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염색체 이야기
사람의 난자와 정자에는 각각 23개씩의 염색체가 있다.
현미경으로 동물과 식물의 세포를 관찰해 보면, 막으로 둘러싸인 둥근 핵이 보이고, 그 속에 밝은 색의 실처럼 보이는 염색체가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의 경우, 정상적인 세포의 핵은 23개의 염색체 쌍을 가지고 있는데, 난자와 정자에는 각각 23개의 염색체가 있고, 따라서 이 난자와 정자가 만나서 형성되는 사람의 세포는 23쌍의 염색체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들 23쌍의 염색체들은 그 크기와 모양이 각기 다르지만, 쌍을 이루는 두 염색체들은, 크기와 모양 등이 서로 대응되지 않는 X 염색체와 Y염색체의 경우를 제외한다면, 정확히 같게 보인다.
1667년도까지만 해도, 과학지식의 부재로 인해서, 성과 생식의 그 특별한 관계를 알 수 없었다. 최초의 현미경 학자인 안톤 반 레벤후크(Anton van Leeuwenhoek)가 1667년에 정액 속에 정자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는데, 그는 이 현미경적 미세 동물이 난자로 들어가서 수정될 것이라고 가정하였다. 그러나 그 후 200년 가까이 이 가설이 증명되지 못 했다. 거의 200년이 지난 1854년부터 약 20년에 걸쳐 개구리와 성게 수정을 연구하는 현미경 학자들에 의해서 암수 배우자의 융합 과정이 그림으로 상세하게 기록됨으로써 성과 생식의 관련성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염색체에 의해 성(sex)이 결정될 수 있음을 최초로 발견한 세포학자는 서튼(Sutton)이다. 20세기 초반에 그는 미국 콜롬비아 대학에서 메뚜기(Brachytola magna) 정소의 시원세포를 이용한 연구를 수행했는데, 메뚜기 정소의 시원세포들이 감수분열을 거쳐 정자로 변환됨을 관찰하였다. 그는 메뚜기 정소에 있는 시원세포가 감수분열 전에는 총 24개의 염색체를 가지며, 이 중 22개는 서로 그 크기와 모양이 일치되는 11쌍으로 구성된 상염색체들임을 관찰하였다. 그렇지만, 나머지 2개의 염색체는 서로 크기와 모양이 일치하지 않음 알게 되었고, 그는 두 염색체를 성염색체라고 명명하면서, 둘 중 큰 염색체를 X 염색체, 작은 염색체를 Y 염색체라고 불렀다.
시원세포의 감수분열로 생성된 정자들은 두 종류가 관찰되었는데, 생성된 정자의 절반은 11개 상염색체와 X 염색체를 가지고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11개 상염색체와 Y 염색체를 가지고 있음이 관찰되었다. 대조적으로 암컷 메뚜기에서 생성된 모든 난자는, 11개 상염색체와 X 염색체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계속된 관찰을 통해서, X 염색체를 가진 정자가 X 염색체를 가진 난자와 수정되면 XX 염색체를 가진 암컷 메뚜기로, Y 염색체를 가진 정자가 X 염색체를 가진 난자와 수정되면 XY 염색체를 가진 수컷 메뚜기로 성장함으로 관찰하게 되었고, 따라서 서턴은 X 염색체와 Y 염색체가 성을 결정한다고 결론내렸다.
1902년~1903년에 월터 서튼(Walter Sutton)은 자신의 연구결과와 함께, 독일의 보베리, 뉴욕의 윌슨, 그리고 여러 연구자들이 제시한 이론적 생각과 실험적 결과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함으로써 최초로 염색체설을 제안하였다. 서턴은 1902년에 발표한 그의 논문에서, “부계와 모계 염색체들의 쌍 형성과 감수분열 동안 이들이 분리되는 것은 … 멘델의 유전법칙의 물리적 기초를 구성할 것”이라고 제안하였고, 1903년에는 염색체가 멘델 유전 단위를 운반한다고 제안하였다.
X 염색체와 Y 염색체
사람의 수정란(zygote)은 정자와 난자가 융합(fuse)되고 다시 수정(fertilization)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생성되는데, 정자로부터 받은 한 개의 성염색체와 22개의 보통염색체(상염색체) 그리고 난자로부터 받은 같은 수의 염색체들을 갖게 된다. 즉, 완전한 23쌍의 염색체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때 오로지 X 염색체만을 가질 수 있는 난자가 X 성염색체를 지니고 있는 정자와 수정하게 되면 그 수정란은 결국 XX 염색체을 갖는 수정란이 될 것이다. 반면 정자의 성염색체가 Y 염색체일 경우에는 그 수정란이 XY 염색체를 갖게 된다. 즉 수정란의 성별을 결정하는 유전인자는 남성의 염색체 안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버지로부터 X 염색체나 Y 염색체 중 어떤 염색체를 받느냐에 따라 자식의 성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XY 염색체를 갖는 사람의 수정란은 자라서 남성이 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Y 염색체 내에 특별한 단백질과 관련된 유전정보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같은 특별한 단백질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기 시작한 것은 1955년부터인데, 이치월드(Eichwald)와 심서(Simser)는 마우스를 이용한 실험에서 남성만이 특정 항원 단백질을 갖고 있음을 보였다. 1960년에는 빌링햄(Billingham)과 실버(Silvers)가 이 단백질을 조직적합성-Y 항원(histocompatibility-Y antigen 또는 H-Y 항원)이라고 명명하였으며, 그후 미국의 울프(Wolf) 교수를 포함한 많은 학자들에 의해 사람 뿐만 아니라 모든 포유동물들에 있어서 수컷(남성)은 이 H-Y 항원을 가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즉, Y 염색체를 갖고 있는 수정란이 세포분열을 통해서 태아가 되는 과정 중에서, 아직 미분화된 상태일 때 생식기관의 세포막에 이 H-Y 항원이 생성되어 작용하게 된다. 비록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져 있진 않지만, 이 H-Y 항원이 미분화된 생식기관을 성숙한 정소(testis)로 발육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단 정소의 형성이 시작되면 사람의 성별을 결정짓는 Y 염색체의 임무는 끝난 것으로 보인다. 그 이후에 나타나는 생식기관의 발육이나 남성적인 체격·외모와 같은 수컷(남성)으로서의 성징 발달은 정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들에 의해 조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컷(여성)의 경우에는, 그 성 결정이 H-Y 항원과 같은 특별한 물질의 도움에 의한 것이 아니고, 두 개의 X 염색체가 함께 존재함으로써 그 염색체들에 있는 유전정보의 조절에 의해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된다. 여성은 Y 염색체가 없으므로 H-Y 항원이 당연히 존재하지 않으며 그에 대응하는 수용체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두 개의 X 염색체 내에 있는 유전정보의 조절에 의해 태아의 생식기관이 생성되고, 그 이후에는 미분화된 생식선이 정소 대신 난소(ovary)로 분화된다. 사람의 경우, 남성은 사춘기가 될 때까지 정자의 형성이 억제되는 반면 여성은 태아 때부터 수백만 개의 소난포들을 가지고 있으며, 이 소난포들이 자라서 성숙한 난자가 되는 것이다.
사람의 경우, Y 염색체에 있는 SRY 유전자가 남성을 결정한다.
