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시카고대학교 연구진은 우유 알레르기를 가진 유아와 그렇지 않은 유아의 장내 미생물을 멸균 환경에서 키운 쥐에 이식했다. 그 결과 우유 알레르기를 가진 유아의 장내 미생물을 이식한 쥐는 우유에 노출됐을 때 알레르기 항원이 생성되고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의 경우에는 아무런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2019. 01)
장내 미생물이 우유 알레르기 발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결과는 음식 알레르기를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미생물 기반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알레르기 및 전염병 연구소(NIAD)은 자신들의 지원을 받은 시카고대학교 연구진이 이 같은 연구결과를 2019년 1월 1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심하면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음식 알레르기는 서구화된 사회에서 현저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는 항생제의 오용, 식이습관의 변화, 제왕절개 증가 등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공통적으로 장내 미생물 공동체를 변화시킨다는 공통점이 있다.
연구진은 앞서 우유 알레르기가 있는 유아와 알레르기가 없는 유아가 각기 다른 장내 미생물 성분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바 있다.
연구진은 8명의 유아 기증자로부터 각각 장내 미생물을 받아 우유 단백질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멸균 환경에서 키운 쥐 그룹에 이식했다.
이후 쥐들이 우유에 노출됐을 때 장내 미생물이 없거나 우유 알레르기가 있는 유아에게서 미생물을 이식 받은 쥐들은 알레르기 항원이 생성되고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했다. 반면 알레르기가 없는 유아에게서 미생물을 이식 받은 쥐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연구진은 유아의 대변 샘플에서 미생물을 분석해 우유 알레르기가 있은 유아와 없는 유아 사이에서 많은 차이점을 발견했다. 우유 알레르기가 없는 유아의 미생물을 이식한 쥐는 음식 알레르기를 예방하는 다른 미생물군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실험에서 연구진은 우유 알레르기의 발달을 막는 미생물인 ‘Anaerostipes caccae’를 규명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음식 알레르기가 발생하기 시작한 생쥐의 장 내벽 세포를 채취했다. 이들은 알레르기가 없는 유아에게서 미생물을 이식 받은 쥐가 그렇지 않은 쥐와 다른 유전자를 발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장내 미생물이 숙주의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암시한다.
연구진은 장내 미생물이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추가 연구를 통해 음식 알레르기를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미생물 변형 요법 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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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22년 8월 12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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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운명 바꿔온 우유 ‘1만년 여정’ 동행하다
초기 교회 ‘그리스도 피’로 신성시
근대에는 ‘하얀 독약’ 오명 얻기도
안전하게 먹기 위해 냉장고 발명
치즈·버터로 변신해 존재감 과시
기원전 2061~2010년쯤 고대 이집트 파라오 멘투호테프 2세의 아내 카위트의 대리석 관에 양각으로 새겨진 소젖을 짜는 남자. 와이즈맵 제공
지중해 키프로스섬 바누스에서 출토된 기원전 2200~2100년쯤의 우유 담는 석제 용기. 와이즈맵 제공
우유는 단순한 식음료가 아니다. 은하를 뜻하는 영어 ‘갤럭시’(galaxy)는 젖·우유를 뜻하는 그리스어 ‘갈라’(gala)에서 파생됐고 ‘은하수’를 뜻하는 ‘우유길’(milky way)이라는 별칭이 있다. 서아프리카 풀라니족은 세상이 거대한 우유 한 방울로 시작됐다고 믿고, 노르웨이 전설에 따르면 암소에서 흘러나온 네 개의 젖 줄기가 네 개의 강을 이뤄 이제 막 태어난 세상에 양분을 공급했다. 저자는 인류가 1만년 전 가축을 기르기 시작하면서 수유 중인 동물의 젖을 아기에게 물려 유모처럼 활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처음에는 양젖으로 시작해 염소나 낙타, 소 등으로 다변화됐다. 젖소는 산유량이 가장 많은 동물이다.
우유는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인간이 이유기가 지나서도 젖을 먹는 것은 자연법칙을 무시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포유동물 새끼는 먹이를 소화할 준비가 되면 유전자가 개입해 우유 소화 능력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인간도 다른 동물처럼 ‘유당불내증’이 있었으나 낙농을 하게 된 중동, 북아프리카, 인도, 유럽인들을 중심으로 특정 유전자가 결핍되는 돌연변이가 생겨 성인이 돼서도 우유를 마실 수 있게 됐다.
