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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전문 사이트 스페이스닷컴 5일자(현지시간)에 그레그 우에노의 시간 여행에 관한 흥미로운 칼럼이 발표되어 아래에 소개한다. 우에노는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많은 글을 써온 미국의 유명 과학 칼럼니스트이다.
‘할아버지 패러독스’는 우리가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여행할 때 생길 수 있는 논리적인 문제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과거로 여행을 떠나 자기 할아버지가 자기 아버지를 낳기 전에 그를 죽인다면, 그 자신은 태어나지도 못하게 된다. 이건 모순이다. 그래서 할아버지 패러독스란 이름을 얻게 되었다. 따라서 만약 시간여행이 가능하게 된다면 이런 모순을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시간여행의 논리적 불일치는 시간 왜곡(time-warping)을 다룬 SF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이지만, 철학자들에게도 흥미로운 문제이기도 하다.
물리학과 철학에 관해 많은 책을 쓴 뉴욕대학의 철학자 팀 모들린은 할아버지 패러독스 초기 버전에서 이런 논리적 근거를 들어 시간여행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말하자면 그것은 지금 당장 젖지 않고는 완전히 마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비유하면서 “따라서 시간여행이란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더 이상 뭘 설명해야 하나?”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할아버지 패러독스 같은 모순이 곧 시간여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시간여행의 논리적 일관성은 시간의 개념에 크게 달려 있으며, 물리학자들은 시간의 개념화를 여러 가지 다른 방법으로 모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물리학의 일부 법칙이 결정론적이 아니라 확률론에 따른다면, 시간의 역행으로 인해 여러 다른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 중 일부는 모순되지 않을 수도 있다.
“논리적으로 일관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을 생각해내는 것은 생각보다 더 어렵다”고 말하는 모들린은 논리적으로 모순이 없는 시간여행 이야기를 위해, 그는 여행자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자신을 쏘는 예를 제시한다. 시간여행자인 ‘그’는 ‘과거의 자신’을 죽이기 위해 총을 쏘지만 손이 떨리는 바람에 상처를 입히는 것으로 끝나고 만다. 여행자의 과거 버전에서 신경 손상을 입은 그 자신은 남은 생애 동안 수전증을 겪게 된다는 논리이다.
시간여행의 개념은 또한 과거의 인과관계나 역인과 관계를 변화시키는 아이디어와 분리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들린은 역인과관계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역인과관계는 시간 자체의 본성에 반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는 그는 “그것은 다수 의견이 아니다” 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시간이란 무엇인가? 서양 문화권의 사람들은 시간을 선(線)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는 그 선의 가운데 어딘가에 있는 한 지점이며, 그 지점을 중심으로 하여 양방향으로 과거와 미래가 뻗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시작이나 끝이 있을 수도 있지만, 끝이 없을 수도 있다. 지구 시간에 대한 뉴턴적인 개념은 우주의 모든 곳에서 같은 시간대가 적용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철학자나 과학자, 또는 SF 작가 들은 더 많은 차원과 기능을 가진 다양한 버전의 시간을 꿈꿔왔다. 시각적으로 보면, 루프, 원, 모래 시계, 뫼비우스 띠, 튜브의 형태를 취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특히 시간 개념에 큰 영향을 미쳤다. 상대성 이론은 이론적으로 닫힌 시간꼴 곡선(Closed timelike Curve)으로 일컬어지는 구조에서는 공간과 시간이 그 자체로 포개지는 것을 허용한다. 이러한 시간 루프가 존재하면 루프 내부의 사람들이 동일한 순간을 재방문할 수 있으므로 시간여행의 한 형태가 된다.
