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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2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한 가정집이곳에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다집에서 잠을 자던 6, 4살의 남매가 칼로 무참히 살해당한 것이다사건의 최초 신고자이자 남매의 어머니인 프란시스카 로하스 Francisca Rojas그녀도 범인의 칼에 찔려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그녀는 용의자로 인근 목장의 농부를 지목했지만 그에게는 범행 추정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목격되었다는 알리바이가 있었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고 점차 미궁으로 빠지자 부에노스아이레스 경찰청은 특별팀을 파견해 사건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그 특별팀에는 후안 부체티크 Juan Vucetich라는 인체 측정 전문가도 포함되어 있었다

부체티크는 기존에 범죄 수사에 사용되던 인체 측정술에 오류가 있음을 깨닫고 새로운 식별 방식을 고민하고 있었다그러던 중 특별팀은 마침내 사건 현장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갈색의 흔적을 발견했다그것은 피와 함께 굳은 엄지손가락의 지문이었다부체티크는 발견한 지문을 가지고 용의자들의 지문과 비교 분석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조사 결과그는 범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범인은 바로 죽은 남매의 어머니였다
자신의 불륜 상대가 아이를 포기하면 결혼해주겠다.’고 한 말에 그와 결혼하기 위해 아이들을 죽이고의심의 눈길을 피하고자 자신의 몸에 스스로 상처를 냈던 것이다.

이 사건은 지문이라는 과학적 증거를 통해 유죄판결이 내려진 최초의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후안 부체티크(좌)와 프란시스카 로하스의 대조 지문(우)

개인 식별의 새 지표, 지문

 

 

지문은 DNA와 더불어 개인 식별을 도와주는 가장 대표적인 증거이다. 모든 지문이 서로 다름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지문이 똑같은 사람은 없다.’라는 사실은 이미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지문은 생성되는 시기에 절대 통제되지 않는’ 수많은 요인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만큼 두 개의 동일한 지문을 만드는 일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지문은 1800년대 후반, 인체 측정술*의 뒤를 이어 개인 식별의 도구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범죄수사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겨지던 인체 측정술에 오류가 있음이 밝혀지면서 범죄 전문가들은 범인 식별을 위한 방법을 고민하던 중이었다. 이때 지문이 개별적인 특징을 갖고 있음을 인지한 헨리 폴즈 Henry Faulds, 프랜시스 골턴 Francis Galton 같은 연구자들에 의해 지문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후 이들에 의해 지문 식별의 체계가 정립되면서 지문은 개인식별을 위한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인체 측정술’이란 찰스 다윈 Charles Darwin의 《종의 기원 On the Origin of Species 》의 영향을 받아 체사레 롬브로소 Cesare Lombroso가 주장한 ‘생래적 범죄인설’을 바탕으로 알퐁스 베르티옹 Alphonse Bertillon이 정립한 수사 기법을 말한다. 인체 측정술은 범죄인은 유전적으로 정해진다 하여 머리의 둘레나 코의 모양, 얼굴의 윤곽 등 안면의 특징을 확인하여 잠재적 범죄자를 분류하는데 사용되었다. 

 

《노우드의 건축업자》의 삽화, 셜록 홈스가 범죄현장에서 발견된 지문을 관찰하고 있다.

셜록 홈스와 지문 수사

 

셜록 홈스 시리즈에도 범인을 추적하기 위한 증거로 지문이 자주 등장한다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노우드의 건축업자The Adventure of the Norwood Builder, 1903년 발표》가 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코난 도일이 소설 속에서 지문을 다룬 방식이다. 이 작품이 쓰인 시기는 1890년대로  지문 감식법이 막 세상에 나온 시기였다. 코난 도일이 대단하게 여겨지는 것은 지문이 개인 식별 수단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단계에서 이미 지문을 이용해 타인에게 누명을 씌울 수 있다는 점을 간파했다는 것이다. 범인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악용 가능성까지 인지한 점으로 보아 코난 도일의 과학수사에 대한 식견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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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지문의 가치


CCTV나 블랙박스 등 첨단 기기와 첨단과학의 발달에 의해 지문 수사는 낡은 방식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문은 범인이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증거이다. 오염 및 조작 가능성이 있는 DNA나 다른 증거들과는 다르게 지문을 이동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범죄현장에서 범인의 지문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이런 이유 때문에 지문이 지닌 가치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셜록 홈스는 왜 혈액 반응 시약에 집착했을까?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6232998&memberNo=38553054

 

 

 

 

1954년 어느 날 밤, 클리블랜드 교외에 위치한 가정집에서 메릴린 셰퍼드라는 여인이 흉기에 심하게 찔려 살해당한다. 아내의 비명소리를 듣고 잠에서 깬 샘 셰퍼드는 도망치는 범인을 쫓아가 격투를 벌이지만 오히려 공격을 받아 정신을 잃고 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 없고, 시신의 훼손 상태가 극심했던 점, 그리고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상황을 들어 샘 셰퍼드를 살인죄로 체포하고 무기징역 형을 선고한다. 하지만 그는 12년의 형 집행 끝에 무죄로 풀려날 수 있었다. 그를 감옥에서 꺼내준 것은 바로 ‘혈흔’이었다.

