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을 한자로는 어떻게 쓸까?
꽃 화? 花學?
이런 학문이 하나쯤 있어도 좋겠지만 답은 NO!
그림 화? 畵學?
화학 교과서에는 그림이 많다.
바로 이런 그림들.
그렇다고 화학이 그림의 학문일 리는 없다.
불 화? 火學?
이건 제법 그럴 듯하다.
청동기와 철기문명 모두 불이 있어 가능했고
화학의 선조 격인 연금술과도 불은 뗄 수 없는 관계일 테니.
하지만 화학이 ‘불의 학문’은 아니다.
처음 花 ‘꽃 화’로 돌아가보자.
머리에 붙어있는 풀艹을 걷어내면 이런 게 남는다.
化, ‘변화 화’
화학은 영어로 chemistry, 여기서 ‘chemi-’의 어원이 바로 ‘변화’다.
chemi = change
자, 그래서 화학이다. 化學!
이렇게 생각하니 ‘꽃 화’자도 이해가 간다.
풀이 자라 꽃으로 바뀐다.
화학은 변화의 학문이다.
이건 화학 수업 시간의 악명 높은(?) 원소주기율표다.
현재까지 발견된 원소는 총 118가지.
이 118가지의 원소가 섞여서 수천 만 종의 분자를 만들고
이것들이 또 잘 섞여서 삼라만상을 만든다.
그래서 chemi-의 어원에는 ‘변화’ 말고 ‘섞다’라는 ‘합성’의 의미도 있다.
chemi = mixture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케미’라는 말도 ‘잘 섞인다’는 ‘친화력’의 뜻!
그래서 화학은 합성의 학문 이기도 하다.
자, 다음 영상을 보자. 레고의 끝판왕이라 부를 수 있는 작품이다.
또는 여기를 클릭하세요~
기립박수, 짝짝짝!
이 정도면 거의 아트 수준이다.
간단한 부품으로 복잡한 조합을 만들어내는 레고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 역시 작은 부품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레고보다 훨~씬 복잡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그 부품설명서도 훨~씬 복잡하다.
부품에서 바로 완성품을 만들어 내는 레고와 달리,
그보다 훨씬 복잡한 우리 세상은 세 단계의 부품을 거쳐 만들어진다.
첫째, 기본입자로 원자를 만든다.
둘째, 그 원자로 분자를 만들고,
셋째, 이러한 원자와 분자를 재료로 비로소 완성품을 만든다.
이때 기본입자들의 부품설명서가표준모형
그림에 보이는 17종의 부품으로 다양한 원소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원소들의 부품설명서가원소주기율표
그리고 이 118종의 원소로 만들 수 있는 분자의 종류는 사실상 무한하다.
화학은 주로 이러한 분자들의 사용설명서다.
자 이제 크기를 생각해보자. 분자는 얼마나 작을까?
우리가 사는 세계는 대략 100m, 즉 1m 단위의 세계다.
줌인해서 보다 작은 세계로 내려가 보자.
사람이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최소크기는 10-4m 즉 0.1mm 정도,
대략 사람 머리카락 굵기 정도고,
유글레나와 같은 단세포동물도 이 정도 크기에 속한다.
10-4m를 지나면 이제 현미경을 사용해야 한다.
이때 가장 먼저 만나는 게 10-5m, 미세먼지들의 세상이다.
그 미세먼지와 같은 크기의 세상에 사는 생물이 바로 세균(박테리아)이다.
대개 크기가 10-5~10-6m 정도다.
좀 더 줌인하면 바이러스가 보이기 시작한다.
10-7m 또는 그보다 조금 작은 크기이다.
이보다 작아지면 이제 본격적인 분자들의 세상이다.
물론 꽤 큰 분자도 있고 아주 작은 분자도 있어서 크기는 천차만별.
참고로 DNA 분자는 펼치면 총 8.5cm나 되는 반면에
수소 분자는 7.4×10-11m밖에 안 된다.
분자보다 더 작아지면 원자가 보인다.
10-10m 스케일인데 인간이 직접 볼 수 있는 한계는 여기까지다.
원자보다 작은 건 작아도 너무 작다.
양성자가 10-15, 전자와 쿼크는 10-18
거의 크기가 없는 점과 같다.
아주 단순한 것에서 아주 복잡한 것이 어떻게 출현했을까?
아주 단순한 것의 학문이 물리학이라면
아주 복잡한 것의 학문이 생물학이다.
화학은 물리학과 생물학의 중간계,
다양성과 복잡계가 폭발하는 영역이다.
“영어에 ‘흥미(interest)’라는 단어가 있다.
라틴어의 ‘사이'(inter)와 ‘존재’(est)에서 유래한 것으로 ‘무엇의 중간에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로알드 호프만
물질계와 생명계를 이어주는 중간계,
화학은 정말 interesting, 흥미롭다!
(원문: 여기를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