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체가 이용하는 모든 생체분자는 생물체에 의해 합성된다.
– 로베르 파스칼, 막스무스롱생체분자연구소

최근 불교학자인 일본 하나조노대 사사키 시즈카 교수가 쓴 ‘붓다와 아인슈타인’이라는 책을 재미 읽게 읽었다. 쿄토대에서 공업화학을 공부한 사사키 교수는 이후 철학과 불교학으로 진로를 바꿨는데, 초기 불교와 현대 과학이 우주(자연)를 보는 관점에서 겹치는 면이 많다는 걸 깨닫고 이 책을 쓰기에 이르렀다.

그에 따르면 붓다와 과학자들(아인슈타인이 대표다)은 ‘우주의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노력했다. 붓다는 깊은 명상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렀고 과학자들은 이론과 실험을 통해 조금씩 비밀을 밝혀가고 있다. 그리고 둘의 공통점은 이 과정에서 인간의 합리적인 이성에 의지할 뿐 신을 개입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사키 교수는 책에서 “(초기) 불교야말로 과학과 대등하게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유일한 세계 종교다”라고 주장했다.

책은 다섯 개 장으로 이뤄져 있다. 1장 물리학, 2장 진화론, 3장 수학, 4장 석존/불교, 5장 대승불교다. 저자에 따르면 과학은 시간이 지날수록 신의 흔적을 지워 간 반면, 불교는 신을 개입시키면서 과학과 멀어졌다(5장).

다윈과 월리스의 결별

1850년대 독립적으로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론을 생각해 낸 찰스 다윈(왼쪽)과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오른쪽). 그러나 인간을 두고 두 사람의 입장이 갈렸다. 월리스는 인간은 예외라고 본 반면 다윈은 인간도 예외일 수 없음을 주장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진화론을 심화시켰다.

물론 과학의 발전에서 신의 흔적을 씻어내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저자는 2장 진화론에서 찰스 다윈과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의 궤적을 통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1858년 월리스가 다윈에게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의 개념을 담은 논문을 보내 1842년 초안을 쓴 이래 십수 년째 ‘종의 기원’을 준비하고 있던 다윈을 충격에 빠뜨렸을 때만 해도 두 사람의 입장은 비슷했다.

그 뒤 월리스는 “인간만은 신의 힘으로 창조된 특별한 생물”이라고 주장하며 한발 물러선 반면 다윈은 ‘인간의 유래’,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에 대해’ 등 저서를 내놓으며 진화론을 심화시켰다. 그렇다고 다윈이 리처드 도킨스처럼 과격한 인물은 아니었다.

저자는 “다윈 자신도 생물 진화라는 현상에는 신의 개입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지만, 신의 존재 그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며 “그것은 불가지(不可知)의 문제”라는 태도를 견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직까지 과학은 “생명이라는 것이 신의 개입 없이 완전히 자연현상 그 자체로 탄생한다는 것을 증명”할 정도까지 진전돼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책이 나온지 13년이 지났지만 과학은 여전히 ‘생명 탄생의 메커니즘’을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비생물 과정으로 대사물질 합성

1953년 스탠리 밀러의 초기 지구 조건에서 아미노산 합성 실험이나 1982년 토머스 체크의 RNA효소 발견으로 생명의 화학적 기원에 대한 가능성이 보였고(‘DNA가 먼저냐 단백질이 먼저냐’는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으므로) 뒤이어 ‘RNA세계 가설’도 나왔지만 이를 토대로 생물이 등장한다는 시나리오는 실현성이 너무나 희박하다.

핵산이나 아미노산 같은 정보와 관련된 분자가 비생물 과정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생물체가 되려면 폐쇄 시스템에서 대사과정을 통해 에너지와 물질을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복잡한 시스템이 무(無)에서 진화했다고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수년 사이 생명의 기원에 대한 연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최근 과학자들은 세포에서 일어나는 대사에 관여하는 분자들이 비생물 과정, 생체 촉매인 효소(단백질) 없이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속속 발견하고 있다.