미국의 법과학자 폴 커크는 실험을 통해 샘 셰퍼드의 무죄를 입증해냈다. 살인이 벌어진 현장인 침실과 집 안은 핏자국이 가득했다. 당시 샘 셰퍼드의 몸에는 상처가 없었기 때문에 현장의 피는 피살자인 아내의 것이라고 추정되었고, 그녀는 침대 위에서 살해되었기 때문에 다른 곳의 피는 범인의 흉기에서 떨어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실험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보여줬다. 흉기에 묻은 피살자의 혈흔 만으로는 현장에 남은 것과 같은 수백 개의 혈흔이 발생하지 않았다. 즉, 집 안의 남은 수백 개의 혈흔은 피살자의 혈흔이 아니라 범인의 것이었다. 따라서 아무런 상처가 없던 샘 셰퍼드 외에 또 다른 인물이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 그는 무죄로 풀려났지만 석방된 지 3년 만에 질병으로 사망했다. 샘 셰퍼드의 기구한 사연은 영화<도망자>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재판 중인 샘 셰퍼드(좌)와 피살자 메릴린 셰퍼드의 검시 모형(우)

“셜록 홈스의 발견”

 

셜록 홈스 시리즈의 대단원의 막을 연 《주홍색 연구 The Study in Scarlet, 1887년 발표》셜록 홈스가 처음 등장할 때 흥미로운 장면이 나온다. 바로 홈스가 혈액 속 헤모글로빈에만 침전되는 시약을 발견했다며 기뻐하는 장면이다. 이 당시에는 현장에 혈흔 같은 흔적이 발견되어도 그것이 진짜 혈흔인지, 혹은 동물의 혈액인지 인간의 혈액인지 구별해낼 방법이 없었다. 그런 시대적 상황에서 혈액의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약품을 발견했다고 하는 장면은 과학수사의 측면에서 봤을 때 굉장히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재밌는 사실은 현재 혈액 분석에 쓰이고 있는 시약인 루미놀이 혈액에 반응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1928범죄수사에 사용될 수 있다고 최초로 제안된 것이 1937년이라는 점이다. 《주홍색 연구》가 1887년에 출간된 것을 감안하면 법과학자들이 셜록 홈스의 등장에 열광했던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피의 흔적을 분석하다

혈흔은 그곳에서 사건이 일어났다는 걸 증명해주는 가장 명백한 증거이다. 혈흔이 범인을 특정해 지목해주는 증거는 아니다. 하지만 특정 장소에서 범죄가 일어났는지, 일어났다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혈흔을 분석하면 어떤 방식으로 범행이 발생했는지 추정해볼 수 있다. 혈흔 형태 분석은 혈흔이 날아간 방향이나, 이동한 흔적을 통해 어떤 범행도구가 사용되었는지, 둔기에 타격을 받았다면 몇 차례에 걸쳐 타격이 가해졌는지 등을 알아내는 과정이다. 따라서 혈흔을 분석하는 것은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남겨 놓은 사건의 진실을 듣기 위해 노력하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아래는 2023년 2월 22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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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억명이 모여도 제각각이란 지문…왜 다를까

지문 형성이 시작되는 손가락끝 세 곳 발견
손가락 모양과 생성 속도 따라 지문 달라져
얼룩말 무늬 등 형성 원리 ‘튜링패턴’과 일치

지문이 형성되는 과정은 자연 세계의 튜링 패턴 원리를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손가락 끝에 나 있는 지문의 모양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일란성 쌍둥이라도 지문은 일치하지 않는다. 물려받은 유전자는 같지만 지문이 형성되는 자궁 속에서 각기 돌연변이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굳이 확률로 따지자면 어떤 두 사람의 지문이 같을 확률은 640억분의 1이라고 한다. 번개 맞을 확률(600만분의 1)보다 1만배나 낮다. 유사 이래 오늘날까지 지문이 같은 사람이 나타난 적이 한 번도 없는 이유를 알 만하다. 게다가 한 번 만들어진 지문은 평생 바뀌지 않는다. 사람의 신원을 가리는 데 지문을 이용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크게 보면 지문의 모양은 고리형(발굽형), 소용돌이형, 아치형 세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이는 개인별로 미세한 차이는 있더라도 지문을 형성하는 데 공통으로 적용되는 원리가 있음을 시사한다.

