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보석의 제왕으로 간주되는 다이아몬드(Diamond)는 그 아름다움과 더불어 경도, 열전도성, 전기 저항 등 다양한 측면에서 아주 유용한 물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가치가 높다. 서양뿐 아니라 동양에서도 오랜 세월동안 금강석(金剛石)이라고 부르며, 귀금속의 대표격으로 취급받았으며, 그 가치는 지금도 바래지 않았다. 다른 어떤 보석보다 깨끗하게 투명하게 반짝이며, 자연계에서 가장 경도가 높은 다이아몬드는 그야말로 ‘불변(不變)’의 상징이다.
※ PC게임 <시드 마이어의 문명 5>에 등장하는 내용으로, 실제 인물과 무관한 픽션입니다.
이 광물이 지닌 힘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가늠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심지어 비폭력주의로 유명한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Mohandas Karamchand Gandhi)조차 폭력에 호소하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다이아몬드가 가만히 있어도 수백만 개씩 굴러나온다고 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이 믿기지 않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양초’다. 실상 백열등, 형광등에 LED까지. 현재 생활에는 너무나도 편리한 다른 광원이 많으므로, 일상에서 양초를 접할 일도 거의 없다. 그런데 이런 양초에서 바로 그 귀한 다이아몬드가 수십, 수백만 개씩 쏟아져나오고 있다는 사실!
이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 것은 그렇게 오래지 않았다. 양초는 수백년 전부터 사용된 전통적인 광원이지만, 그 원리라든가 부차적인 효과에 대해서 연구된 것은 근대에 이르러서야 가능하게 되었다. 양초가 타면서 열에 의해 탄소로 이루어진 몇 가지의 탄소화합물질이 발생한다는 것을 밝히고 그 성분을 분석해낸 것은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의 저우 우종(Wuzong Zhou) 교수다. 불과 2011년의 일이다.
저우 우종 교수는 뜨거운 촛불 속에서 발생하는 극히 미세한 나노 물질을 분석하기 위해서 알루미늄 양극산화물(AAO)을 재료로 10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터) 두께의 포일을 만들었다. 그리고 거기에 극히 미세한 80nm 크기의 구멍을 뚫고, 40nm의 더 작은 구멍이 뚫린 포일을 겹쳐 촛불에 넣었다가 잽싸게 빼냈다. 이 실험에서 구멍이 많고 두께가 얇은 알루미늄 포일은 촛불이 타오르는 것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크기의 나노입자를 포일에 달라붙게끔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초음파 처리법으로 그을음을 분리해 고해상도 투과전자현미경(TEM)으로 관찰하자 4종류의 탄소물질이 발견됐다.
여기에서 발견된 물질은 네 가지다. 흑연(Graphite), 풀러렌(Fullerene), 뚜렷한 형체가 없이 덩어리로 이루어진 무정형탄소(amorphous carbon) 그리고 마지막 물질이 바로 대망의 다이아몬드다! 그 크기는 2~5nm 정도로 아주 작지만, 분명히 다이아몬드의 구조를 뚜렷히 보이고 있는 탄소 알갱이가 발견된 것이다. 이는 실험을 실시한 저우 우종 교수 연구팀으로서도 예상치 못한 발견이었다.
그렇지만 행여나 다이아몬드를 채취하겠다고 촛불에 손을 갖다 대지는 말자. 촛불에서 발생한 다이아몬드는 말 그대로 ‘쏟아져’ 나왔다가 그대로 공기중으로 날아가 사라져버리고 만다. 더군다가 촛불의 표면 온도는 최대 1,400도에 이르니, 그야말로 노 터치(No touch)다. 자그마한 불꽃이라고 우습게 볼 수 없다. 이렇게 순식간에 사라진다고 해도, 발생하는 다이아몬드 입자의 숫자는 엄청나게 많아서, 1분이면 무려 1억 개에 가까운 다이아몬드 입자가 발생했다가 그대로 사라진다.
이 많은 다이아몬드가 그대로 날아가버리는 것은 아까운 일이지만, 이 발견은 촛불에 대한 시각을 완전히 바꾸었다! 저우 우종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각종 산업에서 핵심 재료로 쓰이는 공업용 다이아몬드를 기존보다 훨씬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걸었다. 물론 아직 가시화는 되지 않았지만, 언젠가 실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몹시 두근거리는 일이다.
과학자들이 수백 년 동안 노력했지만 촛불의 원리에 대해 알아낸 것이 없다
우리는 무슨 일이든 과학으로 설명해낼 수 있다
동료 연구자의 지나가는 말 한 마디에 의문을 느끼고, 새로운 연구에 도전해 이제껏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을 밝혀낸 저우 우종 교수의 도전처럼, 과학은 인류를 새로운 영역으로 이끈다. 거기에 필요한 것은 어떤 특별한 재능이나 번뜩임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필요한 것은 ‘과학’으로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리라는 믿음, 그리고 사물을 과학의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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