사람의 성별을 구별짓는 방법으로는 연구된 순서에 따라서 다음의 세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XY 염색체에 기반한 것이고, 두 번째는 H-Y 항원의 존재여부로 판단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세 번째 방법은 SRY (sex determining region of Y) 유전자의 유무를 살피는 것이다.
1980년대에 남성을 결정하는 1차적 결정자는 Y 염색체 전체가 아니라 SRY라고 하는 단일 Y 염색체 내의 특이적 유전자라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남녀의 성별을 결정짓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SRY의 유무라는 것인데, 정상인 경우 SRY 유전자는 Y 염색체의 진정염색질(enchromatic)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SRY 유전자가 남성을 결정한다는 과학적 추론은, 성염색체 이상증 환자들의 염색체 구조와 그에 따른 성전환(sex reversal) 현상에 대한 연구로부터 도출되었다. XY 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외형적으로는 여성인 성염색체 이상증 환자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Y 염색체의 진정염색질에 마땅히 있어야 할 SRY 유전자가 없거나 기능이 훼손된 돌연변이 SRY 유전자를 가지고 있음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대조적으로, XX 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나 외형적으로 남성인 성염색체 이상증 환자의 경우에는, X 염색체에 Y 염색체로부터 유래된 것으로 보이는 SRY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연구결과에 기반한 SRY 유전자에 대한 가설은, 그 후 생쥐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정말로 SRY 유전자가 수컷(남성)을 결정한다는 것이 증명된 바 있다.
Y 염색체에는 약 110개의 단백질을 암호화한 유전자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Y 염색체 양 말단은 X 염색체의 말단과 각각 상동이기 때문에 위상염색체 부위(pseudoautosomal regions, PARs)라고 명명되었다. 두 PARs (PAR1과 PAR2)는 30개 정도의 유전자들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들은 X 염색체와 Y 염색체 양쪽 모두에서 발견된다. 한편, Y 염색체 내에 존재하는 유전자들의 대부분은 남성 특이적 부위(male-specific region, MSR)라고 불리며 SRY 유전자와 정자형성에 필요한 유전자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Y 염색체의 경우와 달리, X 염색체는 약 1,100 개의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성 결정과는 관련이 없는 유전자들로서, 남성과 여성 양쪽 모두에 필요한 단백질들이 암호화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SRY 유전자가 있으면 남성이 되고 SRY 유전자가 없거나 기능이 훼손되면 여성이 되는가? 수정 후 약 6주가 지나면, SRY 단백질은 XY 염색체(혹은 성전환된 XX 염색체)를 가진 배아에서 정소 발달을 활성화시키는데, 배아의 정소는 남성 생식기관의 발달을 촉진하거나 여성 생식기관의 형성을 저해하는 호르몬들을 분비한다고 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SRY 단백질이 존재하지 않으면, 정소 대신에 난소가 발달하고, 이어서 여러가지 여성 생식기관들이 발달한다.
성 결정에 있어서 SRY 유전자의 역할에 대한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서, 일반적인 경우에 사람에서 실제적인 성징의 차이를 나타나게 하는 것은 Y 염색체의 존재 여부임을, 따라서 Y 염색체를 가진 사람은 모두 남성임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과학적 결론으로, 드물게 발견되는 X 염색체 2개와 Y 염색체 1개를 가진 사람(XXY)이 남성임을, 그리고 하나의 X 염색체만을 가진 사람(XO)은 여성임을 이해할 수 있다. 즉, 이들은 각각 클라인펠터 증후군(Klinefelter syndrome)이라는 증상을 가진 남성이며, 터너 증후군(Turner’s syndrome)이라는 증상을 가진 여성이다. 이러한 증후군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태어나는 이유는, 난자 형성 과정에서 하나의 세포가 둘로 분리될 때 비분리현상(nondisjunction)이 일어나는 경우에 하나의 난자세포가 두개의 X 염색체(XX)를 갖게 되며, 다른 난자세포는 아무 것도 받지 못하게 되는데, 이들 비정상적인 난자도 정자를 만나면 수정될 수 있고 따라서 47개 또는 45개의 염색체를 갖는 수정란이 형성되고 각각의 수정란은 성인으로의 발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역으로, XXY 염색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남성이라는 사실은 Y 염색체 존재 하에서는 두 X 염색체들만으로는 여성으로 발달할 수 없음을, 즉 Y 염색체의 작용으로 인해서 생식기관이 정소로 분화되기 때문에 남성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이해될 수 있다(그런데, 여분의 X 염색체로 인해 정자 형성의 미숙과 같은 정소기능부전증(testicular dysfunction) 등이 야기된다고 한다.). 또한 XX 염색체를 가진 난자가 X 염색체를 지닌 정자를 만나 형성된 수정란의 경우, 그 유전자형이 XXX가 될 것이고, 이 XXX 염색체의 소지자는 거의가 정상적인 여성으로 자랄 수 있음이 이해될 수 있다. 한편, 비분리현상으로 생성된 성염색체가 없는 난자세포가 X 염색체를 지닌 정자를 만나 수정되면 그 수정란의 유전자형은 XO가 될 것인데, 언급한 바와 같이, 하나의 X 염색체만을 가진 사람은 터너증후군 여성이다. 터너증후군 여성들은 X 염색체 1개만을 가지고 있지만 Y 염색체가 없기 때문에 여성으로 자라기는 하지만 보통 불임이고, 2차 성징 발달이 미약하다. 반면에, 비분리현상으로 생성된 성염색체가 없는 난자세포가 Y 염색체를 지닌 정자를 만나 수정되면 그 수정란의 유전자형은 OY일 것인데, 이 경우의 수정란은 보통 배발생 단계에서 사망해서 태아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별검사에 관한 논란
국제적인 운동경기에 참가하는 여성들에 대한 성별검사(gender verification test)가 실시되고 있다. 운동경기에서 성별검사가 실시된 것은 1966년 유럽육상선수권대회가 시초였는데, 여성의 인권 존중에 반한다는 여성단체들의 반발로 인해 폐지되었다가, 1967년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다시 제기된 뒤 1968년부터 확대 실시되고 있다.
IOC는 이 성별검사를 하는 목적이 혹시 성전환을 한 남성이나 중성의 선수가, 근육이나 체력 등에 큰 이점을 지닌 채로 여자 경기종목에 참가하게 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불공평을 배제하기 위해서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렇지만, 많은 염색체 관련 학자들이나 내분비계통의 의사들은 이러한 성별검사만으로 대상자의 선수자격을 박탈하는 것이 오히려 불공평한 경우가 더 많다고 주장한다. SRY 유전자가 없거나 기능이 훼손된 돌연변이 SRY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XY 염색체를 지닌 여성의 경우, 대부분이 안드로젠 무반응증(androgen insensitivity syndrome) 증세를 보이는데, 이러한 여성은 XX 염색체를 갖고 있는 정상적인 여성과 비교했을 때 운동선수로서의 이점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안드로젠 무반응증 증세를 가진 선수의 대표적인 예가, 2006년 카타르 도하아시안게임 여자육상 800m에서 은메달을 땄던 인도의 순다라얀(32)이다. 순다라얀은 경기가 끝난 후 성별 검사에 임했는데 자신이 여성 염색체(XX)가 아닌 남성 염색체(XY)를 가지고 있는 안드로겐 무반응증 환자라는 사실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고 메달은 박탈당했다.