지문은 아주 미세한 융선들로 이뤄져 있어 사소해 보이지만 피부의 마찰력을 높여 미끄럼을 방지하고 피부 감각의 민감도를 높여준다. 이는 우리가 손으로 작업하는 데 아주 요긴한 역할을 한다.

지문의 무늬를 이루는 융선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일어난 뒤 임신 13주부터 몇주에 걸쳐 완성된다. 임신 13주차에 손가락 끝마디 중앙 부분부터 융선이 형성되기 시작해 17주차에 1차 융선이 완성되고, 이후 그 사이사이를 메꾸는 2차 융선이 나타난다.

그러나 그동안 지문의 융선이 완성돼 가는 구체적인 생화학적 과정은 규명되지 못했다. 피부 접힘, 혈관 배열의 영향 등 여러 이론이 나왔지만 가설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문의 무늬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왼쪽부터 아치형, 고리형, 소용돌이형. 셀

얼룩말 무늬가 형성되는 원리와 같아

영국 에든버러대 과학자들이 마침내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생화학적 과정을 발견해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각 개인의 고유한 지문을 형성하는 것은 세 신호 분자 간의 상호작용이며, 이는 1940년대에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이 제안한 튜링 패턴의 원리를 따른다고 밝혔다.

튜링은 유기체 내의 형태소에 관여하는 활성 물질과 억제 물질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각 유기체의 독특한 무늬가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이를 튜링 패턴이라고 부른다. 호랑이나 얼룩말 무늬 같은 자연 세계에서 보이는 다양한 형태의 무늬를 설명하기 위해 고안한 수학이론이다.

연구진은 또 지문 형성이 시작되는 발화점 세 곳도 발견했다. 손가락 끝마디 중앙 부위와 손톱 바로 아래 부위, 손가락 끝마디 관절주름 부위 세 곳에서 1차 융선이 형성됐다.

연구진은 지문 융선의 형성이 참호를 파듯 피부 아래쪽에 홈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데 주목했다. 움푹 들어간 홈이 만들어지면 그 후 몇주에 걸쳐 그 속에서 세포가 증식되면서 점차 솟아올라 융선을 완성한다.

연구진은 이 과정이 모낭 발달 과정과 비슷하게 하향식으로 전개되는 데 착안했다. 연구진은 임신 중절자들한테서 기증받은 배아 조직의 손가락끝 세포 핵에 있는 RNA를 분석해 모낭 세포들과 비교했다. 그 결과 두 곳의 세포들은 세가지 신호 전달 분자를 공유하고 있다는 걸 알아냈다. 그 세 가지는 WNTEDARBMP라는 단백질 분자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WNT와 EDAR가 상호협력 관계에 있음을 확인했다. WNT는 융선의 형성을 촉진하고, EDAR는 융선의 크기와 간격을 결정하는 데 관여한다. 반면 BMP는 이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연구진은 이어 생쥐를 대상으로 이 신호 분자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무늬를 형성하는지 실험했다. 생쥐는 지문은 없지만 발가락 피부에 사람의 지문과 비슷한 줄무늬가 있다.

실험 결과 EDAR 수치를 높이면 융선이 더 두껍고 간격이 넓어졌다. 반면 EDAR 수치를 줄이면 줄무늬가 생기지 않고 반점이 생겼다. BMP에서는 반대의 현상이 발생했다. 이런 패턴은 튜링 반응-확산 모델에서 볼 수 있는 튜링 패턴의 특징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고리형·소용돌이형·아치형의 차이는?

연구진은 마지막으로 컴퓨터 모델을 이용해 3개의 융선 시작 부위(손가락 끝마디 중앙, 손톱 바로 밑, 끝마디 주름)에서 튜링 패턴이 어떻게 전개돼가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가장 일반적인 세가지 지문 형태에서부터 희귀한 지문 형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문 모양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알아냈다.

예컨대 아치형 지문은 손가락 끝마디 중앙의 융선이 생기는 속도가 더딜 때 만들어진다. 중앙 융선이 생기기 전에 손가락 끝마디 주름과 손톱 밑쪽에서 생기는 융선이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면서 아치형 지문이 완성됐다.

손가락의 모양에 따라 손가락 세포 성장의 패턴도 달라졌다. 손가락 끝마디 중앙 부위가 넓고 대칭이며 융선이 일찍 형성되면 소용돌이형 지문이 생겨났다. 중앙 부위가 길쭉하고 비대칭이면 고리형 지문이 나타났다.

전 세계 지문의 분포는 고리형이 전체의 60~70%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소용돌이형(20~30%), 아치형(5%)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로엘 누시 스탠퍼드대의대 교수(발달생물학)는 ‘사이언스’에 “이번 지문 연구는 작은 차이가 무한한 패턴의 변주를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16/j.cell.2023.01.015“>ttps://doi.org/10.1016/j.cell.2023.01.015

The developmental basis of fingerprint pattern formation and variation C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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