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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악당국가 고소할 거야!

2015년 8월 미국 오리건주에서 청소년 21명이 연방정부와 화석연료기업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청소년들은 “정부가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50년 넘게 이를 방조했고, 오히려 화석연료 생산과 사용을 부추기는 정책을 펴서 청소년들의 생명·자유·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8~19세 원고들은 “기후변화는 미래의 일이 아니라 당장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피해를 밝혔다.

8세 레비 드라하임은 “매년 해수면이 상승해 해변에 있는 집이 언제 물에 잠길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 살고 있다”고 했다. 스키선수인 18세 티아 해턴은 “지난 3년 동안 기록적으로 눈이 오지 않아 연습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원고들은 정부가 헌법적 가치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생각은) 기특하지만 (소송은 쉽게) 기각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이 소송은 3년 넘게 진행 중이다. 피고는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로 바뀌었고, 최연소 원고였던 8세 소년은 11세가 됐다. 그사이 ‘청소년기후소송’은 대세가 됐다. 미국 안에서만 워싱턴, 콜로라도, 매사추세츠, 펜실베이니아 등에서 청소년들이 연방정부와 주정부를 고소했고, 네덜란드와 덴마크, 영국, 캐나다의 청소년들도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에서도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싸움이 시작됐다. 111년 만의 폭염으로 기록된 2018년 8월 청소년 50여명이 ‘청소년기후소송단’이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올 겨울방학에 모의법정을 연 뒤 내년 봄 정식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공부할 시간도 없을 텐데…”라는 어른들의 걱정에 이들은 말한다. “기후변화는 벼락치기도 할 수 없어요.” 추위보다 미세먼지가 괴로웠던 2월, 청소년기후소송단의 예비원고 오연재(17), 장도휘(17), 방태령(16)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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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후소송단의 ‘예비원고’ 오연재(17·왼쪽), 장도휘(17·가운데), 방태령(16) 학생이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지구온난화를 멈추자는 뜻으로 직접 만든 손팻말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지난해 8월 111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 속에 모인 청소년들은 법률적·이론적 준비를 거친 뒤 내년 초 정부를 상대로 부실한 환경정책에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 청소년기후소송단의 탄생

– 어떻게 청소년기후소송단 활동을 시작하게 됐나요.

방태령(이하 방) =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역사시간에 특별수업을 진행했어요. 각 지역 선거공보물을 분석해서 어떤 환경·에너지 공약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었는데 정말 실망스러웠어요. 거의 없더라고요. 후보님들은 굉장히 많이 배우고 훌륭한 분들일 텐데, 환경문제는 배제된 느낌이랄까요. 거의 관심이 없는 것 같았어요. 공보물을 분석하고 나서 미국 청소년들이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영상을 봤는데, 거기서 한 청소년이 “내가 투표권은 없지만 내 목소리로 말할 수는 있다”고 하더라고요. 굉장히 감명을 받았어요. 저도 한번 해봐야겠다 생각했어요.

오연재(이하 오) = 저는 대안학교(성미산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선생님이 청소년기후소송단 지원단으로 활동하고 계세요(청소년기후소송단은 청소년들 중심의 소송단과 성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원단으로 이뤄져 있다). ‘이런 게 있는데 함께해볼래’라고 물어보셔서 저랑 친구들 세 명이 하겠다고 했어요. 전 ‘소송’이라는 것에 좀 꽂혔던 것 같아요. 다른 행사나 축제에 참여했을 때에도 저는 한 시민으로서 얘기한 건데, ‘어린애들이 귀엽네’ 하고 마는 게 굉장히 기분 나빴거든요. 청소년들의 생각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수단이 없었는데, 이번엔 ‘청소년’ 그리고 ‘소송’이라는 두 단어가 중심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장도휘(이하 장) = 저는 부모님 권유로 알게 됐어요. 부모님이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으신데, 지난여름 특히 너무 더웠잖아요. 저도 그래서 큰 거부감 없이 참여하게 됐어요.

