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물질과 에너지는 서로 별개의 것이 아닙니다. 임의의 물질의 질량(mm)은 그 값에 광속(cc)의 제곱을 곱한 값(mc2mc2)에 해당되는 에너지(E=mc2E=mc2)로 바뀔 수 있고, 또한 그 반대로 에너지도 질량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적인 경험으로 물질과 에너지는 서로 다른 어떤 것임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물질은 최소단위의 질량을 가진 알갱이가 뭉쳐서 이루어져 있는 것, 즉 모래알갱이가 모여 있는 것 같은 상태이고, 에너지는 질량은 없지만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마치 물처럼 연속적으로 퍼져 있는, 어떤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구체적으로 빛에너지, 열에너지, 위치에너지(수력발전의 에너지)등을 떠올리면 될 듯합니다. 상대성이론의 입장에서 보면 이 둘은 서로 다른 성질, 상태를 가진 물질-에너지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면 이 앞에 암흑을 붙인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란 무엇일까요?당대 최고의 물리학자였던 파인만Richard P. Feynman은 “세상만물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라는 명제가 현대과학의 요체라고 했습니다. 세상만물을 우리 주변의 모든 사물, 공기, 물, 생명체, 그리고 우주의 별(항성)과 혹성들로 국한한다면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우주 공간을 채우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한다면, 이는 5%만 맞는 말입니다. 현재 우리는 우주 공간이 5%의 보통의 물질과 25%의 암흑물질, 70%의 암흑에너지로 채워져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파인만 시대 때에는 알지 못했던 사실입니다. 보통의 물질이란 원자로 이루어져 있는 것들, 즉 전자(렙톤)와 양성자, 중성자(더 작게는 쿼크)로 구성된 것들을 일컫습니다. 우주에는 쿼크와 렙톤으로 구성되지 않은, 따라서 보통의 별들과는 달리 빛을 낼 수 없는 어두운 물질이 존재하는데 이를 암흑물질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아직도 암흑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입자”의 정체를 알고 있지 못합니다. 우주 구성의 최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암흑에너지는 더욱 신비스러운 존재입니다. 암흑에너지라는 조어는 우주론연구를 선도했던 마이클 터너Michael S. Turner가 1998년 즈음에 처음 사용해서 유행되기 시작한 말입니다. 물질도 아니고 빛에너지 같은 것도 아닌, 모종의 상태에 있는 알 수 없는 에너지라는 뜻에서 암흑물질과 대칭적으로 사용한 것입니다. 이 암흑에너지는 아주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1915년 두 물체사이에 작용하는 만유인력 또는 중력은 근본적으로 두 물체가 만들어낸 시공간의 휘어짐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설파하며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합니다. 비유하자면, 고무막 위에 무거운 물체를 올려놓으면 막이 아래로 휘게 되고 그 주변에 작은 공을 놓으면 안으로 굴러 내려가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중력에 의해 이끌리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놀라운 결론이 도출되는데, <그림1>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무거운 물체 주변을 지나가는 빛도 시공간의 휘어짐에 따라 (즉 중력에 이끌려) 휘어진 경로를 따라간다는 사실입니다. 이 신기한 현상은 불과 몇 년 뒤인 1919년에 관측됩니다. 그해 5월에 일식이 일어났는데 그때 잘 알려진 별의 위치를 관찰했더니 실제 위치인 N이 아니라 H에 있는 것으로 관측된 것입니다. 이 사건은 그 당시 엄청난 뉴스거리였고 상상할 수 있듯이 아인슈타인과 일반상대성이론을 아주 유명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상식을 뒤바꾸어 놓은 세기의 업적, 일반상대성이론 그리고 특수상대성이론에는 노벨상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의 발견에 대한 공로로 1921년 노벨상 수상자가 되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1917년 일반상대성이론을 우주에 적용하여 우주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어왔는지를 풀어냈는데, 이 우주방정식을 통해 현재 우리는 우주의 나이 등 여러 가지 우주의 역사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아내고 있습니다. 우주가 물질로만 가득 차 있다면 서로의 중력에 의해 끌어당겨져 팽창하던 우주도 종국에는 아주 작은 점으로 줄어들게 될 겁니다. 다른 한편 우주에 빛에너지(또는 질량이 없는 입자들)만 있다면, 물질로 차 있는 우주에 비해 2배나 더 휘게 되어 팽창 속도가 줄어드는 비율이 2배가 됩니다. 즉 더 빨리 수축하게 되는 것이지요.

암흑에너지라는 놈은 아주 신기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주가 암흑에너지로만 차 있으면 우주의 팽창하는 속도는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납니다. 즉 가속팽창을 하게 된다는 말이지요. 우주가 가속팽창을 하면 아주 멀리서 있는 오는 별빛의 파장이 더욱 길어져 (더 빨리 멀어지는 앰뷸런스가 내는 소리의 파장이 더 길어져 늘어지게 들리는 것처럼) 빨간색 쪽으로 더욱 많이 편향되어 보입니다. 바로 이 현상을 1998년에 초신성에서 오는 빛을 관측하던 두 실험그룹에서 확인하게 되었고, 우주의 진화에 대한 우리의 지식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2011년에는 이 업적에 노벨상 물리학상이 주어졌습니다.

