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어둠 속 복잡하고 험난한 길을 헤쳐 나오는 한 사람을 표지에 실었다. 그가 길을 헤쳐 나올 수 있도록 연구자들이 빛을 밝혀주고 있다. 사이언스는 자살을 막기 위해 생명의 전화 같은 당장 실행하기 쉬운 방식을 비롯해 생물학적, 진화론적 접근부터 자살 전 나타나는 행동 분석까지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연구자들의 접근법을 소개했다.

매들린 굴드 미국 컬럼비아대 정신과 교수는 20년 전부터 자살 상담전화에 대해 연구해 왔다. 미국에서 자살 예방 전화는 1950년 처음 시작했지만 1990년대까지도 효과에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굴드 교수는 자살 예방 전화의 내용을 평가해 콜센터 직원들에게 발신자의 자살 시도 여부를 평가하고 점수를 매기도록 구체적인 질문을 하도록 교육해 개선을 이끌어냈다. 또한 발신자의 43%가 통화 이후 몇주 내로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한 것을 파악하고 상담 이후 재연락을 취하도록 했다. 굴드 교수의 지난해 연구에 따르면 첫 전화에서 자살 시도를 보고한 550명에게 재연락을 취했더니 80%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자살 수단을 축출하는 것도 효과를 봤다. 1980년 10만명 당 자살률이 38명이던 것을 2007년 11.4명으로 줄인 덴마크는 진정제와 마약성 진통제를 제한하고 가정에 일산화탄소 공급을 막는 강력한 정책을 펴서 효과를 봤다. 농약을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전체 자살 사망자의 3분의 2이던 스리랑카는 1980년대 중반 자살에 주로 이용된 농약을 금지시켜 1980년 10만 명당 57명이던 자살률을 2015년 17명으로 떨어트렸다. 이원진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한국에서 농약자살에 가장 많이 쓰이던 ‘패러� 제초제(Paraquat)’를 2011년 등록 취소했더니 농약 자살률이 2011년 10만 명당 5.26명에서 2013년 2.67명으로 감소했다고 소개했다.

연구자들은 새로운 자살 예방 전략도 찾고 있다. 하나는 뇌를 분석하는 것이다. 리앤 윌리엄스 스탠포드대 정신과 교수 연구팀은 ‘불안과 우울, 쾌감상실 치료 연구(RAD-AT)’라는 이름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우울증 환자의 뇌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해 분석하는 연구다. 윌리엄스 교수는 뇌 속에서 우울증과 연관 있는 6개 회로의 활성도를 측정해 이를 건강한 사람의 뇌와 비교함으로써 치료 정도를 파악하려 하고 있다.

데이터를 통해 자살을 예방하려는 연구도 있다. 랜디 아우어바흐 미국 콜럼비아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의 목소리 톤과 음악 선택, 언어 사용, 사진의 감정적 고통 정도를 측정하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정신병을 감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살 예측 모바일 평가(MAPS)’ 연구팀을 출범시켰다. 특히 자살이 늘어나는 10대를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청소년이 특정한 수치 이상으로 분석되면 이를 분석한 임상의가 부모와 의사에게 연락을 취하게 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자살을 해석하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영국의 저명한 진화심리학자 니콜라스 험프리는 자살이 인간이 진화를 통해 정교한 뇌를 만들면서 얻게 된 비극적인 부산물이라 해석한다. 이를 막기 위해 인간 문화와 종교에서는 자살을 막는 일련의 방어 체계를 발전시켜왔다는 주장이다. 험프리 교수는 “비참한 단기 해결책을 선택하는 것을 막지 못하는 취약한 두뇌를 갖도록 진화한 이유를 찾으면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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