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등 부정적 이미지의 미생물
인류에 유익한 점 많아 잘 이용하면 큰 혜택 누릴 수도
방사능 물질, 폐플라스틱 분해 등 환경 오염 문제 해결 대안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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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개봉한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주인공 브루스 배너 박사는 실험 중 감마선에 노출된 이후 화가 나면 엄청난 힘을 가진 녹색 괴물 ‘헐크’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도 다량의 감마선을 쬐게 되면 헐크처럼 변할까? 영화는 영화다. 거의 모든 생명체는 높은 수준의 감마선에 노출될 경우 DNA가 그 높은 에너지를 견디지 못하고 손상을 입어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이에 적응한 미생물이 있다.
미생물이란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매우 작은 생물을 뜻한다. 미생물은 영어로 ‘microorganism’이다. 여기서 마이크로란 미터법에 의한 길이의 단위인 마이크로미터(㎛)를 뜻한다. 1마이크로미터는 100만분의 1미터다. 그 만큼 작다는 얘기다.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세균(박테리아), 곰팡이, 바이러스 등이 모두 미생물이다. 병원균으로 너무나 잘 알려져 모두 음침하고 부정적인 이미지의 단어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다시 감마선 얘기로 돌아가 보자. 지난해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이승엽 박사팀이 미생물을 이용해 방사성 세슘을 효과적으로 정화하는 기술을 개발해 이를 한 원전 관련 기업에 이전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방사능 오염수와 원전 해체 폐기물에 포함된 방사성 세슘을 저렴하고 쉽게 분리·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다. 세슘은 강력한 감마선(파장이 극히 짧고 에너지가 큰 빛)을 내뿜어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건강에 가장 위협적인 물질로 보고됐다. 일반적으로 세슘은 화학적으로 침전될 수 없다고 알려져 있어 기존에는 흡착제를 이용한 방식을 주로 사용했지만 여러 문제가 야기됐다. 이 박사팀은 땅 속에서 채취한 미생물인 황산염 환원 박테리아 중에서 방사선에 강한 종을 선별해 배양한 뒤 황산이온과 함께 방사능 오염수에 넣었다. 이후 생물학적 황화반응을 거쳐 세슘 이온을 단단한 크리스탈 결정체인 ‘파우토바이트’(CsFe2S3) 형태로 만들어 침전시켰다. 그 결과 물속 방사성 세슘을 99% 이상 제거하고, 악조건인 해수에서도 최소 96% 이상 세슘을 제거할 수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폐플라스틱 분해에도 미생물이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영국 런던 큐 왕립식물원의 보고서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 발견된 곰팡이 ‘아스페르길루스 튜빙센시스’는 플라스틱을 부식시키는 데 채 한 달이 걸리지 않는다고 지난달 CNN이 보도했다. 이 곰팡이는 자동차 타이어나 합성 가죽 등에 쓰이는 플라스틱인 폴리에스테르와 폴리우레탄을 부식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 상태에서 플라스틱이 분해되기까지는 종류에 따라 20~600년이 걸리는 만큼 이 곰팡이가 실제 대안이 될 수 있다면 인류는 폐플라스틱 문제로 인한 시름을 크게 덜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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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난 2010년 역사상 최악의 해양 원유 유출 사고로 기록된 ‘딥워터 호라이즌호 폭발 사고’를 조사하던 과학자들은 절망에서 한 줄기 빛줄기를 찾아냈다. 그것은 바로 ‘기름 먹는 박테리아’의 발견이었다.
미생물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다양하며 돌연변이를 통한 환경 적응 능력도 매우 뛰어나다. 문제가 있는 장소에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미생물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그 응용가치는 때로 매우 귀중하다. 인류보다 30억 년을 앞서 지구에 태어나 기나긴 세월을 견디며 다양하게 진화해 온 미생물에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숨어 있다.
푸른곰팡이를 배양해 인류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를 만든 인간은 이제 의약품 뿐만 아니라 각종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미생물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손자병법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했다. 미생물의 유익한 점을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미생물은 인류에게 병을 옮기는 위험한 것이 아닌 크나큰 혜택을 가져다 줄 금광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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