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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러더스가 발명한 나일론으로 만든 여성 스타킹은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끕니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위대한 발명·발견과 실수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위대한 발명·발견자로 명성이 드높은 사람은 실수를 지나치지 않고 예리한 통찰력으로 그 속에 담긴 진리를 꿰뚫어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월리스 캐러더스는 동료 과학자의 실수와 장난에서 화학섬유 ‘나일론(Nylon)’을 발명하게 됩니다. 1928년 하버드대학 유기화학 강사에서 세계적인 화학회사인 듀퐁(Du Pont)사 중앙연구소의 기초과학연구부장으로 스카우트 된 캐러더스는 고분자에 관한 연구를 주로 하면서 인공고무인 ‘네오프렌(neoprene)’을 만들어 내는 등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연구팀 동료 중 한 명인 줄리언 힐이 가열된 폴리에스테르를 비이커에 담아 장난삼아 휘저었습니다. 아마도 실험에 실패한 폴리에스테르를 비이커에서 씻어내려다 잘 안되자 가열해 휘저어 없애려고 한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비이커를 휘젓던 막대를 들어 올리는데 폴리에스테르가 거미줄만큼 가늘고 비단처럼 부드러운 실과 같은 물질이 되는 것을 본 캐러더스는 흥분합니다. 폴리에스테르에 이런 성질이 있다면 자신이 실험실에 방치해둔 폴리아미드에도 이런 성질이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실험을 시작해 나일론을 발명합니다.

 

나일론을 발명한 캐러더스가 나일론 제품의 강도를 테스트하는 모습.[사진=유튜브 화면캡처]

 

 

그 후 듀퐁사는 상품화 과정을 거쳐 나일론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석탄과 공기와 물로 만든 섬유’, ‘거미줄보다 가늘고 강철보다 질긴 기적의 실’로 불리며 나일론은 여성용 스타킹을 비롯해 대부분의 옷과 로프, 양말, 낙하산 등에 사용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됩니다.

그 덕분에 듀퐁사는 성공 가도를 달리지만 캐러더스는 비관적인 삶을 살게 됩니다. 그는 새로운 중앙연구소 소장의 상업적 성과주의에 회의를 느껴 스스로를 ‘산업의 노예’라고 비관하며 우울증에 시달리다 1937년 41세의 나이에 필라델피아의 한 호텔에서 청산가리를 먹고 자살합니다.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의 발명으로 미국의 앨런 맥더미드, 앨런 히거와 함께 2000년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시라카와 히데키(白川英樹)도 실수에서 놀라운 업적을 이룩한 과학자입니다.

시라카와는 도쿄공업대학 조교수로 재직하던 1970년대 초반 유기고분자 합성실험을 하다 연구에 참여한 한 대학원생이 실수로 촉매를 1000배나 더 첨가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그런데 이 실수로 갑자기 은색의 광택을 내는 박막이 생긴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 박막이 금속과 같은 특성을 띤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시라카와는 전도성 고분자(플라스틱)를 발명하게 됩니다.

 

 

전자렌지를 발명한 퍼시 스펜서.[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전투기 부품을 만들던 퍼시 스펜서가 전자렌지를 발명한 과정은 더욱 극적입니다. 1945년 미국의 군수기업 레이시온에서 일하던 퍼스 스펜서는 새로운 레이더 장비에 사용할 자석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연구가 별로 신통치 못하면서 자석 옆에서 휴식을 취하며 주머니 속의 초콜릿 바를 먹으려 했지만 초콜릿 바가 다 녹아 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스펜서는 이를 그냥 재수없는 일로 넘기지 않고, 자신이 연구하던 자석과 연관이 있다고 판단해 다른 음식 재료들을 가지고 와서 실험을 합니다. 옥수수 알갱이들을 놓고 자석의 출력을 올리자 옥수수 알갱이들이 바로 팝콘으로 변했고, 달걀을 가져다 놓자 달걀은 터져 버렸습니다.

스펜서는 이후에도 여러차례에 실험을 거쳐 자석에서 방출되는 극초단파를 음식물에 오래 쏘게 되면 음식물의 수분의 온도가 올라 간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고, 이 방식을 특허를 출원해 이 특허를 자신이 근무하던 레이시온에 팔게 됩니다. 레이시온사는 1947년에 스펜서의 특허를 바탕으로 전자렌지를 만들어 시장에 출시하게 되면서 전 세계 가정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과학자들의 실수 외에도 우연한 기회에 발명·발견된 제품이나 음식이 적지 않습니다. 세계인의 식품이 된 치즈는 고대 아라비아인들이 사막을 건너다 우연히 발명했고, 빵 가운데 구멍이 뚫린 도넛은 풍랑을 만난 선장의 지시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8062914592875155

 

 

 

코카콜라 광고의 한 장면.[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모든 발명·발견이 우연이나 실수를 통해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많은 발명·발견이 우연이나 실수로 만들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가끔은 어처구니 없고 모두가 할 수 있는 실수에서 탄생한 제품이나 먹거리가 빅히트를 치기도 합니다.

