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인류 역사상 최초 블랙홀 발견으로 아인슈타인 일반상대성 이론 입증
지구 만한 크기의 전파망원경 통해 5500만 광년 거리 초대질량 블랙홀 관측 성공
2016년엔 블랙홀 간 충돌의 흔적 중력파 검출 성공

 

 

지난 4월 인류 역사상 최초로 블랙홀의 모습이 공개됐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존재하던 블랙홀이 실재가 된 순간이었다. 도넛 모양의 불덩이에 비단 천문학자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설레고 들떴다.

 

사진=EHT 공식 홈페이지.

위대한 발견이 늘 그렇듯 인류 첫 블랙홀 발견도 ‘소 뒷걸음 치다 쥐 잡은 격’의 우연한 성과는 아니었다. 수많은 과학자들의 오랜 기간에 걸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에 인류가 발견한 처녀자리 은하단의 중심부에 존재하는 거대은하 M87 블랙홀은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져 있으며 무게는 태양 질량의 65억 배에 달한다.

이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블랙홀을 관측하기 위해선 가능한 큰 망원경이 필요했다. 망원경이 클수록 천체에서 더 많은 빛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분해능(해상도)이 좋다.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망원경을 구상해 냈다. 지구 상에서 가장 큰 망원경은 바로 지구 크기의 망원경일 것이다. 물론 물리적으로 지구 만한 크기의 망원경은 불가능하다. ‘간섭계’라는 시스템을 이용한 새로운 개념의 가상 망원경이 등장한 이유다.

 

M87 블랙홀 관측에 활용된 전 세계 8개 전파망원경. 사진=EHT공동연구진

초대질량 블랙홀 관측에 성공한 비결은 전 세계 협력에 기반한 8개의 전파망원경으로 구성한 지구만한 크기의 ‘사건지평선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EHT)’이다. EHT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고 이를 통해 블랙홀의 영상을 포착하려는 국제 협력 프로젝트 이름인 동시에 이 가상망원경의 이름이다. 서로 다른 장소에 있는 망원경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동일한 천체의 신호를 받는다면 여러 대의 망원경 간 거리를 아우르는 거대한 망원경을 이용해 관측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8대 망원경 사이의 간격은 지구의 자전이 메웠다. 지구는 자전하고 각 망원경도 그에 맞춰 위치를 계속 바꾸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구의 자전을 이용해 합성하는 기술로 1.3밀리미터 파장 대역에서 하나의 거대한 지구 규모의 망원경이 구동되는 것이다. 이런 가상 망원경을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 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라고 한다. EHT의 공간 분해능(해상도)은 파리의 카페에서 뉴욕에 있는 신문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정도의 분해능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관측·공개된 초대질량 블랙홀 M87의 모습. 사진=EHT 공식 홈페이지.

 

블랙홀을 얘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하나의 개념은 중력파라는 개념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 2016년에 미국 과학자들은 블랙홀 간 충돌의 흔적인 중력파를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고 이듬해 바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지난 1916년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중력파라는 성질을 예측한다. 아인슈타인의 중력 방정식을 쉽게 풀이하자면 중력이 있다면 그 근방에서의 시공간이 휘어진다는 것이다. 보자기를 펼쳐 그 위에 구슬 올려놓은 모습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력에 변화가 있다면 시공간의 휘어짐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시공간의 곡률(휘어짐)이 변하면서 생기는 울림이 바로 중력파라는 것이다.

