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인식 전환 필요
올해는 천재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사망한 지 5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탁월한 예술작품을 창조한 최고 천재 중 한 사람으로 꼽히지만, 역사적인 기록을 보면 작품을 완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실제 미완성 작품이 많았다.
유명한 ‘모나리자’를 비롯해 ‘앙기아리 전투’, ‘동방박사의 경배’ 등 상당수 작품이 미완성이었고, 완성작은 ‘최후의 만찬’ 등 20여 점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 빈치가 작품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것을 두고 미술사가 조르조 바사리(1511~1574)는 ‘다 빈치는 예술에 대한 이해가 탁월하고 이상이 고매해 아무리 뛰어난 솜씨를 지녔다 해도 완벽하게 이상을 실현할 수 없었다’고 평했다.
의료전문가들은 다 빈치의 초상화를 보고 작품을 완성하지 못한 신체적인 이유를 거론해 왔다. 어색한 손을 보면 말년에 뇌졸중을 앓아 근육 경직으로 그림을 그리기가 어려웠으리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뇌졸중보다는 실족에 의한 척골신경마비가 더 설득력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ADHD의 양면성
이런 가운데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마르코 카타니(Marco Catani) 교수(정신, 심리 및 신경과학연구소)는 다 빈치가 과업을 제대로 끝낼 수 없었던 것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때문일 것이라는 연구를 내놓았다.
카타니 교수는 뇌 연구 저널 ‘브레인’(BRAIN) 최근호에 자신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하고 다 빈치의 작업 관행과 행동에 대한 역사 기록을 인용했다.
그는 다 빈치가 작품 완성을 지연시키게 된 것이나, 예술과 과학 전반에 걸쳐 탁월한 창의력과 업적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ADHD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타니 교수는 “역사 기록에 따르면 다 빈치는 과도하게 많은 시간을 프로젝트를 기획하는데 보낸 데 비해 인내심이 부족했는데, ADHD로 그의 기질과 이상하게 변덕스러운 천재성을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ADHD는 지속적으로 미루거나, 과업을 완수하는 능력의 부족, 정신적인 방황과 심신의 불안정성을 특징으로 하는 행동장애다. 어린 시절에 가장 많이 진단되지만 대학생이나 성공적인 경력을 가진 이들을 포함한 성인들에게서도 진단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창조성 샘솟았지만 한편으론 산만
다 빈치가 과제에 몰입하는데 따른 어려움은 어린 시절부터 나타났다. 전기작가나 동시대인의 설명에 따르면 다 빈치는 끊임없이 활동했고, 때로는 이 과제에서 저 과제로 옮겨가 버렸다.
ADHD로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처럼 그는 잠을 아주 적게 잤고, 짧은 단잠과 깨어있는 시간을 빠르게 반복하면서 밤낮으로 일을 계속했다.
교황 레오네 10세를 비롯한 후원자와 동료 예술가들이 말하는 그의 불규칙한 행동과 미완성 과제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여러 간접 증거들이 다 빈치의 뇌는 보통 사람과 다르게 구성되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다 빈치는 왼손잡이에 난독증과 우뇌 언어지배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는 모두 ADHD를 가진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것.
아마도 다 빈치의 정신에서 가장 독특하고 심지어 파괴적이기까지 한 측면은 그의 그칠 줄 모르는 호기심으로, 이는 창의성을 샘솟게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를 산만하게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다 빈치 사례로 ADHD에 대한 오해 바꿔야”
카타니 교수는 자폐증과 ADHD 같은 신경발달장애 치료 전문가로, ADHD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한다. 예를 들면 정신적인 방황은 창의성과 독창성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창조적 과정의 초기 단계에서는 유익하지만, 관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 이런 특성이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카타니 교수는 “ADHD가 지능이 낮고 어려운 삶을 살 수 있는 비행 어린이들에게 전형적으로 나타난다는 오해가 있다”며, “오히려 내 클리닉에서 본 대부분의 성인들은 어렸을 때 밝고 직관력이 있는 어린이였으나 자신의 잠재력을 달성해 내지 못해 나중에 불안과 우울 증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 빈치가 자신을 인생에서 실패한 사람이라고 간주한 사실이 놀랍다”고 말하고, “다 빈치의 사례를 통해 ADHD는 낮은 지능이나 창의력 결핍과 관련이 없고 오히려 천부적인 재능을 활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카타니 교수는 “이 같은 다 빈치의 유산이 ADHD를 둘러싼 오해와 낙인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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