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처럼 많은 사람의 흥미를 끈 물리이론도 드물다. ‘4차원’ 운운할 뿐만 아니라 시간과 길이, 그리고 질량이 속도에 따라 제멋대로라니 과학이론이라기보다는 신기한 이야기에 가깝게 들린다. 게다가 특수상대성이론의 기원에 대해 갖가지 신화와 오해가 난무하니, 상대성이론에 잠시라도 흥미가 없었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1905년 특수상대성이론 논문의 제목이『움직이는 물체의 전자기 동역학에 대하여』였다는 데서도 볼 수 있듯이, 사실 특수상대성 이론은 당시 전자기학이 직면해 있었던 문제와 관계가 깊다. 오늘날 방송에서부터 전동기와 모터에 이르는 각종 전자기 기술의 토대가 되는 맥스웰의 전자기이론은 1870년대 초 발표 당시만 해도 여러 전자기 이론 중 하나에 불과하였다.

그러다가 1888년 독일의 헤르츠가 맥스웰 이론만이 예측했었던 전파를 발견하면서, 맥스웰 이론이 전자기 이론의 정설로 등극하게 되었다. 그러자 영국의 J. J. 톰슨이 발견한 겉보기 질량 증가라든지 에테르에 대한 지구의 상대 운동(즉, 광속변화) 검출 실패라든지 하는 현상들이 갑자기 주목받게 되었다. 네덜란드의 로렌츠나 독일의 아브라함 등 전자기학의 대가들은 전자가 특별한 성질들을 갖고 있다고 가정해서 광속불변과 질량증가를 설명하려고 하였다.

아인슈타인은 스위스 연방공대에 입학하기 전부터 물리학계의 관심사인 전자기학의 문제에 나름대로 관심이 있었다. 그런 관심은 학창시절 내내 계속되어 열애 중이던 밀레바에게 보낸 연애편지에서도 전자기학 문제를 언급할 정도였다. 하지만 계속된 연구에도 불구하고 광속 불변은 설명할 현상이 아니라 전자기 이론을 만들 때 전제해야 하는 원리라는 확신을 얻은 것 외에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광속 불변의 원리를 받아들이면 갈릴레오 이래의 철칙인 운동의 상대성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었다.

1905년 5월 아인슈타인은 특허국 동료인 베소와 대화하다가 자신이 그때까지 시간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착상은 특수상대성이론의 핵심 아이디어로서 철도 관련 기술에서 나온 것이었다. 막 철도망을 건설해가던 스위스에서는 기차역마다 설치된 시계들을 동기화시키는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베른의 스위스 특허국에는 관련 특허가 계속 출원되고 있었다. 아인슈타인의 착상은 정지한 사람과 직선등속 운동하는 사람이 각각 관측하는 시간 사이의 관계는 결국 두 사람이 지닌 시계들 사이의 관계로 바꾸어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참고———-

 

상대성 원리

 

  • 모든 관성 좌표계에서 물리 법칙은 동일하게 성립함
  • 관성 좌표계 : 힘이 작용하지 않을 때 물체가 계속 정지해 있거나 등속 직선 운동을 하는 좌표계로, 관성 좌표계에서는 관성의 법칙이 성립함
  • 관성 좌표계에서는 동일한 물리 법칙이 성립함
  • 서로 다른 관성 좌표계에서 본 물체의 속도와 물리 법칙 : 두 관성 좌표계에서 관찰되는 물리량은 다를 수 있지만, 그 물리량 사이의 관계식은 동일하게 성립함

상대성 원리

 

광속 불변 원리(빛의 속도 일정 법칙)

 

  • 모든 관성 좌표계에서 보았을 때, 진공 중에서 진행하는 빛의 속도는 관찰자나 광원의 속도에 관계없이 일정함

 

광속 불변의 법칙

 

  • 기차 안에서 화살을 쏠 때 : 그림 (가)와 같이 100 km/h의 속도로 달리는 기차 안에 있는 사람이 기차가 달리는 방향으로 200 km/h의 속도로 화살을 쏘면, 기차 밖의 관찰자가 본 화살의 속도는 다음과 같음

v = 기차의 속도 + 화살의 속도 = 100 km/h +  200 km/h =  300 km/h

 

  • 기차 안에서 레이저 빛을 쏠 때: 그림 (나)와 같이 100 km/h의 속도로 달리는 기차 안에 있는 사람이 속도가 c인 레이저 빛을 쏘면 기차 안과 밖에 있는 관찰자 모두에게 빛의 속도는 c로 관측됨

광속 불변의 법칙광속 불변의 법칙

 

