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1번부터 113번
원자번호 1번(Z = 1) 수소에서 92번 우라늄까지 92개의 원소 중에서 테크네튬(Z = 43)과 프로메튬(Z = 61)을 제외한 90종은 자연에서 발견된다. 1940년대 이후 계속해서 Z = 93 이상인 초우라늄 원소들이 합성되어 현재 코페르니슘(Z = 113)까지 확정되었다.
초우라늄 원소는 대개 핵반응으로 합성되지만, 넵투늄과 플루토늄은 천연에서도 발견된다. 인공 합성은 원자에 높은 에너지를 갖는 중성자나 전하를 띤 입자를 충돌시켜 만든다. 과연 새로운 초우라늄 원소는 몇 번까지 만들 수 있을까?

 

넵투늄과 플루토늄
최초의 초우라늄 원소는 넵투늄(Z = 93)이었다. 1940년, 맥밀란(1907~1991)과 아벨슨(1913~2004)은 우라늄-238(Z = 92)에 중성자를 충돌시켜 만든 우라늄-239가 베타붕괴로 변환된 넵투늄-239를 발견했다. 베타붕괴에서는 중성자가 양성자로 바뀌면서 전자 등을 방출하기 때문에 원자번호는 증가한다.
시보그(1912~1999)는 중양성자와 우라늄-238의 충돌로 생긴 우라늄-239가 두 번 베타붕괴하여 플루토늄-239(Z = 94)이 생긴 것을 발견하였다. 우라늄은 천왕성(우라노스), 넵투늄은 해왕성(넵튠), 플루토늄은 명왕성(플루토)에서 유래한다.

 

 수식

시보그_맥밀란

 맥밀란과 시보그

 

시보그는 플루토늄도 느린 중성자에 의해 핵분열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우라늄 핵분열 후 연료를 재처리하여 얻은 플루토늄으로 만든 원자폭탄은 1945년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되었다. 이처럼 초우라늄 원소는 가공할 핵에너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초우라늄 원소의 인공 합성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유로퓸과 아메리슘
원소들의 이름은 원소의 성질에서 유래하는 경우가 많다. 산소는 ‘산을 만드는 원소’를 의미한다. 19세기 후반부터 많은 원소들이 발견되면서 원소들의 명명은 중요한 이슈 중 하나였다.
스칸듐, 툴륨, 홀뮴은 각각 스칸디나비아 반도, 스칸디나비아의 옛 이름인 툴레, 스톡홀름의 라틴식 이름인 홀미아의 지명에서 유래한다. 이트륨, 이터븀, 어븀, 터븀도 스웨덴의 위테르비에서 유래하였다. 유로퓸, 저마늄, 프랑슘도 각각 유럽 대륙과 독일, 프랑스에서 유래한다.
1944년, 시보그는 플루토늄-239를 중성자로 충돌시켜서 만든 플루토늄-241이 베타붕괴로 초우라늄 원소를 발견하였다. 원자번호가 95인 이 원소는 어떻게 명명했을까? 원소명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어야 했다.
이 원소는 악티늄 계열의 7번째 원소였다. 이에 대응하는 란타넘 계열의 7번째 원소가 유럽에서 유래한 유러퓸인 것에 착안하여 미국에서 발견했기 때문에 아메리슘으로 명명하였다.

 

퀴륨, 버클륨, 캘리포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 (CC) brainchildvn

 

1944년, 시보그는 Z = 94인 플루토늄을 알파 입자와 충돌시켜 Z = 96인 퀴륨을 발견했다. 퀴륨은 라듐과 폴로늄을 발견한 퀴리 부부를 기념하여 붙여졌다.
1949년, 캘리포니아 버클리 연구소에서는 Z = 95인 아메리슘을 알파 입자로 충돌시켜 Z = 97인 버클륨을 얻었다. 1950년에는 퀴륨과 알파 입자를 충돌시켜 Z = 98인 캘리포늄을 합성했다. 이 이름들은 원소를 합성한 캘리포니아대의 버클리 캠퍼스 이름에서 유래한다.

 

악티늄 계열 과학자
아인시타이늄(Z = 99)과 페르뮴(Z = 100)은 우라늄에 중성자를 강하게 조사하여 만든다. 이것들은 1952년 남태평양에서 실시된 수소폭탄 실험에서 발생한 핵 구름에서 검출되었다. 페르뮴은 원자폭탄을 개발한 페르미(1901~1954)를 기념하여 명명되었다.
1955년, 아인시타이늄에 알파 입자를 포격시켜 멘델레븀(Z = 101)을 발견했다. 1958년, 퀴륨에 탄소 이온을 조사하여 노벨륨(Z = 102)를 발견하였다. 1961년, 칼리포르늄에 가속시킨 붕소이온(Z = 5)을 충돌시켜 로렌슘(Z = 103)을 얻었다. 이로써 악티늄 계열의 모든 원소가 발견되었다.

악티늄
아인슈타인, 페르미, 멘델레예프, 노벨, 로렌스

악티늄2

 

페르미와 로렌스
페르미는 느린 중성자에 의해 일어나는 핵분열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만약에 히틀러가 먼저 원자폭탄을 개발한다면 세계는 큰 위협에 처하게 될 것이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원자폭탄 개발을 촉구하는 편지를 작성하여 아인슈타인의 사인을 받아 루스벨트(1882~1945) 대통령에게 보냈다.
1942년, 마침내 맨해튼 계획이 시작되었다. 페르미는 원자로를 고안했고 연쇄반응에 성공했다. 그리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었던 것이다.
로렌스는 높은 에너지의 입자를 얻을 수 있는 입자가속기인 사이클로트론을 발명하였다. 이로 인해 입자물리학은 크게 발전하였다. 사이클로트론으로 최초의 인공 원소인 테크네튬이 만들어졌으며 인공 원소들은 여러 분야에 크게 공헌했다. 특히 인공 원소들은 갑상선기능항진의 초기 치료에 쓰이는 방사성 요오드처럼 의학에 크게 활용되었다.

