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 핫하다!
최근 과학계는 똥에 대한 연구가 핫합니다.
똥이라면? 네 바로 그 똥이죠~
에잇! 더러워!! 하고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잘 만든(?) 똥 하나가 미래의 먹거리(?!)가 될 수 있으니까요.
똥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바꾸게 된 것은 과학자들의 여러 연구결과들 덕분입니다.
2013년 영국의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이라는 유명 잡지에 논문 한 편이 발표됩니다. 이 논문의 주된 내용은 ‘클로스티디움 감염병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이었죠. 이 어려운 이름의 병은 실제로도 정말 골치가 아픈 병입니다.
클로스티디움 디피실(Clostridium difficile)은 미국과 유럽의 노인 요양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병원균입니다. 이 균이 장에 정착하면 설사를 계속하다가 탈수로 사망하거든요.
사실 이 균은 항생제로 간단하게 없앨 수 있어 그동안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것이 두 가지 요인 때문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데요~
우선 항생제에 저항성을 가진 클로스티디움이 많이 생겨나면서 항생제가 쓸모없어졌습니다. 말그대로 슈퍼 클로스티디움이 생겨난 거죠. 두 번째로 클로스티디움 균은 휴면포자라는 걸 만들어 아주 오랫동안 인간의 장 속에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휴면포자라는 건 일종의 대피소 같은 겁니다. 클로스티디움이 장 속에 있는데 항생제가 들어옵니다. 그럼 클로스티디움은 극한 환경에서도 이겨낼 수 있는 휴면포자를 만들어 숨어 있다가 항생제가 어느 정도 사라지면 다시 자라서 병을 일으킵니다.
더욱이 그동안 항생제가 몸에 좋은 세균까지 다 죽여버리는 바람에 클로스티디움이 깨어나면 상황이 더 악화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분들은 노인입니다.
2013년 1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의료학술센터의 요스버트 켈러 박사팀은 클로스티디움 병의 민간 치료법을 소개했습니다. 이름하여 FMT(Fecal Microbiotia Transplantation)!
여기서 F는 Feces를 가리키는데요, 똥을 조금 고급스럽게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치료법 자체는 고급, 어쩌구 하기가 좀 애매합니다. 놀라지 마세요!
똥을 먹는 겁니다!
이 연구팀은 클로스티디움 병 환자 16명에게 건강한 사람의 똥(건강한 똥)을 먹였습니다(당연하지만 지원한 분들입니다!).
그리고 병은 획기적으로 호전되었습니다. 1~2주 안에 설사가 멈췄고 한 달이 지나자 환자가 다시 움직일 수 있었고 두 달 후에는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재발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 엄청난 치료법은 많은 클로스티디움병 환자들을 건강한 삶으로 되돌려놓았습니다.
똥을 약으로 쓰다니… 어떻게 된 일일까요?
바로 똥에 들어 있는 미생물 덕분입니다.
똥을 먹듯 발효식품을…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 사람은 똥은 아니지만 건강한 똥에서 많이 발견되는 미생물을 자주 먹는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된장, 청국장에 듬뿍 들어 있는 바실러스 균을 말하죠. 또 요구르트에 잔뜩 들어 있는 유익균의 대명사 유산균도 ‘건강한 똥’에 많이 들어 있는 균입니다.
(바실러스균은 높은 온도, 강한 산도 등 극한환경에서도 잘 살아남는 그람양성세균에 속합니다. 반대로 그람음성세균은 조금만 환경이 안 좋아져도 죽어버립니다. 이는 세균 염색법에 따른 분류인데요, 공교롭게도 세상에는 그람양성세균보다 그람음성세균이 훨씬 많다고 합니다. 아무튼 바실러스균은 끓여도 잘 살아남지만 그렇다고 곰탕 끓이듯 푹 끓이면 거의 죽는다고 합니다!)
이 균들은 인간의 장 속에서 면역력을 튼튼히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발효식품을 많이 먹으면 건강해진다는 말도 근거가 튼튼한 주장이었던 겁니다.