세계인의 음료수인 코카콜라 역시 사소한 실수로 인해 탄생했습니다. 미국인 약제사 존 펨버튼은 남북전쟁후 힘든 재건사업이 벌어 지면서 힘들어 쓰러지는 사람이 많아지자 이들을 위해 코카나무 추출물과 콜라나무 열매의 향, 알코올을 약간씩 섞어 일종의 자양강장제인 ‘프렌치 와인 코카’라는 시럽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알코올 성분 때문에 많이 사람들이 마시지 못하자 알코올 대신 물을 섞으려 했으나 실수로 탄산수를 섞고 맙니다. 그런데 이 맛이 오히려 환상적이었던 것입니다. 이에 펨버튼은 이 약의 이름을 ‘코카콜라’로 바꾸고 자신의 약국에서 한 잔에 5센트씩 팔았는데 자양강장보다 두통에 오히려 효과가 뛰어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티나게 팔리게 됩니다.

1888년 코카콜라를 마시면서 만성적인 두통에서 해방된 아서 캔들러가 펨버튼에게 2300달러를 주고 코카콜라 사업권을 사들임으로써 오늘날의 코카콜라로 번성하게 됩니다.

지금은 옷이 더러워지면 세탁소에서 드라이크리닝으로 깨끗하게 해줍니다. 드라이크리닝도 우연한 실수에서 발명해 세탁산업을 서비스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시키게 됩니다. 19세기 중반 프랑스의 한 염색공장에서 한 직원이 실수로 염색테이블 위에 램프를 떨어뜨려 등유가 쏟아집니다.

작업이 중단되자 공장 직원들은 화를 냈지만 공장장이었던 장 밥티스트 졸리는 화를 내지 않고 등유를 떨어뜨렸을 때 여러가지 염색약으로 얼룩져 있던 테이블보의 얼룩이 지워져 가는 것을 발견합니다. 장 밥티스트 졸리는 물없이 등유로 세탁해 세탁물이 더욱 깨끗해지는 드라이크리닝을 발명하게 됩니다.

 

 

안전유리 테스트 장면.[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빨대는 우연한 계기에 탄생합니다. 1888년 미국의 한 담배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마빈 스톤은 일이 끝나면 언제나 선술집에서 위스키를 즐기곤 했습니다. 어느 날 스톤은 선술집 주인인 위스키잔과 함깨 내놓은 밀집 조각에 눈이 가게 됩니다. 이 조각은 호밀 줄기를 잘라 위스키를 빨아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인데 더운 날씨에 위스키의 맛이 변하지 않도록 한 주인의 배려였습니다.

스톤은 위스키잔을 손으로 잡아 위스키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이 싫어 호밀 줄기를 이용하기는 했지만 밀의 냄새가 너무 강해 위스키의 향을 망쳐 제맛을 즐길 수 없었습니다. 스톤은 호밀 줄기의 모양이 자신이 늘 만지는 종이담배와 비슷한데서 착안, 종이를 둥글게 말아 접착제로 살짝 붙인 종이빨대를 만들어 위스키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점점 종이빨대를 만들어 달라는 주위 사람들이 늘어나자 아에 빨대공장을 만들어 판매하게 됩니다.

안전유리를 만든 프랑스의 에두아르 베네딕투스는 자동차 사고의 대부분이 충격에 의한 부상보다 깨진 유리에 찔리거나 다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안전유리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15년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계속되는 실패로 실의에 빠져있던 1904년 어느 날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와 실험실을 엉망으로 만듭니다. 그 중에 깨지지 않고 금이 간 시험관이 있었는데 몇년 전 병속에 넣었던 셀룰로이드가 말라붙으면서 막을 형성해 깨질 때의 충격을 완화해줬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여기서 힌트를 얻은 베네딕투스는 1909년 깨지지 않는 유리에 대한 특허를 냈고, 2년 뒤인 1911년에는 2장의 유리 사이에 셀룰로이드 막을 끼워 넣은 사상 최초의 안전유리인 ‘트리플렉스(Triplex)’를 출시하게 됩니다. 고양이가 일으킨 실수를 인류의 안전을 지켜주는 안전유리로 승화시킨 것입니다.