시간여행 이야기는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가정 하에서 이루어지지만, 작가들은 시간여행에 따르는 역설에 대해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 듯하다. 작가는 개인적 또는 역사적 사건에 관해 ‘만약’이라는 꼬리표를 붙인 흥미로운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모들린은 논리적으로 일관성을 갖추려는 노력에 감사하지만, 시간여행은 대부분 이야기를 위한 단순한 장치라고 규정하면서 “요점은 시간여행이 아니라 반사실적이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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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3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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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사라질 땐 반드시 에너지 필요” 실험 입증
뉴스 해설 독일연구팀, 1비트 정보 지울 때 생기는 극미량 ‘한계열’ 측정
‘맥스웰 도깨비 패러독스’ 해결 평가도…물질-에너지-정보 연관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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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가 지워질 때에는 반드시 열이 생긴다’는 1961년 아이비엠(IBM)연구소 연구원 롤프 란다우어(Rolf Landauer)의 원리를 실험으로 확인했다는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이 실험은 정보와 열에너지는 무관하지 않고 서로 연계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열역학 제2법칙을 다시 확인해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의 물리학자 에릭 루츠(Eric Lutz) 연구팀은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에 정보의 최소단위인 1비트의 정보가 삭제되는 것을 관측할 수 있는 실험장치를 만들고서 1비트 정보를 지우는 실험을 했더니 란다우어의 예측 대로 극미량의 열에너지가 방출되는 게 관찰됐다고 밝혔다. 란다우어는 이론적 계산을 통해 ‘어떠한 정보를 어떠한 방식으로 지우던 정보가 지워질 때에는 열에너지가 발생한다’는 원리를 제시했으며, 1비트의 정보가 지워질 때에 ‘1조 분의 1’의 ‘10억 분의 3’ 줄(Joul)가량의 열에너지가 방출된다고 예측한 바 있다.
이번 실험결과와 그 의미에 관해 이재원 중원대 교수가 뉴스 해설을 써서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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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된 컴퓨터의 냉각팬에서 나는 요란한 소음을 견뎌 본 사람이라면 한 번 쯤 열이 안 나는 컴퓨터는 없을까 하는 궁금증을 품어봤을 것이다. 1961년 아이비엠(IBM)연구소의 롤프 란다우어는 컴퓨터의 이런 발열문제를 이론적으로 연구하다가 재미있는 가설을 제시했다. 메모리에서 1 비트의 정보를 지울 때 일정량의 엔트로피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 최소한 일정량만큼의 에너지(‘란다우어 한계’)를 써야 하며 그 에너지는 결국 열로 발생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 가설을 “란다우어의 원리”라 부르는데 오랜 세월 물리학자들을 괴롭힌 “맥스웰의 도깨비” 패러독스를 해결하는 열쇠이다.
■ ‘맥스웰의 도깨비 패러독스‘ 풀기, 140년
전자기학 연구로 유명한 19세기 물리학자 제임스 클락 맥스웰은 다음과 같은 사고실험으로 미시세계에서 열역학 제2법칙, 즉 엔트로피 증가법칙을 깰 수 있는 패러독스를 제안했다.
위의 그림1과 같이 중간에 문이 있는 어떤 상자 안에 뜨거운 기체 입자들이 있고 그 입자들을 잘 볼 수 있는 가상적 존재 즉 “맥스웰의 도깨비”가 있다고 하자. 평균보다 빨리 움직이는 빨간색 입자들이 오른쪽으로 올 때에만 도깨비가 재빨리 그 문을 연다면 상자의 오른쪽은 왼쪽보다 점점 더 뜨거워지게 될 것이다. 즉, 처음에 무질서의 상태에서 점차 질서의 상태(뜨거운 쪽과 차가운 쪽의 구분)가 생기고 열역학 제2법칙을 깨는 상황이 돼 버린다. 또한 이런 바뀐 상태에서는 오른 쪽의 뜨거운 입자들이 왼쪽으로 팽창하면 거기에서 에너지를 끄집어 낼 수 있기에, 하나의 열원에서 에너지를 끄집어내는 ‘2종 영구기관’이 돼버린다. 물론 현실세계에선 이런 일은 일어날 수가 없다. 하지만 그 불가능의 확실한 이유가 밝혀지는 데에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란다우어와 같은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양자암호의 발명자이기도 한 찰스 베넷은 1982년 란다우어 원리를 적용해서 맥스웰의 도깨비 문제를 풀었다. 입자가 상자의 왼쪽에 있을 때 0, 오른쪽에 있을 때 1이라고 한다면 이 문제를 ‘정보의 지워짐’과 관련시킬 수 있다. 도깨비가 물리적인 존재라면 입자의 위치 정보를 저장한 도깨비의 메모리는 유한하므로 언젠간 메모리를 지워야 하고, 이 과정에서 란다우어의 원리에 의해 도깨비는 반드시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므로 도깨비를 포함한 전체 계의 엔트로피는 늘어나고 열이 발생해야한다. 이 때 메모리를 지우는 데 들어간 에너지가 도깨비가 입자들을 골라내어 얻는 에너지 그 이상이라는 것이다. 결국 영구기관은 불가능 하며 열역학 2법칙은 다시 한번 안전하게 지켜지게 된다.
