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에 장착된 카메라로 찍은 시각 이미지를 전기신호로 바꿔 전극이 뇌를 자극해 사물 인식
KIST, 인공 광수용체 단백질 개발… 사람 눈처럼 色 감지·명암 구분


과학기술이 시각 장애인들에게 빛을 주고 있다. 실명(失明) 환자들이 IT(정보기술)를 활용한 ‘전자 눈’을 이식받아 앞을 볼 수 있게 됐고, 망막 손상의 주요 원인이었던 광수용체 단백질도 인공 합성해 시력을 영구히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뇌로 바로 전기신호 보내 영상 인식

호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바이오닉 비전 테크놀로지는 지난 19일(현지 시각) “시각 장애인 4명에게 외부 사물을 식별하는 전자 눈을 장착해 앞을 보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환자들은 낮과 밤의 차이조차 구분하지 못했지만, 전자 눈을 사용한 이후에는 사물 윤곽을 구분하고, 안내견 도움 없이 길을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을 회복했다고 업체는 설명했다.

전자 눈은 영상을 전기신호로 바꿔 뇌에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다. 안경에 장착된 소형 카메라가 영상을 촬영하면 안경과 연결된 컴퓨터가 영상 정보를 전기신호로 바꾼다. 전기신호는 두개골에 장착한 수신기로 무선 전송한다. 수신기는 최종적으로 뇌 표면에 이식한 전극에 전기신호를 전달한다. 전극은 뇌의 시각중추를 자극해 실제로 사물을 보고 있는 것처럼 인식하도록 한다. 사람 눈이 각막을 통해 들어온 시각 정보를 망막과 시신경을 거쳐 뇌에 전기신호로 보내는 과정을 대신한 것이다.

 

전자 눈은 미국 의료기기 전문기업 세컨드 사이트가 가장 먼저 개발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3년 ‘아르구스2’라는 전자 눈을 개발해 시판했다. 아르구스2는 뇌가 아닌 망막에 이식한 칩에 영상 신호를 보낸다. 서울아산병원도 지난해 이 제품을 국내 시각 장애인 환자에게 이식했다. 환자는 시력 검사표의 가장 큰 글씨를 읽을 정도로 시력이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경우 상대적으로 영상 선명도가 떨어진다. 망막색소변성증을 앓는 환자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혜택을 볼 수 있는 환자도 적다. 이 병은 망막에서 빛을 전기신호로 바꾸는 세포 기능이 고장 나 나중에 시력을 잃는 질환이다.

반면 바이오닉 비전 테크놀로지나 세컨드 사이트의 신형 전자 눈은 전체 시각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다. 다른 질병이나 사고로 시신경이 손상된 환자라도 뇌에 직접 영상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

생체 물질로 실명 막는 연구도 활발

전자 눈은 환자의 시력을 크게 개선할 수 있지만 영구적인 회복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아직 한계가 있다. 또 현재 기술로는 영상이 흑백으로 나타나고, 장비 가격도 대당 2억원 정도로 비싸다. 과학자들은 실제 사람 눈이 보는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 망막에서 빛을 받아들이는 단백질을 직접 합성하는 연구에 나섰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센서시스템연구센터 김재헌 단장 연구팀은 지난 5월 “사람의 시각과 비슷하게 빛을 느낄 수 있는 인공 광수용체 단백질을 세계 최초로 제작했다”고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에 발표했다. 눈에서 빛이 맺히는 망막은 광수용체 단백질을 이용해 빨간색·파란색·초록색의 빛 삼원색(三原色)을 받아들이고 명암(明暗)을 구분한다. 이 기관이 망가지면 완전히 시력을 잃는다.

연구진은 광수용체 단백질에 관여하는 사람 유전자를 뽑아내 동물 세포에 이식했다. 세포 배양으로 합성한 광수용체 단백질들을 벌집 모양의 탄소 신소재인 그래핀 표면에 층층이 쌓았다. 그래핀은 전기가 잘 통하면서 단백질과 같은 생체 물질과 잘 결합한다. 덕분에 빛을 쪼였을 때 광수용체 물질이 빛을 전기신호로 바꾸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은 광수용체 단백질에 LED(발광다이오드) 빛을 쪼인 결과 사람 눈이 빛을 감지하는 것과 유사한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눈 망막에 있는 광수용체처럼 빛을 모아 전기신호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송현석 KIST 박사는 “전자 눈의 카메라에 인공 광수용체를 적용해 해상도가 높은 컬러 영상을 얻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사람 망막에 광수용체를 이식해 영구적으로 시력을 회복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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