과속탐지기는 실패의 늪에서 탄생한 열매입니다. 1947년 미국의 교통신호기 개발회사 연구원이었던 존 베이커는 새로운 신호등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베이커는 차량이 지나갈 때 레이저를 쏴 반사된 양에 따라, 즉 교통량에 따라 신호가 조정되도록 하는 신호등을 개발했지만 달리는 자동차의 움직임이 일정치 않으면서 신호등이 정확하지 않아 실패를 계속하게 됩니다.

실패 원인을 분석하던 베이커는 움직이는 물체에 전자파를 발사하거나 관측자가 움직이면 전자파의 진동수가 변하는 ‘도플러 효과’ 때문에 신호등이 실패했음을 깨닫게 됩니다. 몇년 뒤 자신이 실패한 자동신호기를 응용해 과속탐지기를 발명하게 됩니다. 도플러 효과에 따라 파장이 예상과 달리 변하지만 변화 그 자체는 측정할 수 있다고 보고 이 것을 속도계와 연결해 속도를 측정하는데 응용한 것입니다.

 

 

3M사의 빅히트 상품인 포스트잇. 3M사의 연구원 스펜서 실버가 실수로 만든 접착제의 사용 용도를 찾다 탄생한 제품이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1970년 스펜서 실버는 3M사의 연구실에서 초강력 접착제를 연구하다 실수로 특정 화학 반응물을 권장량 이상으로 첨가하게 됩니다. 초강력 접착제를 만들려다 의도치 않은 원료 배합 잘못으로 ‘잘 붙었다 잘 떨어지는’ 특성을 가진 접착제를 만들게 됩니다.

이 접착제의 용도를 찾지 못하던 실버는 4년이 지난 어느 날 교회에서 성경 구절을 표시하려 꽂아두었던 메모지가 쏟아져 내려 당황하는 동료와 얘기를 나누다 문득 4년 전 만들었다 활용하지 못한 접착제를 떠올립니다. 포기하고 버려두었던 그 접착제는 3M사의 세계적 히트상품인 ‘포스트잇’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지금은 누구나 좋아하는 감자칩은 귀찮게 하는 손님을 골탕 먹이려다 빅히트친 제품입니다. 1853년 뉴욕을 한 레스토랑을 찾은 손님이 자꾸만 더 얇은 감자튀김을 요구하자 열받은 주방장이 이 손님을 공탕먹이기로 마음 먹습니다. 주방장은 아예 포크로 찍어 먹을 수 없을 정도 얇게 썬 감자튀김을 내보냈는데 이 손님이 너무 좋아했고, 계속 얇게 썬 감자튀김을 내놓자 반응이 너무 좋자 감자칩으로 발전해 과자로 만들어 판매될 정도로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아이스크림콘과 아이스바도 우연한 계기에 탄생합니다. 1904년 세계박람회가 열린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박람회장 주변의 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는 아이스크림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습니다. 너무 잘 팔리는 바람에 아이스크림 담을 그릇이 부족하자 주인은 와플을 파는 옆 매장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급한 김에 와플을 말아 그 위에 아이스크림을 얹어 손님들에게 팔았는데 오히려 그릇에 담아줬던 아이스크림보다 더 맛있다고 하면서 빅히트를 치게 됩니다.

 

 

초콜릿칩 쿠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그 외에도 고대 아라비아인들이 사막을 건너다 우연히 만들어진 치즈, 풍랑을 만난 배의 선장이 키를 제대로 잡기위해 먹던 빵을 타륜의 손잡이에 찔러뒀다 나중에 먹으려니 가운데가 없어진 도넛, 미국의 한 고속도로에서 호텔을 운영하던 사람이 제빵용 초콜릿 대용으로 사용한 부순 초콜릿 덩어리로 만든 초콜릿칩 쿠키 등이 빅히트 친 대표적 제품입니다.

이런 사례들이 단순한 우연이나 행운의 산물일까요? 핀란드에서 10월13일은 ‘실수.실패의 날’입니다. 지난 1년간 일어났던 실수나 실패했던 사례를 공유해 다시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지정한 것이라고 합니다.

한번의 실수도 없이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실수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내면의 진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통찰력이 있었기에 실수와 우연은 위대하고 놀라운 발명·발견으로 발전할 수 있었고, 빅히트 상품으로 거듭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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