미국 뉴욕에서 맥주 찌꺼기가 섞인 양조장 구정물을 소에게 먹인 스캔들을 풍자한 ‘하퍼스 위클리’의 1878년 만평. 와이즈맵 제공
위생 관념이 부족했던 근대에는 수많은 사람이 우유를 마시고 목숨을 잃기도 했다.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사육장에서 키워진 소에게서 생산된 우유는 ‘하얀 독약’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1850년대 미국 뉴욕에서는 소에게 근처 양조장에서 나오는 맥주 찌꺼기가 섞인 구정물을 먹여 한 해 수천 명 이상의 아이들이 사망한 ‘구정물 우유 스캔들’이 일어났다. 광우병도 우유와 연관이 있다. 소가 초식동물이어서 고기를 소화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유 생산을 늘리기 위해 소먹이에 값싼 고기와 뼛가루를 섞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발상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1940년 독일 공습으로 폐허가 된 영국에서 우유 배달부가 우유를 배달하는 모습. 와이즈맵 제공
우유를 더 안전하고 맛있게 즐기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냉장고의 발명이나 파스퇴르의 저온 살균 공법 등 눈부신 기술 발전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신화와 혁신의 기록으로 가득한 ‘인류의 젖줄’ 우유는 치즈, 버터,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등으로 변모해 다양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저자는 “역사는 우유에 관한 논쟁이 문명 발전에 따라 줄어드는 게 아니라 늘어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고 말한다. 전 세계 낙농가와 유제품 전문가, 유목민들을 직접 인터뷰하며 주류 역사에서는 잘 다루지 않던 우유의 존재감을 일깨워 준 저자의 열정이 신선하다.
아래는 2022년 9월 5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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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우유 소화 능력은 기근과 전염병을 통해 진화했다
많은 성인들이 우유 속 유당을 소화할 수 있는 효소를 생산할 수 없어 유당 불내증을 겪는다. (출처: shutterstock)
이 ‘락테이스 지속성’, 혹은 ‘유당 내성’이라 불리는 유전 형질은 인종이나 지역별로 크게 다르다. 아시아와 남미에서는 유당 불내증인 사람이 더 흔하지만, 유럽 사람들은 유당 내성인 사람이 더 많다. 특히 북유럽 사람들은 90% 이상이 유당 내성 유전자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유당 내성을 갖게 된 걸까?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유당 불내증을 겪고 있으며, 한국은 75%가 유당 불내증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유럽인들의 대부분은 평생 유당 분해 효소가 생산돼 유당을 소화할 수 있다. (출처: 위키미디어)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낙농업 발달과 유당 내성이 함께 진화해왔다고 생각했다. 인간이 우유와 유제품을 섭취하기 시작하면서, 우유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영양이나 건강, 생식 측면에서 큰 이점을 갖게 되고, 그만큼 더 잘 살아남아 유당 내성 유전자가 확산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을 ‘공진화’ 가설이라고 한다. 인류의 문화와 유전적 특성이 함께 진화해왔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인류가 유당 내성 형질을 갖게 된 이유로 새로운 가설이 제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유당 내성은 낙농업의 발달과 함께 진화한 것으로 생각돼 왔다. (출처: shutterstock)
이어 연구팀은 1700명 이상 고대 유럽인과 아시아인 DNA 염기서열 데이터를 사용해 유당 내성 유전자의 출현과 확산을 추적했다. 락테이스 활성을 높이는 이 유전자는 약 6650년 전에 처음으로 나타났는데, 흥미롭게도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3000년 전까지도 흔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즉, 유당 내성은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에게 확산했으며, 그 이전까지 수천년 동안 인간은 우유 소화 능력이 부족했음에도 우유를 마셔왔다는 것이다. 보통 유전적 변화가 확실하게 정착되려면 백만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단 3000년 만에 유당 내성 형질이 선택돼 널리 퍼지는 것은 독특한 일이다.
기원전 7000년부터 기원후 1,500년까지 유럽 지역에서의 우유 섭취 변화를 나타낸 그림. (출처: nature)
그렇다면 유럽인들이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유당 내성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팀은 전염병과 기근이 유당 내성을 빠르게 진화시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유당 불내증이 있어도 설사와 불쾌함 정도로 그친다. 유당 불내증으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기근이나 전염병이 만연했던 고대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농작이 실패했을 때, 유당 불내증인 사람의 유일한 대안이 우유나 유제품이었다면 상황이 훨씬 심각했을 것이다.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 설사로 탈수 증상까지 겹치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당시에는 위생도 좋지 않았기에 병원체에 노출되기도 그만큼 쉬웠을 것이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유당 불내증인 사람들이 죽을 가능성이 높았고, 유당 내성을 가진 사람만 살아남아 유당 내성 유전자가 짧은 시간 내에 확산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연구팀이 모델링한 결과, 각종 병원체와 기근에 노출된 고대 인구에서 유당 내성 유전자가 확산할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처럼 유당 내성에 관한 연구는 유럽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압도적으로 많다. 앞서 말했듯 유당 불내증은 인종이나 지역에 따라 매우 다르게 진화해왔는데, 아직 이에 대한 연구가 다양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예를들어 몽골 대초원에 사는 사람들의 경우 유당 내성이 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낙농업과 우유 섭취가 발달했는데, 이들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많지 않다. 이번 연구가 계기가 되어, 더 다양한 지역과 인류를 대상으로 한 진화 연구가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