한편, 남아프리카공화국 육상 여자 국가대표인 세메냐는 2009년 8월 19일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여자 800m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해 금메달을 딴 순간부터 ‘성 정체성’ 논란에 시달린 바 있다. 얼굴에 난 거뭇한 털, 완벽하게 갈라진 어깨 근육은 의심의 표적이 되었는데, 승리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남성호르몬 주사를 맞은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그에게 성 감별 검사를 요구했던 것이다. 검사 결과, 세메냐는 ‘인터섹슈얼(intersexual, 중성)’인 것으로 밝혀졌다. 남자와 여자의 성별 특성을 모두 지닌 사람이라는 뜻인데, 밖으로 드러난 남성 생식기는 없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자궁과 난소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몸 속에선 일반 여성보다 3배 이상 많은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이 나와서 논란이 되었던 것이다. 당시 IAAF는 자체 결론을 내지 않았는데,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15년에 슬그머니 새 규정을 발표했다. 남성호르몬 수치를 기준으로 하여 여성 운동경기 출전자를 가려내겠다는 것이었는데, “근거가 부족하고 차별의 소지가 있다”며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제동을 걸어 이 규정은 효력을 잃게 되었다. 성소수자 차별 논란이 거세지자 IOC는 결국 안드로겐 무감응 증후군을 가진 사람이 여성으로 출전하는 것을 허용했다. 세메냐가 계속 여성으로 출전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논란이 있었다. 여자 축구선수인 박은선과 관련된 2013년의 논란이 그것이다. 박 선수는 그 시즌 득점왕이었는데, 한국여자축구연맹 소속 6개 구단이 박은선 선수를 겨냥하여 성별 진단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성 또는 양성, 왜 태어나는가?
중성은 섹스(sex)와 젠더(gender)가 상이하게 나타난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XX 염색체 또는 XY 염색체의 존재 그 자체보다는, 성을 결정하는 단일유전자인 SRY 유전자가, XY 염색체를 가진 사람이 여성의 특성을 가지게끔 그리고 XX 염색체를 가진 사람이 남성의 특성을 가지게끔 하는 특별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성(性)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는 섹스(sex)와 젠더(gender)이다. 섹스는 신체의 외형에 따라 구분되는 남성 혹은 여성을 뜻하는 반면 젠더는 몸짓, 행동, 태도 등에 의해 자신이 느끼는 남성 혹은 여성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섹스와 젠더는 일치하지만, 흔히 반음양(半陰陽)이라고 일컫는 중성은 섹스와 젠더가 서로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부생식기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애매모호한 중성은 여성반음양, 남성반음양, 진성반음양으로 분류된다. 여성반음양은 염색체 검사 상으로는 정상 여성인데 외부생식기가 남성화한 경우이고 남성반음양은 염색체 검사 상으로 정상 남성이며 고환도 있지만 남성호르몬인 안드로젠(androgen)의 합성 및 작용의 장애로 인해서 외부생식기가 여성화한 경우이다. 반면, 진성반음양은 고환과 난소를 동시에 갖고 있거나 염색체 검사 결과 남성과 여성의 염색체를 공유하는 경우인데, 한 몸에 남성과 여성이 공존하는 양성이 진성반음양에 해당한다.
매우 다양한 생물종의 성 결정 기작
다른 종들은 XX 염색체와 XY 염색체에 의한 성 결정 전략에 대한 다양한 변이들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초파리의 경우 정상 암컷은 XX이고, 정상 수컷은 XY이지만 Y 염색체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X 염색체 수에 의해 최종적인 개체의 성이 결정된다. 이와 같이, 사람과 초파리에서 똑같은 비정상적인 염색체 조성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는 것은 초파리와 사람의 성 결정 기작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XXY 염색체를 가진 초파리는 X 염색체가 2개이므로 암컷이지만, XXY 염색체를 가진 사람은 Y 염색체가 있기 때문에 남성이다. 대조적으로, X 염색체가 하나인 XO 염색체를 가진 초파리는 수컷이지만, Y 염색체가 없는 XO 염색체를 가진 사람은 여성이다.
XX 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면 여성이고 XY 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면 남성이라는 성 결정 전략이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나방류 일부 종의 경우 암컷은 XX 염색체를 가지고 있지만, 수컷은 XO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예쁜 꼬마선충(C. elegans, 선충류의 일종)에서 XO 염색체를 갖는 개체는 수컷이지만, XX 염색체를 갖는 개체는 암컷이 아니고, 난자와 정자를 모두 생성할 수 있는 자웅동체이다. 조류와 나비류의 경우, 수컷은 같은 성염색체 쌍을 가지고 있지만, 암컷은 일치되지 않는 성염색체 쌍을 가진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종들에서 성염색체를 수컷은 ZZ, 암컷은 ZW로 표시한다. 꿀벌과 장수말벌은 또 다른 복잡한 성 결정의 변이를 보여준다. 이 경우에 암컷은 이배체(diploid)이고 수컷은 반수체(haploid)이다. 두 성의 염색체들이 서로 동일하지만, 온도변이와 같은 환경변화 등에 의해 성이 결정되는 종들도 있다. 도마뱀과 악어의 경우에는 차가운 온도에서는 암컷으로, 따뜻한 온도에서는 수컷으로 결정되고, 육상거북과 바다거북은, 반대로, 따뜻한 온도에서는 암컷으로, 차가운 온도에서는 수컷으로 결정된다. 아네모네 물고기의 경우에는 나이가 듦에 따라 수컷에서 암컷으로 성이 전환된다.
암수는 어떤 기준으로 구분되는가? 최근에 발견된 곤충이야기
‘괴짜 노벨상’으로 불리는 이그노벨상 생물학 부문 2017년 수상자인 요시자와 가즈노리(吉澤和徳)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대학 교수의 “세계 첫 암수 생식기 역전 생물 발견”이 신체의 외형에 따라 암수를 구분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주제 등과 관련해서 세계 여러 나라 과학자의 논문에 잇따라 인용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요시자와 교수는 자신의 발견이 암수의 구분에 관한 기존의 기준을 바꿀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수컷의 생식기는 수컷의 것이라고 쓰여있는 전 세계의 사전은 모두 시대에 뒤처지게 됐다”고 단언했다고 한다. 요시자와 교수 연구팀이 보고한 암수역전 곤충은 브라질의 동굴 속에서 발견한 다듬이벌레인데, 암컷이 다른 종의 수컷이 가지는 외형의 생식기를, 수컷의 경우엔 그 반대의 생식기를 갖고 있어서 암수역전이 확인된 첫 사례로 보고되었다. 곤충은 보통 수컷이 암컷의 위에 올라타고 교미를 하는데, 브라질의 동굴에서 발견된 이 다듬이벌레는 생식기를 상대의 몸속에 넣는 쪽이 암컷, 그걸 받아들이는 쪽이 수컷이기 때문이었다.
상상 실험: 남성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가능할까?