암흑에너지의 대표적인 사례가 아인슈타인이 1917년 논문에서 처음 제시한 “우주상수”라는 것입니다. 보통의 물질과 에너지에 의해 우주가 점점 수축하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적당한 양의 우주상수를 도입해서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 우주(정상우주)를 만들어내었던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그 당시의 사람들은 우주의 상태가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입니다. 오늘 보는 별들 사이의 거리가 수년 전에 보았던 거리와 같았고, 더욱이 선조들이 기록해 놓았던 그대로였을 테니 이렇게 생각했다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마치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이라고 오랫동안 믿어왔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그 당시에도 상식을 거부했던 소수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1922년 프리드만Jerome I. Friedman은 팽창하는 우주의 가능성을 처음 제시하였고, 1927년에는 가톨릭 사제이면서 과학자였던 르메트르Georges Lemaître가 프리드만 논문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독립적으로 우주가 팽창하고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현재는 공식적인 과학용어로 쓰이고 있는 “대폭발”이란 말은 사실 이런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비꼬기 위해 탄생한 용어입니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면 과거로 갈수록 우주가 작아져야 하는 데 그럼 태초에 한 점에 지나지 않았던 우주가 크게 폭발해서 현재의 우주가 되었겠느냐는 비판이었습니다.

그런데 대반전이 일어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1929년에는 그 유명한 허블Edwin Hubble의 관측으로 우주가 실제로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프리드만과 르메트르는 대폭발우주론의 창시자로 인정받고, 아인슈타인은 우주상수를 도입한 것이 자신의 최대의 실수라고 고백하게 됩니다. 아인슈타인이 정상우주를 위해 생각해냈던 이 우주상수를 현재 우주의 가속 팽창을 설명하는데도 쓸 수 있는데, 암흑에너지의 정체가 정말 우주상수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더 멀리서 오는 (따라서 더 희미한) 많은 초신성의 빛을 관측하여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구체적으로 밝혀내려는 노력이 꾸준히 시도되고 있어, 아마도 몇 년 뒤에는 아인슈타인의 대실수가 또 다른 비상한 업적으로 평가되는 반전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그럼 우주 전체 에너지양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암흑물질이란 무엇일까요? 암흑물질에 대한 가설은 1922년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캅테인에 의해 처음 제시되었다고 합니다. 그 뒤 1933년 스위스의 천문학자 츠비키Fritz Zwicky는 코마 은하단 안에 있는 은하들의 회전속도를 측정하여 얼마만한 중력에 이끌려야 그런 속도를 얻을 수 있는지 분석했습니다. 은하나 (수백 개에서 수천 개의 은하로 구성된) 은하단 안에는 항성, 가스 등 빛을 내어 우리가 볼 수 있는 천체들과 혹성, 블랙홀 등 빛을 내지 않는 천체들로 차 있습니다. 은하단의 끝자락에 있는 은하는 그 안에 있는 모든 천체들의 질량에 이끌리는 중력에 의해 궤도 운동을 할 텐데, 은하단의 중심으로부터의 거리와 회전속력을 측정하면 뉴턴의 만유인력 방정식으로부터 간단히 은하단 안의 총 질량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이로부터 츠비키는 관측된 천체의 질량보다 400배나 많은 질량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빛을 내지 않지만 필요한 중력 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 즉 암흑물질의 존재를 처음 과학적으로 논증한 것입니다. 물론 이 숫자는 현재 알려진 것보다 수십 배나 크지만, 이후 계속된 여러 천체들의 회전속도 관측에서도 유사한 결론들이 도출되어 암흑물질의 필요성은 더욱 확고해져 왔습니다.

암흑물질의 존재에 대한 또 다른 그리고 더욱 결정적인 증거가 있는데, 이를 얻는 데에도 일반상대성이론의 힘이 컸습니다. 아주 먼 곳에 있는 광원에서 뿜어낸 빛이 지구로 오는 도중에 거대한 질량을 가진 천체를 지나게 되면, 중력에 의해 빛이 휘는 효과 때문에, 사방으로 퍼져 오던 빛이 안쪽으로 모이면서 광원이 한 점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그림2>에서 보이듯이 고리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는 여러 점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천체 관측 기술이 발전하면서 1980년대부터는 중력렌즈 현상을 많이 관측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를 이용해서 렌즈효과를 주는 천체의 질량도 알아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학계에 뜨거운 화젯거리가 된 사건이 2004년에 일어났는데, 서로의 중력에 의해 이끌리던 두 은하단이 충돌하는 과정이 관찰된 것입니다.

 

 

 

 

<그림3>은 부딪히면서 스쳐 지나가는 두 은하단 안의 물질 분포를 보여줍니다. 안쪽에 붉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빛을 내는 항성, 가스 등의 분포를 나타내는데, 이는 보이는 물질들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방출하는 엑스선을 관측해서 얻어낸 것입니다. 바깥쪽의 파란색 부분은 빛을 내지 않는 물질의 분포를 중력렌즈 효과를 이용해서 알아낸 것을 보여줍니다. 충돌하기 전 각 은하에는 이 두 가지 종류의 물질이 마구 섞여서 분포했을 텐데, 충돌 후에는 이렇게 서로 분리되어 분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파란색 부분에 있는 물질이 원자가 아닌 (원자와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는) 새로운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증거입니다. 원자로 구성된 보통의 물질은 서로의 전자기력에 의해 서로 더 끈끈하게 잡아 당겨지고, 보이지 않는 새로운 입자로 구성된 물질은 서로 쉽게 통과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은하단 안에는 상당한 양의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재확인되었고, 암흑 물질은 원자가 아닌 모종의 새로운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도 밝혀진 셈입니다. 사실 암흑물질은 원자로 구성되어있으나 빛을 내지 않아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모종의 무거운 천체들로 이루어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은 계속 제기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이 있다고 해도, 위에서 살펴본 천체의 회전속도나 중력렌즈 효과를 설명할 만큼의 충분한 양일 수 없다는 것이 대폭발우주론의 예측결과이기도 합니다.