오늘날 많은 생명체의 핵심 대사 경로인 TCA 회로는 11가지 분자로 이뤄져 있다. 최근 과학자들은 피루베이트와 글라이옥실레이트 두 분자(왼쪽 아래 박스 안)와 철 이온이 들어있는 수용액을 초기 지구 조건에서 세 시간 두자 TCA 회로의 9가지 분자(빨간색)가 만들어졌음을 확인했다. 자기복제 능력이 있는 분자가 TCA 회로를 비롯한 여러 대사 회로를 발명한 게 아니라 주위에서 가져다 쓴 것이라면 비생물에서 생물로의 도약의 폭이 꽤 줄어들 수도 있다. 네이처 제공

학술지 ‘네이처’ 5월 2일자에는 두 가지 분자와 철이온이 존재할 때 세포호흡의 핵심인 ‘TCA 회로’를 이루는 11가지 분자 가운데 9개 분자가 비생물 과정으로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인 연구결과가 실렸다. 참고로 세포에서는 TCA 회로를 거치며 분자들이 바뀌는 과정에서 에너지 분자들이 만들어지고 부산물로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대사물질 가운데 피루베이트와 글라이옥실레이트라는 분자가 이산화탄소로부터 비생물 과정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다. 연구자들은 이 두 분자에 철 이온(Fe2+) 촉매를 넣어줬을 때 어떤 분자들이 만들어지는지 알아봤다. 반응 조건을 보면 70도 수용액에 환원성 대기(산소가 없는)로 초기 지구 조건을 재현했다. 촉매로 쓴 철 이온도 당시 지각이나 바다에 풍부하게 존재했을 것이다.

그 결과 놀랍게도 불과 세 시간 안에 TCA 회로를 이루는 11가지 분자 가운데 무려 9개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질량분석기를 통해 확인했다.

실제 세포에서는 TCA 회로에 많은 효소가 개입해 분자가 바뀌는 반응을 촉매한다. 그런데 시험관 안에서 이들 효소 없이도 9가지 분자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은 생명체가 이 회로를 ‘발명’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머지 두 분자도 다른 촉매 시스템이 쓰인다면 비생물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지 모른다.

RNA 세계로 대표되는, 자기복제 능력이 있는 분자가 이와는 별도로 주변에 존재하는 비생물 대사 회로와 병합해 복잡한 시스템을 만들었고 어느 순간 구획화가 일어난 뒤(세포가 형성되면서) 게놈이 확장되며 대사 회로를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게 반응을 촉매하는 효소의 유전자가 하나씩 진화해 비생물 과정을 대체했다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즉 지금은 생물체가 이용하는 모든 생체분자는 생물체에 의해 합성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같은 호에 실린 해설에서 막스무스롱생체분자연구소 로베르 파스칼은 “생명은 여러 차례 도입된 진화하는 시스템의 점진적인 개선의 결과에서 기원할지 모른다”며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생물과 비생물 사이의 구분이 흐릿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붓다는 80세에 입적하면서 제자들에게 “모든 현상은 변천한다(無常). 게으름 없이 정진하라”는 말을 남겼다. 자기에게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탐구해 깨달음에 이르라는 것이다.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들도 ‘게으름 없이 정진해’ 좀 더 심오한 발견을 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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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22년 6월 14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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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기원 수수께끼 풀리나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리보핵산(RNA)-펩타이드 세계라는, 생물발생 이전 그럴듯한 시나리오’.

지난달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한 논문의 제목이다. ‘그럴듯한 시나리오’라는 표현이 엄격한 증명을 거친 재현성 있는 결과를 바탕으로 하는 과학 논문이 아니라 이를 소개하는 과학 기사의 제목 같다.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은 논문이기에 ‘네이처’ 같은 까다로운 학술지가 이런 제목을 쓰게 허용했는지 읽어봤는데 그 내용의 심오함에 깜짝 놀랐다.

대학원 시절 RNA를 전공한 필자는 생명의 기원 이론 가운데 가장 유력한 ‘RNA 세계’ 가설의 매력과 한계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논문의 저자들은 놀라운 지적 상상력으로 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실험에 성공했다. 생명의 기원인 RNA 세계와 오늘날 DNA-RNA-단백질 세계를 이어주는 ‘RNA-펩타이드 세계’의 개념을 제시한 것이다.

다만 내용이 너무 전문적이라 상당한 화학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가 어려워 차마 과학카페로 소개하지 못했다. 그런데 학술지 ‘우주생물학’ 6월호에 RNA 세계 가설의 또 다른 한계를 극복한 것 같다는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이 실렸다. 이 역시 놀라운 내용이지만 앞의 결과와 달리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고 생명의 기원 시나리오에서도 먼저 일어난 사건이다. 따라서 이 논문을 소개하면서 내게 지적 충격을 안겨준 앞의 논문을 살짝 언급하겠다.