똥 이식,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걸 실감할 만하지 않나요?
화성에서 감자농사를?
이제 주인공인 식물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몇 년 전 큰 화제가 됐던 영화 <마션>으로 말입니다.
이 영화는 화성탐사에 갔으나 사고로 철수팀에 끼지 못하고 화성에서 홀로 살아가야 하는 마크 와트니라는 화성인(Martian)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화성에서 감자농사를 지어 식량을 해결하는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하죠.
그런데 주인공은 동료들이 두고 간 똥을 꺼내 화성의 흙과 섞습니다. 연신 구역질을 하면서 말이죠.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네! 반드시 저렇게까지 해야 합니다.
화성의 가장 큰 문제는 감자가 싹이 났을 때 뿌리 주위에 미생물이 없다는 점입니다. 지구의 흙과는 달리 대사활동의 많은 부분을 도와주고 면역력을 키워주는 미생물이 없기 때문에 감자는 작은 스트레스도 견디기 힘들어서 제대로 자라지 못합니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식물학자인 주인공은 사람의 똥에 들어 있는 미생물을 흙에 넣어줬던 겁니다.
이게 바로 미생물 이식이지요.
앞서 똥 이식이라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식물에서는 이러한 미생물 이식이 훨씬 오래 전부터 있어왔습니다.
병에 걸리지 않은 건강한 토양을 병이 난 토양에 10퍼센트 정도 섞어서 식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치료법이 이미 1980년대에 시작됐다고 합니다. 요즘은 한발 더 나아가 무겁게 흙을 운반하지 않고 이 흙에서 분리해 고농도로 키운 미생물을 작은 병에 담고서 필요할 때 물에 타서 뿌리기만 한다네요.
게다가 전 세계의 대형 농약회사들이 이것으로 큰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그리고 요즘은 사람을 위한 똥 은행이 몇 군데 세워졌고, 앞으로 더 많은 똥 은행이 설립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네~ 똥으로 돈을 벌 수도 있는 거지요(물론 여러 즐거움을 포기하셔야…).
잠깐 이 시점에서 미생물이 어떤 생물을 가리키는지 간단한 설명이 있어야겠습니다.
물론 너무 작아서 미생물이라고 불리는 게 맞고요.
단세포생물인 세균(박테리아), 다세포생물인 곰팡이, 생물인지 무생물인지 아직도 의견이 분분한 바이러스, 이런 생물이 미생물에 포함됩니다.
병도 주고 약도 주는 미생물
완전한 무균상태에서 식물을 키울 수 있을까? 가 과학계의 큰 화두라고 합니다. 아직까지는 성공하지 못했고요. 그래서 현재로서는 영화에서처럼 화성에서 감자를 수확할 수 있을지 없을지 불투명하다네요.
그렇다고 아주 허무맹랑하기만 한 일은 아닙니다. 미국 NASA는 화성을 개척할 때 식물을 키운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매일 화장실에서 똥을 받아 똥에서 미생물을 분리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한 일이 될 것입니다.
이 작업이 많이 부담스럽다면 재배하는 식물에 최적화된 미생물을 미리 준비해서 FMT처럼 미생물 이식을 해야겠죠. 뭐… 어쨌거나… 과학자분들이 알아서 잘 하시겠죠…
미생물이 넘쳐나는 지구에서 미생물이 없는 식물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는 식물이 자랄 때 미생물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연구장비가 발달하면서 미생물의 종류가 달라지자 식물의 꽃피는 시기가 달라지고 외부 환경에 대한 저항성이 달라지는 등 미생물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미생물이 없는 조건에서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미생물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잘 모릅니다. 심지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미생물을 병을 일으키는 나쁜 생명체로 알고 있죠.
하지만 미생물이 없다면 지금 이 생태계는 만들어질 수도 없었고, 유지될 수도 없다는 걸 잘 기억해둬야 합니다.
(원문: 여기를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