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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게나 날아다니는 초파리를 가둬놓은 걸까.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투명한 상자 안에 갇혀 있는 작은 분자들의 모습을 22일자 표지에 실었다. 작은 분자들은 상자를 열기만 하면 바로 쏟아져 나올 것처럼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다.
이 그림은 절대영도에 가까운 극저온에서 분자를 매우 차갑게 냉각시켜 형성한 페르미온 분자(진짜 분자는 아니지만 두 원자가 화학결합을 한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쌍)들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페르미온은 파울리 배타 원리에 따라 하나의 양자 상태에 단 하나의 분자만 허용된다. 그러면 무리를 짓지 않고 비교적 균일한 거리를 유지하며 상자 속 분자들처럼 고르게 퍼지게 된다.
물리학자들은 지난 10년간 이 방법을 이용해 원자들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성질을 관찰해왔다. 지금까지 연구했던 것은 칼륨-루비듐, 나트륨-칼륨, 루비듐-세슘, 나트륨-루비듐, 리튬-나트륨 등이다. 이 분자들은 250~600nK(나노켈빈, 1nK=10억분의 1 켈빈) 범위의 극저온에서 만들었다.
하지만 기존 칼륨-루비듐 분자 연구에는 한계가 있었다. 분자를 충분한 양만큼 만드는 동안 상당수 분자를 잃고 말았다. 안정한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분자가 나눠지려는 화학반응(2KRb→K2+Rb2)이 일어나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은 ‘페르미 온도(TF)’에 있다.
페르미 온도란 페르미온의 통계와 관련된 양자적 효과와 열적 효과가 동등한 온도를 뜻한다. 그래서 페르미 온도보다 낮은 온도에서는 이번 연구처럼 양자적 효과를 뚜렷이 확인할 수 있고, 더 높은 온도에서 분자들은 고전적 입자에 더 가까워진다. 페르미 온도보다 낮은 온도에서 분자를 합성하면 분자들 사이의 공간적 거리가 균일하게 되고 무리를 덜 짓게 된다. 화학적 반응이 억제돼 훨씬 안정적이다.
미국 콜로라도대와 캘리포니아공대 연구팀은 페르미 온도의 30%에 불과한 약 50nK에서 칼륨 원자와 루비듐 가스를 합쳐 칼륨-루비듐 분자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파울리 베타 원리를 따르는 페르미온의 양자적 성질을 가지고 있기에 이 분자들은 서로 충돌해 분해되는 역반응이 거의 일어나지 않아 안정된 상태에서 분자의 양자적 성질을 관찰할 수 있었다.
서로 거의 반응하지 않는 분자 상태의 구현은 장수명의 양자 겹침 분자 가스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가능케 한다. 이는 향후 양자 영역에서의 화학, 양자 정보 과학, 양자 시뮬레이션, 근본적인 물리 측정 분야에서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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