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구멍을 뚫고 들어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한번쯤은 지구를 관통해 여행하는 상상을 해보셨을 거예요. 만약 진짜 관통한다면 시간은 얼마나 걸리고, 무슨 일이 생길까요?
하지만 이 글을 읽기 전에 미리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구멍을 뚫는다는 가정에서 이야기하는 것이지, 구멍을 뚫으면서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지구에 구멍을 뚫고 간다면 어떻게 될지’ 알아봅시다.

지구 반대편으로 구멍을 뚫으면 거리가 약 12,800km에 이릅니다.(참고로 북한의 끝 온성에서 제주도까지 길이는 1,127km입니다.) 그리고 구멍 안의 공기를 모두 빼내야 뛰어내렸을 때 공기저항을 받지 않고 지나갈 수 있지요.
이때 중력이 없는 지구의 중심으로 떨어지며 계속 속도를 얻는다고 가정해 봅시다. 속도는 무려 시속 28,968km에 달합니다. 가속도가 당신을 지구 반대편으로 가게 하지만, 지구 중심을 지나면 반대편으로 나갈 때까지 속도가 점점 줄어듭니다. 이 편도 여행은 약 40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요.

그리고 반대편에서 멈추지 않으면, 다시 구멍으로 떨어져 당신은 지구 중심에 도달할 때까지 속도가 점점 빨라집니다. 그런 뒤에는 처음 출발한 장소로 향하며 처음과 같이 속도가 줄어 40분 만에 도착하지요. 왕복에 약 80분이 걸리는 셈입니다. 이는 구멍에 공기저항이 없고, 지구의 액체 핵에 사람이 불타지 않는 상황을 전제로 합니다. 이 상태라면 당신은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계속 왕복하게 됩니다. 시계추처럼 단진동 운동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지구를 통과하는 구멍을 만들기란 지금 인류의 기술로는 불가능합니다. 지각을 약 50km 정도 뚫고 나면, 맨틀을 2,900km 더 뚫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액체 철 상태인 외핵은 온도가 약 5,500도에 달하고, 내핵은 단단한 금속 형태입니다. 땅을 가장 깊게 판 장소는 러시아의 콜라반도에 있는데, 노르웨이 국경 근처에 위치한 약 12,192m 깊이 구멍이지요.

중동의 카타르와 미국의 오클라호마에도 비슷한 깊이의 구멍이 있습니다. 러시아의 구멍은 지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일련의 과학적 실험이었지만, 카타르와 오클라호마는 석유가 목적이었습니다. 이 천공은 깊이가 12,000m나 되지만, 지구 반대편으로 가려면 12,000km를 더 뚫어야 하지요. *(12,000m는 12km에 해당합니다. 지금은 더 깊을 것 같아요. 지구는 12,000km이니 12km의 1,000배에 해당하는 수치네요.)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정 반대에는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 사이에 있는 바다가 있습니다. 즉 만약에 구멍을 뚫는다면 적어도 우루과이 또는 아르헨티나에 가까운 육지로 뚫어야 하죠. 물론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된다는 전제하에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