이 중력파도 지난 2016년까지는 직접적으로 관측되지 않았다. 지난 2016년 2월 12일 중력파 검출 시스템인 라이고(LIGO)에서 지구로부터 13억 광년 떨어져 있는 위치에서 두 블랙홀의 충돌로 발생한 블랙홀이 관측됐다. 두 개의 블랙홀은 충돌하면서 하나로 합쳐지는데 각각의 단일 질량의 합보다 가벼운 질량의 블랙홀이 된다. 예컨대 ‘1+1=2’가 아닌 1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사라진 질량은 어디로 갔을까? E=mc2 , 에너지(E)와 질량(m)이 서로 변환될 수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또 다른 이론에 의해 에너지로 변했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중력파라는 파동의 형태로 우리에게 전달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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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23년 3월 31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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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지평선, 그리고 블랙홀

영국 더럼대학 물리학과 연구팀이 발견한 태양 질량의 300억 배가 넘는 초대질량 블랙홀 상상도. /ESA/HubbleDigitized Sky SurveyNick RisingerNBartmann

영국 더럼대 연구팀이 태양 질량의 300억 배가 넘는 괴물급 초대질량 블랙홀(Black Hole)을 ‘중력렌즈 효과’로 발견했습니다. 중력렌즈 효과는 질량이 큰 천체의 중력에 빛이 굴절되면서 마치 렌즈로 들여다본 것처럼 보이는 현상입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이미지를 포착하고, 이를 고성능 슈퍼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결과입니다. 이렇게 나온 블랙홀의 상상도는 우주 가운데를 총알로 뚫고 지나간 듯한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블랙홀은 어감 때문인지 일반적으로 우주 물질과 천체를 집어삼키는 구멍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블랙홀은 은하 중심에 자리하면 무거운 질량과 높은 밀도로 천체들의 중력을 관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블랙홀은 형성이나 진화 과정이 모두 밝혀지지 않은 만큼, 우주의 신비를 풀 열쇠이기도 합니다.

블랙홀은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어 관측이 어렵습니다. 블랙홀이 천문학적 상식임에도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는 이유입니다. 인류가 블랙홀 관측에 성공한 것도 비교적 최근입니다. 한국천문연구원도 참여한 전 세계적 프로젝트인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EHT)’이 2019년 촬영한 ‘처녀자리 M87′ 블랙홀이 인류 역사에서 처음 블랙홀을 관측한 것입니다. 블랙홀이라는 이름은 모두에게 익숙하지만, 인류가 블랙홀의 실체에 다가서기 시작한 건 이제 겨우 몇 걸음 뗐을 뿐입니다.

블랙홀은 과연 어떻게 생기고, 천문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정태현 천문연 전파천문본부 책임연구원과 블랙홀의 진실을 풀어봤습니다.

EHT 프로젝트가 관측한 M87 중심부 초대형 블랙홀의 그림자. 중심의 검은 부분은 블랙홀(사건의 지평선)과 블랙홀을 포함하는 그림자이고, 고리의 빛나는 부분은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이다. /한국천문연구원

블랙홀의 탄생, 항성 내력과 외력 균형 붕괴

블랙홀은 크기가 0에 수렴하도록 계속 수축하지만, 질량이 크고 밀도가 높은 구 모양의 천체를 말합니다. 블랙홀은 일반적으로 별(항성)의 붕괴로 탄생합니다. 별은 핵융합 반응으로 폭발하는 동시에 중심부 질량에 의한 중력으로 다시 수축합니다. 항성은 외력과 내력이 평형을 이루면서 형태를 유지한 채 빛이 납니다.

항성은 수소와 탄소, 산소, 네온처럼 무거운 원소들을 사용하면서 핵융합을 거듭하다 결국 한계에 봉착합니다. 질량이 커진 항성은 초신성 폭발로 이어지고, 이후 ‘축퇴압’이라는 응축되는 힘만 남아 태양의 수백~수백억 배에 해당하는 질량이 고밀도로 뭉칩니다. 수명이 다한 별의 붕괴, 통상적으로 알려진 ‘항성 블랙홀’의 형성 과정입니다.