 

 

|환경 공약 없는 의원님들 실화입니까

지난해 지방선거 후보들 공약 분석

미세먼지 관련 몇 줄 빼곤 ‘전무’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는데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아 분노

 

 

청소년기후소송단은 서울 국사봉중학교의 한 특별수업이 씨앗이 됐다. 동작구에서 10년 넘게 에너지자립 활동을 해온 ‘성대골사람들’의 김소영 대표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1·3학년 학생들과 함께 선거공약을 분석하는 수업을 했다. 환경 관련 공약을 찾아 밑줄을 긋는 숙제를 냈는데, 숙제는 금방 끝났다. ‘얄팍한’ 미세먼지 대책 몇 개를 빼고는 공약이랄 게 없었기 때문이다. 4~6년 후면 유권자가 될 학생들은 충격을 받았다. 학생들은 미국의 청소년기후소송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함께 봤다. 김 대표가 “우리도 해보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던지자, 학생들의 첫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비웃겠죠. 미국이나 유럽에선 해도 우리나라 어른들은 엄청 비웃을 것 같은데요. 부모님들도 허락 안 하실 거 같아요.”

김 대표는 그 순간을 얼굴이 화끈거리는 느낌으로 기억했다. “누가 감히 너희를 비웃니. 그렇게 비웃는 어른들이 우리의 미래를 망치고 있는 사람이야. 그 사람이 피고야. 나 같으면 한번 해보겠다. 누가 가장 우리를 비난하고 비웃는지….”

소송은 그렇게 현실이 됐다. 김 대표와 성대골사람들, 함께 환경공부를 하고 에너지자립마을 활동을 한 시민과 학생들이 뭉쳤다. SNS에 청소년기후소송단 캠프를 연다고 홍보했다. 지독하게 더웠던 2018년 8월17일과 18일, 서울 은평구 크리킨디센터에서 첫 모임을 열었다. 과연 누가 올까 싶었는데 첫날에만 50명이 참여했다. 13세 이상 청소년으로 대상을 제한했는데 초등학생 두 명도 왔다. 그중 한 명은 지구온난화를 다룬 책 <6도의 멸종>(마크 라이너스 저)을 읽고 충격을 받아 밥도 안 먹고 계속 울자 어머니가 소송단에 문의해 찾아왔다고 했다. 어른들의 생각보다 환경문제는 ‘미래세대’에게 이미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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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진 4계절, 쓰레기산…어른들은 두렵지 않나요

– 어떻게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궁금해요.

방 = 4계절이 없어졌잖아요. 제가 가을에 태어났는데 가을이 없어지고 있죠. 제가 좋아하는 느낌이 봄과 가을의 분위기인데 여름 끝나면 겨울, 겨울 끝나면 여름이 되는 게 너무 싫어요. 그게 다 기후변화 때문이잖아요. 초등학교 때 뉴스를 보면 항상 지구가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고 하는데, 왜 아무도 아무것도 안 하면서 문제제기만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 = 저는 여름생인데 사람들이 다 여름을 너무 싫어해요(웃음). 초등학교 때 <투발루에게 수영을 가르칠걸 그랬어>(유다정 글·박재현 그림)라는 책을 읽었어요. 해수면이 높아져서 섬이 잠기는 내용이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기후변화가 이런 거구나 알게 됐어요. 솔직히 그다음엔 크게 관심을 갖지 못했는데 지난여름이 엄청 더웠잖아요. 집이 이사를 해서 에어컨을 설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 부모님과 할머니 댁으로 피난을 가고 그랬어요. 제가 어렸을 때 바다에 가서 노는 걸 좋아했는데 서해안에서 갑자기 해파리가 나타나서 난리가 났었잖아요. 이제 바다에 가기도 겁나요. 실제 자기 몸으로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잖아요. 제가 폭염을 겪어보니까 진짜 문제구나 싶었어요.

오 = 7살 땐가 엄마랑 상암동 하늘공원으로 산책을 갔는데 엄마가 “저 산이 네가 버린 쓰레기가 쌓인 거야”라고 하셨어요. “나는 저기 쓰레기를 버린 적이 없는데”라고 하니까 엄마가 “네가 버린 쓰레기를 쓰레기 수거하시는 분들이 모아서 여기에 버린 거야”라고 하셨어요.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내가 쓰는 물건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관심을 가진 것 같아요. 사람이 살면서 어느 정도 에너지를 쓰는 건 당연하잖아요. 내가 지금 굉장히 편하게 쓰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그것 때문에 누군가 굉장히 아파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 창피했어요. 지켜만 보고 있을 순 없다고 생각했어요.

 

 

|대한민국은 아직도 멀었어요

TV에 플라스틱 쓰는 장면 버젓이

각종 일회용품도 규제 없이 사용…

아세요 서울 중·고교 통틀어

환경교사가 단 한 명이라는 사실을

– 최근엔 카페 매장 안에서 종이컵을 쓰지 못하게 하고, 물건 살 때 비닐봉지도 규제하는 식으로 좀 나아지고 있지 않나요.