○ RNA 세계 가설의 한계

지구가 만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은 43~44억 년 전 지구 표면에는 화산활동과 소행성 충돌로 형성된 현무암(사진)에 널려 있었을 것이다. 최근 RNA 뉴클레오타이드와 현무암 가루를 섞어 수개월 방치하자 수백 염기 길이의 RNA 가닥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허드슨 광물학 연구소 제공

1980년대 등장한 RNA 세계 가설은 생명의 기원이 DNA냐 단백질이냐를 두고 일어난 오랜 논쟁을 끝내며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가설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DNA는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정보를 지니고 있고 DNA를 복제하려면 반응을 촉매하는 효소(단백질)가 있어야 하므로 둘이 동시에 진화하지 않는 이상 오늘날 DNA-(RNA-)단백질 세계가 나올 수 없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딜레마의 생명의 기원 버전인 셈이다.

그런데 1980년대 초 RNA 자체가 단백질 효소의 도움 없이 RNA 가닥을 자르고 붙이는 반응을 촉매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생명의 기원 분야가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갔다. 여러 정황상 DNA가 RNA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자 1986년 미국 하버드대의 월터 길버트 교수는 초기 지구에서 자기 복제 능력이 있는 RNA 가닥으로 이뤄진 분자 생명체가 등장한 것이 생명의 기원이라는 RNA 세계 가설을 제안했다.

RNA 세계는 DNA냐 단백질이냐라는 논쟁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든 대단히 매력적인 가설임에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늘날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라 실망스럽다. 결정적인 단계의 도약을 설명하지 못한다. 먼저 개별 RNA 벽돌(염기, 리보스(당), 인산기로 이뤄진 단위로 뉴클레오타이드라고 부른다)에서 뉴클레오타이드 수십~수백 개로 이뤄진 RNA 가닥이 만들어질 수 있었느냐는 물음이다. 물론 복제 기능이 있는 RNA 가닥이 이 일을 하지만 애초에 이런 가닥을 ‘누군가가’ 만들어야 하는데 분자 생명체조차 없는 초기 지구에서 불가능한 설정이다.

화학의 관점에서 생명의 기원을 탐구하고 있는 미국 응용분자진화재단 연구자들은 43~44억 년 전 초기 지구의 환경을 재현해 RNA 벽돌이 스스로 반응해 최대 염기 300개에 이르는 RNA 가닥을 만들 수 있음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이들은 활발한 화산활동과 소행성 충돌로 현무암이 흔했을 당시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 현무암을 갈아(표면적을 넓게 하려고) RNA 벽돌을 담은 용액에 넣어줬다. 그 결과 현무암 표면에서 반응이 일어나 RNA 가닥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수개월이 지나자 길이가 수백 염기에 이르렀다.

물론 가닥을 이루는 네 염기(아데닌, 우라실, 구아닌, 시토신)의 서열은 임의적이라 여기서 촉매 기능을 하는 서열을 지닌 RNA 가닥이 만들어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44억 년 전 지구의 현무암이 지천에 깔린 상태에서 이런 가닥들이 수천만~수억 년에 걸쳐 끊임없이 만들어지다 보면 이 가운데 자기 복제 능력이 있는 RNA 가닥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아무튼 초기 지구에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 RNA 가닥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인 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 운반RNA에 남겨진 흔적

그러나 RNA 세계 가설의 가장 결정적인 한계는 RNA가 자신의 기능을 DNA와 단백질로 넘기는 과정을 여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전 정보(염기 서열)는 DNA에게, 복제 반응 촉매 활성은 단백질에게 넘기고 자신은 중간 단계를 매개하며 ‘DNA-RNA-단백질 세계’로 진화했을 텐데 이 과정을 화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독일 루드비히막스밀리안대 화학자들은 단백질을 만드는 번역 과정에 관여하는 운반RNA와 리보솜RNA에 존재하는 특이한 염기에 주목했다. 오늘날 생명의 기원인 RNA 분자 생명체는 없어졌지만, 운반RNA와 리보솜RNA는 화학반응에 관여하는 역할을 물려받은 후손(또는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들 분자에서 발견되는 몇몇 염기는 단백질을 이루는 벽돌인 아미노산과 결합할 수 있는 형태다. 따라서 어쩌면 운반RNA와 리보솜RNA의 초기 단순한 형태에서 아미노산을 이어주는 반응이 일어났고 이게 진화하면서 오늘날 리보솜에서 일어나는 번역 과정이 나온 것일 수도 있다.