 

페르미
페르미와 맨하탄 프로젝트

 

냉전 시대
로렌슘 다음의 Z = 104번 원소는 최초의 초악티늄 원소였다. 1964년, 플레로프는 네온을 플루토늄에 충돌시켜 Z = 104번인 원소를 얻어 쿠르차토븀(Ku)으로 명명하였다.
그러나 이 원소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1969년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캘리포늄에 탄소 핵을 충돌시켜 얻은 것을 러더포듐(Rf)으로 제안하였다. 이후 33년의 논쟁 끝에 1997년 국제 순수응용화학연합에서 원자의 구조를 발견한 러더포드를 기념하여 러더포듐으로 확정하였다.
Z = 105번 원소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1967년, 소련의 더브나 연구소에서 아메리슘과 네온을 충돌시켜 합성한 것을 닐스보륨이라고 불렀으며 미국은 캘리포늄에 질소를 충돌시켜 합성한 것을 하늄이라 불렀다. 이것도 역시 러더포듐처럼 분쟁을 거쳐 1997년 원자핵 연구에 큰 공적을 세운 연구소가 있는 더브나로부터 더브늄(Db)이라 이름을 붙였다.

 

시보?에서
1974년, 미국과 소련에서 동시에 Z = 106인 시보?을 발견하였다. 소련에서는 크롬을 납에 충돌시켰으며, 미국에서는 캘리포늄에 산소를 충돌시켰다. 이 원소는 초우라늄 원소의 합성에 공헌한 시보그를 기념하여 명명되었다. 시보그는 악티늄 족을 처음으로 제창하였으며, 갑상선 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아이오딘-131을 비롯한 방사성 동위원소들을 발견하였다.
1976년, 더브나에서는 비스무트에 크롬을 충돌시켜 Z = 107인 원소를 발견하여 보륨(Bh)으로 명명하였다.
이후는 독일 중이온과학연구소(GSI)의 독무대였다. 1984년, GSI에서는 납에 철을 조사하여 Z = 108인 원소를 만들었으며 GSI 소재지인 헤센 주를 뜻하는 라틴어 하시아에서 하슘으로 명명하였다.
계속해서 1982년, Z = 109인 마이트너륨(Mt)을 얻었다. 이름은 오스트리아의 여성 물리학자 마이트너에서 유래한다. 1994년에는 Z = 110인 다름슈타튬(Ds)를 검출하였다. 이 원소는 GSI 소재지의 다름슈타트에서 유래한다. 또한 Z = 111인 원소를 합성하여 뢴트겐의 X선 발견 100주년을 기념해 뢴트게늄(Rg)이라 불렀다.
2010년, 공식적으로 인정된 원소 중에서 가장 무거운 Z = 112번은 지동설을 제창한 코페르니쿠스에서 코페르니슘(Cn)으로 명명되었다. 그 이유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원자핵의 주위를 전자가 돌고 있다는 원자 모형에도 응용되었기 때문이다.

초우라늄
러더퍼드, 보어(1885~1962), 한(1879~1968), 마이트너(1878~1968), 뢴트겐, 코페르니쿠스

 

임시 꼬리표
그러나 113번부터는 이름들이 비슷하다. 113번 Uut(우눈트륨), 114번 Uuq(우눈쿠아듐), 115번 Uup(우눈펜튬), 116번 Uuh(우눈헥슘), 117번 Uus(우눈셉튬), 118번 Uno(우눈옥튬)이다.
암호와 같은 이 이름들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원소명은 발견자의 뜻을 따르지만, 다른 연구팀의 검증과 원소의 화학적 성질은 먼저 규명해야 한다. 즉 113번 이후는 발견되었더라도 검증받지 못하면 규칙에 따라 임시 이름표가 붙여진다.
이 규칙은 0은 nil, 1은 un, 2는 bi, 3은 tri, 4는 quad, 5는 pent, 6은 hex, 7은 sept, 8은 oct, 9는 enn으로 하고, 이렇게 만든 이름이 자음으로 끝나면 ium을, 모음으로 끝나면 um을 붙인다. 따라서 113번 원소는 우눈트륨(Ununtrium)인 것이다.

 

코리움?
초우라늄 원소는 주로 미국과 독일 그리고 러시아에서 발견되었다. 그 이유는 이들 나라는 중이온 입자가속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이온 입자가속기는 양성자나 헬륨보다 원자번호가 큰 원소에서 전자를 떼어낸 양이온인 중이온을 가속하여 원자핵에 충돌시키거나 높은 에너지를 얻은 장치이다. 중이온가속기는 모든 원소의 이온들을 가속시킬 수 있다. 다만 질량이 무거울수록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전자나 양성자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18번 원소는 Z= 98번인 캘리포르늄과 Z = 20번인 칼슘을 충돌시켜 만든다. 이때 캘리포르늄의 98개 양성자와 칼슘의 20개 양성자가 서로 반발한다. 이러한 정전기적 반발력을 이겨내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이 에너지는 중이온 가속기를 통해 전자를 떼어낸 칼슘 이온을 가속시켜 얻는다.

 

초우라늄의 합성
초우라늄 인공원소의 합성

 

우리나라도 초우라늄 원소를 발견할 수 있을까?
불가능 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이온입자가속기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가까운 장래에 우리나라 이름을 딴 ‘코리움’(koryium)이 주기율표의 한 자리를 차지할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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