최근 들어, iPS 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유도 또는 역분화 만능줄기세포) 등과 같은 줄기세포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특히 줄기세포 등을 이용해서 특정 세포로 분화(differentiation)시키는 연구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아직은 가능하지 않긴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암컷(또는 여성)의 줄기세포(또는 유도된 줄기세포)를 인위적으로 감수분열이 일어나게 할 수 있고, 더 나아가서 정자로 분화되게끔 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그렇게 해서 얻어진 X 염색체만 가지고 있는 정자를 암컷(또는 여성)의 난자와 체외수정을 시켜 수정란을 얻고 그 후 암컷(또는 여성)의 자궁에 착상을 시킨다면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수 있지 않을까? 1996년에 세계 최초로 체세포 복제로 복제양 돌리(Dolly)가 태어났던 것처럼, 이 경우에도 수컷(또는 남성)의 정자가 전혀 필요치 않다.
반면에, 수컷(또는 남성)의 줄기세포(또는 유도된 줄기세포)를 인위적으로 감수분열이 일어나게, 그리고 난자(egg)로 분화되게 한 경우는 조금 다르다. 즉, 얻어진 난자는 X 또는 Y 염색체만 가지고 있을 것인데, Y 염색체를 가지는 난자는 우리가 아직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 생리적 특성 등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Y 염색체를 가지는 난자가 생존 능력이나 수정 능력 등이 없다면, X 염색체만 가지는 난자를 분리해야 한다. 한편, X 염색체만 가지는 난자를 분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가정하더라도 수컷(또는 남성)의 정자와 체외수정하여 얻을 수 있는 수정란은 XY 염색체 또는 XX 염색체를 가질 것이다. Y 염색체를 가지는 정자를 분리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만, XY 염색체를 가지는 수정란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XY 염색체를 가지는 수정란을 태아로 키우기 위해서는 암컷(또는 여성)의 자궁 또는 인공자궁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컷(또는 남성)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가능할까?
2018년 10월 12일 뉴스입니다~
(원문: 여기를 클릭하세요~)
동성 쥐 사이에서 건강한 새끼 태어났다
中연구진, 포유류 단성생식 첫 성공
DNA 반만 지닌 생식세포 만든후 ‘각인유전자’ 제거, 대리모 난자에 주입
210개 배아서 29마리 새끼 출산… 일부는 성장해서 3세대 낳아
중국이 암컷끼리 또는 수컷끼리 생식세포를 결합해 건강한 새끼를 태어나게 하는 쥐 실험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포유류에서 단성생식이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새끼 쥐는 성체로 자라 정상적으로 번식까지 했다. 동성의 부모로부터 인위적으로 자손이 태어나게 할 수 있음을 보인 연구로 평가된다.
리웨이, 저우치 중국과학원 동물학연구소 줄기세포생식생물학국가중점실험실 교수팀은 일반적인 포유류에 비해 DNA를 반만 지닌 일종의 ‘반쪽’ 생식세포를 만들었다. 원래 DNA는 매우 가늘고 긴 실 모양을 하고 있는데, 세포 안에서는 마치 실패에 감겨 있듯 몇 개의 꾸러미(염색체)로 묶여 있다. 이 염색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치 거울을 비춘 것처럼 비슷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 염색체를 반으로 나눈 것이 ‘반수체’이다.
리 교수팀은 이렇게 만든 암컷 또는 수컷 쥐의 반수체 배아줄기세포를 준비한 뒤, 각각의 생식세포에서 부모한테 받은 유전자 중 어떤 유전자를 발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각인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없앴다.
예를 들어 키가 큰 엄마와 작은 아빠가 있다면 키를 크게 하거나 작게 하는 유전자가 자식에게 다 있을 수 있지만, 이 가운데 누구의 유전자가 작동할 것인지는 바로 이 각인유전자의 결정에 달렸다.
연구팀은 각인유전자를 없앤 암컷 쥐 반수체 배아줄기세포를 두 개 준비해 이를 대리모 쥐의 난자에 주입했다. 그 결과 210개의 배아에서 모두 29마리의 건강한 쥐(암컷의 X염색체만 받았기 때문에 암컷만 생긴다)가 태어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정상적으로 자라 다시 새끼(3세대)도 낳았다. 연구팀은 비슷한 방법으로 수컷에서도 단성생식에 성공했다.
김장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연구센터장은 “이 방법을 이용하면 새로운 유전적 특징(형질)을 지닌 실험동물을 교배 없이 빠르게 만들 수 있어 생명공학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ealthy mice from same-sex parents have their own pups
Advance reveals genetic factors that require mammals to reproduce using two sexes.
(원문: 여기를 클릭하세요~)
For the first time, researchers have used the DNA from two mouse mothers to create healthy pups, some of which matured and had their own offspring. The scientists also produced baby mice using the combined genetic material from two fathers, although those pups only lived for a couple of days.
The method the team used to create the pups, described in a study1published on 11 October in Cell Stem Cell, reveals important genetic factors necessary for the development of healthy embryos. But scientists are sceptical that the technique could ever be applied to people.
Some animals, such as certain species of birds, fish and lizards, can reproduce using only one sex or an individual. Mammals, however, need members of the opposite sex to create the next generation.
Scientists think this is because of genetic imprints, small chemical tags that attach to DNA and turn off a gene. They’ve found roughly 100 such tags, many of which are found on genes affecting an embryo’s growth.
Many genes that are tagged in one sex remain untagged in the opposite sex. Combining two of the same tagged genes in an embryo — which would happen with parents of the same sex — leads to its death.
Attempting to overcome this barrier, study author Qi Zhou, a developmental biologist at the Chinese Academy of Sciences in Beijing, and his team used lab-grown embryonic stem cells from either a sperm or an egg. These cells have only one set of chromosomes and, like most cells, contain genetic regions that can produce the chemical tags.
In a process of trial and error, and on the basis of results from previous studies2, the researchers deleted these genetic regions in batches, searching for groups that could be removed without stopping the production of a healthy embryo. The team then combined a stem cell from a female mouse with the egg from another female to create pups from two mothers. They also took a stem cell from a male and injected it, along with another male’s sperm, into an egg without a nucleus to create offspring from two fathers.
After deleting three genetic regions, the scientists managed to produce 29 living mice from two females, 7 of which went on to have their own pups. The team needed to delete 7 regions to produce 12 pups from two male parents — but those baby mice lasted only 2 days after succumbing to problems including trouble breathing and extra fluid in their tissues.
These results revealed some of the most important genetic regions that prevent mammals from reproducing without two individuals of the opposite sex, says Zhou. It also showed “a new and clear way to produce offspring between same-sex mammals”.
Scientists are sceptical that this technique could ever be applied to humans, however. “Most, if not all, of the embryos that they developed were still abnormal and could not survive,” says Jacob Hanna, a molecular geneticist at the Weizmann Institute of Science in Rehovot, Israel. The authors only had a 14% success rate with embryos from the two mothers and a 2.5% rate with the two fathers.
“I think it’s almost impossible that this would be allowed for clinical application,” Hanna says.
“When you reproduce, you really want every factor possible to have a good outcome,” says Allan Spradling, a reproductive biologist at the Carnegie Institution for Science in Baltimore, Maryland. But nothing indicates how normal these mice are, such as how susceptible they might be to diseases, he adds.
“I don’t think it’s going to lead to people genetically having two mothers or two fathers as a routine thing,” says Spradling. “We don’t understand it well enough, and it might be too risky to take it that far.”