오 = 실제로 매장에서 종이컵에 커피 마셔보셨어요? 뭐라고 안 해요. 제가 여러 곳을 다니면서 조사해봤는데 별로 제재를 받지 않아요. 플라스틱 컵은 규제하는데 종이컵을 쓰면 안된다는 건 없어요. 그런 식이에요. 우리나라는 문화 자체가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대만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는데, 일회용품 쓰는 것 자체를 굉장히 부끄러워하더라고요. 그 유명한 대만 야시장에서도 이제 일회용 플라스틱 백을 규제하기로 했대요. 제가 사는 곳 근처 망원시장에서 비닐이나 불필요한 껍데기를 사용하지 않는 ‘알맹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사과 몇 알을 사려고 해도 이름도 알 수 없는 하얀색 포장재부터 알맹이와 상관없는 것들이 겹겹이 싸여 있잖아요. 그런데 서울 중·고등학교에 환경교사가 단 한 명이란 걸 아세요? 그게 대한민국의 현실이에요.

방 = 며칠 전에 TV를 보다 깜짝 놀랐어요. 한 아이돌이 예능프로그램에 나와서 뭘 먹는데 실내인데도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서 먹더라고요. 어떻게 지상파 TV에 그런 장면이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 거죠? (예전에 TV에서도 실내에서 담배 피우는 장면이 나왔었는데 마치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군요.) 네. 정말 말도 안되잖아요. 그런 게 창피한 줄 모르는 것 같아요.

청소년들의 진지한 뜻이 알려지면서 전문가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에너지정의행동 등 환경·교육활동가들이 행정실무를 지원하고 있고, 법무법인 화우·사단법인 선 등에서 법률가들도 합류했다.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8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 앞에선 100명의 청소년이 기자회견을 열고 손팻말과 노란 우산으로 퍼포먼스도 벌였다. IPCC 압달라 목시 사무총장, 커스틴 스탕달 사무국총장이 청소년기후소송단 앞에서 “책임을 다할 것이며 청소년들의 활동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올 한 해 격월로 한 달은 청소년들이 중심이 된 캠프를, 다른 달에는 전문가 중심의 지원단이 마련하는 포럼을 진행할 예정이다. 수도권 내 중·고등학교에 생기는 기후 관련 동아리들과도 연대할 계획이다.

에너지정의행동 이영경 활동가(국장)는 “청소년들이 느끼는 환경문제의 심각성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을 훨씬 뛰어넘는다. 왜 정부가 환경문제에 대응하지 않고, 제대로 알리지도 않는가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며 “기성세대로서 제대로 응원하고 보호하고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환경파괴는 헌법 위반, 우리의 소송은 장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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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 ‘청소년들의 외침’ 스웨덴 출신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왼쪽에서 두번째)가 지난달 2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청소년들의 지구온난화 반대 시위를 이끌고 있다. 툰베리가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한 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시위는 국경을 넘어 미국과 유럽의 청소년들을 움직였다. 오는 15일엔 40여개국에서 청소년들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등교거부 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파리 | 로이터연합뉴스

 

– 시작하는 것도 쉽지 않았겠지만 꾸준히 활동해서 소송까지 가는 건 더 힘들 것 같아요. 실제 활동을 해보니 어떤가요.

오 = 정확한 문제점과 대상을 가져야 소송을 할 수 있는데 환경이라는 게 광범위하잖아요. 많은 것을 이해하고 학습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그만큼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하고요. 정보도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직까진 성인지원단에서 많은 힘을 빌리고 있는 것 같긴 해요. 3월 캠프에서는 청소년들이 좀 더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도 저희가 소송단 안에 소속돼 있고 모여서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 50명 정도 모였을 때 저는 적은 인원이라고 생각했어요. 청소년들조차도 ‘우리가 알 바 아니야. 지금 내 삶에선 중요하지 않아’라고 보는 그 생각 자체를 바꿔줄 터닝 포인트가 필요한데 그 포인트를 어떻게 잡아야 하나 고민이 돼요.

