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특허와 최근의 노벨상에 대해서, 한국연구재단의 보고서를 중심으로 간력하게 살펴본다.

 

알프레드 노벨(Alfred Nobel)은 그의 유언장에 “물리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나 발명을 하거나, 가장 중요한 화학 물질을 발견 또는 개선하거나, 생리학이나 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을 해 인류의 이익에 공헌한 사람”한테 노벨과학상을 주라는 내용을 남겼다고 한다. 노벨이 구체적인 용어로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노벨과학상은 기초적인 과학 원리를 탐구한 업적에 수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와 관련해서 우리나라가 노벨과학상을 수상하지 못하는 배경으로 기초과학에 대한 낮은 관심과 지원 부족이 단골로 지적돼왔다. 하지만 한국연구재단이 최근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의 논문과 이를 인용한 특허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물리·화학·생리의학의 노벨과학상 3개 부문은 이 점에서는 서로 다른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연구재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수상자의 논문 대부분은 거의 특허 출원으로 이어지지 않는 데 비해 노벨화학상과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의 논문들은 대부분 특허와 직결됐다고 한다. 한국연구재단 연구팀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3대 부문 노벨상 수상자 78명이 저자로 참여한 논문 1만2973건과 이들 논문을 직접 인용한 1단계 특허(미국·일본·한국·유럽·중국) 1만3244건, 직접 인용한 특허를 다시 인용한 2단계 특허 4만3898건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노벨물리학상의 경우 25명의 평균 논문 건수가 150건으로 1단계 인용 특허 평균은 108건(논문 대비 72%), 2단계는 452건(301%)로 나타났으며, 노벨생리의학상의 경우 논문 평균 167건, 1단계 특허 215건(논문 대비 129%), 2단계 606건(363%)로 노벨물리학상 경우보다 다소 높았으며, 특히 노벨화학상은 각각 194건, 199건(103%), 671건(346%)로 훨씬 많았다.

 

구체적으로, 노벨물리학상의 경우 거의 모든 특허가 2010년 ‘그래핀’ 발견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안드레 가임(Andre Geim)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Konstantin Novoselov), 2014년 ‘청색 발광다이오드(light emitting diode, LED)’ 발명으로 수상한 이사무 아카사키 (Isamu Akasaki)와 히로시 아마노 (Hiroshi Amano), 슈지 나카무라 (Shuji Nakamura) 등 두 그룹에 의한 것으로, 나머지 수상자들의 논문은 거의 특허 출원으로 이어지지 않은 업적들이었다고 한다. 반면 노벨생리의학상은 오히려 2014년 뇌세포의 위치정보 처리 체계를 밝혀낸 존 오키프(John O’Keefe)와 에드바르 모세르(Edvard Moser), 마이브리트 모세르(May-Britt Moser)와 2015년 말라리아와 기생충 연구에 큰 업적을 남긴 윌리엄 캠벨(William Campbell)과 투유유(Tu Youyou)를 제외한 대부분 수상자들의 논문이 1·2단계 특허로 이어졌으며, 노벨화학상도 2010년 ‘팔라듐 촉매를 이용한 탄소-탄소 결합형성 짝지음 반응’이라는 합성방법을 고안한 에이이치 네기시(Ei-ichi Negishi)와 아카라 스즈키(Akira Auzuki)의 논문을 제외한 수상자 대부분의 논문이 많고 적은 특허와 연결됐다고 한다.

 

논문 1건당 인용 특허가 가장 많은 수상자는 ‘녹색 형광 단백질’(green fluorescent protein, GFP)의 형광 메커니즘을 규명해 2008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로저 첸(Roger Chen)으로 226건의 논문을 인용한 특허가 무려 7717건에 이르렀고, 다음으로는 청색 LED를 개발해 201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슈지 나카무라, 후천성 면역체계 활성화를 위한 핵심 원칙을 발견해 201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랠프 스타인먼(Ralph Steinman), 염색체가 말단소립(텔로미어, telomere) 및 말단소립 복제효소(텔로머라제, telomerase)에 의해 보호되는 원리를 발견해 200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잭 쇼스택(Jack Szostak) 등의 특허 수가 많았다고 한다.

 

이와 같은 경향은, 2022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스반테 페보(Svante Pääbo)와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노벨상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우선권에 대한 인정의 구체적인 사례들 역시 과학기술의 발전 내지는 진보가 특허와 깊은 관련이 있음을, 오늘날의 핵심적인 과학기술의 발전 내지는 진보 역시 자본주의의 발전 내지는 심화와 사실상 그 궤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며, 자본주의 발전의 근원적인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노벨화학상의 경우 수상자의 평균 논문 건수가 194건으로 1단계 인용 특허 평균은 199건(논문 대비 103%), 2단계는 671건(346%)으로 다른 분야에 비해서 훨씬 많았다고 했는데, 화학 분야가 특허와 특히 관련이 많은 이유 등을 설명 내지는 이해하기 위해서, 다음 글부터는 화학과 관련된 발견과 특허의 구체적인 예들에 대해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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