 
표준모형의 방정식을 완성한 와인버그Steven Weinberg의 저서 중에 <최초의 3분>이란 책이 있습니다. 대폭발로 태초가 열린 후 3분 동안 일어난 우주의 진화과정을 과학적으로 기술한 명저입니다. 대폭발 직전의 우주는 모든 물질-에너지가 아주 작은 점에 모여 있어 상상할 수 없이 뜨거운 플라즈마 상태로 그 온도가 1032K (0K=-273°C)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작은 점이 폭발하여 급격한 팽창의 시기를 거친 이후, 계속 서서히 팽창하면서 차가워져서 여러 가지 진화과정을 거쳐 138억년이 지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이 대폭발우주론의 개관입니다.우주의 긴 역사 동안 아주 많은 사건들이 벌어졌는데, 초기 우주의 연대기는 아인슈타인의 우주 방정식과 열역학, 입자/핵물리의 기본 원리로부터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에 현재 관찰로 확인된 사건 중 하나가 우주의 나이가 1초에서 3분 정도 되었을 때 일어났습니다. 대폭발 후 1초 즈음의 우주는 온도가 100억K 정도로 낮아졌고, 광자(빛)와 전자, 양성자, 중성자들로 가득 차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제 우주가 더 식으면 양성자와 중성자들의 에너지가 충분히 줄어들게 되고, 따라서 핵융합작용으로 서로 뭉쳐서 더 무거운 핵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우주 나이 3분쯤이면 현재 우주에 있는 모든 원자들의 시조인 원시 원자핵(수소, 헬륨, 리튬 등)들이 모두 합성됩니다. 이 과정을 대폭발핵합성이라고 부릅니다. 이후 온도가 더 낮아지면 원시 원자핵들이 중력에 의해 뭉쳐서 은하단, 은하, 별들이 형성되고 이 안에서 더 무거운 원자핵들이 만들어집니다. 태양은 수소와 헬륨이 총질량의 99%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은 거의 모두 대폭발 후 3분간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태양의 내부 온도는 1500만도 정도 되는데, 여기서도 수소 원자핵들이 융합하는 반응이 일어나 우리가 태양이 방출하는 에너지의 거의 모두가 이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현재 우주에서 관측되는 보통 물질의 대부분은 항성, 가스등 빛을 내는 천체의 형태로 존재하는데, 이는 대폭발핵합성으로 만들어진 원자(핵)의 양과 거의 같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우주에 있는 모든 원자의 질량보다 5배나 더 많은 것으로 밝혀진 암흑물질은 원자가 아닌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입자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현재의 우주가 원자, 암흑물질, 암흑에너지로 구성되어 있다는 여러 가지 증거들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이로부터 각 구성분이 얼마나 있어야 하는 지를 알아내기는 어렵습니다. 이를 알기위해서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우주배경복사의 관측에 대해 살펴보아야 합니다.우주배경복사의 존재는 대폭발우주론의 자연스런 귀결입니다. 대폭발 후 38만년 즈음에는 우주의 온도가 3000K 정도로 내려갔는데, 이 보다 높은 온도에서는 분리되어 있던 전자와 원자핵이 전기력에 의해 서로 결합하게 됩니다. 즉, 이후의 우주에는 전기적으로 중성인 원자와 광자들로 가득 차있게 됩니다. 따라서 분리되어 있던 전자, 원자핵과 상호작용하여 열적 평형상태(플라즈마)에 있던 광자는, 더 이상의 상호작용을 멈추고 우주 공간을 자유롭게 떠돌게 됩니다. 우주의 나이 38만 년에 플라즈마를 빠져나온 빛이 138억 년 까지 여행하여 지구에 도착하는 동안 계속된 우주의 팽창으로 파장이 아주 길어져, 3000K 정도로 출발했던 빛의 에너지는 현재 2.7K(약 -270°C)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이것이 1964년 펜지아스Arno A. Penzias와 윌슨Robert. W. Wilson에 의해 처음 관측된 우주배경복사입니다. 

 

 

이로써 대폭발우주론은 정설로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우주배경복사의 온도를 10만분의 1의 정밀도까지 측정할 수 있게 된 2000년대부터는 우주론의 전성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림4>처럼 인공위성 관측 장치인 코비Cobe, 더블유맵WMAP, 플랑크Planck등이 만들어지면서, 우주배경복사의 미세한 온도차이를 점점 더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로부터 우리는 우주의 구성 성분인 원자, 암흑물질, 암흑에너지가 얼마나 분포하는지를 알아낸 수 있습니다. 더블유맵이 처음으로 그 구성비를 밝혀내는데 성공했고, 현재 가동 중인 플랑크의 최신 데이터에 의하면 원자, 암흑물질, 암흑에너지는 대략 5%, 25%, 70%의 비율로 결정됩니다.

 
우리는 현재 아주 당혹스런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실험과 이론의 발전으로 우주의 역사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많이 알게 되었지만, 또 우리에게 새로운 수수께끼를 남겨 주었습니다. 우주의 95%는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전혀 알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언제쯤 이에 대한 답을 알아낼 수 있을까요?