연구자들은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화학반응을 통해 아미노산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작은 RNA 분자 둘을 설계했다. 아미노산 주개(donor)와 받개(acceptor)로, 역할의 관점에서 각각 운반RNA와 리보솜RNA에 해당한다. 놀랍게도 두 분자 사이에 반응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며 받개의 아미노산이 여러 개 길이로 이어졌다. 펩타이드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자체도 놀라운 발견이지만 역으로 운반RNA나 리보솜RNA에 왜 특이한 염기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기도 한다. 과거 RNA-펩타이드 세계의 흔적이라는 것이다.

이번 두 발견으로 RNA 세계 가설의 공백이 꽤 메워지면서 점점 더 그럴듯해지고 있다. 중력파 가설이 100년 만에 관측에 성공하며 지난 2017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듯이 RNA 가설 또한 머지않아 노벨화학상을 받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RNA-펩타이드 합성반응 과정을 보여주는 회로다. 위 가운데가 아미노산 받개 분자이고 위 오른쪽이 아미노산 주개 분자다. 받개에서 펩타이드 부분은 빨간색으로, 주개에서 아미노산 부분은 파란색으로 표시했다. 주개와 받개가 접근하며(굵은 파란색과 빨간색) 주개의 아미노산과 받개의 펩타이드가 화학반응으로 결합해 펩타이드가 길어지고 주개에 결합된 아미노산이 끊어진다. 그 뒤 주개가 떨어져 나간 받개는 아미노산을 지닌 새로운 주개와 위의 반응을 반복한다. 네이처 제공

 

 

 

아래는 2022년 9월 23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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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류구’ 시료 안에서 물방울 확인…지구밖 기원설 뒷받침

시료 결정(結晶) 안에 탄산수 형태로 염분과 유기물 함유

시료 중 세 번째로 큰 암석 알갱이. 광학현미경(상단)과 싱크로트론방사광 이미지
[SPring-8Tohoku UnivJAX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지구에서 약 3억㎞ 떨어진 소행성에서 가져온 암석 알갱이 안에서 물방울과 유기물이 확인된 것으로 일본 연구진이 밝혔다.

이는 지구의 물과 생명체를 형성할 수 있는 요소가 지구 밖에서 왔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증거로 제시됐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도호쿠대학 지구과학 교수 나카무라 도모키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하야부사2호가 소행성 ‘류구'(龍宮) 표면에서 채취해온 암석과 먼지 시료를 분석한 최신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하야부사2호가 지난 2020년 12월 캡슐에 담아 호주 사막에 떨군 류구 시료는 5.4g으로, 6개팀이 소량을 나눠받아 연구해왔다.

나카무라 박사의 ‘돌 분석팀’도 이 중 하나로, 미국과 영국 등 다른 나라 과학자 30여 명을 포함해 약 150명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연구팀은 류구 시료 중 세 번째로 큰 암석 알갱이를 포함해 모두 17개의 입자를 배정받아 일본과 미국, 유럽 등지의 싱크로트론 방사광 시설을 활용해 분석해 왔다.

육각형의 황화철 결정 안에서 발견된 물과 CO₂로 된 액체(화살표 부위)
[Tohoku UnivNASA/JSCSPring-8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연구팀은 암석 알갱이 시료의 결정(結晶) 안에서 액체 상태의 물방울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물은 유기물과 염분을 함유한 탄산수 형태로 류구가 떨어져 나온 원래 소행성에 있던 것이며, 산호 모양의 결정은 류구 모체 내부에 존재했던 물속에서 자라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류구 모체에서 암석 대 물의 비율이 표면에서의 깊이에 따라 차이가 있었는데 깊이 있는 암석일수록 물을 더 많이 함유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결과는 류구나 류구의 모체와 같은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며 염분과 유기물을 가진 물을 제공했을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나카무라 교수는 “시료 속의 물방울은 큰 의미를 갖는다”면서 “지구에 있는 바다나 유기물의 기원과 직접 연관됐을 수 있는 증거를 발견한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와는 관련이 없는 요코하마 국립대학의 우주생물학자 고바야시 겐세이 교수는 AFP 통신과의 회견을 통해 “(우주환경에서 파괴되지 않고) 시료 자체에서 물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놀랍다”면서 “이번 결과는 소행성이 얼음이 아닌 액체 형태로 물을 갖고 있고, 그 물속에서 유기물이 형성됐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야부사2호가 촬영한 소행성 류구와 시료채취 지점(붉은화살표)
[JAXA 제공/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편 연구팀은 칼로 잘라질 정도로 약한 류구 시료의 경도(硬度)와 열 확산율 등 시료 실측 자료를 처음으로 반영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류구가 떨어져 나온 원래 소행성은 태양계가 형성되고 약 200만 년 뒤에 지름 100㎞ 크기로 만들어졌으며 이후 300만 년 간 50℃ 이상 열을 받으며 물과 암석 간 화학반응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류구는 지름이 10㎞가 넘지 않는 천체가 충돌하면서 충돌지점과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에서 나온 물질로 형성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류구 시료에서 1천℃ 이상 고온 환경에서 형성되는 칼슘(Ca)과 알루미늄(Al) 등이 풍부한 입자를 확인했는데, 이 입자들은 태양계 주변에서 만들어진 뒤 류구의 모체가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태양빛이 미치지 않는 먼 외곽까지 이동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는 태양계 형성 초기에 안쪽과 바깥쪽 물질이 대규모로 뒤섞였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됐다.

