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소크의 말과 스위스의 화학 물질에 대한 특허 거부의 논거 등과 관련해서 살펴볼 예정인데, 지난 글(과학, 알고싶다(254))에서 스위스는 ‘1907년 이전까지만 해도 화학 발명품에 대한 특허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화학적 공정과 다른 개념인) 화학 물질에 대한 특허는 인정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먼저, 화학 특허 인정 범위와 관련해서 논란이 되었던 최근의 강황(薑黃) 관련 특허에 대해서 살펴본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 지적소유권법의 기본적 가정이며, 오늘날의 모든 지적소유권 관련 법들이 해당 아이디어가 참신성과 비자명성으로 표현되는 독창적일 것을 요구하는 것도 그래서이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 사항이 이론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없을 것 같지만, 이것을 현실에 적용하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발명 또는 특허에 대한 투자자들이 독창성의 기준을 낮추려고 하는 동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위스 특허법의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화학 공정과는 달리 화학 물질은 특허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해당 화학 물질을 추출한 사람들이 진정으로 독창적인 일을 한 것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조너스 소크(Jonas Salk)의 말을 떠올려 보라.). 이런 이유에서 1960년대 혹은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독일, 프랑스, 스위스, 일본, 북유럽 국가들 등 대부분의 나라들에서는 화학 물질이나 제약 물질에 대한 특허가 인정되지 않았다. 스페인과 캐나다에서는 1990년대 초까지도 약품에 대해 특허를 낼 수 없었고,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 협정 이전까지는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에서는 약품에 대한 특허를 인정하지 않았다.
1980년대 이후로 미국에서는 특허의 독창성 기준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전 글(과학, 알고싶다(253))에서 언급했던 아마존의 ‘원-클릭(one-click)’ 특허가 대표적인 예인데, 특허권자인 아마존은 이 권리를 이용하여 경쟁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즉, 이 사례는, 비록 특이한 예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참신성과 비자명성에 대한 검증이 무력화된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위, ‘특허 폭발’이라고 할 수 있는 오늘날의 상황인 것이다.
이와 같은 미국의 새로운 특허 판정 시스템은 다른 나라들에 잘 알려져 있는 아이디어들(즉, 그 나라에서는 너무나 오랫동안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특허와 같은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아이디어들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른바 ‘전통적 지식’의 도용이라고 알려진 행위이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좋은 사례는 미시시피 대학에 근무하던 인도 출신 연구자 두 명이 강황(薑黃)의 활용과 관련하여 받은 특허이다. 강황의 효능은 이미 수천 년 동안 인도에 알려져 있던 것이었기 때문에, 이 특허는 결국 인도 뉴델리의 농업연구회가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끝에 취소되긴 했다. 그러나 만일 이와 같은 부당한 대우를 받은 나라가 인도가 아닌 작고 가난한 개발도상국이었다면, 그래서 이 같은 싸움을 할 만한 인적·재정적 자원이 부족했다면, 이 특허는 아직도 유지되고 있을 것이다. 즉, 특허의 독창성 기준을 낮추면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큰 폐해는 지적소유권 제도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으며, 지적소유권 제도가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박차가 아니라 특허 소송 등을 통해서 장애물이 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의 유전자 서열에 대한 특허에 관해서 간략하게 살펴본다.
이전 글(과학, 알고싶다(303))에서 살펴봤던 바와 같이, 대규모의 염기 서열 분석 연구실에서 나오는 논문에는 수백 명의 저자가 있을 수 있다. 심지어 기관들까지 포함된다. 그리고 연구 결과로 얻은 지식은 지적 재산이 되었으며 특허를 받아야 한다. 언론이 연구 결과에 대한 기사를 다룰지 여부를 우연에 맡기기에는 투자된 연구비가 너무 크기 때문에, 연구실이 소속된 기관의 언론 담당 부서와 함께 수석 연구원 등이 신중하게 보도 자료를 작성한다. 한편, 논문을 출판하는 저널 역시 온라인 사전공개 등을 통해 논문의 영향력을 증폭시키고, 그 다음에는 과학저널리스트가 건강 관리 및 부의 창출에 대한 가능한 기여 등에 관해 작성한 요약본을 제공하여 해당 분야에서 논문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권위 있는 학술지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이러한 새로운 역할은 지식이 지적 재산이 된 오늘날의 시장에서 생명과학 연구가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한다.