→정지한 관찰자가 측정하는 빛의 속도는 뉴턴 역학에서 성립하는 속도의 합과는 다르게 관찰자나 광원의 속도에 관계없이 항상 c로 일정함(즉, 기차 안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간다(시간지연)고 생각할 수 있음(왜냐하면, ‘속도 = 거리/시간’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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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홍길동과 임꺽정이 아주 긴 막대기의 양끝에 두 시계를 매달아 놓고 두 시계의 시각을 맞춘다고 하자. 그 방법은 간단하다. 왼쪽 끝에 있는 시계A에서 6시 정각에 오른쪽 끝에 있는 시계B로 빛을 보낸다. 그 빛이 시계B에서 반사되어 시계A로 돌아 왔을 때, 시계A가 6시 2초를 가리키고, 반사된 시계B의 모습이 6시 1초를 가리키고 있으면 시계A와 시계B는 같은 시각을 가리킨다. 철도역 간에는 전신을 이용하여 시간 신호를 주고받았지만 아인슈타인은 속도 불변인 빛을 이용하여 시간 신호를 주고받는다고 가정한 것이었다.

이제 막대기와 길동이가 일정한 속도로 오른쪽으로 직선운동하고 있다고 하자. 이때 길동이가 보기에는 막대기는 여전히 정지하고 있으므로 아까 썼던 방법을 이용하여 두 시계의 시각을 맞추면 되었다. 하지만 꺽정이가 볼 때는 막대기와 시계들이 모두 오른쪽으로 움직이므로 시계A에서 보낸 빛 신호가 시계B에 도달할 때까지 움직인 거리는 ‘막대기 길이 + 막대기가 움직인 거리’이고, 빛 신호가 시계A에 되돌아 올 때 움직인 거리는 ‘막대기 길이 – 막대기가 움직인 거리’가 된다. 이렇게 신호가 오고 간 거리가 다르면 두 시계의 시각을 맞추었다고 할 수가 없다.

그러나 누가 보더라도 막대기가 움직이고 빛 신호가 오간 일 자체는 달라지지 않으므로 길동이가 읽은 시간과 꺽정이가 읽은 시간 사이에는 일정한 관계가 있다. 아인슈타인이 정지좌표계와 움직이는 좌표계 양쪽의 경우를 따져가며 우리나라 고등학교 수학참고서 수준의 수학만 사용하여 관계식을 유도했는데, 그 식 자체는 로렌츠가 유도한 로렌츠 방정식과 똑같았다.

하지만 로렌츠의 이론은 전자의 특별한 성질을 가정할 때만 성립하는 것으로서 광속불변을 설명하는 것이었던 반면,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은 언제 어디서나 성립하는 것으로서 광속불변을 전제로 삼아 유도한 것이었다.

프랑스의 수학자 푸앵카레도 아인슈타인과 무관하게, 몇 달 뒤에 같은 결론에 도달하였다. 프랑스 경도국의 고위직을 겸임했던 푸앵카레는 경도측정 문제를 통하여 시간은 시계로 측정하는 물리량이라는 착상을 얻었다.

멀리 떨어진 두 지점 사이의 경도 차이를 구하는 방법은 동일한 시각에 특정 천문현상을 관측하여 관측값을 비교하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두 지점의 시계를 동기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푸앵카레가 사용한 시계 동기화 기법은 스위스의 철도역 간에서 사용하던 방법과 똑같은 방법, 즉 전신을 통해 시간 신호를 주고받는 방법이었다.

이렇듯 무척이나 기계적인 기원에서 비롯된 특수상대성이론이 ‘4차원’이니 ‘시공연속체’니 하는 고도로 추상적인 개념으로 표현되기 시작한 것은 1908년 괴팅겐대학의 수학자 민코프스키의 상대성이론 강연이 계기였다. 스위스 연방공대에서 아인슈타인에게 수학을 가르치기도 했던 민코프스키는 상대성이론의 아인슈타인이 수업 시간에 거의 들어오지 않던 그 아인슈타인이냐고 반문했고, 아인슈타인은 자명하고 쉬운 물리적 개념을 민코프스키가 쓸데없이 공허한 추상 개념으로 분칠한다고 여겼다고 한다.

이렇게 등장한 특수상대성이론의 응용으로는 핵에너지가 가장 유명하다. E=mc2는 1905년 9월 특수상대성이론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두 번째 논문에서 등장하는 수식이다. 하지만 특수상대성이론의 실례를 보기위해 핵시설로 견학까지 갈 필요는 없다. 휴대전화는 GPS 위성에서 전파를 통해 보내는 시간신호를 받아 사용하는데, 그 전파신호를 받아 현재 시각을 정확히 결정하기 위해 상대성이론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손 안에 특수상대성이론을 들고 있는 셈이다. 그것도 아인슈타인과 푸앵카레의 원래 의도대로 활용하면서 말이다.

 

 

(원문: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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