2022년 3월 8일 뉴스입니다~
(원문: 여기를 클릭하세요~)
정자 없이 난자만으로 생쥐가 태어났다
정자 없이 난자가 수정란으로 자라는 단성생식으로 태어난 생쥐가 나중에 새끼를 낳은 모습./PNAS
중국 상하이 자우퉁대 의대의 웨이 얀창 교수 연구진은 “생쥐의 난자에 있는 특정 유전자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교정해 단성생식으로 정상 자손을 태어나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8일 국제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밝혔다.
암수 구별이 있는 동물에서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란이 되면서 태아로 자란다. 단성생식은 이와 달리 미수정 난자가 혼자서 태아로 자라는 것이다. 처녀생식이라고도 한다. 파충류나 양서류, 새나 식물에서 이 같은 단성생식이 이뤄지지만 포유류에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미수정 난자 227개의 유전자를 교정해 수정란 192개를 만들었다. 이중 14개가 자궁에 정상적으로 착상해 임신에 성공했으며, 그 중 3개가 나중에 새끼로 태어났다. 최종적으로 한 마리만 암컷 성체로 자랐다. 이 생쥐는 새끼도 낳았다.
앞서 2004년 생쥐의 미수정 난자 두 개를 융합해 새끼를 탄생시킨 적이 있지만, 발생 단계가 다른 두 난자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진정한 단성생식은 아니었다. 2012년 일본 교토대 연구진은 생쥐의 줄기세포를 난자로 분화시킨 다음, 정자와 수정시켜 새끼를 탄생시킨 바 있다. 2019년에는 미국 텍사스대 연구진이 정자, 난자 없이 생쥐를 번식시켰다. 이때는 줄기세포를 바로 수정란으로 자라게 했다.
사람을 포함해 포유류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란이 되고 태아로 자라 아기가 태어난다(위). 반면 양서류나 파충류, 어류, 새에서는 난자 혼자 수정란으로 자라 자손을 낳는 단성생식이 일어난다(아래). 이때 후후손은 모두 암컷이 된다./New Zealand Geographic
태아는 부모에게서 각각 DNA를 반반씩 물려받는다. 이때 부모 양쪽에서 받은 똑같은 유전자 두 개가 충돌하지 않도록 한쪽 유전자에 메틸기를 붙여 작동하지 않게 한다. 이를 유전자 각인이라고 한다. 연구진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이를 모방했다. 유전자 가위는 특정 DNA 영역을 잘라내는 효소 단백질이다.
웨이 교수 연구진은 먼저 발생 초기 단계에서 미수정 난자의 유전자를 두 배로 증가시켰다. 유전자 양에서는 일반 수정란과 똑같아진 것이다.
다음에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배아 발생에 중요한 각인 유전자 7개를 교정했다. 인위적으로 유전자 각인을 유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새로 추가된 암컷 유전자는 수컷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암컷 유전자 한쪽을 수컷으로 가장시킨 셈이다. 그 결과 수정란은 태아로 자랄 수 있었다.
영국 배스대의 토니 페리 교수는 뉴사이언티스트에 “초기 배아 발생과 부모의 유전자가 조절되는 과정에 중요한 조각을 밝혀낸 것”이라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능력을 입증한 것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단성생식이 완벽하게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성생식으로 태어난 새끼는 체중이 적었으며 일부 유전적 결함도 보였다. 태아 발생과정에 필요한 각인 유전자가 더 있거나 유전자 교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단성생식을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도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사람 태아 발생에 관여하는 각인 유전자에 대한 정보가 생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생쥐의 각인 유전자 역시 계속 새로 발견되고 있다. 배스대의 페리 교수는 지난해 초기 생쥐 배아에서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각인 유전자 71개를 새로 발견하기도 했다. 사람 수정란을 대상으로 이번 같은 단성생식 실험을 할 수도 없다. 다만 여성의 난자만으로 아기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만은 확인한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2023년 3월 9일 뉴스입니다~
(원문: 여기를 클릭하세요~)
“수컷 생쥐 세포로 난자 만들어 ‘두 아빠’ 가진 새끼 태어나”
과학자들이 수컷 생쥐의 세포로 난자를 만들어 두 마리의 ‘생물학적 아빠 쥐’ 사이에서 새끼를 얻는 데 성공했다.
이는 수컷의 세포로 생식이 가능한 난자를 배양해 낸 첫 번째 사례로 불임 치료나 동성 커플이 생물학적 자녀를 얻을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진들은 10년 안에 인간 남성의 세포로도 비슷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 방송 등의 보도에 따르면 하야시 카츠히코 오사카대 교수는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의 인간 유전자 편집 국제 콘퍼런스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생식세포 실험실 배양의 권위자인 하야시 교수는 이번 연구를 규슈대에서 진행했다. 연구팀은 우선 수컷 쥐의 피부세포를 취해 줄기세포 상태로 만들었다. 줄기세포는 다른 형태의 세포로 변화될 수 있다.
수컷 쥐의 세포로 만들어진 이 줄기세포는 성염색체가 X염색체 하나와 Y염색체 하나(XY)로 이뤄져 있다.
연구팀은 이들 줄기세포에서 Y염색체를 제거한 뒤 X염색체를 복제해 서로 갖다 붙여 암컷 성염색체인 ‘XX’로 변환시켰다.
이러한 성염색체 조정으로 줄기세포는 난자가 되도록 프로그램화될 수 있었다. 이 세포들은 쥐 난소 내부 환경에 맞춰 고안된 배양 시스템인 난소 오르가노이드(미니기관)에서 난자로 배양됐다.
연구팀은 이렇게 배양된 난자를 정상적 정자와 수정시켜 약 600개의 배아를 얻었고 이것들을 대리모 쥐에 착상한 결과, 새끼 쥐 7마리가 태어났다.
이러한 성공률은 약 1%로, 정상적 암컷에서 채취한 난자를 이용했을 때 배아의 5% 정도가 새끼로 태어난 것에 비해 낮았다.
하지만 두 아빠 쥐 사이에서 태어난 이 새끼 쥐들은 건강해 보였고 수명도 보통 수준이었으며 자라서 다른 새끼도 낳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하야시 교수는 “이 쥐들은 정상적으로 자라 아빠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가 매우 초기 단계에 있지만 쥐를 넘어 인간 세포를 이용해 연구실에서 배양한 난자를 창조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10년 내로 남성 피부세포를 이용해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낙관했다.
그러면서 사회가 용인한다면 원래 불임 여성 치료를 위해 발족한 이번 연구 결과물이 동성 커플의 자녀 출산에도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야시 교수는 BBC에 “사람들이 그걸 원하고 사회도 이런 기술을 받아들이면 나도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 남성이 자기 정자와 인공적으로 창조된 난자를 사용해 아기를 만드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야시 교수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제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성염색체 이상으로 난자가 안 생기는 터너증후군 여성과 LGBTQ+(성소수자)의 자녀 출산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과학자들은 인간 난자의 전 단계까지는 창조했다. 그러나 성숙한 난자와 정자 발달에서 요구되는 세포분열에 핵심 단계인 감수분열 지점 전에서 개발이 멈춰있다.