 

 

이 글은 고등과학원 초학제연구총서 6권 <체계와 예술>(이학사, 2017)에 수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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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19년 6월 27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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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욱 연세대 천문학자
“노벨상 수상자 틀렸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연세대 이영욱 교수(천문우주학)는 지난 6월 12일 “암흑에너지는 없다. 나는 우주에 암흑에너지가 없다는 쪽에 베팅을 하겠다. 우리 팀이 갖고 있는 증거에 따르면 그렇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날 연세대 연구실에서 주간조선과 만나 “암흑에너지가 있다는 1998년 두 미국 연구팀의 발표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관측 자료를 잘못 해석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어 “그들은 암흑에너지를 발견한 게 아니고, 천문학에서 ‘표준촛불’로 불리는 1a형 초신성의 밝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더 멀리 있는 표준촛불, 즉 나이가 젊은 항성에서 발현한 초신성은 표준화된 밝기 자체가 더 어두울 수 있다는 광도진화 효과를 생각하지 못했다. 때문에 우주가 급팽창하고 있다고 잘못 해석했다”고 말했다.

이영욱 교수의 말은 충격이다. 암흑에너지 부정은 현대 우주론에 도전하는 어마어마한 일이다. 이 교수는 2016년 초신성의 광도진화 효과를 암시하는 논문을 처음 냈다. 이 교수는 “그때에는 표현을 완화하고 조심스럽게 논문을 썼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추가 관측을 해서 관련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했다. 광도진화 효과를 보정하면 암흑에너지의 증거는 대부분 사라진다는 논문 작성이 거의 다 끝났으며 조만간 학술지에 제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 급팽창 이론은 잘못 해석한 결과

현대 우주론은 우주에 암흑에너지라는 미지의 에너지가 있다는 전제 위에 구축되어 있다. 암흑에너지는 우주의 물질-에너지 총량 중 70%를 차지한다고 얘기된다. 나머지 30%는 ‘물질’이다. 암흑에너지가 존재한다는 주장은 21년 전에 나왔다. 1998년 1월 8일 미국천문학회(AAS) 연례행사가 열린 미국 워싱턴의 힐튼호텔에서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학(솔 펄머터)과, 하버드대학(브라이언 슈미트, 애덤 리스) 두 팀이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우주가 가속팽창 중인 걸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우주가 시간이 갈수록 빨리 커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우주는 영원히 팽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수십억 년 전부터 시작한 걸로 보이는 우주 급팽창의 원인은 정확히 알지 못하며, 미지의 에너지가 그 배후에 있는 것 같다는 식으로 말했다.

당시 우주 급팽창론을 내놓은 건 미국 동부와 서부의 최고 명문대학에 소속된 연구자들이었다. 이 두 팀이 각각 연구하고 같은 날 내놓은 똑같은 결과는 학계를 충격으로 몰고 갔다. 당시는 새천년, 즉 뉴밀레니엄을 맞아 약간 들뜬 시기였고, 그때까지 천문학계의 주류는 우주가 ‘정상팽창’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정상팽창이란 완만한 속도로 우주가 팽창하는 걸 말한다. 우주론 연구자는 빅뱅과 그 뒤의 급팽창으로 우주가 폭발적으로 커졌으며, 그 대폭발의 힘이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약해지기는 했어도, 그 여력 때문에 우주는 여전히 커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빅뱅의 힘이 약해지면 우주는 어느 시점부터는 수축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그런데 버클리대학과 하버드대학 연구팀의 새로운 우주 관측 결과는 우주의 운명에 대해 전혀 다른 예측을 내놓았다.

 

 

세계 천문학계에 도전장

암흑에너지에 의한 우주 가속팽창론은 이후 학계의 새로운 표준모델로 급속히 자리 잡았다. 이 이론은 2011년 노벨위원회도 인정했다. 그 결과 버클리대학 팀을 이끌었던 솔 펄머터(현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학 교수), 하버드대학 팀 소속인 브라이언 슈미트(현 호주 국립대학 교수)와 애덤 리스(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교수)는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런데 한국의 한 천문학자가 이 모두를 부정하는 연구로 학계에 도전장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영욱 교수는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기존 패러다임에 도전하는 싸움은 쉽지 않다. 학계의 누구도 이런 도전을 좋아하지 않는다. 암흑에너지가 70%라는 가정하에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영욱 교수는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1980년 학번으로 미국 예일대 박사(1989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 허블 펠로(1990년) 등의 경력을 갖고 있다. 최고 학술지인 미국천체물리학저널, 네이처, 사이언스에 수도 없이 많은 논문을 써왔다. 그렇기에 그의 주장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 교수는 “내가 예일대학에 있으면서 기존 패러다임을 뒤집는 주장을 했다면 세계가 주목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에 있는 학자로 내 이름 다음에 ‘서울, 한국’이라는 글자가 붙어 있기 때문에 주장의 파급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나는 이 싸움을 결코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우주가 시간이 지날수록 빨리 팽창하고 있고, 그 배경에는 미지의 암흑에너지가 있다는 미국 연구자들의 주장은 소위 ‘표준촛불(standard candle)’ 연구에서 나왔다. 버클리-캘리포니아대학 팀과 하버드대학 팀 역시 ‘표준촛불’인 초신성을 연구했다.

이 교수는 표준촛불이 어떻게 천체의 거리를 알아낼 수 있는 도구가 되는지를 이런 식으로 설명했다. “시골 동네 가게에서 초롱불을 판다고 하자. 이 초롱불은 한 종류여서 밝기가 모두 같다. 이 초롱불을 사가지고 가서 사람들은 저녁에 불을 밝힌다. 가게에서 보면 초롱불이 어둡게 보이는 집이 있고, 환한 집이 있다. 가게 주인은 초롱불 밝기가 왜 달리 보인다고 생각하겠는가. 그건 초롱불을 밝힌 집들의 거리가 멀고 가깝기 때문이다. 초신성이 바로 초롱불이다.”

