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산업 혁신하는 첨단기술

미국 보스턴의 바이오기업인 징코 바이오웍스는 지난달 말 송진과 흙 냄새가 어우러진 향수를 새로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첨단 생명공학을 이용해 1912년 멸종한 하와이무궁화의 향기를 복원했다”며 “공룡을 복원한 영화 ‘쥬라기 공원’이 향수에도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감성과 예술의 영역으로 간주되던 향기 산업이 첨단 과학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생명공학이 멸종한 식물의 향기를 복원하고, 인공지능(AI)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향을 창조하고 있다. 사람의 코를 모방한 전자 코는 스마트폰과 결합해 나만의 맞춤형 향기를 추천할 수 있다. 과학기술로 재해석된 향기는 마케팅과 심리치료, 질병 진단에까지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향료 제조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개인 맞춤형 향수가 확산되면서 향기 산업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영국의 시장분석업체인 IAL컨설턴트는 세계 향기 산업이 2017년 282억1500만달러(약 31조9400억원) 규모에서 2022년 358억6200만달러(약 40조6000억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과학으로 멸종한 꽃 향기 복원

징코 바이오웍스는 2009년 설립된 합성생물학 전문 기업이다. 합성생물학이란 생명체의 유전자를 변형해 특정 물질의 생산에 최적화시키는 연구 분야이다. 이 회사 창업자인 톰 나이트는 매사추세츠공대(MIT)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의 수석 연구자 출신이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듯, 생명체의 물질 합성 과정을 재편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래픽=양인성

하와이무궁화 향수 제조 과정은 영화 쥬라기 공원과 흡사하다. 영화에서는 호박(琥珀)에 갇힌 공룡시대 모기의 피에서 공룡 DNA를 추출했다. 이 DNA를 타조의 유전자에 끼워 넣어 공룡을 탄생시켰다. 징코사는 과학관에 남은 하와이무궁화의 표본에서 시료를 채취한 다음, 그 안에서 향기를 만드는 유전자를 찾아냈다. 이를 맥주 발효에 쓰는 효모균에 넣어 하와이무궁화의 향기 물질을 대량생산했다. 징코사는 하와이무궁화 향수를 내년 2월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전 세계를 순회하면서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합성생물학은 이미 향수 제조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징코사는 앞서 프랑스 향수업체 로베르테와 효모 발효 공정으로 장미유(油)를 만들었다. 미국 바이오기업 아미리스는 동남아시아산 패출리유를 효모로 만들었다. 이전에는 장미 같은 원료 작물이 흉년이면 향수 가격도 뛰었지만, 효모 발효 공정을 이용하면 그런 문제가 없다. 또 합성생물학을 이용하면 향유고래의 배 속에 쌓인 물질로 만드는 용연향(龍涎香)처럼 희귀 향료도 공장에서 대량생산할 수 있다.

세상에 없는 향 만든 인공지능

인공지능도 향기 산업에 도전했다. 미국 IBM은 지난달 세계적인 향료 업체인 독일 심라이즈와 함께 향료 제조용 인공지능인 ‘필리라(Philyra)’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AI 필리라가 만든 향수 두 종을 내년 중반부터 시판한다고 밝혔다. 두 향수는 향기나 제조법 모두 전례가 없이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새로운 향기의 비결은 AI의 엄청난 학습량에 있었다. AI는 먼저 5000가지가 넘는 향료를 학습했다. 이와 함께 향료들을 배합해 향을 만드는 방법도 배웠다. 같은 장미향이라도 불가리아산 장미를 썼는지, 프랑스산을 썼는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심라이즈는 국가별 향료 발주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입력했다. 이를 통해 지역별 향기 기호도를 알 수 있다. IBM은 AI가 학습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직업이나 계층을 위한 맞춤형 향수 제조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IBM은 이미 브라질의 향수업체와 함께 AI를 이용해 특정 소비자층을 겨냥한 향수를 개발하고 있다.

AI 기술이 더 발전하면 아예 개인을 위한 맞춤형 향수도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위한 기초 데이터도 만들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벤처기업인 나노센트는 지난 3월 스마트폰에 후각 감지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전자 코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폰은 시각과 청각, 촉각은 구현했지만 아직 후각은 감지하지 못했다. 전자 코는 나노 입자가 냄새를 내는 화학물질과 결합할 때 달라지는 전기신호를 감지한다. 나노센트는 스마트폰 전자 코로 사용자의 체취를 분석해 그에 맞는 향기를 가진 화장품, 비누, 향수를 추천하는 앱(응용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체취 맞는 이성 찾는 전자 코

나노센트의 전자 코는 원래 이스라엘공대가 유방암 환자의 체취를 분석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이다. 회사는 이 전자 코로 배우자를 추천하는 앱도 개발하고 있다. 1년 이상 잘 살고 있는 남녀 100쌍의 체취를 분석한 다음,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체취와 맞는 이성(異性)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서울대 박태현 교수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권오석 박사팀이 사람의 후각세포와 전자센서를 결합한 바이오 전자 코를 개발했다. 최근 바이오 전자 코로 사람처럼 바나나와 살구향을 구분하는 데 성공했다. 박 교수는 “전자 코는 마약이나 위험물 탐지, 실내 공기 관리, 향기 심리치료 등 다양한 곳에 활용할 수 있다”며 “최근 보스턴의 한 기업과 전자 코를 질병 진단용으로 개발하는 협약도 맺었다”고 말했다.