호주 사막에서 회수된 류구 시료를 담은 캡슐
[JAXA 제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래는 2023년 3월 22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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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에서 ‘RNA’ 일부 물질 발견…‘생명체 외계기원설’ 탄력

JAXA, ‘류구’에서 채취한 시료 분석 결과 발표
올 9월 미 소행성 탐사선 귀환하면 추가 연구
2018년 일본 우주탐사선 ‘하야부사 2호’가 촬영한 소행성 류구의 모습.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제공
하야부사 2호가 2019년 소행성 ‘류구’에 착륙하기 직전 찍은 류구의 표면.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우주를 떠도는 소행성에서 지구 생명체를 구성하는 핵심 물질이 발견됐다. 학계에서는 지구가 생긴 뒤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 물질을 품은 소행성이 지상에 떨어지는 일이 반복됐고, 결국 수십억년 전 생물이 탄생한 뒤 진화를 거쳐 복잡한 생태계가 나타났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연구는 이른바 ‘지구 생명체의 외계기원설’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일본 홋카이도대 연구진은 22일 소행성 ‘류구’에서 퍼온 시료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최신호를 통해 발표했다.

일본이 발사한 우주탐사선 ‘하야부사 2호’는 2019년 지구에서 3억㎞ 떨어진 우주를 비행하고 있는 류구에 착륙했다. 지구와 태양 사이의 2배에 달하는 거리다. 류구는 지름 900m짜리 소행성인데, 하야부사 2호는 여기서 암석 시료 5.4g을 채취했다. 2020년에는 시료를 낙하산을 통해 지구에 떨어뜨리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이 분석한 결과, 류구에서 퍼온 시료는 지구가 형성된 45억년 전보다 더 오래 전에 태양계의 끝인 해왕성 궤도 인근에서 생긴 것들이었다.

특히 주목되는 건 시료에서 발견된 특이한 물질인 ‘우라실’이었다. 우라실은 DNA가 가진 유전정보를 세포 내로 운송하는 수단인 RNA를 이루는 네 가지 핵심 물질 중 하나다. 생명체가 나타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 우주를 떠도는 소행성에서 확인됐다는 뜻이다.

RNA를 구성하는 물질은 이전에도 지구에 떨어진 소행성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 하지만 지상에 낙하한 뒤 지구 환경을 통해 ‘오염’ 됐을 가능성을 과학계에선 의심해 왔다. 발견된 RNA 물질이 원래부터 소행성에 있던 것인지, 아니면 지구의 자연계에서 옮아온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 연구로 RNA를 이루는 물질은 우주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 입증된 격이다. 연구진은 우주를 떠돌던 얼음 속 분자가 우주 방사선을 받아 분해되는 과정에서 이런 RNA 구성 물질이 생겼을 공산이 크다고 봤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이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생명체의 외계기원설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했다. 소행성이 지구 표면으로 지속적으로 낙하하면서 생명체의 씨앗을 뿌렸고, 이를 바탕으로 생물이 생겨나 진화가 진행되면서 지금 같은 복잡한 생태계가 형성됐다는 주장이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이번 연구는 소행성에서 형성된 RNA 물질이 초기 지구로 전달됐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소행성에 존재하는 물질이 행성에 생명체를 만드는 발판이 된다면 지구나 태양계를 넘어 훨씬 먼 우주에서도 생명체가 이런 방식으로 탄생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소행성이 유독 지구에만 집중적으로 떨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2020년 또 다른 소행성인 ‘베누’에서 시료를 채취해 올해 9월 지구로 귀환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오시리스-렉스’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베누에서도 류구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한 물질이 확인된다면 지구 생명체의 외계 기원설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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