초신성은 새로운 별, 즉 ‘신성’인데, 아주 환하다. 그래서 초(超)신성이라고 불린다. 밤하늘에 나타났다가 오래지 않아 사라진다. 백색왜성이라는 별이 포함된 쌍성계나, 질량이 태양보다 큰 별은 노년기에 접어들면 요란한 폭발을 일으키며 밝게 빛난다. 초신성 중에서 특히 1a형 초신성의 경우, 초신성이 만들어지는 물리적 특성 때문에 표준화 과정을 거치면 밝기가 거의 같다고 생각한다.

이영욱 교수는 “표준촛불의 밝기가 항상 같다고 생각한 전제가 잘못됐다. 가게에서 파는 초롱불은 언제나 밝기가 같다고 잘못 생각했다. 초롱불 밝기가 다를 수 있다. 미국의 두 팀이 본 초롱불은 원래 밝기가 조금 어두울 수 있다. 더 멀리 있어서 어둡게 보이는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와 그가 지도하는 학생 두 명이 지난 8년간 연구한 결과라고 한다.

“과거 우주에서는 항성 종족이 젊다. 항성들의 고유 밝기가 달라야 한다. 표준촛불이 0.2등급 어둡게 보인다. 하버드와 버클리의 두 팀은 ‘항성 종족’의 나이 차이를 무시했다. 그들이 쓴 논문을 자세히 살펴보니 ‘광도진화 효과는 무시할 만하다’라고 써놓았다. 이것이 잘못이다. 광도진화 효과를 무시하면 안 된다. 광도진화 효과란 표준촛불이 과거에는 어둡고, 지금은 밝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쪽 전문가가 아니다. 또 그들은 초신성이 폭발한 은하를 겨우 20여개 조사했으며, 그 방법도 간접적이었다. 우리 팀은 70개 은하를 대상으로 보다 직접적으로 조사했다. 미국 애리조나와 칠레를 20번 이상 관측하러 갔다.”

이 교수에 따르면, 먼 은하에 있는 표준촛불이 생각보다 더 먼 거리에 있다고 그들은 잘못 해석했다. “이 모든 게 잘못이다. 광도진화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채 노벨상이 그들에게 나간 것이다. 그들이 발견한 건 광도진화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

이 교수와 강이정 박사, 김영로 박사 세 사람은 그동안의 연구 결과 “암흑에너지는 없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관측은 지난해까지 종료됐으며, 현재 논문을 마무리하는 중이다. “우리 연구 결과는 97% 신뢰 수준에서, 광도진화 효과가 크기 때문에 이를 보정하고 나면 암흑에너지는 없다고 주장한다. 암흑에너지가 있다고 해석할 만한 효과가 거의 사라진다.”

미국 천문학자와 물리학계는 ‘우주는 시간이 지날수록 빨리 팽창하고 있으며, 그 뒤에는 암흑에너지가 있다’는 버클리대학 팀과 하버드대학 팀의 의견을 왜 쉽게 받아들였을까? 이영욱 교수는 “미국 서부와 동부를 대표하는 두 대학 소속 연구자가 같은 견해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또 미국은 천문학계의 목소리가 전통적으로 크다”고 말했다. 게다가 노벨위원회가 발표로부터 10여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인정하며 노벨물리학상을 연구자 세 사람에게 수여했기 때문에 더 쉽게 받아들인 것 같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국제 천문학계는 이영욱 교수 팀의 새로운 주장에 귀를 기울일까. 이 교수는 “논문을 미국천문학회(AAS) 학술지에 제출하면 게재가 거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령 2016년에 첫 번째로 낸 암흑에너지 관련 논문은 매우 톤을 낮췄음에도 지금까지 인용이 4~5회밖에 안 됐다. 거의 무시됐다. 이 교수는 “이번 논문은 추가적인 관측 증거에 기반해서 주장을 분명하고, 더 강하게 썼다. 미국천문학회 학술지가 게재를 거부하더라도 다른 좋은 저널에서 받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암흑에너지는 없다, 우주는 가속팽창하는 게 아니다’는 주장을 천문학계 전체가 외면하고 있을까. 이 교수에 따르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이 교수에게서 박사학위를 받은 두 사람이 얼마 전 일자리를 찾았다. 강이정 박사는 칠레에 있는 제미니망원경으로 연구하러 갈 예정이고, 김영로 박사는 프랑스 리옹에 일하러 갔다. 이영욱 교수는 “프랑스 리옹 연구자가 누군지 나도 모른다. 그들이 암흑에너지는 없을 수 있다는 우리 주장을 지켜보고 있었기에, 김 박사를 데려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욱 교수는 파이터다. 암흑에너지 말고 다른 싸움터가 또 있다. 그에게 인터뷰 요청 이메일을 보내자 그는 답장에서 “이탈리아에서 열렸던 학회에서 치열한 논쟁을 하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나는 이 교수를 만났을 때 이탈리아에서 벌어졌던 논쟁이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그는 이탈리아 볼로냐대학에서 ‘구상성단(球狀星團)과 은하형성’ 학회가 열렸는데 그곳에서 우리은하 중심부에 X자형의 거대구조가 있는지 없는지와 관련해 격론을 벌였다고 했다. 그가 볼로냐학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니 제목이 ‘벌지전투(Battle of the Bulge)’였다. ‘벌지전투’는 2차대전 당시인 1944년 12월과 1945년 1월까지 벨기에와 프랑스 북동부에서 벌어졌고, 독일의 마지막 주요 공세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영욱 교수가 벌이는 ‘벌지전투’의 ‘벌지’는 우리은하 중심부의 도톰한 구 모양을 가리킨다. 우리은하 중심부의 도톰한 구조를 천문학자는 한국어로 ‘팽대부’라고 하고 영어로 ‘벌지(bulge)’라고 부른다.