조지 데일리 하버드 의대 교수는 하야시 교수의 연구가 매력적이지만 사회가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우리는 아직 독특한 인간 배우자형성(생식 세포 형성) 생물학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쥐에 비해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훨씬 더 어렵고, 실험실에서 난자를 배양할 경우 유전적 오염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알타 차로 위스콘신매디슨대 법학교수는 이런 기술이 실제로 활용될지는 문화에 따라 크게 다를 것이라면서 “생물학적 연관성보다 개인적 관계를 더 중시하는 문화권에서는 가족들이 (기술을 이용하는 것보다) 입양을 더 잘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3월 26일 뉴스입니다~
(원문: 여기를 클릭하세요~)
아들·딸 선택 인공수정 기술 나와…윤리 논란 제기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연구팀이 태아의 성별을 고를 수 있는 인공수정 기술을 개발했다.
지안피에로 팔레르모 미국 코넬대 생식의학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22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인간의 염색체 23쌍 중 마지막 자리를 차지하는 성염색체가 XX면 여성, XY면 남성이다. 태아의 성별은 정자에 들어 있는 염색체에 따라 결정된다. 난자에는 X 염색체가 항상 포함돼 있고, 정자엔 X 혹은 Y 염색체가 들어있다.
연구팀은 X 염색체가 Y 염색체보다 무겁다는 점에 주목했다. X 염색체는 염기쌍이 1억 5500만개, Y 염색체는 염기쌍이 5900만개다. 염기쌍이 더 많은 X 염색체는 Y 염색체보다 무겁다.
연구팀은 가벼운 정자는 뜨고 무거운 정자는 가라앉게 하는 ‘다층밀도구배’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아들을 원하는 부부에게는 가벼운 정자를, 딸을 원하는 부부엔 무거운 정자로 수정하면 원하는 성별의 아기를 가질 수 있는 원리다.
연구팀은 실제 부부 105쌍을 대상으로 이 기술을 도입했다. 성별 선택의 정확도가 약 80%로 나타났다. 59쌍이 딸을 원했는데, 인공수정 시술 292회 중 231회(79%)에서 원하는 성별의 배아를 얻었다. 아들을 원한 46쌍에서도 인공수정 시술 280회 중 223회(80%)에서 원하는 성별의 아기 배아를 얻었다. 이 배아를 자궁에 이식한 결과 딸 16명, 아들 13명이 태어났다. 태어난 아기들은 지금까지 모두 건강하며 3살까지 발달 지체 등의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다.
팔레르모 교수는 “이 기술은 효율적이고 저렴할 뿐 아니라 매우 안전하며 윤리적으로도 받아들일 만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놓고 윤리 논란이 거세다. 대런 그리핀 영국 켄트대 교수는 “아기의 성을 80% 정확도로 결정하는 이 연구는 과학적으로는 타당해 보이고 일부 국가에서는 법적 허점으로 인해 정자 선택이 가능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성별 선택이라는 점에서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찬나 자야세나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 남성병학과 과장은 “이번 연구의 기술적 성취는 이 연구가 초래한 심각한 윤리적 우려에 비하면 보잘것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구팀은 배아 선택에 대한 ‘윤리적’ 대안으로 정자 선택을 제시했지만 정자 선택은 자손의 성을 조작하기 위해 배아를 택하는 또 다른 방법일 뿐이며 이는 사회적으로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3년 5월 28일 뉴스입니다~
(원문: 여기를 클릭하세요~)
여자끼리, 남자끼리 생명을 만들 수 있을까
지난 3월 한 실험실에서 생쥐 7마리가 태어났다. 이들의 생물학적 아빠는 둘. 엄마는 없다. 두 아빠 생쥐는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을까. 인간도 동성 커플간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연구의 발자취를 따라가본다.
암컷 홀로 번식을 하는 척추동물들이 있다. 미국 남서부와 멕시코에 서식하는 채찍꼬리도마뱀 일부 종은 수컷이란 성별 자체가 없다. 암컷끼리 번갈아 가며 수컷 역할을 한다. 코모도왕도마뱀은 보통 암수 짝짓기를 통해 번식하지만, 암컷만 있는 극단적인 상황에선 암컷 홀로 생식을 한다.
2021년 10월에는 멸종위기 조류 중 동성생식이 최초로 확인됐다.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 야생동물 보호연합은 캘리포니아 콘도르가 무정란에서 새끼를 부화시켰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의 관심은 이제 포유류를 향한다. 포유류도 동성생식이 가능할까. 적어도 실험실에서는 가능하다.
최근 하야시 가쓰히코 일본 규슈대 교수팀은 수컷 생쥐 체세포로부터 만든 난자를 다른 수컷의 정자와 수정시켜 새끼를 탄생시켰다. 연구 결과는 3월 8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3차 유전자 편집 국제회의에서 발표됐고, 같은 달 1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doi: 10.1038/s41586-023-05834-x) 두 암컷 사이에서 생쥐가 태어난 사례는 2004년 이미 있었지만, 두 수컷 사이에서 건강한 새끼가 태어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포유동물 동성생식에 대한 연구는 꽤 이전부터 이뤄져왔다. 두 암컷 생쥐 사이에서 새끼를 태어나게 한 최초의 연구는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정선 전 서울대 의대 교수(현 마크로젠 회장)와 고노 도모히로 일본 도쿄농대 교수 등 한일 공동연구팀은 난자만으로 생쥐 새끼를 만들고 2004년 4월 22일자 네이처에 결과를 발표했다. (doi: 10.1038/nature02402)
당시 연구진은 포유류에서 동성생식이 불가능했던 이유가 각인(imprinting) 유전자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각인 유전자는 ‘동시에 발현되면 충돌이 생겨 성장에 문제가 생기는 유전자 쌍’을 뜻한다. 그래서 엄마와 아빠에게 물려받은 유전자가 한쪽만 발현되도록, 다른 한쪽의 DNA에 메틸기(CH3-)를 붙여 ‘각인을 새기는’ 방식으로 스위치를 끈다. 연구진은 이러한 각인 유전자를 찾아내 없애면 동성생식이 가능해질 것으로 봤다.
연구진은 암컷의 각인 유전자를 특정해냈고 동성생식에 성공했다. 구본경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 부단장은 이에 대해 “포유류에서 동성생식이 불가능한 핵심적인 안전장치를 찾아낸 것이고 각인 유전자라는 빗장을 풀기만 하면 동성생식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첫 연구”라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한계도 분명했다. 정상적인 암컷 사이의 생식이 아니었다. 각인 유전자 중 13kbp(킬로 베이스페어는 1000개의 염기쌍)가 사라진 돌연변이 암컷의 새끼가 태어난 것이다. 구 부단장은 “13kbp의 DNA면 상당히 많은 유전자 염기서열이 잘려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식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인간에 적용하기엔 윤리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모두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 수컷 동성생식은 난이도 높다
2018년에는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갔다. 중국과학원 동물학연구소 연구팀이 두 암컷의 유전자를 편집해 건강한 새끼 생쥐를 탄생시켰다. 새끼는 생식 능력도 있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 스템 셀’에 발표됐다. doi: 10.1016/j.stem.2018.09.004 2004년 연구와 비교해 보면, 이들은 암컷 사이의 생식을 방해하는 각인 유전자를 하나 더 찾아내 모두 3개의 각인 유전자를 다른 유전자로 편집했다. 1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유전자를 정교하게 편집할 수 있는 기술인 ‘크리스퍼-캐스9 유전자가위’도 개발돼 연구팀은 유전자 편집을 더 정교하게 실행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수컷 동성생식도 연구했다. 수컷 사이의 생식을 방해하는 각인 유전자 7개를 찾고 이를 바탕으로 생식을 시켰다. 하지만 이렇게 태어난 생쥐는 생존율이 낮았고, 성체가 되기 전에 모두 죽었다. 수컷 동성생식이 암컷보다 더 어려운 이유는 뭘까. 구 부단장은 “수컷끼리의 생식은 빗장을 풀어야 하는 각인 유전자가 7개나 되고, 이를 모두 돌연변이시켜야 해서 더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2018년 연구 역시 돌연변이에 의존한 것이 한계”라고 덧붙였다.