2010년 일본 연구진들이 <네이처 피직스>에 최초의 맥스웰의 도깨비 실험 결과를 발표했는데, 맥스웰이 이런 제안을 한 지 약 140년만의 일이었다. 나노 크기의 회전계단을 전기장을 이용해 만든 뒤, 열평형 상태의 미세 입자들이 회전하면서 계단을 오르내리게 했는데 입자들이 계단 아래로 내려갈 때만 못 가게 막자, 결국 통계적으로 계단 위쪽으로 몰려 정보가 위치에너지로 변환될 수 있음을 실험으로 보였다. 이 실험에선 전기장을 조정하는 데 에너지가 소비되므로 열역학 2법칙을 깬다고 할 수는 없다.
■ ‘엔트로피 증가’ 열역학 2법칙 재확인
최근에는 독일의 에릭 루츠(Eric Lutz)와 공동 연구원들이 란다우어 원리, 즉 정보를 지울 때 열에너지가 나온다는 것을 처음으로 실험을 통해 입증해 <네이처>에 논문을 발표했다.
일반적인 컴퓨터 칩에서 나오는 열은 주로 저항 때문에 생기는데 ‘란다우어 한계’보다 수천 배나 크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실험은 쉽지 않다. 이 작은 ‘한계’를 재기 위해서 연구자들은 ‘광학 핀셋’이라는 기술을 사용했다. 그림과 같이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유리구슬(붉은 공)을 물에 넣고 레이저를 쏘아 구슬이 W자 모양의 가상적인 그릇(‘이중 포텐셜 우물’)에 있는 것 같은 상황을 만들었다.
물이 담긴 용기를 움직여 이 유리구슬을 왼쪽이나 오른쪽 그릇 바닥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데, 카메라로 구슬을 봐서 왼쪽에 있을 때를 0, 오른쪽에 있을 때를 1이라고 비트로 나타낼 수 있다. 정보를 지우는 것은 구슬이 원래 어느 쪽에 있던 무조건 한 쪽으로 가게 하는 것에 대응되는데 이때 나오는 열은 너무 작아 직접 측정이 어렵다. 대신 흘러가는 구슬의 속도를 카메라로 관찰해 구슬과 물의 마찰로 열로 바뀌었을 에너지를 추정했다. 이런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서 측정해보니, 평균적으로 1비트의 정보를 지울 때 최소한 ‘란다우어 한계’만큼의 열이 나온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 실험은 결국 엔트로피 증가법칙이 옳음을 보이고 맥스웰의 도깨비의 문제를 실험적으로 해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정보-에너지 연관성, 그리고 집적회로, 암흑에너지
이 연구는 컴퓨터공학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실리콘 집적회로 소자의 크기가 매우 작아져서 앞으로 20, 30년 안에 1비트당 내는 열이 란다우어의 한계에 도달하게 될 때 물리적으로 그 이하로 열 발생을 줄일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정도 크기에선 양자효과도 중요한데 그 경우 어떤 다른 현상이 생길지도 관심사다.
또 다른 관심사는 정보와 에너지의 관계이다. 정보는 보통 추상적이고 비물질적이라 여겨지는데, 란다우어 원리는 정보와 에너지 사이의 신비한 연관을 보여주고 있다. 상대론의 유명한 공식인 E = m c 2 을 따르면, 에너지는 물질로 변환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정보와 물질 사이의 어떤 연관을 상상해 볼 수 있다. 2007년 나와 동료들은 우주를 가속팽창시키는 암흑에너지가 이 란다우어 원리와 관련 있다는 가설을 제시한 적이 있다. 최근 이론물리학계나 양자정보학계에선 중력이나 양자역학이 본질적이지 않고 열역학이나 정보론으로부터 유도할 수 있다는 가설들이 나오고 있다. 어쩌면 정보가 우주만물의 핵심적인 구성요소일지도 모르겠다.
2020년 10월 16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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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거꾸로 흐를 수 있을까?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영화 ‘테넷(TENET)‘이 최근 국내에서도 개봉되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감독의 이전 작품인 인셉션과 인터스텔라가 국내에서 거의 600만, 그리고 10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데 비해, 이번 영화의 경우 약 200만 명 정도에 머물고 있다.
관객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영화의 장면들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운 탓도 있어 보이는데, 대중들에게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블랙홀이나 상대성이론보다 이 영화와 관련된 열역학 제2법칙 등이 더 난해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하면 고립된 계의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 즉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이 바로 시간이 흐르는 방향이므로, 시간이 역전되면 엔트로피 역시 감소하는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는 것이 영화의 주된 모티브이다.