한편 오늘날의 생명과학 연구는 물리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대학에서 스핀오프 기업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생명공학이 유전자 치료에서 신약에 이르기까지 임상 개입으로 이어질 유전자 진단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희망에 힘입어 왔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선도적인 생물학자와 유전학자들은 기업가가 되어 실험실의 원활하고 성공적인 운영만큼이나 주식과 주식의 가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중요한 단계가 바로 1980년에 미국에서 내려진 두 가지 결정이었다. 그 첫 번째는 미국 대법원의 판결이다.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에서 일하는 미생물학자인 아난다 차크라바티(Ananda Chakrabarty)는 1972년에 기름을 분해할 수 있는 유전적으로 변형된 박테리아를 얻었는데, 이 박테리아를 이용하면 유출된 기름을 정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특허를 신청했다. 하지만 미국 특허청은 살아있는 유기체는 특허를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특허 출원을 거절했다. 이에 차크라바티는 항고했고, 결국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인간이 만든 것이라면 태양 아래 어떠한 것’도 특허가 될 수 있다고 결론지으며 차크라바티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소위 ‘생물특허’가 탄생하게 된다(참고로, 이로부터 약 20년 후 미국 하급 법원의 판결은 이와 같은 다이아몬드(Diamond, 당시 특허청장의 이름이 다이아몬드였다.) vs. 차크라바티 사건에 대한 판결을 효과적으로 뒤집었지만, 이와 같은 생물특허 관련 사건에는 너무 많은 돈이 걸려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특허 싸움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두 번째가 같은 해에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미국 연방의 자금(즉, 공적 자금)으로 지원되는 연구에서 발생하는 발명과 제품에 대한 지적 재산권을 대학에 부여하는 바이돌(Bayh-Dole) 법이다.
즉, 다이아몬드 vs. 차크라바티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바이돌 법이라는 두 가지 결정으로 수문이 열리게 된 것이다. 따라서, 유전적으로 변형된 벌레, 쥐와 같은 인공 동물, 심지어는 DNA 가닥까지 모든 것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유전자가 변형된 대장균에서 추출한 인슐린에 대한 첫 번째 특허는 생명공학 회사 제넨텍(Genentech)에 부여되었다. 이 특허는, 다이아몬드 vs. 차크라바티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바이돌 법은 과학을 매우 관심을 많이 받는 과학으로 변모시키는 쌍둥이 표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새로운 특허 시스템은 과학 생산 시스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침으로써, 과거의 시스템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지게 된다.
오늘날 세계의 많은 실험실들은 질병 관련 유전자를 사냥하고 있다. 목표는 간단하다. 일단 유전자가 발견되거나 적어도 염색체에서의 위치가 확인되면, 진단 또는 선별을 위한 (특허 가능한) 테스트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며, 이것은 생명공학 회사에 엄청난 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 BRCA1에 이상이 있을 경우 유방암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 1990년에 확인되었고 미국에 기반을 둔 미리어드 제네틱스(Myriad Genetics)가 이 유전자의 염기 서열에 대해 국제 시장에서 특허를 받았다. 그리고 이 유전자에 대한 진단에 3,000달러를 부과하여 수년 동안 큰 수익을 올리게 된다. 참고로, 프랑스는 미리어드 제네틱스가 특허받은 DNA 서열의 유효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특허를 우회했는데, 프랑스인의 DNA 염기서열이 다르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편, 다른 유럽 국가들은 미리어드 제네틱스 특허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그 비용을 지불했다. 그리고 2010년에는 이 특허에 대해 미국 시민 자유 연합(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이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특허와 관련된 엄청난 돈을 감안할 때 다이아몬드 vs. 차크라바티 사건과 같은 법정 싸움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21세기에 들어서는 생명특허의 윤리에 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많은 각광을 받고 있는 유전자 치료(gene therapy) 역시 이러한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