이영욱 교수는 “볼로냐에서 싸우고 왔다”면서, 우리은하 중심부의 모양을 둘러싸고 자신이 기존 패러다임을 뒤집으려 한다고 했다. 벌지전투는 현재 격하게 진행 중이며, 그의 세 번째 패러다임 뒤집기 시도라고 했다. 그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싸움에 관해 나는 물어볼 새가 없었다. 그의 세 번째 싸움인 ‘벌지전투’와, 이제 시작한다는 네 번째 싸움 내용을 파악하기도 바빴기 때문이다.

 

이영욱 교수가 이탈리아 볼로냐 학회에서 발표한 자료 이미지. 영화 ‘벌지전투’(2018) 포스터 이미지를 사용했다. 벌지전투는 2차대전의 큰 싸움이다. 이 교수도 ‘벌지(bulge)’전투를 벌이고 있다. 이 교수의 ‘벌지’는 우리은하 중심부의 구조물. 우리은하 중심부 구조가 어떻게 생겼느냐를 둘러싸고 이 교수는 학계 주류에 도전하고 있다.
이영욱 교수가 이탈리아 볼로냐 학회에서 발표한 자료 이미지. 영화 ‘벌지전투’(2018) 포스터 이미지를 사용했다. 벌지전투는 2차대전의 큰 싸움이다. 이 교수도 ‘벌지(bulge)’전투를 벌이고 있다. 이 교수의 ‘벌지’는 우리은하 중심부의 구조물. 우리은하 중심부 구조가 어떻게 생겼느냐를 둘러싸고 이 교수는 학계 주류에 도전하고 있다.

 

벌지전투와 관련, 학계는 우리은하 중심부에 X자 모양의 거대한 구조가 있다고 본다. 이 교수는 “외계인이 있어 우리은하를 옆에서 본다면 X처럼 보일 것이라는 이론인데 2010년쯤 나왔다”고 말했다. X자 거대구조의 크기는 우리은하 중심부의 절반까지 확장되어 있다고 본다. 이 교수가 컴퓨터 모니터에 보여주는 이미지는 거대한 X자이고 별들이 가득 찬 구조가 우리은하 중심부 위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현재 학회에는 이와 관련한 논문 150편이 나와 있다. 우리은하 중심부에 대한 새로운 관측을 했는데, 관측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X자 거대구조 이론이 나왔다고 했다. 미국 카네기연구소의 앤드루 맥윌리엄, 컬럼비아대학의 멜리사 네스, 호주국립대학의 켄 프리만,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오트윈 게하드 등이 주요 연구자다.

이 교수는 “천문학에서는 ‘형성 기원’이 최고다. 이를 밝히면 가장 명예스럽다. 더구나 다른 은하도 아니고, 우리은하의 구조와 형성 기원에 관한 문제가 아닌가”라며 이 사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은하와 관련해서 학자들이 잘 알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나는 학계의 표준이론이 틀렸다는 걸 4년 전에 알아냈다. 분석해 보니 치명적인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몇 년 전 X자 거대구조는 없다는 내용의 논문을 미국 천체물리학저널에 제출했다. 저널 측은 처음에는 보완을 몇 차례 요구해왔고, 그에 대한 답변을 작성하느라 이 교수는 밤 2시까지 작업하는 날이 많았다. 마지막 순간에 저널 측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서 게재 불가를 통보했다. “지금까지 200편 넘게 논문을 냈는데, 그때가 게재를 거절당한 첫 번째 논문이었다. 거절당하는 논문은 대부분 수준 미달이다. 그런데 나는 그때 진짜 훌륭한 논문이 거절당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거절당해서 나는 명예롭다. 그 이유는 우리 팀이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패러다임 변화에 국제학회는 격렬히 저항하는 법이다. 내가 갈릴레이는 아니지만, 갈릴레이가 천동설을 믿는 학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려고 했을 때 어떤 일을 겪었는지 생각해 보자. 그는 견해를 바꿀 것인가? 아니면 죽을 것인가? 하는 양자택일을 요구받았다. 패러다임을 바꾸는 발견을 하면 상을 받는 게 아니라, 그런 일을 당한다. 요즘은 그렇게까지는 가지 않으나, 기존 학설을 바꾸기는 여전히 어렵다. 정말 어렵다. 한 세대가 퇴장하기 전에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 교수는 당시 미국 저널이 거절한 논문을 영국 왕립학회지에 보내 결국 2015년에 게재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때 논문은 순수한 이론 논문이었다. 이 교수 팀은 이후 증거를 찾기 위해 꾸준히 관측을 했고 지난해 8월과 올해 6월에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관측 논문 두 편을 냈다. 미국천체물리학저널은 이때는 논문을 게재한 것은 물론 주요 논문으로 선정해서 내용을 심층 소개하는 기사를 곁들였다.

