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우리나라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중동호흡기 증후군’, 즉 ‘메르스’가 또 한번 ‘핫이슈’가 되었습니다. 중동 국가에 다녀온 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의 용태와 그가 접촉한 이들의 메르스 판정 여부에 온 나라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요.
메르스처럼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병의 경우, 대규모 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이 큽니다. 다행히 우리 몸속에는 이런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경찰’이 있지요. 이번 주 ‘이 주의 OYLA 픽!’에서는 면역체계라고 불리는 몸속 경찰의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침입자에 대항하라!
우리 몸속에 침입하려 드는 감염 요소는 셀 수 없이 많아요. 바이러스, 박테리아, 세균, 원생동물(아메바 같은 단세포 동물), 기생충, 벌레가 내뿜는 독성 물질 등이 모두 우리 몸에 피해를 주는 것들이죠. 다행스럽게도 우리 성채에는 든든한 방어벽이 있고 용감한 병사들이 면역 체계라는 이름 아래 단단히 결속해 있어요. 우리의 선천성 면역(비특이성 면역)은 위험 요소가 도시 안에 침입하기 전에 미리 차단하기도 해요. 비특이성 면역은 난공불락의 성벽과 높다란 성문을 갖추고 있는 요새와 같아요. 이 요새는 조그만 가시든 이웃 사람이 재채기를 해서 날아온 바이러스든 ‘수상한 것’이라면 일단 막아 세우고 본답니다. 우리 몸에서 이렇게 문지기 역할을 맡고 있는 부위는 피부예요. 피부로 덮여 있지 않아서 특별히 더 위험한 부위에는 보조 장치가 갖춰져 있어요. 예를 들어 콧구멍이나 비인두(코 안쪽에서 입 쪽으로 연결되는 부위)에는 점액과 코털, 섬모가 있죠. 또 귀지와 침, 눈물에는 효소가 들어 있어서 세균이 번식하는 걸 막아준답니다.
우리 피부와 창자 속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박테리아는 우리 몸을 지켜주는 소중한 자원이에요. 우리는 오래 전부터 이 박테리아들과 다정하게 공생해왔죠. 몸속의 박테리아는 자신의 친척이자 우리에겐 불청객인 미생물이 몸에 들어와 성장하거나 편안하게 살아가는 걸 방해해요. 소변은 산성이 강하고 위액은 산성이 더욱 강해요. 그래서 음식에 묻어 뱃속에 들어온 박테리아를 무수히 많이 죽여주죠. 그래도 박테리아가 살아남아 우리 몸속으로 침투한다면 염증을 가라앉히는 반응이 일어나요. 그러면 체온이 오르며 여러 박테리아가 견디지 못할 정도의 열이 발생하지요. 잠금장치를 열고 들어온 침입자들에게는 아주 나쁜 소식이겠네요. 마치 범죄 현장으로 달려가는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처럼요.
법 집행자들
침입자가 여전히 활개를 친다면 특이 면역(획득 면역)이 아주 높은 수준으로 발동해요. 일반적으로 특이 면역 체계의 각 구성 요소들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면, 그러니까 우리 몸속 경찰관들이 제대로 대처하기만 한다면 침입자는 꼼짝없이 검거되고 말지요. 하지만 그러려면 먼저 침입해 온 병균의 정체를 파악해서 우리 몸속의 다른 세포와 분자들로부터 구별해내야 해요. 왜냐하면 우리 도시의 길거리에는 어두컴컴하게 그늘이 드리워진 곳이 너무나 많거든요.
특이 면역의 ‘정찰대’가 가장 먼저 착수하는 작업은 시력이나 청력과 비교할 수 있어요. 눈이 그저 빛을 보게 해주고 귀가 그저 공기의 진동을 감지하게 해주는 것과 달리, 특이 면역의 정찰대는 화학적 화합물을 찾아내지요. 정찰대가 찾는 화합물은 앞으로 ‘조각’으로 나뉘어 해체가 될 죽은 세포의 분자나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할 때 사용하는 짧은 단백질 ‘갈고리’, 박테리아의 벽을 이루는 다당류, 그리고 낯선 분자들의 개별 부위들이랍니다.
특이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수상한 신호들을 모두 ‘항원’이라고 불러요. 한 침입자가 항원 여러 개를 가지고 있을 때도 있어요. 예를 들어 폴리오마 바이러스(설치류에게 종양을 발생시키는 바이러스)는 항원이 세 개이고, 헤르페스 바이러스(피부에 수포를 발생시키는 바이러스)는 항원이 100개가 넘지요. 원생동물과 박테리아는 항원이 수백에서 수천 개에 이르기도 한답니다.
항원에 대항하는 비밀병기, 항체
항원 제시 세포는 우선 T-림프구,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도움 T-세포’에게 검사를 받아요. T-림프구가 하는 일이 위험 수준을 파악하는 것이거든요. 뭔가 이상이 생겼다는 판단이 들면 T-림프구는 B-림프구와 다른 세포들을 불러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하지요. 이때 신출내기 B-림프구 같은 경우에는 침입자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항체를 생성하는 법을 훈련받아요. 항체는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자인데 생긴 모습이 꼭 작살을 닮았어요. 이 작살의 한 쪽 끝은 침입자의 항체에 튼튼하게 부착되고 나머지 한 쪽 끝은 포식 세포에게 잘 잡히도록 삐죽 튀어나와 있죠.
B-림프구는 적절한 항체를 찾기 위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작업을 수행해요. 항원은 저마다 제각각이어서 제압하려면 그때마다 알맞은 방법이 필요하거든요. 산전수전 다 겪은 성인의 면역 체계라면 수백만 종류가 넘는 항체를 만들어내지요. 그래서 침입자가 다시 돌아오는 순간 면역 체계에서 필요한 항체를 대량으로 합성하고, 이 항체는 혈관을 타고 이동해 침입자의 온 사방에 들어붙어선 침입자를 포식 세포의 먹잇감으로 만들어버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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