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SF작가이자 미래학자였던 아서 클라크 /사진=ITU Pictures

▲ 세계적인 SF작가이자 미래학자였던 아서 클라크 /사진=ITU Pictures

 

 

‘라마와의 랑데부’ ‘2001 우주의 오디세이’ 등의 걸작을 남긴 세계적인 SF작가이자 미래학자였던 아서 클라크는 ‘클라크의 3법칙’이라는 어록으로도 유명하다. 인류 역사에서 과학기술의 발전 과정을 살펴본 그가 남긴 예리한 통찰이다.

 

▲ ‘클라크의 3법칙’이 처음 수록된 책 ‘미래의 프로파일’ /사진=Bantam Books

 

 

첫 번째는 다음과 같다. ‘유명하고 나이 지긋한 어떤 과학자가 “○○○는 가능하다”고 말한다면 아마도 옳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는 불가능하다”고 하면 그건 틀리기 십상이다.’

○○○에 해당하는 것 중에 가장 유명한 사례가 바로 우주선이다. 영국의 저명한 천문학자 리처드 울리(1906~1986)는 로켓과 우주선이라는 개념에 대해 젊은 시절부터 회의적이었다. 그는 공기보다 무거운 물체를 하늘로 쏘아 올린다는 건 잠깐의 이벤트는 될 수 있을지언정 과학적으로나 사업적으로 유의미한 일이 될 수는 없다고 믿었다.

그는 1956년 왕실천문관에 임명될 때도 ‘타임’지와 인터뷰하면서 “로켓 우주선은 완전히 허튼소리다. 누가 그런 것에 투자를 하겠나. 차라리 그 돈으로 좋은 천문관측 장비를 장만하면 우주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게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가 발사되기 불과 1년 전이었다는 점이다. 그가 이 말을 남기고서 몇 년 지나지 않아 인공위성은 우주개발의 핵심 사업으로 떠올랐고, 또 13년이 지나자 인간이 달에 가기에 이르렀다. 사실 훗날 밝혀지기로는 울리의 말이 언론에 의해 왜곡됐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아무튼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계에도 종종 완고한 보수성이 혁신을 가로막는 경우가 있다는 교훈이다.

클라크의 두 번째 법칙은 이렇다. ‘가능성의 한계를 발견하는 유일한 방법은 불가능의 영역으로 살짝 들어가보는 것이다.’

사실 이건 과학기술 실험에서 실제로 많이 적용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내열성이 뛰어난 신소재를 개발한 뒤 어느 정도 고온까지 견디는지 알아보려면 불에 타거나 녹을 때까지 계속 온도를 높이면서 열을 가하는 실험을 해봐야 한다.

그런데 이 법칙은 인체 실험에서 그 의미심장함이 두드러진다. 인간은 과연 혹독한 환경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우주 공간은 기압이 사실상 0이고 기온도 매우 낮은데, 우주인이 사고로 이런 환경에 노출된다면 얼마나 견딜 거라고 예상하고 우주복을 만들어야 할까’와 같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인체 실험은 윤리적인 문제로 엄격히 통제돼야 하기에 클라크의 2법칙과 같은 방법론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미군에서는 군인을 대상으로 이런 실험을 행했던 기록이 전해지는데, 예를 들어 섭씨 100도인 고체나 액체에 닿으면 인체는 심각한 화상을 입지만, 기체라면 한동안 견딜 수 있다는 사실이 그런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클라크의 세 번째 법칙은 ‘고도로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별되지 않는다’이다. 만약 미신을 믿지 않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중세의 과학자라도 20세기에 와서 여러 문명의 이기들을 본다면 마법이라고밖에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전자와 전파의 원리를 모르니 TV는 마법상자와 다를 바 없고, 특정한 임계질량만 넘으면 핵폭발이라는 무시무시한 현상이 일어나는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같은 광물질은 세계관을 송두리째 흔들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20세기를 지나 21세기가 된 현재에도 마법 같은 일들이 속속 과학기술로 구현 가능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발달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예술 같은 창의적 영역으로까지 점점 넘어 들어오고 있다.

 

우리의 현실이 가상일지 모른다는 설정을 다룬 영화

▲ 우리의 현실이 가상일지 모른다는 설정을 다룬 영화 ’13층’ /사진=Columbia Pictures

 

 

클라크의 세 번째 법칙은 SF와 판타지 간 경계도 허물어뜨리는 함의를 지닌다. 원래 SF는 최소한의 과학적 합리성에 바탕하는 반면, 판타지는 물리 법칙 등의 과학적 개연성을 무시하고 그야말로 자유분방하게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하는 분야다. 그런데 과학기술로 인해 ‘사이버스페이스’, 즉 컴퓨터 가상공간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과학적 상상력은 더 이상 어떤 제약도 느낄 필요가 없게 됐다. 자연법칙 따위는 완전히 무시하고 어떤 상상을 펼쳐도 사이버스페이스에서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발상의 연장선에서 우리의 현실이야말로 사실은 가상세계가 아닐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매트릭스’나 ’13층’ 같은 영화들은 모두 이런 발상을 스토리텔링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클라크의 세 번째 법칙에서 과학기술이 마법과 사실상 동일해지는 시점이야말로 어쩌면 인류 역사에서 특이점(singularity)이 도래하는 때일지도 모른다. 즉 인류와 과학기술의 발달이 예측 가능한 선형적 추세를 넘어 급격한 질적 도약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류는 호모사피엔스가 아닌 다른 이질적인 존재로 탈바꿈하지 않을까. 아서 클라크의 또 다른 걸작인 ‘유년기의 끝’은 바로 이런 초인류를 다룬 장대한 스케일의 이야기이다.

 

 

(원문: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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