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새로운 전자탐지기의 도입으로 극저온전자현미경(Cryo-EM)이 완성되면서 생화학 분야에서는 그야말로 ‘극저온전자현미경’ 시대가 열렸다.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단백질이나, 귀에서 압력 변화를 느껴 읽고 듣게 도와주는 센서 분자, 지카 바이러스 등의 구조가 극저온전자현미경 기술 덕분에 밝혀졌다.
유명한 국제학술지 표지 역시 자주 극저온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의 모습이 자주 장식하고 있다. 이번 주 네이처의 표지 역시 그렇다.
(지난해 11월에도 바이러스의 면역 반응을 극저온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연구결과를 표지로 읽는 과학에 소개한 적이 있다)
이번 주 네이처는 표지를 통해 두 편의 연구를 소개했다. 알렉산드로 바니니 영국 암연구소 구조생물학 그룹 리더팀과 크리스토퍼 뮐러 유럽 분자생물학 연구소 그룹 리더팀의 연구다. 이들은 극저온전자현미경을 이용해 RNA 복제효소 Ⅲ의 구조를 분석하고 이 효소가 어떻게 타깃에 이동하고, DNA 전사에 영향을 주는지를 밝혀냈다.
RNA 복제효소 Ⅲ은 아미노산을 운반하는 tRNA와 리보솜을 합성하는 rRNA를 주로 전사하는 효소다. 생물에게 영향을 주는 단백질 합성의 가장 기초 단계에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 효소에 문제가 생기면 다양한 질환이 생기는 것이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로 RNA 복제효소 Ⅲ와 이 효소가 RNA 전사를 시작하게 하는 물질, TFIIIB의 구조가 밝혀졌다. DNA에서 RNA가 전사되는 과정도 이 물질들로 설명할 수 있었다. 전사가 필요한 DNA에 TFIIIB가 붙은 뒤 TFIIIB 인자는 RNA 복제효소 Ⅲ가 쉽게 붙을 수 있도록 형태를 변형했다.
이번 표지는 이 과정의 한 순간을 표현했다. 녹색과 옥색 두 가닥으로 표현된 것은 DNA다. 전사가 필요한 위치에 TFIIIB 인자(붉은색)가 먼저 붙고 그 뒤를 RNA 복제효소 Ⅲ(파란색)이 붙어 필요한 RNA를 전사하는 모습이다.
한편 이들이 연구에 이용한 극저온전자현미경은 2017년 노벨화학상의 주인공이다. 자크 뒤보쉐 스위스 로잔공대 교수, 요아킴 프랭크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리처드 헨더스 영국 분자생물학MRC실험실 프로그램 리더가 극저온전자현미경을 개발하고 발전시킨 공로로 수상했다.
☞ Alessandro Vannini(2017), Nature 553, 301-306
doi:10.1038/nature25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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