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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연구진, 환자 몸에 ‘전자약’ 넣었더니 고개까지 움직여]
구글·GE 등도 개발 경쟁
美 FDA 비만치료용 허가
15년 동안 식물인간 상태로 있던 환자가 의식을 되찾았다. 환자를 깨운 것은 ‘전자약(electroceutical)’이다. 전자약은 전자(electronic)와 약품(pharmaceutical)의 합성어로 약물 대신 전기자극으로 질병을 치료한다는 뜻이다.
프랑스 국립인지과학연구소의 안젤라 시리구 박사 연구진은 25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교통사고로 15년간 의식이 없던 35세 환자의 신경에 3개월 동안 전자약으로 전기자극을 줬더니 주변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신경에 전기자극, 잠든 뇌를 깨워
연구진은 환자의 쇄골 안쪽에 있는 미주신경(迷走神經)에 전선을 감고 전기자극을 줬다. 미주신경은 뇌와 인체의 모든 장기 사이를 오가며 신경 신호를 전달하는 통로이다. 통신망이 무너지면 사회에 혼란이 발생하는 것처럼, 미주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병이 난다. 전자약은 마치 통신망의 잡음을 제거하듯 인위적인 전기자극으로 잘못된 신경 신호를 교정해 치료 효과를 낸다.
시리구 박사는 “전기자극을 준 지 1개월이 지나자 환자가 간단한 반응이지만 과거에는 불가능하던 행동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눈앞의 물체를 따라 눈동자를 움직이거나 연구진의 요청에 따라 고개를 돌리는 것은 물론, 환자의 얼굴에 갑자기 얼굴을 들이밀면 눈을 크게 뜨고 놀라는 반응도 보였다고 한다. 미약하지만 의식이 돌아온 것이다.
뇌 분석 결과도 환자가 의식을 회복했음을 보여줬다. 전기자극 후 뇌에서 운동과 감각, 의식을 담당하는 영역들에서 특히 피가 많이 돌고 뇌파도 증가했다. 뇌가 의식적인 활동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시리구 박사는 “희망이 사라졌을 때에도 뇌를 회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더 많은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들에게 전자약을 시험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IT 업체들도 전자약 개발에 뛰어들어
전자약은 이미 실험실을 넘어 상용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최근 미국에서는 위 신경에 전기자극을 줘 비만을 치료하는 전자약이 FDA(미국 식품의약국) 허가를 받았으며, 기도(氣道) 신경을 자극해 수면 무호흡증을 치료하는 전자약도 나왔다. 20년 전 간질 치료용으로 개발된 전자약이 우울증 치료제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뇌에 직접 전극을 삽입해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방법이 상용화됐다.
전자약이 잇따라 성공을 거두자 IT(정보기술) 기업들까지 개발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인 구글은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전자약 전문업체인 갈바니 바이오일렉트로닉스를 설립했다.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도 올 초부터 전자약 개발을 시작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류머티즘 관절염이나 크론병(만성 염증성 장질환)같이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지금은 약물로 면역세포가 분비하는 물질을 차단하지만 약이 듣지 않거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자약은 뇌에서 오는 신호를 차단해 아예 면역세포가 반응하지 않게 하기 때문에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구글과 GSK도 2023년 류머티즘 관절염 전자약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 및 뇌공학과 정용 교수와 의과학대학원 정범석 교수가 미주신경에 연결된 귀의 말초신경을 피부 밖에서 자극해 수술 없이 우울증을 치료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백선하 교수는 뇌 안쪽을 직접 자극하는 장치를 소형화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아래는 2022년 11월 11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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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극으로 척수손상 치료”…재활 과정 세포 수준에서 밝혔다
스위스 로잔연방공대 연구팀이 경막외 전기자극(EES) 치료가 하반신 마비 환자의 보행 능력을 개선하는 과정을 세포 수준에서 밝혔다. EPFL 제공
과학자들이 척수가 손상돼 움직임이 불편한 환자가 보행능력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신경세포(뉴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규명했다. 척수 손상 환자의 회복 과정을 세포 수준에서 밝힌 것으로 하반신 마비 환자를 치료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그레그와르 쿠르틴 스위스 로잔연방공대(EPFL) 연구팀은 전기자극으로 척수손상 환자의 보행을 개선하는 연구를 장기간 수행하면서 전기자극에 반응하고 회복하는 데 영향을 주는 뉴런을 확인하고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11월 9일(현지시간)자에 발표했다.
쿠르틴 교수팀은 10년 넘게 척수 손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환자에게 경막외 전기자극(EES)을 가해 보행능력을 개선시키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16년 하반신이 마비된 원숭이의 뇌와 척수에 전기자극을 가해 정상적으로 걷게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같은 치료를 사람에게도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2018년 성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의 EES 치료를 받은 하반신 마비 환자 3명이 일주일 만에 다리를 움직이고 5개월 재활훈련을 거쳐 전기자극 없이 다리를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는 성과다. 올해 2월에는 하반신이 완전이 마비된 환자 3명의 척수에 전극을 이식해 다시 걷고 자전거를 탈 수 있을 정도로 회복시킨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하기도 했다.
EES는 원래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개발된 치료법인데 일련의 연구 결과를 통해 손상된 척수 아래 살아있는 뉴런(신경세포)을 자극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어느 정도 입증된 셈이다.
연구팀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하반신 마비 환자를 위한 EES 치료법을 지속적으로 개선했다. 전기자극을 주는 위치를 척추 뒤에서 옆쪽으로 바꿔 개별 신경까지도 자극할 수 있도록 하거나 태블릿을 이용해 환자가 원하는 움직임의 형태를 선택하면 그에 맞는 신호가 복부에 이식한 신경자극기로 전달돼 필요한 근육이 움직이는 시스템을 구현했다. 그 결과 환자들은 자전거를 타는 것은 물론 수영을 하고 서서 술을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일상을 회복했다.
하지만 전기자극이 어떻게 하반신 마비 환자의 보행능력을 개선시키는지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EES 치료법의 효과가 입증됐어도 전기자극이 신경회로를 재조직하고 뉴런을 회복시키는 자세한 메커니즘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연구팀은 지난 9일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처음으로 전기자극의 신경세포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분석하고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척수손상이 일어난 쥐 모델에 전기자극을 가한 뒤 재활 단계 별로 유전자 발현 변화를 분석해 뉴런 지도를 제작했다. 회복 과정에서 개별 뉴런의 변화를 살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EES에 의해 반응하고 활성화되는 특정 종류의 뉴런(SCVsx2::Hoxa10)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이 뉴런들은 실제로 보행능력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뉴런을 억제하면 전기자극을 줘도 보행능력이 회복되지 않았고 반대로 이 뉴런을 활성화시키면 전기자극 없이도 보행능력이 회복됐다.
이번 연구는 향후 하반신 마비 환자를 치료하고 더 복잡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요한 정보로 활용될 전망이다. 쿠르틴 교수는 논문에서 “척수손상 후 보행능력을 회복하는 데 관여하는 뉴런을 확인했다”며 “더욱 복잡한 행동을 이해하는 뉴런 지도를 마련하기 위한 기반이 될 것”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