● 불임과 난임 치료를 위한 지속적인 연구
2023년 하야시 교수팀의 연구는 정상 수컷 생쥐 2마리로 생식을 성공시켰다는 점에서 성과가 남다르다고 볼 수 있다. 하야시 교수팀은 각인 유전자를 편집하는 대신 아예 수컷의 체세포로부터 난자를 만들었다. 보통 성염색체가 XY이거나 X 하나만 있는 경우 난모세포(2n)를 난자(n)로 만드는 여성의 감수분열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하야시 교수팀은 수컷 생쥐의 체세포로부터 XX 성염색체를 갖는 난모 세포를 만들어 별도의 유전자 편집 없이 난자를 생산했다.
하야시 교수팀은 수컷 생쥐 체세포에서 난자를 만들기 위해 두 단계를 거쳤다. 우선 수컷 생쥐 꼬리 끝에서 섬유아세포를 채취하고 이를 역분화시켜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만들었다. 만들어진 iPS 세포는 XY 성염색체를 갖는다.
연구팀은 해당 iPS 세포를 빠르게 배양하고 복제하는 과정을 반복해 성염색체 중 우연히 Y가 사라진 iPS 세포를 찾았다. 여기에 염색체 복제 오류를 내는 리버신을 투입해 X만 남은 성염색체를 복제해 XX로 만들었다. 논문에 따르면 리버신을 아주 약한 농도로 적절히 사용하면 오직 성염색체만 두 배로 복제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수컷의 난모 세포는 각인 유전자를 편집할 필요 없이 여성의 감수분열을 거쳐 난자가 된다. 연구팀은 이 난자와 정상 수컷의 정자를 체외수정한 뒤 대리모 생쥐를 이용해 건강한 생쥐들을 탄생시켰다. 두 생쥐 사이의 교배라 유전병 문제에서도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야시 교수는 이번 두 아빠 생쥐 연구를 사람의 불임과 난임 치료를 위해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X 염색체가 부분적으로 결여돼 난소에 기능장애가 생기는 유전질환인 터너 증후군 여성의 난임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낮은 농도의 리버신을 적절히 활용하면 다른 상염색체는 건드리지 않고 성염색체만 복제할 수 있음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 인간도 동성생식 가능할까
생쥐에서는 생물학적 엄마가 둘, 혹은 아빠가 둘인 새끼가 모두 건강하게 태어났고 잘 자라났다. 혹시 인간에서도 동성생식이 가능할까. 하야시 교수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인간 남성의 세포로도 10년 안에 비슷한 성과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 부단장 역시 “기술적으로는 10년도 안 걸릴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했다.
인간 대상 실험에서는 기술보다 더 중요한 이슈가 있다. 윤리 문제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유전자 편집으로 ‘맞춤형 아기’를 탄생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2018년 허젠쿠이 전 중국 남방과기대 교수는 윤리적 논의 없이 유전자 편집 아기를 탄생시켰고 징역 3년형을 받아 복역했다.
한국은 인간 배아를 활용한 연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다만, 인간을 대상으로 iPS 기술을 이용한 동성생식과 관련해서는 법에 명시된 내용이 없다. 이에 대해 최경석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며 “생명윤리법 입법 취지를 생각했을 때, iPS 기술을 이용해 동성 간 생물학적 출산이 가능할지는 안전성, 사회적, 윤리적 측면 모두 신중하게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성생식이 실제로 논의된다면 사회적으로 어떤 파급효과가 있을까. 동성생식은 아니지만 동성혼 문제에 대해 격렬한 논쟁을 거치는 국가들이 있다. 2021년 프랑스에서는 비혼여성과 레즈비언 커플 등에게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을 지원해주는 법이 통과됐다. 프랑스 국민 67%가 법안에 찬성했지만 적지 않은 진통이 있었다. 대규모 반대 시위대가 파리 주요 도로를 장악하고 ‘아버지는 어디 있니?’라는 피켓을 들었다. 동성 간 생물학적 아이를 출산하는 일 역시 뜨거운 사회적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최 교수는 “생명윤리 문제에 대한 논의는 한 나라의 민주적 의사결정의 수준을 보여준다”며 “한국도 과학기술로 야기되는 생명윤리 문제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진행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1991년 설립된 영국의 너필드 생명윤리위원회는 윤리적 우려 가능성이 있는 문제를 미리 발굴한다. 시민들은 검토할 주제를 직접 선택하고 대중 참여 워크숍이나 공개토론 등에 참여한다. 덴마크의 기술위원회, 노르웨이의 기술위원회, 네덜란드의 라테나우 연구소 등도 생명윤리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아래는 2023년 5월 28일 뉴스입니다~
(원문: 여기를 클릭하세요~)
여자끼리, 남자끼리 생명을 만들 수 있을까
지난 3월 한 실험실에서 생쥐 7마리가 태어났다. 이들의 생물학적 아빠는 둘. 엄마는 없다. 두 아빠 생쥐는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을까. 인간도 동성 커플간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연구의 발자취를 따라가본다.
암컷 홀로 번식을 하는 척추동물들이 있다. 미국 남서부와 멕시코에 서식하는 채찍꼬리도마뱀 일부 종은 수컷이란 성별 자체가 없다. 암컷끼리 번갈아 가며 수컷 역할을 한다. 코모도왕도마뱀은 보통 암수 짝짓기를 통해 번식하지만, 암컷만 있는 극단적인 상황에선 암컷 홀로 생식을 한다.
2021년 10월에는 멸종위기 조류 중 동성생식이 최초로 확인됐다.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 야생동물 보호연합은 캘리포니아 콘도르가 무정란에서 새끼를 부화시켰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의 관심은 이제 포유류를 향한다. 포유류도 동성생식이 가능할까. 적어도 실험실에서는 가능하다.
최근 하야시 가쓰히코 일본 규슈대 교수팀은 수컷 생쥐 체세포로부터 만든 난자를 다른 수컷의 정자와 수정시켜 새끼를 탄생시켰다. 연구 결과는 3월 8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3차 유전자 편집 국제회의에서 발표됐고, 같은 달 1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doi: 10.1038/s41586-023-05834-x) 두 암컷 사이에서 생쥐가 태어난 사례는 2004년 이미 있었지만, 두 수컷 사이에서 건강한 새끼가 태어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포유동물 동성생식에 대한 연구는 꽤 이전부터 이뤄져왔다. 두 암컷 생쥐 사이에서 새끼를 태어나게 한 최초의 연구는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정선 전 서울대 의대 교수(현 마크로젠 회장)와 고노 도모히로 일본 도쿄농대 교수 등 한일 공동연구팀은 난자만으로 생쥐 새끼를 만들고 2004년 4월 22일자 네이처에 결과를 발표했다. (doi: 10.1038/nature02402)
당시 연구진은 포유류에서 동성생식이 불가능했던 이유가 각인(imprinting) 유전자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각인 유전자는 ‘동시에 발현되면 충돌이 생겨 성장에 문제가 생기는 유전자 쌍’을 뜻한다. 그래서 엄마와 아빠에게 물려받은 유전자가 한쪽만 발현되도록, 다른 한쪽의 DNA에 메틸기(CH3-)를 붙여 ‘각인을 새기는’ 방식으로 스위치를 끈다. 연구진은 이러한 각인 유전자를 찾아내 없애면 동성생식이 가능해질 것으로 봤다.