이 교수에 따르면, 우리은하 중심부를 관측하면 두 그룹의 별들이 보인다. 천문학 용어로 ‘HR도’라는 게 있다. 별의 표면온도와 광도(밝기)라는 두 개의 변수를 놓고 별을 분류하는 그래프이다. 이 HR도상에 우리은하 중심부의 별들을 놓으면 밝기가 0.5등급 밝은 별 그룹과, 그렇지 않은 별 그룹이 있다. 별들의 밝기가 다른 건, 밝게 보이는 건 가깝게 있고 어둡게 보이는 건 멀리 있기 때문이라고 학계의 주류는 해석한다. 지구 방향에서 먼저 보이는 그룹은 밝게 보이고, 뒤에 있는 그룹은 어둡다. 이걸 전체적으로 보면 X자 거대구조라고 학계는 생각한다. 이 교수 생각은 다르다. 두 개 그룹 별들의 밝기가 같다고 학계는 잘못 보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 두 개 별 집단에 속한 별들 밝기가 다른 것이지, 멀리 있고 가까이 있어 밝기가 다르게 보이는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니 X자 구조는 없다고 이 교수는 말한다.

이 교수의 말은 놀라웠다. 그는 “우리은하의 구조와 형성 기원을 둘러싼 싸움을 앞으로도 치열하게 벌여야 한다. 추가 관측을 해서 주장을 더욱 뒷받침할 것이다. 암흑에너지 싸움은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결론이 나지 않을 것 같다. 그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싸움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한 천문학자가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골리앗들에 대항해 싸우고 있었다. 승자는 누구일까.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싸움의 결과가 몹시 궁금하다.

 

 

 

 

 

아래는 2023년 7월 20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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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우주’의 비밀, 유클리드망원경이 풀어줄까

제임스웹망원경 있는 L2에 자리 잡고 입체 우주지도 작성
최대 20억개의 은하 관측하고 중력렌즈 현상 정밀 분석
[서울경제]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우주.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인도 등은 일찌감치 우주의 가치에 눈을 뜨고 그 공간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본격적으로 우주개발에 뛰어들고 있죠. 미지의 우주, 그 광활하고 거대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풀어내려 합니다.

유클리드우주망원경. 사진제공=ESA

지난 1일(현지시간) 유럽우주국(ESA)의 유클리드우주망원경이 발사됐습니다. 유클리드망원경은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힘차게 우주로 날아갔습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과 함께 인류의 눈이 돼줄 유클리드망원경의 주요임무는 우주의 9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을 관측하는 것입니다.

유클리드망원경은 지구에서 150만㎞ 거리에 있는 ‘제2라그랑주점(L2)’에 자리를 잡고 우주의 비밀을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L2는 제임스웹망원경과 가이아우주망원경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암흑에너지는 70%, 암흑물질은 25%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아직 관측 된 적은 없습니다. 유클리드망원경이 앞으로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에 대한 비밀을 풀어줄 예정입니다. 이 망원경의 임무기간은 2029년까지이며, 상황에 따라 연장될 수 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2021년 쏘아올린 제임스웹망원경은 현재 최고의 우주망원경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클리드망원경 역시 제임스웹망원경 못지않게 과학자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유클리드망원경이 우주의 탄생과 진화에 대한 비밀을 밝히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나사의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은하들의 모습. 반짝이는 점 하나 하나가 은하이며, 이 은하들과 그에 속한 천체들에서는 중력이 발생해 빛 왜곡 현상을 일으킨다. 사진제공=나사

유클리드망원경은 L2에서 우선 시험 가동에 들어간 뒤 7개월 후부터 본격적인 임무를 수행합니다. 최대 20억개의 은하를 관측할 예정입니다.

제임스웹망원경은 먼 곳에 있는 별과 우주를 확대해서 찍는 인물 카메라와 같고, 유클리드망원경은 별과 우주 전반을 넓게 담는 풍경 카메라입니다.

유클리드망원경에는 대형 가시광선 관측기와 근적외선 분광계·광도계가 실려 있습니다.

가시광선 관측기는 100억 광년 밖의 빛까지 포착할 수 있는데 입체(3D) 우주지도를 그린 뒤 지도에 나타나는 중력렌즈 현상을 분석할 예정입니다.

중력렌즈 현상이란 수십억 광년 밖의 은하나 천체에서 오는 빛이 중간에 있는 다른 천체들의 중력 영향을 받아 왜곡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중력렌즈 현상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의 영향을 제거하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천문학계는 오랜 기간 관측과 연구를 통해 우주는 팽창하고 있고, 그 팽창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만약 우주에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별과 은하만 존재한다면 그들간 끌어당기는 중력에 의해 우주는 팽창이 아닌 수축을 할 것입니다. 팽창 중인 우주에는 결국 우리가 모르는 에너지, 즉 암흑에너지가 존재할 것이라고 추측하는 이유입니다.

암흑에너지가 우주를 팽창시키는 힘이라면 암흑물질은 중력과 관련이 있습니다. 나선은하를 관찰하면 빛은 중심부에 몰려 있고 바깥으로 갈수록 옅어집니다. 만약 관측된 물질로만 구성돼 있다면 바깥으로 갈수록 회전속도가 줄어들겠지만 실제 은하 중심부와 바깥 회전속도는 같습니다. 이는 알 수 없는 물질이 있다는 것이고 과학자들은 암흑물질의 중력이 작용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우주의 탄생과 진화에 대한 비밀을 풀기 위해 인류는 오래전부터 노력하고 있으며, 허블우주망원경과 제임스웹망원경이 그 궁금증을 푸는 데 한걸음 다가갔습니다. 이제는 유클리드망원경까지 그 대열에 합류해 그 동안 인류가 궁금해 했던 것들에 대한 해답을 얼마나 가져다 줄지 기대됩니다.

