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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상 그래핀·청색LED 제외 특허 ‘0’

화학·의학상 특허 수는 논문 대비 4~5배

노벨과학상 수상까지 총 기간 비슷하지만

핵심연구 산출기간은 세 부문 서로 달라

물리학상은 10년, 화학·의학상은 20년

 

 

 

노벨상 메달 앞면. 노벨상위원회 제공

 

알프레드 노벨은 그의 유언장에 “물리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나 발명을 하거나, 가장 중요한 화학 물질을 발견 또는 개선하거나, 생리학이나 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을 해 인류의 이익에 공헌한 사람”한테 노벨과학상을 주라는 내용을 남겼다. 노벨이 구체적인 용어로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노벨과학상은 기초적인 과학 원리를 탐구한 업적에 수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한국이 노벨과학상을 수상하지 못하는 배경으로 기초과학에 대한 낮은 관심과 지원 부족이 단골로 지적돼왔다. 하지만 한국연구재단이 최근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의 논문과 이를 인용한 특허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적어도 최근 10년 동안 노벨과학상 3개 부문은 이 점에서는 서로 다른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물리학상 수상자의 논문 대부분은 거의 특허 출원으로 이어지지 않는 데 비해 화학상과 생리의학상 논문들은 대부분 특허와 직결됐다. 연구재단 연구팀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3대 부문 노벨상 수상자 78명이 저자로 참여한 논문 1만2973건과 이들 논문을 직접 인용한 1단계 특허(미국·일본·한국·유럽·중국) 1만3244건, 직접 인용한 특허를 다시 인용한 2단계 특허 4만3898건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물리학상의 경우 25명의 평균 논문 건수가 150건으로 1단계 인용 특허 평균은 108건(논문 대비 72%), 2단계는 452건(301%)로 나타났다. 생리의학상의 경우 논문 평균 167건, 1단계 특허 215건(논문 대비 129%), 2단계 606건(363%)로 물리학상 경우보다 다소 높았으며, 화학상은 각각 194건, 199건(103%), 671건(346%)로 훨씬 많았다.

 

 

특히 물리학상의 경우 거의 모든 특허가 2010년 ‘그래핀’ 발견으로 물리학상을 수상한 안드레이 가임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2014년 ‘청색 발광다이오드(LED)’ 발명으로 수상한 아카사키 이사무와 아마노 히로시, 나카무라 슈지 등 두 그룹에 의한 것으로, 나머지 수상자들의 논문은 거의 특허 출원으로 이어지지 않은 업적들이었다.

반면 생리의학상은 오히려 2014년 뇌세포의 위치정보 처리 체계를 밝혀낸 존 오키프와 에드바르 모세르, 마이브리트 모세르와 2015년 말라리아와 기생충 연구에 큰 업적을 남긴 윌리엄 캠벨과 투유유를 제외한 대부분 수상자들의 논문이 1·2단계 특허로 이어져다. 화학상도 2010년 ‘팔라듐 촉매를 이용한 탄소-탄소 결합형성 짝지음 반응’이라는 합성방법을 고안한 네기시 에이이치와 스즈키 아키라의 논문을 제외한 수상자 대부분의 논문이 많고 적은 특허와 연결됐다.

논문 1건당 인용 특허가 가장 많은 수상자는 ‘녹색 형광 단백질’(GFP)의 형광 메커니즘을 규명해 2008년 화학상을 수상한 로저 첸으로 226건의 논문을 인용한 특허가 무려 7717건에 이르렀다. 다음으로 청색 엘이디를 개발해 2014년 물리학상을 받은 나카무라 슈지, 후천성 면역체계 활성화를 위한 핵심 원칙을 발견해 2011년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랠프 스타인먼, 염색체가 말단소립(텔로미어) 및 말단소립 복제효소(텔로머라제)에 의해 보호되는 원리를 발견해 2009년 생리의학상을 받은 잭 쇼트택 등의 특허 수가 많았다.

 

 

한편 최근 10년 동안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은 핵심연구를 시작해 노벨상을 받기까지 평균 31.2년이 걸린 것으로 분석됐다. 핵심연구를 산출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17.1년, 핵심연구를 산출한 뒤 노벨상 수상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14.1년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3개 부문별로는 각 기간에 큰 차이가 있다.

물리학상의 경우 핵심연구 산출기간이 10.8년으로 화학상 20.1년, 생리의학상 20.4년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이었다. 반면 핵심연구 산출 뒤 노벨상을 받기까지 걸린 기간은 반대로 물리학상은 평균 19.3년인 데 비해 화학상은 11.9년, 생리의학상은 11.1년이었다. 결과적으로 핵심 연구를 시작해 노벨상을 받기까지 물리학상은 평균 30.1년, 화학상 32.0년, 생리의학상 31.5년으로 비슷했다.

한국연구재단 연구팀은 “화학와 생리의학 부문은 실험을 통해 이론을 입증해야 핵심연구로 인정받는 경향이 있어 핵심연구 산출 기간이 긴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물리학의 경우 이론연구 업적을 중심으로 수상하는 사례가 많아 핵심연구 산출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반면 핵심 연구와 노벨상 수상까지는 물리학은 이론연구 업적이 실험·관측을 통해 입증이 돼야 하기에 기간이 길어지고, 화학·생리의학 부문은 과학적 입증 자체가 핵심연구 기간에 포함되는 경향이 있어 핵심연구에서 노벨상 수상까지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수상자들의 논문이 가장 많이 발표된 저널은 물리학상의 경우 <피지컬 리뷰 레터스>, 화학상과 생리의학상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였다. 물리학은 그외에 <피지컬 리뷰 디(D)>,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스> <애스트로피지컬 저널>이 뒤를 이었고 <네이처>(13위), <사이언스>(18위) 등에도 많은 논문이 실렸다. 특히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은 한편당 1836회씩 인용돼 인용 영향력에서 가장 높았는데, ‘그래핀’ 관련 논문 때문인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화학은 <미국화학회지>, <저널 오브 바이오로지컬 케미스트리>, <저널 오브 몰레큘러 바이올로지>가 뒤를 이었고, <네이처>(5위), <사이언스>(6위), 셀(17위) 등에도 많은 논문이 실렸다. 생리의학상은 <저널 오브 앤티바이오틱스>, <네이처>, <셀>이 뒤를 이었고 <사이언스>(6위), <뉴런>(8위), <엠보 저널>(10위), <랜싯>(15위) 등에도 많은 논문이 게재됐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40~50대에 발표한 논문이 생애 전체 논문의 50%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돼 40~50대 때 논문 활동이 가장 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0대 시기에 창출한 논문의 피인용 수가 생애 전체 피인용 수의 30%에 이르러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연구팀은 “특히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의 경우 30대 시기의 피인용 비율이 35.6%로 신진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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