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 연구진이 인위적으로 착시현상을 일으킴으로써 우리 뇌가 서로 다른 감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하는지에 대한 단서를 발견했다. 우리 뇌는 처음 감각 신호를 처리하기 이전에, 다른 자극이 들어오게 되면 이를 구별해내지 못한다. 결국 뇌는 ‘사후처리’ 과정을 통해 사실이 아닌 것을 현실이라고 판단하게 된다.(2018.10)

 

짧은 시간 섬광과 소리(BEEP)를 보여주면 우리 뇌는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섬광을 보여주고 삐 소리를 세번 들려준 뒤 다시 섬광을 보여주면 우리 뇌는 두번째 삐 소리가 났을 때도 섬광이 보였다고 판단하는 착시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사진제공=칼텍>

 

 

우리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풍경과 소리, 냄새 등의 감각을 통해 세상을 경험한다. 뇌는 이 같은 감각신호를 받아들이고 분석한 뒤 세상에 대한 개인적인 ‘인식’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가끔씩 감각은 우리를 속이기도 한다. 특히 인지적 착각(perceptual illusions)이 두드러진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 연구진이 특히 소리 감각이 시각 감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혀내는 두가지 새로운 ‘착시’를 발견했다. 이 착시는 너무 빨리 일어나서 연구진은 이 현상을 ‘사후추정(postdiction)’으로 설명했다. 사후추정은 나중에 발생한 자극이 소급적으로 먼저 발생한 우리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칼텍의 연구는 여러 감각에 걸쳐서 발생하는 ‘시간 여행 착시(time-traveling illusion)’를 처음으로 보여준다. 연구는 칼텍 실험심리학과 교수인 신수케 시모조의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플로스원’ 10월 3일자에 게재됐다.

“착시(Illusions)는 뇌를 바라볼 수 있는 흥미로운 창이다.” 이번 논문의 1저자이면서 박사후연구원인 노에레 스틸레스가 말했다. “착시를 조사함으로써 우리 뇌의 의사결정 메커니즘을 연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뇌는 시끄럽고 서로 충돌하는 수많은 정보들로부터 어떤 것이 현실인지를 판단하는가. 뇌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환경에 대해 가정한다. 만약 가정이 틀린 것으로 판단되면 뇌가 혼란스러운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착시가 나타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착시를 통해서 뇌가 하는 추론을 밝혀낼 수 있다.”

이번 연구의 두가지 착시는 나중에 발생한 자극이 먼저 일어난 자극의 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개발됐다. 사후처리(Postdictive processing)는 개개인의 감각 내에서 증명되지만 이번 작업은 ‘현상’이 감각을 어떻게 연결시키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The Rabbit Illusion

 

새로운 착시의 핵심은 청각, 그리고 시각 자극이 200밀리초 안에 상당히 빨리 일어나는 것이다. 뇌는 이 정보의 홍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두개의 감각을 합성해 경험을 결정하게 된다. 사후처리 과정을 이용해서 말이다. 첫번째 착시를 ‘토끼 착시(Illusory Rabbit)’라고 부른다. 착각을 일으키기 위해 먼저 짧은 ‘삐’ 소리와 빠른 섬광을 컴퓨터 상에서 거의 동시에 재생시킨다. 섬광은 화면 왼쪽에 나타난다. 첫번째 ‘삐’ 소리가 나고 58밀리초 뒤에 단일 신호음이 또 울린다. 마침내 두번째 소리가 나고 58밀리초 뒤 거의 동시에 삐 소리와 섬광이 동시에 나타난다. 단 섬광이 화면의 오른쪽에서 나타나도록 한다. 삐 소리가 나는 위치는 항상 가운데이며 이동하지 않는다. 비록 단지 두 번의 섬광을 보여줬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착시현상으로 인해 세번의 섬광을 감지하게 된다. 실제로 보지 않은 섬광은 두번째 삐 소리가 날 때 화면의 가운데에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착시현상이 왼쪽과 오른쪽 섬광 사이에서 나타났다는 것은 뇌가 사후처리를 하고 있다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 “마지막 삐 소리와 섬광이 나중에 제시됐을 때 뇌는 두번째 삐 소리에서 나타난 섬광을 놓쳤다고 추정한다. 문자 그대로 두번째 섬광을 놓쳤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스틸레스가 말했다. “이것은 사후처리 과정의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동하고 있는 섬광 착시를 인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나중에 제공되는 정보(마지막 삐 소리와 섬광의 조합)를 조합해 가장 가능성 높은 섬광의 위치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두번째 착시는 ‘보이지 않는 토끼(Invisible Rabbit)’라고 불린다. 이와 관련한 착시현상에서 세개의 섬광을 스크린에 보여준다. 첫번째는 왼쪽, 두번째는 가운데, 세번째는 오른쪽 화면이다. 그리고 단지 첫번째와 마지막 섬광만 삐 소리와 함께 보여준다. 이 경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번째 섬광을 전혀 보지 못한다. 두번째 섬광을 보여줄 때는 삐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에 우리 뇌는 실제 섬광이 존재했지만 섬광이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하게 된다.

소리가 시각적 착시를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연구진은 뇌가 어떻게 공간과 시간을 너머 통합된 인지 감각을 결합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발견했다. 시모조는 “이 연구의 중요성은 두가지”라며 “첫번째로 단일 감각이나 복합된 감각을 처리할 때 사후추정이 일반적이다”라고 말했다. “사후추정은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뇌가 이전의 시각 자극을 처리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그 사이에 후속 자극이 첫 번째 자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두번째 중요성은 이처럼 소리가 시각에 영향을 미치는 착시현상은 매우 드문 현상이다. 그리고 이처럼 공간, 시간에 걸쳐 발생하는 신경 처리 과정은 상당히 동적이다. 이처럼 새로운 착시현상들은 연구자들로 하여금 다중 감각 통합을 위한 최적의 매개 변수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시모조가 말했다.

 

 

(원문: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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