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ETH) 연구자들은 뇌자극을 통해 스트레스 결과를 조사하고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 치료를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 과학자들의 연구가 성공한다면 문자 그대로 따로 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잠자는 동안 뇌질환을 치료할 수도 있게될 것이다.(2019.06)
인터넷 상 떠도는 일부 비디오클립이 눈에 띄게 인상적이다. 한 남자가 리모콘을 들고 소파에 앉아있다. 그의 손과 팔은 파킨슨병 때문에 떨리고 있다. 그는 리모콘을 들고 가슴을 가리키며 회색 버튼을 누르자 떨림이 즉시 사라진다. 비디오 영상에서 볼 수 없는 것은 가슴에 이식된 심박조절기와 연결된 환자의 뇌에 있는 두 개의 전극이다. 환자가 버튼을 누를 때 심박조절기는 운동기능을 조절하는 뉴런 집단인 뇌 기저핵에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것이다. 파킨슨병에 영향을 받는 이 영역을 자극하면 떨림 증상이 거의 즉각적으로 중단된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ETH Zurich) 신경과학연구소 요하네스 보아첵 교수는 “파킨슨병 치료를 위해 뇌 심부자극은 신경과학 분야에서 가장 큰 성공사례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우울증 치료 수단으로도 뇌자극을 실험하고 있지만 연구의 상당부분은 아직 초기단계로 일부는 SF 같은 느낌까지 준다.
뇌 속 바이러스 심기
보아첵 교수는 스트레스가 유기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내기 위해 뇌 자극을 사용한다. 보아첵 교수는 “급성, 만성 스트레스는 정신질환의 중요한 위험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트레스는 뇌 뿐만 아니라 많은 장기와 호르몬, 신경전달물질 등 신체 거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을 풀어낸다는 것은 매우 복잡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어떤 특정 현상으로 스트레스에 대한 타겟 연구를 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연구팀은 개별 요소들에 초점을 맞춰 단순화시켜 연구하기로 결정했다. 보아첵 교수팀은 현재 스트레스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노르아드레날린 시스템에 대해 연구 중이다. 예를 들어 갑자기 화재경보가 울리는 것 같이 급성 스트레스 상황에서 뇌는 노르에피네프린을 쏟아낸다. 노르에피네프린 합성을 하는 것은 중뇌쪽에 위치한 ‘청반’이라는 작은 부분이다. 마치 건초더미 속에 파묻힌 바늘처럼 뇌간 속 깊이 숨어있다.
보아첵 교수는 “청반은 매우 작기 때문에 뇌심부 자극에 주로 사용하는 탐침으로는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청반이 과잉반응할 경우 특정 유형의 불안장애나 공황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많은 과학자들과 제약기업들은 청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좀 더 알고 싶어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이 특별한 뇌 영역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청반에서 뉴런의 활동을 조정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바이러스를 만들었다. 이를 이용해 청반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바이러스를 이식받은 생쥐를 이용해 실험했다. 이 바이러스는 신경세포 표면에 인공수용체(수용체 분자)를 형성해 자물쇠와 열쇠처럼 특정 물질만이 이 수용체를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했다.
이 인공수용체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연구팀은 전체 스트레스 시스템을 활성화시키지 않고도 노르에피네프린 방출을 촉발시킬 수 있게 됐다. 그 덕분에 연구팀은 뇌 전체에서 노르아드레날린 방출에 대한 변화를 연구할 수 있게 됐다.
신경 과학자들은 이 같은 실험이 스트레스 장애의 원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아첵 교수는 “스트레스 장애의 효과적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서 분자 스트레스 메커니즘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한 만큼 뇌 자극에 대한 유사한 방법을 사용해 청반 뉴런의 흥분성을 조절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접근방법이 될 것”이라면서도 “임상에 활용되기에는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스위스 취리히대와 ETH 신경정보학연구소 메흐멧 파티 야닉 신경공학교수는 “우리는 뇌 질환 중 네트워크 기능장애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을 찾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다”라며 “이런 기능 장애는 우울증, 조현병에서 자폐스펙트럼 장애까지 많은 뇌질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약물 복용은 여전히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약물의 활성물질은 신경세포에 상응하는 표적분자에 결합해 생화학적 신호전달 과정을 촉진시키거나 억제한다. 많은 경우 약물의 표적이 뇌 전체이거나 뇌의 다른 부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약이 작용하길 원하는 뇌의 특정 영역에 작용하지 못해 예상치 못한 약물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야닉 교수는 대뇌 피질에 이식된 마이크로 칩과 무선으로 통신하는 센서를 갖고 있는 스마트 베개를 개발하려고 한다. 환자가 잠을 자는 동안 수 천개의 작은 내장 전극이 개별 신경세포의 활동에 대한 고해상도 정보를 전송함으로써 뇌 회로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는지, 어느 부분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해 치료가 필요한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머릿 속에 이식된 장치는 활성제를 함유한 미립자를 혈액 내에 방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초음파도 함께 발생시킴으로써 활성 미립자가 뇌의 특정지점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유도해 집중적으로 이상 뇌부위를 정상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종류의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수 십년의 기간이 필요하지만 연구팀은 일부 시스템을 동물을 대상으로 시험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활성 약물을 집중시키기 위한 초음파를 사용하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최근 초음파를 이용해 쥐의 특정 뇌 영역에 활성 미립자를 응집시키는데 성공했으며 뇌의 비정상적 패턴을 탐지하고 작은 동물들의 뇌 질환을 완전히 교정할 수 있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야닉 교수는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기존 뇌 질환 치료법들은 효과적이지 않다”라며 “치료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가장 파괴적인 뇌질환의 40%에 대해 단지 약을 삼키거나 전자기파나 초음파를 이용해 치료를 시도하는 것은 망치로 슈퍼컴퓨터를 고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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