 

 

 

 

 

아래는 2023년 7월 21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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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물질 없는 은하 발견…표준 우주모형까지 흔들까

카나리아제도 천체물리연구소(IAC) 연구진
외계 은하 NGC1277 관측 결과, 암흑물질 없어
표준 우주모델에서는 암흑물질 10%이상 있어야
암흑물질 사라진 이유 설명도 어려워

우주에서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물질은 전체 질량의 5%에 불과하다. 나머지 95% 질량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우주 전체에 퍼져 있으면서 은하와 별이 만들어지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현대 우주론의 핵심이다. 그런데 최근 암흑물질이 없는 은하가 발견되면서 우주의 구조와 구성을 설명하는 표준 우주모형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세바스티안 코메론 스페인 라 라구나대 연구원과 카나리아제도 천체물리연구소(IAC) 연구진은 암흑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외계 은하를 발견했다고 20일 밝혔다. 표준 우주모형에 따르면 이 은하의 질량 중 최소 10%는 암흑물질이 차지해야 한다. 암흑물질이 없는 은하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천문학 천체물리학’에 이달 11일 소개됐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외계 은하 ‘NGC1277‘의 모습. 이 은하에 암흑물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관측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우주 전체에 암흑물질이 퍼져 있고, 이로 인해 현재의 우주가 만들어졌다는 표준 우주모형이 수정될 수도 있는 발견이다./미 항공우주국, 유럽우주청, 카나리아제도 천체물리연구소

현대 우주론의 핵심인 암흑물질

1933년 스위스의 천문학자 프리츠 츠비키는 ‘머리털자리 은하단(COMA)’을 관측하던 중 당시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은하가 모여 있는 은하단이 빠르게 회전하면서도 해체되지 않고 유지하려면 큰 질량이 필요한데, 머리털자리 은하단을 이루는 천체의 총질량은 이보다 400배 이상 작았다. 우리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질량을 가진 암흑물질의 존재 가능성이 과학계에 처음 제기됐다.

암흑물질의 정체는 90년이 지난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으나 존재 가능성을 부정하는 천문학자는 없다. 현재 우주를 설명하는 표준 우주모형은 ‘람다 차가운 암흑물질(ΛCDM)’이다. 이름에서 나타나듯 암흑물질의 존재를 바탕으로 우주를 설명하는 이론이 현재 천문학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NGC1277 은하는 지구에서 2억4000만광년 떨어진 페르세우스 은하단 중심에 있으며 약 120억년전에 만들어졌다. 천문학계에서는 ‘유물 은하’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워낙 오래전에 만들어져 더이상 새로운 별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주 탄생의 비밀을 알고 싶은 천문학자들의 관심이 이곳에 쏠려 있다.

IAC 연구진은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맥도날드 천문대의 할란 스미스 망원경을 이용해 외계 은하 ‘NGC1277′을 관측하던 질량이 다른 은하보다 비정상적으로 가볍다는 결과를 얻었다. 코메론 연구원은 “최초의 은하가 어떻게 만들어졌나 이해하기 위해 NGC1277 관측을 시작했다”며 “그 결과 2만광년까지 은하의 질량 분포를 확인할 수 있는 지도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지도를 분석한 연구진은 은하 전체의 질량과 별의 모든 질량을 더한 값이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표준 우주모형에 따르면 이 은하의 전체 질량 중 최소 10%, 최대 70%는 암흑 물질이 차지해야 하지만 암흑물질이 전혀 없다는 관측 결과가 나온 것이다.

현재 천문학계에서 표준 우주모델로 받아들이는 ‘람다 차가운 암흑물질(ΛCDM)’ 모형으로 해석한 우주의 진화 과정. 현재 우주를 설명하는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여겨진다./미 항공우주국, 람다아카이브, 더블유맵(WMAP)

암흑물질 없는 은하, 현대 우주론으론 설명 못 해

이번 연구에 참여한 이그나시오 트루질로 IAC 연구원은 “우리의 관측 결과와 기존 이론값이 차이 나는 것은 수수께끼 같은 문제”라며 “표준 우주모형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암흑물질이 없는 은하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두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두 가설 모두 은하가 만들어진 초기에는 암흑물질이 있었으나 특정 이유로 사라졌다는 내용이다.

첫 번째 가설은 NGC1277이 주변에 있는 은하단의 영향을 받아 중력에 의한 상호작용으로 암흑물질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암흑물질이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중력이 유일하다. 원시 은하가 합쳐져 은하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암흑 물질이 모두 방출됐다는 두 번째 가설도 제시됐다.

다만 두 가설 모두 암흑물질이 사라진 이유를 완벽히 설명하지 못한다. 연구진도 가설을 제시했을 뿐 만족스러운 설명은 어렵다고 말했다.

코메론 연구원은 “암흑물질이 없이 이토록 거대한 은하가 만들어진 이유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퍼즐로 남아 있다”며 “고성능의 망원경을 이용해 더 정밀한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연구에서도 암흑물질이 없는 은하가 맞다는 결과가 나오면 표준 우주모형을 수정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중력에 관한 이론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암흑물질은 우주에서 중력으로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됐고, 중력으로만 관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루질로 연구원은 “중력 법칙은 보편적이어야 하고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암흑물질이 없는 은하의 발견은 현재 중력 법칙의 대표적인 반대 예시가 됐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Astronomy & AstrophysicsD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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