방 = 주위에 관심을 보이는 친구들은 많지만 정말 시간이 없어서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리고…(이 부분에서 잠시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이 소송을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잖아요. (학종이나 수행평가용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군요.) 네. 그렇게 하면 진심으로 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 게 너무 슬퍼요. 사실 저희는 입시 때문에 너무 힘든데, 외부활동까지 그런 식으로 해버리면… 근데 그 친구들도 아주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라서요. 이런게 우리가 원하던 교육인가 싶기도 하고요.

 

 

|힘들고 막막하지만 해낼 거예요

소송 준비 시간·에너지 많이 들고

광범위한 분야에 대한 정보도 부족

함께하는 친구들 버텨줄지 걱정

원고적격성 문제도 발목 잡는 요인

 

 

장 = 저희 모두 이왕 할 거면 즐겁게 하자는 생각인데요. 학생들이다보니까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어요. 주말에 만나야 하는데 한꺼번에 만나기도 쉽지 않고요. 제일 힘든 점은 잠깐의 흥미로 온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활동하도록 붙잡는 거예요.

박수를 받는 것과 승소하는 것은 다르다. 이들도 현실을 알고 있다. 캠프나 포럼을 할 때마다 50~80명까지 모일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지만, 마지막까지 남아 소장에 원고로 이름을 올릴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는 알 수 없다.

당장 가장 큰 관건은 청소년들이 소송에서 ‘원고적격성’을 인정받을 수 있느냐다. 소송에서 원고는 자신이 입은 피해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원고자격을 얻는 것조차 쉽지 않다. 특히 한국은 환경소송에서 원고적격성을 좁게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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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기만 하는 어른들 기후변화 고치는 건 ‘벼락치기’ 안되잖아요

지난달 18일 포럼에서 강연자로 나온 박시원 교수(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교수·기후변화법센터장) 역시 현실적인 어려움을 인정했다. 그러나 “미래세대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시각에서 소송을 제기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더 오래 지구에서 살아갈 미래세대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며, 환경정책을 똑바로 세우지 않는 것은 정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자연자원을 보호해야 할 헌법적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기후소송은 민사·행정보다는 헌법소송이 될 가능성이 높다.

 

 

|꼭 소송까지 해야 하냐고요?

정부에 우리 목소리 전달하려면

소송이라는 이름의 무게가 필요

이런 활동만으로도 의미 있어

정부가 먼저 말해주면 가장 좋아

|미래 세대 평등권 침해를 묻습니다

미국 청소년들 기후 소송을 통해

법률·행정적으로 새 길 열었지만

한국에선 현실적 어려움 존재해

민사·행정보다 헌법소송 될 듯

|지구촌의 친구들과 함께해요

“기후 정의 요구” 스웨덴 소녀의

의회 앞 1인시위에 공감하며

3월15일엔 세계 각국 청소년들

등교거부시위와 행진할 계획

한국서도 ‘합법적 참여’ 고민 중

 

 

소송체계는 다르지만, 미국의 청소년기후소송이 조금씩 길을 열고 있다. 미국 오리건주 소송에서 정부와 기업은 “원고자격이 안되니 소송을 각하해달라”고 했으나, 법원은 거부했다. “많은 이들이 비슷한 피해를 겪고 있다는 것만으로 원고적격을 거부한다면, 정부의 행위가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 때 누구도 문제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는 이유였다. 미국 워싱턴주 법원의 판결 역시 고무적이다. 법원은 “공공신탁자로서 정부의 의무”를 인정했다. 청소년들의 기후소송을 통해 법률적으로도, 행정적으로도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미국의 얘기다. 한국이 어떤 길을 갈지는 알 수 없다. 소송지원단의 전가영 변호사는 “굉장히 어려운 소송이라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다”며 “연말(겨울방학)쯤 모의법정을 통해 청소년들이 원·피고 역할을 해보며 실전연습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꼭 소송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나요.

장 =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정부가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지도 않을 것 같으니까요. 소송이라는 이름이 무겁잖아요. 가장 좋은 건 소송을 하기 전에 정부가 먼저 말해주는 거예요. ‘이런 계획이 있고 이런 정책을 할 것이다’라고요. 정부가 먼저 정신차려주면 고맙죠.