국내 화장품 업체도 향기 제조에 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기체 성분을 분석하는 가스크로마토그래피, 핵자기공명(NMR) 같은 첨단 기술로 천연 향을 재현하고 있다. 제주한란은 천연기념물이어서 외부 반출이 불가능하다. 아모레 연구진은 제주 현지에서 한란에 유리관을 씌워 공기를 포집했다. 이를 연구소에서 분석해 극미량의 향기 물질을 찾아냈다. 일반인이 맡기 힘든 인삼꽃 향기 화장품도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냈다. 전병배 아모레퍼시픽 연구원은 “향기를 만드는 조향사(調香師)의 감각과 경험에 첨단 과학기술이 결합하면 화장품과 식품, 일상용품에 들어갈 다양한 향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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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22년 3월 11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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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된 동물 ‘사일러신’…유전자 가위로 되살린다

테크 & 사이언스

美 연구진 ‘동물 복원’ 도전

사일러신 게놈 누락된 부분
DNA 95% 닮은 개미핥기서
유전체 가위로 잘라 메우기로

호주엔 한때 ‘사일러신(Thylacine·사진)’이란 동물이 있었다. 몸에 호랑이처럼 무늬가 있고 얼굴은 늑대를 닮아 ‘태즈메이니아 호랑이’ 등으로도 불렸다. 캥거루만큼 호주에서 흔했지만 지금은 멸종했다.

11일 미국 라이스대, 베일러 의대 공동 연구팀 ‘에이든 랩’에 따르면 사일러신을 되살리기 위한 중요한 합성생물학 단서가 최근 발견됐다. 사일러신과 가장 가까운 친척 관계인 주머니개미핥기(numbat)를 연구하다 나온 성과다. 사일러신과 주머니개미핥기는 3500만~4100만 년 전 조상이 같다. 서로의 DNA 유사도는 9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성생물학은 유전자 일부 수정(유전공학)을 넘어, 유전자를 직접 자유롭게 편집하는 첨단 기술이다.

사일러신 게놈(genome·유전체)은 2018년 처음 공개됐다. 그러나 이 게놈엔 중요한 염기서열 등 몇 가지 정보가 빠져 있었다. 연구팀은 이 공백을 주머니개미핥기의 DNA 정보로 메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개념은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소개된 적이 있다. 6600만여 년 전 멸종한 공룡을 되살리기 위해 유전공학을 적용하는 다음 장면이 유명하다. ① 공룡 피를 빨다 화석으로 박제된 모기에서 공룡 DNA를 추출한다. ② 주요 염기 서열이 소실돼 있는 불완전한 DNA였지만, 이를 양서류 DNA와 혼합해 보완한다. ③ 이 DNA를 토대로 체세포를 배양해 핵이 제거된 대리모 난자에 넣어 공룡을 탄생시킨다. 멸종한 매머드를 코끼리를 활용해 이런 식으로 되살리겠다는 연구도 일각에서 진행 중이다.

에이든 랩 관계자는 “공상과학 등에서 (멸종 동물을 복원하는) 상상력을 현실로 실현하는 데 가장 근접한 기술이 바로 크리스퍼(CRISPR) 편집 기술”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퍼 편집 기술은 질병을 유발하는 DNA 특정 부위를 자를 수 있는 ‘유전자 가위’를 말한다. 현재 대표적 유전자 가위는 ‘크리스퍼-카스(CAS)9’이다. 가위 역할을 하는 단백질 ‘카스9’에 자를 부위를 안내하는 ‘가이드 RNA(리보핵산)’를 붙인 것이다. 크리스퍼는 인체에 들어왔거나 들어온 적이 있는 바이러스의 DNA가 쌓여 있는 데이터베이스(DB)라고 보면 된다. 크리스퍼-카스9을 처음 개발해 2020년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제니퍼 다우드나 미 UC버클리 교수는 크리스퍼를 “세포들의 백신 접종 내역 카드”라고 설명했다.

에이든 랩 관계자는 “크리스퍼를 쓰면 시료에서 DNA를 정확히 선택하고 삽입할 수 있다”며 “게놈의 누락된 부분을 선별적으로 복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주머니개미핥기의 난자 핵을 제거하고, 게놈 공백을 크리스퍼 편집으로 ‘완벽’하게 보완한 DNA를 넣어 사일러신을 되살리겠다는 계산이다.

효과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지만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반 코로나19 백신 역시 합성생물학의 산물이다. 바이러스의 돌기(스파이크 단백질)가 침투하는 것처럼 mRNA를 설계해 인체 면역반응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mRNA 백신 개발을 주도했던 의과학자 드루 와이즈먼 미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는 “mRNA백신은 기본적으로 플러그 앤드 플레이(plug and play)”라고 설명했다. mRNA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는 최근 지카, 에볼라, 말라리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 15개 바이러스에 대한 mRNA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15개 바이러스 백신을 모두 개발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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