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뮤얼 모스,
대서양 위에서 모스부호를 구상하다!
모든 것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돌아오는 배 위에서 시작되었다.
1832년 10월, 프랑스에 머물던 미국인 새뮤얼 모스는 증기여객선을 타고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는 원래 초상화가로, 미국 국립디자인아카데미의 초대 회장까지 역임한 거물이다. 당시는 프랑스로 건너가 3년을 머물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 배 위에서 모스는 ‘운명적 만남’을 갖게 된다. 전기 현상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과학자 찰스 토머스 잭슨 박사를 만난 것. 모스는 잭슨 박사에게 전기를 발생시키는 전자석의 원리를 듣자 흥분에 휩싸였다. 전깃줄만 있으면 전기가 순식간에 아주 먼 곳까지 전달될 수 있고, 전선에 전류를 흘려 보내면 전선 끝에 연결된 금속판이 자기장에 의해 붙었다 떨어졌다 하면서 ‘뚜뚜뚜뚜’ 소리를 낸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번뜩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전깃줄만 있으면 원하는 곳에 전기를 보낼 수 있다는데, 이 전기를 나타나게 할 수도,
없앨 수도 있다면 다양한 신호를 조합하는 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가 화가였다는 것은 인류에게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자마자 스케치북에 거친 형태로 부호를 써 내려갔다. 그 유명한 ‘모스부호’가 탄생한 순간이다. 그는 이 배 위에서 자신이 구상한 초창기 전신 장치의 스케치를 완성해냈다.
비록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모스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전자석은 아주 약한 전류만 흘러도 자기장을 만들기 때문에 신호를 보내는 데 적합한 수단이었다. 전자석의 한쪽 끝에 가벼운 금속 막대를 지렛대처럼 설치하면 전기를 연결했다 끊었다 하는 스위치로 쓸 수 있다. 금속 막대가 전자석과 접촉하고 전자석에 전류가 흐를 때마다 버저 소리가 들리는 원리를 모스는 이미지로 구상했다.
이는 지금까지도 쓰이는 버저(buzzer)의 원리다.
이 원리를 이용해 긴 전선의 양쪽 끝에서 신호를 보내고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모스는 생각한 것이다. 여기에 서로 약속한 부호만 있다면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전기신호음의 길이에 따라 긴 것은 선으로, 짧은 것은 점으로 표시하고, 그것들을 다양하게 조합하여 각 문자와 숫자에 할당한 것이 바로 모스부호였다. 그는 화가였기에 이 모든 구상을 순식간에 한 장의 그림처럼 머릿속에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 모스 비하인드 스토리
전기를 이용해 신호를 전송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모스 이전에도 있었다. 사람들은 전선을 타고 이동하는 전기의 성질을 알고 있었기에 이미 19세기 이전부터 스위스,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 전선 여러 개를 이용해 신호를 보내는 방법이 고안됐다. 1750년대 영국의 한 잡지에는 알파벳 자모 낱낱에 해당하는 26개 전선을 깔고 거기에 전기를 흘려 메시지를 보내자는 구상이 소개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모스가 특허를 등록하기 전에 이미 60명 넘는 사람들이 전신 관련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덕분에 모스는 발명과 함께 치열한 특허 분쟁을 치러야 했다. 아무래도 특허 분쟁은 현대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이어지는 미국 신기술 기업들의 전통인 것 같다. 특허 전쟁에선 결국 가장 집요했던 모스가 승리했다.
모스가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특허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단 하나의 전신선만 이용하고, 문자를 구별하기 위해 잘 체계화된 부호(code)를 이용하는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신선이 하나여서 값비싼 구리로 된 전신선 설치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또 메시지를 ‘코딩(부호화)’해서 보내자는 발상도 혁신적이었다. 이로써 그는 정보통신 기술의 선구자이자, 지금 실리콘밸리에 모여 있는 기업들의 조상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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