연구진은 암컷의 각인 유전자를 특정해냈고 동성생식에 성공했다. 구본경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 부단장은 이에 대해 “포유류에서 동성생식이 불가능한 핵심적인 안전장치를 찾아낸 것이고 각인 유전자라는 빗장을 풀기만 하면 동성생식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첫 연구”라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한계도 분명했다. 정상적인 암컷 사이의 생식이 아니었다. 각인 유전자 중 13kbp(킬로 베이스페어는 1000개의 염기쌍)가 사라진 돌연변이 암컷의 새끼가 태어난 것이다. 구 부단장은 “13kbp의 DNA면 상당히 많은 유전자 염기서열이 잘려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식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인간에 적용하기엔 윤리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모두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 수컷 동성생식은 난이도 높다
2018년에는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갔다. 중국과학원 동물학연구소 연구팀이 두 암컷의 유전자를 편집해 건강한 새끼 생쥐를 탄생시켰다. 새끼는 생식 능력도 있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 스템 셀’에 발표됐다. doi: 10.1016/j.stem.2018.09.004 2004년 연구와 비교해 보면, 이들은 암컷 사이의 생식을 방해하는 각인 유전자를 하나 더 찾아내 모두 3개의 각인 유전자를 다른 유전자로 편집했다. 1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유전자를 정교하게 편집할 수 있는 기술인 ‘크리스퍼-캐스9 유전자가위’도 개발돼 연구팀은 유전자 편집을 더 정교하게 실행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수컷 동성생식도 연구했다. 수컷 사이의 생식을 방해하는 각인 유전자 7개를 찾고 이를 바탕으로 생식을 시켰다. 하지만 이렇게 태어난 생쥐는 생존율이 낮았고, 성체가 되기 전에 모두 죽었다. 수컷 동성생식이 암컷보다 더 어려운 이유는 뭘까. 구 부단장은 “수컷끼리의 생식은 빗장을 풀어야 하는 각인 유전자가 7개나 되고, 이를 모두 돌연변이시켜야 해서 더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2018년 연구 역시 돌연변이에 의존한 것이 한계”라고 덧붙였다.
● 불임과 난임 치료를 위한 지속적인 연구
2023년 하야시 교수팀의 연구는 정상 수컷 생쥐 2마리로 생식을 성공시켰다는 점에서 성과가 남다르다고 볼 수 있다. 하야시 교수팀은 각인 유전자를 편집하는 대신 아예 수컷의 체세포로부터 난자를 만들었다. 보통 성염색체가 XY이거나 X 하나만 있는 경우 난모세포(2n)를 난자(n)로 만드는 여성의 감수분열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하야시 교수팀은 수컷 생쥐의 체세포로부터 XX 성염색체를 갖는 난모 세포를 만들어 별도의 유전자 편집 없이 난자를 생산했다.
하야시 교수팀은 수컷 생쥐 체세포에서 난자를 만들기 위해 두 단계를 거쳤다. 우선 수컷 생쥐 꼬리 끝에서 섬유아세포를 채취하고 이를 역분화시켜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만들었다. 만들어진 iPS 세포는 XY 성염색체를 갖는다.
연구팀은 해당 iPS 세포를 빠르게 배양하고 복제하는 과정을 반복해 성염색체 중 우연히 Y가 사라진 iPS 세포를 찾았다. 여기에 염색체 복제 오류를 내는 리버신을 투입해 X만 남은 성염색체를 복제해 XX로 만들었다. 논문에 따르면 리버신을 아주 약한 농도로 적절히 사용하면 오직 성염색체만 두 배로 복제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수컷의 난모 세포는 각인 유전자를 편집할 필요 없이 여성의 감수분열을 거쳐 난자가 된다. 연구팀은 이 난자와 정상 수컷의 정자를 체외수정한 뒤 대리모 생쥐를 이용해 건강한 생쥐들을 탄생시켰다. 두 생쥐 사이의 교배라 유전병 문제에서도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야시 교수는 이번 두 아빠 생쥐 연구를 사람의 불임과 난임 치료를 위해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X 염색체가 부분적으로 결여돼 난소에 기능장애가 생기는 유전질환인 터너 증후군 여성의 난임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낮은 농도의 리버신을 적절히 활용하면 다른 상염색체는 건드리지 않고 성염색체만 복제할 수 있음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 인간도 동성생식 가능할까
생쥐에서는 생물학적 엄마가 둘, 혹은 아빠가 둘인 새끼가 모두 건강하게 태어났고 잘 자라났다. 혹시 인간에서도 동성생식이 가능할까. 하야시 교수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인간 남성의 세포로도 10년 안에 비슷한 성과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 부단장 역시 “기술적으로는 10년도 안 걸릴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했다.
인간 대상 실험에서는 기술보다 더 중요한 이슈가 있다. 윤리 문제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유전자 편집으로 ‘맞춤형 아기’를 탄생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2018년 허젠쿠이 전 중국 남방과기대 교수는 윤리적 논의 없이 유전자 편집 아기를 탄생시켰고 징역 3년형을 받아 복역했다.
한국은 인간 배아를 활용한 연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다만, 인간을 대상으로 iPS 기술을 이용한 동성생식과 관련해서는 법에 명시된 내용이 없다. 이에 대해 최경석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며 “생명윤리법 입법 취지를 생각했을 때, iPS 기술을 이용해 동성 간 생물학적 출산이 가능할지는 안전성, 사회적, 윤리적 측면 모두 신중하게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성생식이 실제로 논의된다면 사회적으로 어떤 파급효과가 있을까. 동성생식은 아니지만 동성혼 문제에 대해 격렬한 논쟁을 거치는 국가들이 있다. 2021년 프랑스에서는 비혼여성과 레즈비언 커플 등에게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을 지원해주는 법이 통과됐다. 프랑스 국민 67%가 법안에 찬성했지만 적지 않은 진통이 있었다. 대규모 반대 시위대가 파리 주요 도로를 장악하고 ‘아버지는 어디 있니?’라는 피켓을 들었다. 동성 간 생물학적 아이를 출산하는 일 역시 뜨거운 사회적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최 교수는 “생명윤리 문제에 대한 논의는 한 나라의 민주적 의사결정의 수준을 보여준다”며 “한국도 과학기술로 야기되는 생명윤리 문제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진행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1991년 설립된 영국의 너필드 생명윤리위원회는 윤리적 우려 가능성이 있는 문제를 미리 발굴한다. 시민들은 검토할 주제를 직접 선택하고 대중 참여 워크숍이나 공개토론 등에 참여한다. 덴마크의 기술위원회, 노르웨이의 기술위원회, 네덜란드의 라테나우 연구소 등도 생명윤리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