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은 약 6천600만년 전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대형 운석 또는 소행성이 떨어져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생대 백악기를 마감하고 신생대 제3기를 시작되는 경계 시기에 공룡은 물론 지구상의 생물 75%를 사라지게 한 ‘대멸종'(K-Pg 멸종)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라는 게 학계의 의견이다.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는 최신호에서 이와 관련해 미국의 명문대학 교수들이 내놓은 결론이 다른 2편의 논문을 실었다.

두 논문 모두 인도 북서부의 ‘데칸 용암대지(Deccan Trap)’ 형성 시기를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소행성 충돌 시점을 전후해 수십만 년에 걸친 화산활동으로 분출된 용암이 식으면서 약 500㎞ 이상에 걸쳐 거의 2㎞ 두께로 형성돼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두 논문은 공룡을 비롯한 동·식물의 대멸종이 외부적 충격만으로 초래됐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데칸 용암대지를 형성한 화산폭발도 영향을 미쳤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화산 폭발이 대멸종의 결정적 요인인지에 대해서는 결론이 엇갈렸다.

프린스턴대학 연구진은 소행성 충돌 이전에 이미 화산폭발로 대멸종이 시작됐다고 주장했지만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 대학(UC버클리) 연구진은 소행성 충돌이 화산 폭발을 자극해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공룡은 1980년대 이전까지는 대형 화산이 장기간 폭발하면서 화산재와 먼지, 가스를 대기로 내뿜어 급격한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바람에 멸종했다는 학설이 우세했다. 그러나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칙슬루브(Chicxulub)’에서 지름 150㎞에 달하는 대형 충돌구가 발견되면서 소행성 충돌설에 힘이 실려 왔다.

화석이나 지질 기록들은 소행성 충돌과 화산폭발 등 대격변이 약 100만년에 걸쳐 진행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그 시기가 정확히 가려지지 않으면서 대멸종과 어떤 상관관계를 가졌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한 상황이다.

◇ “소행성 충돌 전에 이미 화산 폭발로 대멸종은 시작돼”

프린스턴대학 지구과학 담당 블레어 쇼엔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마그마가 식으면서 형성되는 광물인 지르콘 내의 우라늄(U)과 납(Pb) 동위원소 비율로 연대를 측정했다.

이는 지르콘 내 우라늄 방사성 동위원소가 광물이 형성되는 순간부터 일정한 속도로 붕괴하기 시작해 납 동위원소로 바뀌는 특성을 이용해 지르콘 내 우라늄-납 동위원소 비율을 측정함으로써 ±4만년의 오차로 비교적 정확하게 생성연대를 측정할 수 있다.

쇼엔 교수 연구팀은 데칸용암대지 내 총 9곳에서 지르콘 샘플을 채취해 생성시기를 측정했다.

그 결과, 총 4차례에 걸쳐 대폭발이 이뤄졌으며 각 폭발 때마다 약 10만년 가량 이어지며 엄청난 양의 용암과 온실가스를 뿜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칙슬루브 충돌구가 형성되기 수만 년 전에 이미 이런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데칸 화산이 폭발하면서 메탄과 이산화탄소, 이산화황 등이 대기 중에 유입돼 지구 기후와 환경을 극적으로 바꿔놓음으로써 소행성 충돌이 일어나기 훨씬 전에 대멸종을 촉발한 것으로 주장했다.

쇼엔 교수는 AFP통신과의 회견에서 “가장 큰 의문은 소행성 충돌 없이 화산 폭발만으로 대멸종이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화산폭발 없이 소행성 충돌만으로 대멸종이 이뤄진 것이지 여부로, 우리가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래전에 이뤄진 대멸종의 시기를 정확히 가려내는 것은 현재 인류가 유발하고 있는 이른바 “6번째 멸종”의 결과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구 역사에는 지금까지 다섯 차례에 걸친 대멸종이 있었으며 공룡의 멸종을 가져온 6천600만년 전의 다섯 번째 대멸종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 “소행성 충돌이 강력한 화산폭발 자극”

UC 버클리 지질연대학센터의 행성과학자 폴 르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소행성이 충돌하고 5만~3만년 이내에 화산 폭발이 이뤄졌으며, 전체 용암의 4분의 3 이상이 충돌 이후에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르네 교수는 “이런 연구결과는 소행성 충돌이 용암분출을 새롭게 자극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용암의 약 80%가 충돌 이전에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대부분의 용암이 충돌 이전에 흘러나온 것이라면 용암분출과 함께 온실가스도 나와 백악기 말기 약 40만년 간 지구 온난화로 평균 8도 이상 기온이 올랐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모든 동·식물 종(種)이 온실효과에 적응한 상태에서 화산 폭발과 운석 충돌에서 나온 가스나 먼지가 햇빛을 차단해 급격히 추워지면서 멸종했을 것이라는 가설이 제기돼 왔다.

연구팀은 용암이 분출되기 전에도 지하의 마그마가 모여있는 곳에서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가스가 새어 나왔을 수 있으며, K-Pg 멸종 때도 화산폭발 이전에 이미 심각한 기후변화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탈리아 에트나 화산이나 멕시코 포포카테페틀 화산이 폭발하기 전에 화산 가스를 내뿜은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된 것이기도 하다.

르네 교수 연구팀은 암석 샘플을 핵 방사에 노출해 나오는 아르곤 가스를 측정해 생성연대를 측정했다. 그 결과, 소행성 충돌은 6천605만2천년 전에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으며, 데칸 용암대지의 폭발은 소행성 충돌에서 약 5만년 이내에 최고치에 달했다. 이는 지질학적으로 동시발생으로 봐도 무방한 것으로 지적됐다.

연구팀은 또 화산 폭발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가 비슷한 것으로 나온 점은 소행성 충돌이 지구 반대편에서 강력한 화산 분출로 이어진 규모 11의 초대형 지진을 유발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런 재앙들이 지구 생명체에 ‘원투펀치’를 날렸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다.

 

 

(원문: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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