않다. 
● 나이를 먹을수록 죽을 위험이 높아지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나이를 먹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번식력이 낮아지지 않고 외형도 일생동안 어릴 때와 동일하게 깜찍하다.

벌거숭이두더지쥐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사회구조예요.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수십 혹은 수백 여 마리로 구성된 군집을 이루며 살기 때문에 ‘진사회성 동물’로 분류되지요. 즉 서로 다른 직책을 가진 여러 집단이 모여 하나의 군집을 이룬다는 뜻이에요. 이러한 사회 구조는 개미나 벌 같은 무척추동물 사이에서 주로 발견되지요. 진사회성 사회를 이루는 포유류 종은 오직 셋뿐이에요. 벌거숭이두더지쥐, 그와 가까운 친척 종인 ‘다마랄랜드두더지쥐’, 그리고 인간이지요.

군집의 직책 분배는 슬프게도 불공평하답니다. 여왕과 일부 수컷을 포함한 지배 계급만이 번식을 할 수 있고 다른 개체들은 그들의 시중을 들면서 여생을 보내지요. 일반 계급의 쥐들은 굴 을 뚫고 먹이를 위한 환경을 만들거나 어린 쥐들을 보살피지만 번식에는 참여하지 않아요.

최근 과학자들은 여왕 쥐가 어떤 방법으로 하인들에게 후손을 보살피라고 명령을 내리는지 밝혀냈어요. 여왕 쥐는 임신호르몬과 함께 소화되지 않은 잔여물을 배설물로 내보내요. 쥐들은 좁고 사방이 막힌 공간에서 무리지어 살면서 그 배설물을 먹어요. 이 과정을 통해 일하는 암컷 쥐들은 뇌를 자극해 모성본능을 일으키는 여러 호르몬을 배설물과 함께 섭취한답니다.

진사회성 역시 벌거숭이두더지쥐의 긴 수명을 이끌어내는 것처럼 보여요. 일하는 개체들은 번식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전달하지 못하지요. 하지만 지배 계급 중 한 마리가 죽으면 일반 쥐 한 마리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답니다. 그래서 벌거숭이두더지쥐들은 오래 살수록 유리해요.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후손을 남길 순간을 맞이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