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세계가 양자컴퓨터 개발에 팔을 걷었다. 양자컴퓨터는 현재 컴퓨터로 수백만년이 걸리는 계산을 단 몇초만에 해내는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공학·과학·수학 등 기초학문 분야는 물론 날씨·천문·우주항공 등 산업 영역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IBM, 구글,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기업을 주축으로 미국·중국·일본이 뛰어들어 연구개발 중이다.

양자컴퓨터는 얽힘, 중첩과 같은 양자역학 현상을 활용해 데이터를 처리한다. 1982년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처음 양자컴퓨터의 개념을 제시한 이후 1985년 영국에서 이론이 정립됐다.

양자컴퓨터를 산업 일선에 도입하면 현재의 기술력으로 상상도 못하는 영역까지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계산을 반복하는 현재의 컴퓨터를 뛰어넘어 뇌과학과의 융합을 통한 본격적인 인공지능(AI)의 등장, 완벽한 자율주행 가능 등이 단적인 예다.

양자컴퓨터는 기본적으로 비트단위의 정보를 읽는다. 0 또는 1을 읽고 쓰는 것을 1비트라고 하는데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 ‘큐비트’를 특징으로 한다. 1큐비트는 2개의 조합된 정보(0, 1)를 동시에 읽을 수 있으며 2큐비트는 4개의 조합된 정보(00, 01, 10, 11)을 동시에 선택할 수 있다. 이것이 핵심이다. 큐비트를 앞세운 양자컴퓨터는 기존 슈퍼컴퓨터로 10억년이 걸리는 소인수 분해를 수십초만에 해결할 수 있다. 꿈의 기술이다.

◆미·중·일, 양자컴퓨터 “돌격앞으로”

양자컴퓨터 개발에서 가장 앞선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양자컴퓨터를 ‘새로운 우주경쟁’으로 규정하고 산업화와 군사적 응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정부는 양자컴퓨터 기술 발전에 절대적인 공헌을 했다. 1990년대부터 기초이론, 큐비트연구, 응용가능성 확인 등을 통해 실용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미국의 양자컴퓨터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에 거대 IT기업들이 추가 기술개발로 힘을 보태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IBM은 이미 2016년 초전도회로 기술을 활용한 양자컴퓨터를 공개했다. 이듬해인 2017년 6만명의 사용자가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170만건의 계산을 처리했다. 현재 수준은 50큐비트로 슈퍼컴퓨터와 맞먹는 수준이다. 구글은 72큐비트 수준의 양자컴퓨터를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텔은 49개의 초전도 큐비트와 26개의 전자스핀 큐비트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MS는 현재 새로운 큐비트 기술을 개발 중인데 가능성이 확인될 경우 5년 내에 200큐비트까지 기술력을 끌어올린다는 심산이다.

중국은 국가 주도로 양자컴퓨터를 연구개발 중이다. 2011년 양자컴퓨터를 중대 과기프로젝트로 추진해 초전도 기술을 적용한 2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어 2020년까지 76억위안(약 1조2000억원)을 투입해 양자국가연구소를 건설하고 암호해독이 가능한 수준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양자컴퓨터의 시발점인 유럽연합(EU) 각국은 미국과 중국에 양자기술의 주도권을 뺏길 수 없다는 의견을 모아 2019년부터 10년동안 10억유로(약 1조3000억원)을 투입해 관련 기술을 연구한다. 아직 정하지 않았으나 기술개발에 기업을 포함시켜 효율성을 끌어올린 후 빠른 시일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한다는 목표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8월 미국 뉴욕 왓슨연구소에서 양자컴퓨터와 관련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일본도 뒤질세라 양자컴퓨터 개발에 뛰어들었다. 일본은 세계최초 초전도 큐비트 구현, 세계 최고 광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양자컴퓨터 기술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투입자금은 5년간 110억엔(약 1005억원)으로 다른 국가들보다 적은 수준이지만 충분한 기술력을 갖춘 만큼 놀라운 결과물을 도출해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로드맵 정하고 차근차근 준비해야…

반면 국내 양자컴퓨터 관련 기술은 걸음마 수준이다. 제대로 된 연구기관은 물론 양자컴퓨터를 다루는 대표기업마저 꼽을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연구에 착수했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대학 등 기관에서 기술개발에 시동을 건지 수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안도열 서울시립대 교수는 “우리는 농업사회에 머물러 있는데 다른 한쪽은 산업사회로 넘어간 19세기말과 비슷한 상황이다”며 “더 늦기 전에 양자컴퓨터 분야에 뛰어들 것인지 기존 기술에 머물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터 개발에 경제성을 따지면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컴퓨터공학 전문가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노 기술의 발전인데 이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일 양자상태의 제어”라며 “우리나라는 첨단 나노 기술 분야에서는 상당히 뒤쳐진 수준이다. 양자컴퓨터 개발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행 중 다행은 아직 암호해독 수준의 양자컴퓨터 등장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남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기술개발 속도와 각국의 대규모 투자 등을 미뤄봤을 때 암호해독이 가능한 양자컴퓨터는 20~30년 후에나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양자역학분야 한 전문가는 “최초 5개의 큐비트에서 50큐비트까지 3년이 걸렸다. 단순 계산하면 암호해독에 필요한 5000큐비트 달성까지는 30년이 걸릴 것”이라며 “모든 분야에서 완벽하게 양자컴퓨터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500만개 이상의 큐비트가 필요한데 이 기술을 개발하려면 수십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술 개발 시기가 늦었다고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할 게 아니라 정부가 관련 예산과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기관·기업이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차분히 접근하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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