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 국제공동연구진 개발
효모 게놈 16개 중 5개 만들어… 2년내 100% 인공효모 나올 듯
“인공 인간장기 실마리 될 수도”
스마트 식물·세균도 생산 가능… 생태계 교란 논란·윤리적 반발도
지난 10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제프 보에크 미국 뉴욕대 교수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진이 인공 효모균을 만들었다는 연구 결과를 표지 논문으로 게재했다. 맥주를 만드는 효모의 염색체 16개 중 5개를 실험실에서 만들었다는 것. 염색체는 생명체의 유전 정보가 담긴 DNA가 실처럼 꼬여 있는 곳이다.
생명과학이 DNA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밝히는 유전자 분석에서 원하는 내용을 가진 DNA를 합성하는 ‘유전자 제작’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유전자 지도를 분석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아예 사람 손으로 DNA를 합성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박테리아 이어 효모 염색체까지 인공 합성
보에크 교수 연구진은 2007년부터 ‘합성효모게놈 프로젝트(Sc2.0)’를 진행해왔다. 효모균(Sc)의 염색체 16개를 모두 합성해 ‘효모 2.0’ 버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DNA 유전 정보를 이루는 네 가지 종류의 염기를 실험실에서 기계로 이어붙여 인공 염색체를 만드는 방식이다.
인공 생명체 연구는 2010년 인공 박테리아 개발 성공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크레이그 벤터 박사가 이끄는 미국 크레이그벤터연구소(JCVI)는 인공 염색체 1개를 갖춘 박테리아 ‘JCVI-syn1.0’을 개발했다. 최초의 인공 생명체였다. 벤터 박사는 처음으로 인간 게놈을 완전 해독한 과학자이다. 인간이 게놈 해독으로 조물주의 비밀을 벗기려 했다면 이제는 생명 창조라는 신의 영역에까지 뛰어든 것이다.
벤터 박사가 만든 박테리아는 세포핵이 없는 원핵생물(原核生物)이다. 반면 이번에 인공 염색체를 만든 효모는 사람처럼 세포핵을 가진 진핵생물(眞核生物)이다. 벤터 박사의 인공 박테리아보다 염색체도 많아 복잡해서 4국 200명의 연구진이 염색체를 나눠 연구했다. 연구진은 나머지 10개의 염색체도 만들어 2년 후 100% 인공 유전자로 구성된 효모를 선보일 계획이다.
◇반도체 설계하듯 미생물 유전자 설계
인공 생명체의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원하는 유전자를 블록 조립하듯 모아 생명체를 만들 수 있다면 전자회로를 설계해 반도체를 만들 듯 ‘유전자 회로’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 기관만 남기고 나머지는 사람에게 유용한 물질만 만드는 ‘스마트 식물’ 혹은 ‘스마트 세균’을 생산할 수 있다. 이번에 만든 인공 효모균도 일반 효모균이 생명 활동에 쓰는 유전자 중 8%만 포함하고 있지만 생존은 물론이고 번식도 정상적으로 한다. 생식 능력에는 차이가 없다. 국내에서도 인공적으로 미생물을 만들어 산업에 활용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KAIST 이상엽 교수(생명화학공학과)는 대장균과 병원균의 유전자 전체를 컴퓨터에 옮긴 가상 세포를 만들고, 컴퓨터상에서 원하는 기능에 따라 유전자를 바꾸는 실험을 하고 있다. 여기서 아무 문제가 없으면 DNA를 인공 합성해 새로운 미생물을 만들 수 있다. 이상엽 교수는 이 방법으로 바이오플라스틱 원료인 숙신산을 이전보다 더 잘 합성하는 미생물을 만들었다. 차세대 바이오에너지로 불리는 바이오부탄올 생산 비용을 70%까지 낮추는 인공 미생물 연구도 하고 있다. 최인걸 고려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향후 인공적으로 인간 장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인간 유전체 합성 프로젝트’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계에서는 인공 생명체 연구가 발전하려면 악용 가능성을 차단할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영국 옥스퍼드대 줄리언 살버레스쿠 교수(실용윤리센터)는 “인공 유전자나 인공 생명체를 강력히 통제하지 않으면 생태계가 교란돼 지구상에서 생명체가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상엽 교수도 “인공 생명체 기술이 탄저균 같은 생물 테러 무기 개발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국제적으로 인공 생명체 개발과 관련된 윤리 강령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