블랙홀은 앞서 설명한 ‘항성 블랙홀’ 외에도 질량에 따라 ‘원시 블랙홀’과 ‘초대질량 블랙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질량이 가장 작은 원시 블랙홀은 빅뱅이 일어난 직후 밀도가 높은 영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질량이 가장 큰 블랙홀은 초대질량 블랙홀입니다. 주로 큰 은하계 중심엔 초대질량 블랙홀이 있습니다. 태양 질량의 수십만에서 수백억 배에 달하는 이 블랙홀은 탄생 과정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천문학계는 몇 개의 블랙홀이 합쳐져 형성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남아메리카 칠레에 있는 전파 망원경. 접시 안테나가 1개가 아니라 여러 개를 연결하는 ‘초장기선 전파 간섭계’로 블랙홀을 관측한다. /EHT

인류는 알 수 없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

블랙홀은 크기는 작지만 큰 질량과 높은 밀도로 엄청난 중력을 갖습니다. 지구 정도 질량이 블랙홀이 되면 지름 1㎝로 수축됩니다. 초속 30만㎞인 빛도 블랙홀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정도입니다. 가시광선이나 적외선, 자외선과 같은 전자기파가 블랙홀에서 나올 수 없다 보니 직접 관측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가수 윤하의 히트곡 ‘사건의 지평선’이 여기서 등장합니다. 사건의 지평선은 인류가 인지할 수 있는 사건의 한계점을 말하는데, 바로 이 사건의 지평선이 블랙홀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겁니다. 직접적인 정보가 도달하지 않기 때문에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서 일어나는 일은 알 수 없습니다. 윤하의 노래에 빗대면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추억을 보낸다는 건 아주 확고한 이별의 뜻을 강조한 셈이죠.

사건의 지평선 너머에 있는 블랙홀의 존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답은 중력입니다. EHT가 2019년 발견한 M87에서는 블랙홀 주변에 빛과 가스로 이뤄진 고리 모양이 관측됐습니다. 이 고리는 ‘강착원반’이라고 불리는데, 높은 온도로 가열되면 X선을 방출합니다. 전파망원경으로 X선을 관측하고 그 중심에 블랙홀이 있다고 확인하는 겁니다. 블랙홀은 고리 가운데 검은 부분인 ‘블랙홀의 그림자’에 실제로 위치합니다.

또 다른 방법은 블랙홀을 중심으로 도는 별을 발견하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행성만 별을 돈다고 생각하지만, 별도 은하를 중심으로 궤도를 그리며 공전합니다. 만약 별이 다른 별의 영향이 없이 특정 지점을 돌고 있다면, 블랙홀의 주변을 돌고 있는 것으로 추측합니다. 이 별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블랙홀 상상도. /조선DB

블랙홀의 존재를 예언한 아인슈타인

전 세계 천문학자들은 다음 블랙홀 관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19년 EHT에 이은 ‘차세대 사건의 지평선망원경(New Generation Event Horizon Telescope·NGEHT)’입니다. EHT가 지구에서 5500만 광년(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M87을 발견했다면 이 차세대 망원경은 더 선명한 모습을 포착하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M87 블랙홀은 태양의 질량의 65억배에 달해 엄청난 중력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천문학계가 블랙홀 관측을 계속 시도하는 건 블랙홀이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915년 제시한 일반상대성이론을 풀 단서이기 때문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천체가 너무 무거우면 자체 중력에 급격하게 수축해 블랙홀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블랙홀은 질량과 회전, 전하에 따라 구분되고 다른 물리적 성질은 같다고 예측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블랙홀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선 지금보다는 더 정밀한 관측이 요구됩니다.

영국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블랙홀이 별의 최후이자 우주 탄생의 시작이라는 이론을 펼쳤습니다. 우주의 시작과 끝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블랙홀을 이해하는 게 필수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블랙홀 관측은 어렵습니다. 전 세계 8곳의 전파천문대를 서로 연결해 지구를 하나의 전파망원경으로 만들어야 할 정도입니다.

블랙홀을 관측하기 위한 차기 EHT 프로젝트는 내년 4월쯤 시작될 예정입니다. 지난 관측에선 블랙홀 고리를 발견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블랙홀 회전 방향을 알아내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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