따라서 이 영화의 시간 역행은 일반적인 타임머신과는 좀 다르다. 19세기 말 SF 소설가 허버트 조지 웰즈(Herbert George Wells)가 처음 선보인 이래 숱한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등장했던 타임머신은, 비행체와 유사한 것에 탑승하여 먼 과거 또는 미래로 순식간에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엔트로피를 감소시켜 시간을 순차적으로 거슬러 흐르게 해야만 과거로 갈 수 있다.
전체 에너지의 보존을 말하는 열역학 제1법칙과는 달리, 열역학 제2법칙은 에너지가 흐르는 방향이 일정함을 의미한다. 즉 열은 전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과 일치되도록 항상 온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만 흐를 뿐, 스스로 온도를 거슬러 흐를 수는 없다. 다만 냉장고나 에어컨처럼 외부에서 에너지를 공급해 주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역시 전체 엔트로피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물리학자 볼츠만(Ludwig Boltzmann)은 19세기 말 통계역학의 관점에서 엔트로피의 개념을 구체화하여, 열역학 제2법칙을 공고하게 정립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확률, 통계론적으로 성립하는 열역학 제2법칙의 비가역성(非可逆性)이 항상 성립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그 전후로도 있었고, 심지어 오늘날까지도 일부 물리학자들은 이를 미해결 문제로 여기기도 한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패러독스가 바로 ‘맥스웰의 도깨비(Maxwell’s demon)’라 불리는 것이다. 전자기학을 완성한 맥스웰 방정식으로 유명한 맥스웰(James Clerk Maxwell)은 기체분자 운동론 등에서도 여러 업적을 남겨 통계역학의 확립에도 크게 기여한 물리학자인데, 맥스웰의 도깨비란 이와 관련되어서 고안된 일종의 사고 실험(Gedanken experiment)이다.
이미지처럼 두 방 사이에 연결된 작은 문을 아주 작은 도깨비(Demon)들이 여닫으면서 기체 분자 중에서도 속도가 평균보다 빠른 것은 오른쪽으로, 속도가 느린 것은 왼쪽으로 모이게 한다면, 오른쪽 방의 뜨거운 기체와 왼쪽 방의 차가운 기체로 분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전체 엔트로피가 감소된 셈이므로, 결국 열역학 제2법칙에 위배되지 않느냐고 반문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답은 물리학 교과서에도 나오듯이, 제아무리 작은 도깨비라 해도 뜨거운 기체와 차가운 기체를 분리하려면 에너지를 써야만 하므로, 열역학 제2법칙은 여전히 성립한다는 것이다.
즉 나노과학기술이 더욱 발달하여 초미세 나노로봇들이 실제로 맥스웰의 도깨비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이들이 각 기체 분자의 속도가 평균보다 빠른지 느린지 인식하는 데에도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고, 또한 문을 열거나 닫으려면 당연히 에너지가 소모된다. 따라서 전체 엔트로피는 더욱 증가할 것이므로 냉장고나 에어컨의 경우와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으며, 이는 현대에 와서 물리학자들의 계산으로도 증명이 되었다.
영화 테넷에도 시간 역행의 원리를 설명하는 물리학자의 연구실 칠판에 맥스웰의 도깨비가 잠시 등장한다. 또한 엔트로피 감소에 의한 시간 역행 및 이에 따라 에너지가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장면도 자주 나오는데, 역시 맥스웰의 도깨비와 관련이 깊다.
예를 들어, 불길에 휩싸인 차의 유리창에 얼음이 끼고 그 안의 주인공은 저체온증에 시달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바로 ‘불 위의 물을 얼리는 진즈(Jeans)의 기적’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역시 맥스웰의 도깨비가 제대로 작동하여 엔트로피를 실제로 감소시킬 수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시간 역행을 포함해서 영화의 장면들이 실제로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그저 영화적 상상력으로만 보는 것이 나을 것이라 답하고 싶다. 영화에서도 타임머신의 불가능을 의미하는 인과율, 즉 할아버지의 역설 등을 거론하면서 최대한 모순을 피해 가려 노력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얼버무린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 성능이 매우 뛰어난 양자 컴퓨터와 완벽한 딥러닝 알고리즘 등을 동원한다면, 부분적인 시간 역전도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설령 시간 역전이 가능해진다 해도, 영화의 장면처럼 동일한 공간 내에서 어떤 물건 또는 사람은 시간이 역행하고 다른 것들은 순행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셈이다. 또한 제아무리 전체 엔트로피를 감소시켜 시간을 역전시키려 한다 해도, 지구는 결코 ‘고립된 계’가 아니라 태양광 등 많은 에너지를 외부와 주고받는 시스템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