오 = 대통령도 정부도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에 따라 공약과 정책이 바뀌잖아요. 그러니까 시민들이 좀 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방 = 외국에서도 학생들이 말하니까 좀 들어주는구나 싶었어요. 한국에서도 할 수 있어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한국은 세계적으로 ‘기후악당국가’라서 저희가 이렇게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 환경문제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나중으로 미루는 경향이 있어요. 왜 지금 당장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오 = 체르노빌 사고도 그렇고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도 그렇고 아무도 그때 터질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잖아요. 한국도 핵발전소 운영 중간중간에 문제가 많았지만 그냥 넘어가죠. 지금 모든 전기가 한전으로만 가는데 저는 솔직히 핵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고 싶지 않아요. 조금 값이 나가더라도 풍력발전 같은 재생에너지를 쓰고 싶고 그런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핵발전소가 터지면 지구가 멸망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걸 너무 쉽게 생각해요. 현재의 편리를 위해 너무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사는 것 같아요.

방 = <프로듀스 101>을 봤는데 한 팀이 과제를 안 해왔어요. ‘하루만 더 주면 할 수 있다’고 하니까, 트레이너가 ‘그 마인드로 1년을 더 준다고 할 수 있겠냐’고 하더라고요. 모든 문제가 그래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시험 볼 때 벼락치기 하는데요. 기후변화는 절대 벼락치기가 될 수 없단 말이에요. 제발 심각하게 받아들여줬으면 좋겠어요.

장 = 세상 혼자 사는 거 아니잖아요. 이미 늦은 것일 수도 있지만, 그걸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서 지금 바로 꼭 참여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 “지금 당장 기후정의” 세계 청소년들, 기후변화를 위한 3·15 등교거부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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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후소송단이 지난해 10월 제48차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 총회가 열린 인천 송도의 회의장 앞에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퍼포먼스를 펼친 뒤 IPCC 의장단과 만났다. 마지막 사진은 지난 2월18일 열린 서울에서 열린 첫 번째 포럼 모습. 청소년기후소송단 제공·장은교 기자

 

기후정의(climate justice)를 말하는 것은 지구촌 청소년들의 가장 뜨거운 이슈다. 지난해 8월 스웨덴의 15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학교에 가는 대신 의회 앞에서 기후변화를 위한 대책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 시위는 국경을 넘어 청소년들의 공감시위로 번졌다. 미국, 호주,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서 청소년들이 몇 달째 1주일의 하루를 정해 학교 대신 의회 앞으로 가는 ‘등교거부시위(school strike for climate change)’를 하고 있다. 나라별로 수만명의 학생들이 거리행진을 벌였다.

오는 15일에는 세계 청소년들이 각국에서 등교거부시위와 행진을 할 계획이다. 이들은 SNS와 웹사이트를 통해 참가신청을 받고 지지성명과 기부금을 모으고 있다. 1일 현재까지 참가의지를 밝힌 나라만 40여개국에 이른다. 한국 청소년들도 15일 오후 3~5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위를 열 계획이지만,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출석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참여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소송지원단 학생들도 ‘합법적’ 참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 장래희망이 궁금해요.

방 = 저는 장래희망을 명사로 표현하지 않아요. 지금 마음이 변치 않는다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가서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친환경 공법으로 지은 건물)를 공부해보고 싶어요.

장 =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만 해도 전기 관련 일을 하는 게 꿈이었는데 지금은 사회복지 쪽 일을 생각하고 있어요. 꿈이라는 건 또 바뀔 수 있으니까요.

오 = 2년 전엔가 학교에서 ‘좋은 일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수업을 한 적이 있어요.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꼭 환경운동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곳에 있더라도 그 안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제 정체성을 찾아나가며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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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으로 학교를 짓는다.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운다. 독성물질이 든 가습기 살균제를 쓴다. 누군가 아프고 다치고 죽는다. 지금은 상식이 된 사실도 불과 몇 년 전까지는 의혹에 불과했다.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오버한다’는 손가락질을 받았다. 2018년 지구의 평균기온은 14.69도. 1880년 지구 온도를 측정한 이래 네 번째로 높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대신 ‘미세먼지, 폭우, 폭설, 폭염’이 지구의 날씨를 대표한다. 1970년에서 2006년 사이 생물종의 31%가 사라졌다. 학자들은 말한다. 인류는 집단자살의 길로 들어섰으며 결국 멸종될 것이고, 지구는 곧 인간을 잊을 것이라고.

미국 식물학자 호프 자런은 자전 에세이 <랩걸>에서 이렇게 썼다.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부탁하고 싶습니다. 매년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주세요.” 2019년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어쩌면 사라질 미래를 위해, 지금 자신이 심을 수 있는 최고의 나무 한 그루를 심기 시작했다.

 

 

(원문: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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