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요약]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인간의 기분과 행동 등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뇌 안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전달되면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세로토닌을 타겟으로 한 우울증, 불안증 치료 등을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8.08)
라콴 루오는 2012년 신경과학(neuroscience )분야 입문 교과서를 쓰던 중 진퇴양난에 빠졌다. 화학적 메신저인 ‘세로토닌’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뇌의 필수적인 시스템을 포함시켜야 했다. 세로토닌은 감정부터 움직임까지 상당히 많은 부분에 관여하는 호르몬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세로토닌이 포유류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과학자들은 서로 다른 발견들을 보고하고 있었다.” 스탠퍼드대 인문과학과 교수인 루오가 말했다. “어떤 발견은 세로토닌이 즐거움을 촉진시킨다고 한다. 또다른 그룹은 세로토닌이 운동능력을 억제함과 동시에 불안감을 증가시킨다고 하고 또다른 그룹은 세로토닌의 기능이 이와 완전히 반대로 이야기한다.”
6년이 지난 지금 루오의 연구진은 이전의 세로토닌에 대한 어리둥절한 이같은 연구결과들을 조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구진은 신경해부학적인 방법을 이용해서 세로토닌 시스템이 적어도 두가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반대되는 방식으로 작용하는 병렬 서브시스템으로 구성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서브시스템은 불안감을 조장하는 반면 또다른 서브시스템은 도전에 직면했을 때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을 촉진한다.
“세로토닌 시스템에 대한 이해는 장님 코끼리 만지는 이야기와 같다.” 루오가 말했다. “과학자들은 뇌에서 서로 다른 세로토닌 기능을 발견했다. 그리고 모놀리식(monolithic) 세로토닌 시스템으로 이를 설명했는데 이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세로토닌이 하는 일을 설명해줬다.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는 동시에 코끼리의 서로 다른 부분을 볼 수 있게 됐다.”
8월 23일 국제학술지 ‘셀’에 게재된 이번 논문은 ‘프로작’과 같이 세로토닌 시스템에 영향을 미쳐 우울증과 불안증을 다루는 치료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프로작과 같은 약을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라고 한다. 우울증, 불안 장애, 또 몇 가지 인격 장애를 치료하는 데 쓰이는 항우울제의 일종이다. 그러나 이 약은 종종 많은 부작용을 유발하는데 그중 일부는 환자들이 고통을 참기가 힘들어서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우리가 서로 다른 세로토닌 시스템의 통로를 타겟으로 삼을 수 있다면 부작용을 줄이고 원하는 질병만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논문의 첫번째 저자이자 루오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을 하고 있는 징 렌이 말했다.
스탠퍼드 과학자들은 ‘배후솔기(dorsal raphe)’라 불리는 ‘뇌간’에 집중했다. 이곳은 포유류의 뉴런 중에서 가장 많은 세로토닌을 방출해 신호를 전달하는 부위다.
이 배후솔기 뉴런의 신경섬유와 축색돌기는 생각, 기억, 기분 조절, 신체 기능 등을 담당하는 전뇌의 중요한 부분을 무작위로 연결해 네트워킹한다. 이 지역에 세로토닌 축색돌기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를 주입함으로써 렌과 그의 동료 연구진은 배후솔기 뉴런의 연결을 역추적할 수 있었다. 이 방식으로 연구진은 뇌간에서 세로토닌이 방출되는 뉴런과 세로토닌이 영향을 미치는 전뇌 지역의 지도를 그릴 수 있었다. 이 지도는 배후솔기 뉴런에서 방출되는 세로토닌이 서로 다른 두 그룹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보여주며 또한 이 뉴런이 뇌의 피질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루오는 “배후솔기에 있는 세로토닌 뉴런은 뇌 여러 곳에 투영되고 있지만 그 가지들은 조직화되어 있다”며 “이전에는 몰랐던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련의 행동 실험에서 과학자들은 두 그룹의 세로토닌 뉴런이 자극에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찾아냈다. 예를 들어 두 그룹의 뉴런은 쥐실험시, 설탕물과 같은 보상을 받는 쥐에게서 활성화됐지만 쥐의 발에 충격을 가하는 실험에서도 활성화됐다. “우리는 이제 왜 일부 과학자들이 세로토닌 뉴런이 벌을 받을 때 활성화됐는지, 또다른 과학자들이 처벌로 인해 세로토닌 뉴런이 억제됐다고 말하는지 알 수 있게 됐다. 둘다 맞았다. 이것은 당신이 어떤 서브타입을 보고 있느냐와 관련이 있었다.” 루오가 말했다.
더해서 연구진은 세로토닌 뉴런이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복잡하다는 것도 찾아냈다. 단순히 세로토닌을 전달하는 역할 뿐 아니라 대뇌 피질 뉴런은 글루타민산염이라 불리는 화학 메신저를 방출했는데 이처럼 뇌에서 서로 다른 화학물질을 두개나 방출하는 뉴런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렌은 “이것은 우리가 이 뉴런을 ‘세로토닌 뉴런’이라고 불러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한다”며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뉴런의 이름은 그들이 방출하는 화학물질로 결정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뇌의 세로토닌 시스템은 균질화된 뉴런이라기 보다는 많은 하위 집단들이 함께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루오의 연구진은 이를 두 그룹으로 분류했지만 더 많은 그룹이 존재할수도 있다. 사실 스탠퍼드의대의 로버트 말렌카 교수와 그의 연구진은 최근에 배후솔기 부분에서 사회적인 행동을 증진시키는데 관여하는 세로토닌 뉴런 그룹을 발견하기도 했다. 루오는 “우리가 발견한 두 그룹과 다른 세번째 그룹”이라며 “우리는 코끼리의 두 부분을 찾아냈지만 발견해야 할 더 많은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